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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생님 함께 읽어요] 책 읽어주기, 어떻게 시작할까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때 책 읽어주기는 책의 존재를 알려주고, 다양한 글자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아기에게 생명과 사랑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가 책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속성’ 중요해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들의 나이와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을 10~20권 정도 계속 돌려가며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책에다 침도 묻히고, 빨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밟고 다닙니다. 책을 읽어준다고는 하지만 책과 함께 노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속성’이죠. 책 읽어주기가 생활이 되고,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잠깐 짬이 날 때 읽어줘도 좋고, 늘 같은 시간에 읽어줘도 좋고, 잠자기 전도 좋습니다.

 

읽어주는 책은 수준이 약간 높거나 낮아도 무방합니다. 책 읽어줄 때 아기가 앉게 되는 엄마의 왼쪽 무릎을 행복한 무릎(happiness knee)라고 한답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면 그렇게 부를까요? 이렇게 시작한 책 읽어주기를 아이가 커감에 따라 책의 수준을 높여주며 계속해나가면 됩니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줘야 하는 엄마가 책 읽어주기를 경험하지도, 누리지도 못했다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주고, 책 읽어주기를 경험하고 누린 아이가 다시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책을 읽어주는 분위기라야 쉽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꼭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마음가짐입니다. 아이들한테 일찍부터 책을 읽어줘서 똑똑한 아이로 기르겠다는 건 위험합니다. 아직 책의 재미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은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 다른 것을 만지거나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아, 그걸 하고 싶구나!’라며 아이의 행동을 인정해주고, 허락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목표지향적이거나 독서 영재로 키우려는 마음만 가득한 부모는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책을 다 읽어줄 때까지 아이를 꽉 붙들어 두려고 합니다. 이런 행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유산인 ‘책’과 친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전부여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3~4년 정도 계속하면 아이들은 책 읽어주기를 좋아하고, 책과 친숙하게 되며, 스스로 글자를 읽어보려는 마음과 이야기를 즐기는 힘도 길러집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고, 잘 읽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들은 책 읽어주는 소리와 그 과정에서 쌓은 어휘력은 앞으로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쓰입니다.

 

욕심 버리고 ‘재미’ 알려줘야

 

아이들이 선택권이 없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찍 시작하면 엄마가 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웬만큼 큰 다음에 시작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책을 더 읽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반성). 지금부터라도 읽어주려 해(계획). 네 생각은 어때(동의)?’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기쁘게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4~5살도 필요하고,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필요합니다.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담임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어야 합니다. 다만 한 교실에는 아이들이 많고, 독서 수준도 다양해서 읽어주는 방법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같습니다. 중간보다 약간 높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책을 골라 읽어주면 됩니다. 물론 활동 전에 설명과 계획을 말해주는 과정을 거쳐 아이들의 동의와 참여를 얻어 내면 더 좋습니다.

 

1·2학년은 입학 초기의 학교 적응 기간부터 읽어주고, 3학년 이상은 독서 단원을 활용하면 됩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면 전교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씩 책을 읽어줄 수도 있습니다. 시작하면 됩니다. 책을 고르고, 책을 펼쳐서 아이들에게 하루에 10~15분 정도 읽어주는 일은 작지만 위대한 일입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얘들아,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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