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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 함께 읽어요] “독서는 중요한가요?”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쉬운 주제가 아닙니다. 매우 어려운 주제입니다. 학교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고민하고 노력해 왔지만 ‘책을 좋아하고, 잘 읽는 아이들’로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독서율, 실질 문맹률, 도서 구입비 등의 지표는 전 세계적으로 하위권입니다. 학생들도 읽지 않고, 어른들도 읽지 않습니다.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상매체의 과사용도 이런 현상을 부추깁니다.

 

우리나라 독서 교육이나 책 읽기 활동을 살펴보면 ①책 읽기를 성급하게 공부와 연결시키려고 했으며 ②노력도 충분하지 않았고, ③방법도 적절하지 않았으며, ④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여건도 좋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학교 독서 교육 전체를 평가할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고, 잘 읽을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런 노력을 ‘소리 없는 전쟁’이라고 표현합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전쟁과 같은 치열한 노력이 동반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뜻입니다.

 

우선, 학년별로 방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저학년에서는 ‘책 읽어주기’를 기반으로 흥미 있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내용을 알게 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책과 함께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입학 후 3~4년의 기간 동안 책 읽어주기를 꼭 해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이 책 읽어주기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갖고 꾸준히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읽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방에 책 한 권, 두꺼운 책 읽기 도전, 학교에서 온종일 책 읽기 등의 활동이 필요합니다. 단 한 번의 깊이 있는 읽기의 경험, 한 권의 책도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늘려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둘째, 학교에서도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 독서는 매우 좋은 활동입니다.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20분 정도 책을 읽으면서 시작하는 겁니다.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의미, 학습에 필요한 뇌파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의미로서 매우 좋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여유 있게 해줘야 합니다. 바쁘면 책을 읽기 어렵습니다. 이건 믿음의 영역입니다. 독서가 중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셋째, 읽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는 학교 교육 활동 전반에 걸쳐 필요합니다. 아침 시간에 읽어주고, 정규 교과 시간에 읽어주고,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읽어주며, 학부모, 사회인, 학교장이 읽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입학식에서도 읽어주면 더욱 좋습니다. 읽어주면 책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넷째, 교실에 책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학교 교실에 책이 많아야 합니다. 제가 교감이던 시절, 외국에서 전학해 온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다니던 외국 학교의 교실에 책이 많았니?’, ‘네, 한쪽 벽면은 모두 책이었어요.’ 어김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실은 어떤가요? 충분한가요? 가정에서 잘 보지 않는 책을 모아 둔 학급 문고가 아니라 아이들의 좋아할 만한 책을 사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에 마련해 줘야 합니다. 우리 학교는 각 학급에 400여 권의 책, 책장, 그리고 바코드 대출 반납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교실 속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 있습니다. 책이 없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다섯째, 가정과 함께해야 합니다. 학부모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1학년 학부모님들께 ‘함께 읽어주자’라고 해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저는 학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 반드시 ‘독서는 중요한가요?’라고 묻습니다. 이제까지 수만 명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했을 때 단 한 명도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독서, 즉 책 읽기를 위해서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그 일들은 지속적이어야 하고, 의도적이어야 하며, 계획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이 있습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라는 마음으로 책을 좋아할 때까지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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