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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광교산 횡단배수로 정비한 시민을 칭찬합니다

부부 등산하며 산사랑 행동에 감동해

 

얼마 전 석가탄신일 연휴를 이용하여 등산을 다녀왔다. 우리 부부 올해 목표는 월 2회 등산이다. 그러니까 연 24회 등산이 목표다. 지금이 5월 하순. 다이어리에 등산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현재 12회다. 목표에 차근차근 접근하고 있다. 부부건강도 차근차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대개 휴일을 이용해 산을 찾는다. 이번에도 찾아갈 산을 정한다. 칠보산은 석가탄신일에 우산 쓰고 다녀왔고 안양 수리산 병목안은 야생화 탐사로 이미 다녀왔다. 안성 서운산은 거리가 멀고 안산의 수암봉은 가본 지 오래 되지만 기분이 그렇고. 결국 수원시민을 반겨주는 125만 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광교산으로 정했다.

 

그러나 절터와 사방댐 인근의 산사태 흔적은 떠올리기 싫다. 코스를 바꾸었다. 우리 부부가 자주 가는 코스다. 파장동 항아리 화장실을 지나니 바닥을 야자매트로 깔아 푹신푹신하다. 한천약수터를 지나 좌회전하면 광교헬기장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만난다. 초여름 숲 등산로는 완전 그늘이다. 중간중간에 놓인 벤치에 앉아 땀을 씻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우리 부부가 이 코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피톤치드(Phytoncide) 지수가 다른 등산로에 비해 높다. 2012년 관계기관 연구조사에 의하여 밝혀진 사실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뿜는 살균성 물질을 통틀어 지칭하는 단어로 식물(phyton), 죽이다(cide)가 합해진 합성어다. 피톤치드는 균을 죽이는 성분이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되면 병균을 억제시키고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면서 컨디션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코스는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웬만한 체력이면 무난하게 산을 오를 수 있다. 힘이 들면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힘을 재충전할 수 있다. 이 코스에서는 자동차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쇠딱따구리, 까마귀, 박새, 곤즐박이 등을 볼 수 있다. 등산하며 새소리 흉내내며 그들과 주고받는 대화의 기쁨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번 등산에서는 아내와 시를 주고받았다. 박목월의 ‘나그네’라는 시인데 내가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하면 아내가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라고 받는다. 그리고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부분은 함께 낭송한다. 아내는 삼백리를 km로 계산하더니 120km라 한다. 대충 수원에서 대전까지의 거리라 한다.

 

 

목적지인 광교헬기장에 도착했다. 오늘 산을 찾은 사람은 우리처럼 부부가 많았다. 곳곳에 붙은 현수막엔 등산로 보호를 위해 산악자전거와 오토바이 이용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것이 효용성이 있는지 하산길에 자전거 타는 젊은이 딱 한 명을 보았다. 친구 중 한 명은 자전거로 하산하다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여기서 잠깐 한가지를 주목한다. 산에서 능선길을 이용하다 보면 ‘횡단배수로’를 쉽게 볼 수 있다. 침목 두 개가 나란히 비스듬히 놓여 있는 형태다. 이 배수로는 우천 시 내려오는 물을 옆으로 빼는 역할을 한다. 이 배수로가 없으면 능선길을 따라 흐르는 물의 양이 늘어나 등산로가 움푹 파이게 된다. 즉, 등산로 유실 방지 역할을 한다.

 

깜짝 놀랄 배수로 네 개를 발견했다. 우리가 흔히 보던 흙으로 메꾸어진 배수로와는 다르다. 배수로 사이에 쌓여 있는 낙엽이나 흙이 말끔히 치워진 것이다. 누가 이런 착한 일을 했을까? 혹시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나 장안구청 공원녹지과 공무원? 그러면 왜 하필 네 개만 정비했을까? 결론은 광교산을 사랑하는 착한 시민이었다.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녹지경관과 차선식 과장은 “횡단배수로는 등산로 세굴(洗掘:흐르는 물로 기슭이나 바닥의 토사가 씻겨 패는 일) 방지 역할을 한다”며 “수원시민 등산객 중에는 배수로 정비활동을 하거나 쓰레기를 줍는 등 환경보전 활동을 하는 분들이 계시다. 참으로 고마우신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광교산 횡단배수로를 자진 정비한 착한 시민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필자는 가끔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주워가는 사람들을 본 적도 있다. 산을 사랑하는 그 마음과 행동을 칭찬하고 싶다. 선행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한 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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