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라고 하면 ‘왜 읽어줘야 하나? 책은 스스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없어서 그러는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책 읽어주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나아져서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교장 선생님, 부모님이 많아졌습니다.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아주 일찍부터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분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언어능력, 청각주의력 등 발달해
책을 읽어줘야 할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①소리 듣기 능력이 좋아집니다. 청각 주의력(의미 있는 청각 신호, 예를 들어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 친구들과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는 것입니다.
②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언어능력(낱말이나 문장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언어능력의 발달은 듣기로 시작해 점점 발달하다가 나중에 읽기 활동으로 이어집니다. 발달한 읽기 능력을 활용해 계속 읽으면서 언어능력이 더욱 발달합니다.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③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합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알아야 책을 좋아하게 됩니다. 책 읽기의 시작은 이야기책으로 시작해서 이야기책으로 이어지다가 이야기책으로 끝납니다.
④함께 보기 능력을 키워줍니다. 부모가 가리키거나,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는 것은 침팬지에게는 없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함께 보는 것은 ‘함께 보기 능력’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닮아가게 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책)을 몸소 보여주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⑤책을 능숙하게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책을 즐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⑥책 읽기를 시작하는 두려움을 줄여줍니다. ⑦시각 주의력을 길러 줍니다. ⑧책의 영향력과 부모의 영향력을 한꺼번에 전합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다릅니다. 글자를 읽을 수 있더라도 어려운 낱말과 다양한 뜻이 담긴 문장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걸음마를 할 수 있으면 뛸 수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입니다.
‘때가 되면 읽는다’라는 것도 큰 오해입니다. 책을 잘 읽을 수 있게 되려면 ‘준비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기입니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책을 읽어주는 과정에서 글자를 친숙하게 여기게 되고, 나아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며, 낱말과 문장을 습득하게 되고, 이야기를 즐길 힘이 길러지면서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책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할 마지막 기회는 초등학교 저·중학년 시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입학 후에 글자를 배우는 시간이 덜 걸립니다. 이런 상태에서 책을 3, 4학년까지 계속 읽어주면서 책의 재미를 알게 해주면 독서 흥미가 높아져서 책을 적극적으로 읽으려는 마음 상태(독서 태도)가 커지고, 책을 읽는 횟수가 늘면서 독서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거쳐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는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0여 년 전에 책 읽어주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는 ‘책을 읽어주면 좋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책을 안 읽어주면 큰일 난다’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가 아니라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