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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첨단 기술의 역할 제한적… 미래 교육 핵심은 ‘교사’

[초대석]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 미래 교육 이슈 활성화 계기 마련돼
학교의 존재 이유… 모든 학생의 학습 성공 경험
AI 기반 에듀테크로 개인별 맞춤형 교육 가능해져
“도구 잘 활용하면 교사의 역량 증폭기 돼줄 것”


교권보호위원회 등 현 제도는 사후 해결 측면 강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약속·규율 만들어가는 노력 필요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평균을 강조했던 ‘모두를 위한 교육’에서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수준을 반영한 ‘일대일 맞춤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중이다.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있다.

 

교육부 지정 미래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첨단 기술의 발달은 대량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별 맞춤형 교육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개선할 방법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에듀테크를 꼽는다. 지난달 27일 이화여대에서 만난 정 교수는 인터뷰에 앞서 최근 전해진 한 교사의 안타까운 소식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일어난 저연차 교사의 죽음으로 교직 사회가 들끓고 있다.

 

“학생 인권이 강조되기 이전에는 체벌이나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이 있었다. 학생 인권을 보장한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학생 인권을 너무 강조하다가 결과적으로는 교사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일탈하면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학생 인권도 보호하고 교사의 권리도 보호할 약속을 만들고 합의해야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교권보호위원회 같은 제도가 있지만, 일이 일어나고 나서 사후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사전 예방 측면에서 약속과 규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교육계의 관심은 ‘미래 교육’을 향하고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20세기 이후로 많은 교육자와 학자들은 학교 교육의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디지털 기반의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더욱 활발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은 미래 교육 이슈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 수업 초기에는 디지털 플랫폼 접속이나 기기 부족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학생들의 학습 격차 문제도 겪었다. 당시 경험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의 정착이 앞당겨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공교육의 변화는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학교는 태생적으로 대량교육 체제로 시작됐다. 시민혁명 이후에 공교육 체제가 등장하면서 모든 시민을 위한 효율적인 교육제도로 학교가 등장했다. 중요한 사실은, 대량교육 시스템에서는 학습 주체인 학생이 교육 대상, 즉 객체화된다는 점이다.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한 학교 운영은 평균을 지향하고, 학습 내용과 속도, 방법은 평균적인 학생을 가정하고 구성돼 있다. 학생 개인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현실에서 많은 학생이 소외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혁신하려는 실천적 노력이 지속됐지만, 제한된 교육재정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 구현을 위한 노력이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학생 수가 줄었다고 초·중등 교육 재정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학생 수가 줄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 예산으로 사용하려고 하는데, 이월되는 예산의 용도를 찾지 못해서다. 정확하게는 미래 교육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서라고 본다. 미래 교육을 대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AI 시대,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이 학습의 과정에서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미래 학교의 방향도 이런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균 지향의 강의식 수업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일대일 맞춤형 교육’이다. AI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활용하려면 어떤 방식이라야 할까.

 

“AI 기반의 에듀테크는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개선할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HTHT) 교육’은 인간 교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으로 창의적 학습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AI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학생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 학습, 즉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구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

 

-미래 인재의 역량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면 미래의 인재상에 대한 논의로 귀결된다. 학교에서 길러내고자 하는 미래 인재의 역량을 요약하면 ‘6C’로 제시할 수 있다.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이다.”

 

-공교육에서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하나.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보편화할수록 ‘개념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한 개념, 원리, 규칙, 관계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챗GPT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지만, 항상 신뢰성 높은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사용자 스스로 챗GPT의 답변을 평가하고 검증할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식을 이해하는 ‘노잉(knowing)’뿐만 아니라 ‘두잉(doing)’ 중심의 학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토론 같은 창의적 활동은 지식과 활용을 결합한 대표적인 교육적 시도다. 더 나아가 수능으로 지식 암기와 정확한 계산 속도 등으로 학생의 서열을 매기는 오지선다형 평가 방식도 이제 종언을 고할 때다.”

 

-교사의 역할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이터치 하이테크 교육의 핵심은 ‘하이터치’다. 첨단 기술이 가진 교육적 역할은 제한적이다. 기술을 활용해서 교육을 완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교사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학습자가 동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학습이 이뤄지지 않는다. 어떤 도구로도 교육을 주입하거나 강제하지 못한다. 결국, 학생 주도로 학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동기를 부여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도와주고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 끝까지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역할은 교사만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토론 같은 창의적 활동을 도와줄 수 있는 것도 교사다. 결국 미래 교육에 있어서 핵심은 교사다.”

 

-시대의 변화에도 대체할 수 없는 교사가 되려면.

 

“AI 기술은 갑자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기술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이메일처럼 일상화될 것이다. 생성형 AI를 포함한 에듀테크 기술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나온 디지털 도구, AI 도구는 사용자 편의성이 좋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 이 도구를 개인이 잘 활용하면 ‘역량 증폭기’가 돼줄 거로 생각한다. 능력이 출중한 우리나라 교사들이 활용하면 더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업무 효율성과 성과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교원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하면, 관심이 많다. 이왕이면 앞서 배우고 수업에 적용하면서 앞서 나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정제영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학사 △동대학원 교육학 박사 △제44회 행정고시 합격 △교육과학기술부 사무관 및 서기관 △이화여대 교육학과장·호크마교양대학장·기획처장 △현재 교육부 지정 미래교육연구소장 및 창의교육거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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