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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2세, 연금 65세 … 소득공백 어쩌나

공무원연금제도는 2009년과 2015년 두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연금 수령 나이가 조정되고, 납입비율이 늘고 수령액수는 감액됐다. 당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고, 현재도 진행형으로 갈등과 불신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국민연금제도와 확연히 다르다. 납입체계도 다르며, 기금을 운영·관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제도를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다루려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8월 교육부 앞에서는 젊은 교사들의 집회가 있었다. 그동안 교육현안과 관련한 집회에서 젊은 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던 터라 많은 이목을 끌었다. 젊은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반발한 내용은 바로 임금동결에 대한 항의였다. 2023년도 교원 임금은 1.7%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임금삭감인 상황이다. 담임수당·보직교사수당 등 많은 수당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본봉마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좌절감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OECD 국가의 교사 임금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는 당국의 대응은 더 큰 반발을 불러왔다. 다른 나라와의 교사 업무체계나 강도의 차이를 간과한 단순 데이터 비교는 교사들이 마치 과한 욕심을 부리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악은 임금문제의 연장선에서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교직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안정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마당에 이러한 움직임은 정반대로 질주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연금제도의 개악은 개인으로 보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퇴직하게 될 세대들에게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수준으로 연금 지급이 이루어질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퇴직 시점에서의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적은 급여를 감수하면서도 은퇴 이후의 안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교직 자체가 매력적으로 느꼈던 요인은 분명히 존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사라지게 되면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부실해지는 연금제도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교육의 질 전체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교사 직군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이야기한 직업적 안정성이 떨어지면 교직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유입되기 어려워진다. 교사의 직업 안정성이 약화되면 수업의 질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하던 우수한 우리 교육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강점을 더 강화하여 국가경쟁력의 소중한 토대를 마련하지는 못할망정 퇴보시키는 악수(惡手)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무원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당사자인 교사 입장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
사람들은 교사의 세전 수입을 보며 ‘생각보다 많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본봉에 여러 항목의 수당이 추가되어 세전 수입이 구성되는데, 이 지표를 기준으로 따지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일반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각종 세금과 소요 비용을 공제하여 세후 수입이 지급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기여금이라는 항목으로 일반 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금액이 공제된다. 공무원이 퇴직 후 수령하게 되는 연금은 공무원이 매월 기준소득월액의 일정 비율을 불입하는 기여금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수예산의 일정비율을 부담하는 연금부담금 및 정부가 고용주로서 부담하는 제부담금으로 재원이 형성된다. 2022년 기준으로 공무원이 퇴직 후 받게 될 연금은 공무원 개인이 기여금으로 납입하는 기준소득액의 9%와 연금부담금 9%로 만들어 진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개념 차이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 및 공무원 유족을 위한 종합사회보장제도이다. 즉 공무원의 퇴직 또는 사망과 공무로 인한 부상·질병·장애에 대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인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제도이다. 1988년 1월 1일, 근로자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1999년 4월 1일에는 전 국민이 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출발점이 다르고 적용되는 보험료와 지급받는 연금액에 차이가 있다.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 연금에는 일반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과 재해보상급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기업의 근로자들은 퇴직 시 퇴직금을 받지만 공무원의 경우 퇴직금이 공무원연금에 포함된다. 이러한 조건을 제외하더라도 재직 중 납입하는 급여액이 높기 때문에 받을 때도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퇴직 이후의 안정적인 연금 지급을 위해 재직 중에 많은 금액을 납입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과정과 희생을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수령하는 금액의 차이만으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변화하는 연금제도를 개악이라고 부르는 이유
공무원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은 2015년 개혁을 통해 1996년 이후 임용자 모두 동일하게 퇴직연도에 따라 65세로 연장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2021년까지는 60세부터 지급이 이루어졌다. 22~23년은 61세, 24~26년은 62세, 27~29년은 63세, 30~32년은 64세, 33년 이후는 65세로 지급이 늦춰진다. 재원의 안정적인 배분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연금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교육공무원의 정년이 만 62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년간의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결혼 적령기가 과거와 달리 늦춰진 상황에서 자녀에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정년시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때 소득 없이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러한 계산은 정년퇴직을 전제로 했을 때이고, 여러 이유로 퇴직 시점이 빨라질 경우 공백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그동안 모아둔 예금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얘기하겠지만 급여가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 기간제 또는 강사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수급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급 시기뿐 아니라 지급률도 1.9%에서 0.2%가 감소한 1.7%로 줄어들었다. 더 내고, 덜 받는 불합리한 체제로 개악이 돼 버린 것이다. 현장에서는 “우리 때는 명예퇴직도 못 한다”, “퇴직 후 65세까지는 극빈층으로 살아야 하나”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단의 열악한 상황
공무원 중에서 교사가 처한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지금부터 열거하는 내용들은 공무원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와 교직의 특수성이 반영된 내용이다. 경제와 관련한 여러 지표 중 몇 가지만 살펴봐도 공무원 입장에서 얼마나 어려운 경제적 여건인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다. 유동성 공급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악화로 소비자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2.5%, 2022년 4.3%가 상승하였으며 2023년에는 상반기에만 5.7% 이상 상승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미·중 간 경제대립 등 대외변수까지 겹치며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여러 악재 속에서 그간 공무원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1년 0.9%, 2022년 1.4% 상승에 그쳤고 이는 물가상승률 대비 각각 -1.6%, -2.9%였다.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2023년에는 1.7% 상승으로 실질 인상률은 무려 -4%에 이른다. 금리 인상은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공무원이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현재의 임금체계만으로는 너무도 어렵다. 주택 구입을 위해 많은 대출이 불가피한데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오르고 있는 고금리 여파는 어느 직군보다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교사들의 수당체계도 다를바 없다. 항목은 많지만 금액 자체가 너무도 낮은 것이 현실이다. 담임교사수당과 보직교사수당에 대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다. 수당뿐 아니라 성과급에 대한 논란과 한계도 문제이다. 생산성을 측정하고 성과를 객관화시키기 어려운 교원성과급은 유인가로 작동하기보다는 갈등과 불신의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 밖에 일반 회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의 복지제도는 교원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겸직 제한은 공직 수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임을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제약 요소가 너무 엄격해 유연한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연금제도의 변화는 큰 우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금개악을 연금개선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연금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면 개악이 아닌 개선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연금의 주체로서 몇 가지 단편적인 제언을 전해보도록 한다. 공무원연금의 재원이 넉넉하다면 논의 자체가 불필요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기여금 운영방식을 고도화해야 한다. 위험한 투기형식의 운용은 당연히 막아야겠지만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재원의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성격이 다른 별개의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늘 비교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독립성을 명시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공무원연금에 일반 국민의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공무원’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무원과 관련된 모든 것은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러한 기대치를 무시하기보다는 기금의 운용방식에 공익적인 부분을 반영하여 국민 정서에 눈높이를 맞춰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러 개선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변화 흐름은 결코 옳지 않다는 점이다. 부디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공무원연금의 주체인 교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연금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 건전성의 확보나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아닌 당사자인 공무원의 희생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정부부담률은 13.4~16.2% 수준에 머문다. 민간기업의 재정부담률이 19.2%인 점을 생각해보면 공무원연금제도는 오히려 개선되어야 할 점이 훨씬 많은 제도이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정부부담률이 28.8%, 미국은 37.7%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독일은 56.7%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해외사례를 우리와 동일선상에서 논의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쪼록 우리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전문성을 학교현장에서 극대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금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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