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여교사로 산다는 것
엄마는 말씀하셨다. 초등교사가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고, 1등 신붓감이라고. 그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안 해본 상태라 엄마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와 닿지 않았다. 그래도 꼴등보단 1등이 좋겠거니 싶어서 덜컥 교대에 갔다. 이전까지는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등 떠밀려서 교대에 갔고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었다. 10년째 이 직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여자한테 하기 좋은 직업이라는 건 여자라는 성별이 하기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유리하다는 말이었다. “애 아빠가 학교에 쫓아간다는 걸 말렸어요” 육아휴직을 비교적 편하게 할 수 있고, 정년이 보장되어 안정적이라는 유리한 점보다 여자교사라서 교직에서 불리한 점이 아직은 더 크게 느껴진다. 학교에 민원을 넣을 때 담당교사 성별에 따라서 강도가 달라진다는 건 교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부모와 상담하다가 들었던 당황스러웠던 멘트 중 하나가 “우리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라는 말이었다. 의도가 무엇인지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말이었다. 얼핏 들으면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대사지만, 여자교사에게 남자 보호자를 앞세워 압박하려
- 강유진 경기 백석초등학교 교사
- 2023-01-05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