“학교 소멸의 길 들어섰지만…
마지막까지 열정으로 교육할 것”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는 곳은 지방이다. 특히 정착해 생활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젊은 세대가 떠나버린 지역은 소멸의 길을 걷기도 한다. 사람이 살지 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역의 학교도 다르지 않다.
1908년 개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충남 석성초도 소멸 위기에 놓인 곳이다. 현재 전교생이 21명. 내년도에 입학 예정인 신입생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작은 학교라고 해서 낮잡아봐서는 안 된다. 각종 과학대회에서 상을 휩쓸어 이곳의 과학 교육법에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 제68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학생부 생물 부문 국무총리상을 거머쥐었다. 4학년 김담율·김주호·허다슬 학생(지도교사 이소영)은 ‘정전기를 이용하는 박주가리 열매의 이동 특성 탐구’를 주제로 1년간 탐구했다. 덩굴식물인 박주가리 열매가 어떻게 퍼져 싹을 틔우는지를 관찰했고, 박주가리 열매에 나 있는 털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 털이 공기 중의 습기를 모아 이동과 씨앗의 이탈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영하 교장은 “학교는 작지만, 우리 학생들의 역량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석성초는 학생들에게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분석하고 검증하는 태도’를 가르친다. 과학자들이 현상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과정 그 자체를 경험하게 한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에 따라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1년 동안 옥수수를 관찰해 옥수수 씨앗이 물리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걸 밝히고 검증하는 식이다. 팀마다 지도교사도 배정된다. 지도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함께 연구 과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이 교장은 “수업 시간 외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이 마음껏 탐구할 수 있는 게 작은 학교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과학 교육에 공을 들인 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민주시민의 자질이 자기 검증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문제를 직시해 검증,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를 봐도 과학과 철학이 맞닿아있는 걸 알 수 있죠. 다가올 새로운 세상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이끌어주고 싶어요.”
학생 수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였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열정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내년에는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을 세워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 교장은 “소멸 위기 마을 살리기, 작은 학교 살리기 정책은 같이 가야 한다”면서 “젊은 세대가 지역에 상주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마을도, 학교도 함께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형 교육을 원하는 과밀 학교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학교 특성화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학교가 소멸의 길에 들어섰지만, 모든 교직원은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아낼 각오로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