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과 전면적인 원격수업으로 인해 디지털역량이 부족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지난 2021년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표 1> 참조), 응답 교원 중 78.9%, 학부모 중 62.8%가 학생들의 교육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하였다.
교육격차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소양을 강조하였다. 디지털소양은 여러 교과를 학습하는 데 기반이 되는 기초소양으로서 디지털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천재지변이나 감염병으로 인해 원격수업이 시행되어 교육격차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기술로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격차 원인별 구체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격차는 인지적 능력이나 학습경험 부족, 학습부진의 누적, 정서적 안정 부족과 같이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가정환경·학교환경·지역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면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교사·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최근 대면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수·학습활동에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하면 학생은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격차 해소는 디지털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나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1대1 맞춤형 교육이 민간교육기관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공공기관에서도 ‘똑똑! 수학탐험대’, ‘AI 펭톡’, ‘EBS 단추 시스템’ 등이 운영되고 있다. AI는 학습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현황을 진단·예측·처방할 수 있다. 이러한 AI를 활용한다면 교사는 학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데이터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이나 감정적 변화를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도가 필요하다.
셋째, 에듀테크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민간교육기관은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개별화교육을 유료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교육기관에서도 이러한 디지털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공교육과 사교육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디지털기술 개발은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급변하는 디지털기술에 발맞춰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에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교육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적인 효과가 입증된 에듀테크 실증학교나 소프트랩을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나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적용함으로써 교육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넷째,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위한 공유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초학력 관련 사이트들은 여러 정보시스템으로 분산되어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고, 각각의 정보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정보시스템 간에 학습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려면 데이터 표준과 함께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 개발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1인 1기기 정책과 연계한 교육격차 해소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시·도교육청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디지털기기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로 학습한다. 개인의 학습데이터가 수집되어야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화된 교육서비스가 가능하다. 따라서 1인 1기기 정책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별화학습을 제공함으로써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여섯째, 보급된 디지털기기를 교수·학습활동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교원과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정보교육은 실과와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34시간 추진될 계획이다. 그러나 34시간만으로 학생들의 디지털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교 재량시간을 통해 정보교육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시대에는 디지털기술의 격차가 곧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교육격차는 곧 삶의 질 격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