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두 발의 총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여긴 어디지?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 같은 하얼빈 역인가? “후루후루” ‘아, 2024년 교실이었구나.’ 작년 대한민국 교실은 탕후루가 휩쓸었다. 학생들은 모두 권총 두 자루를 들고 다녔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총을 쐈다. 한 친구가 ‘탕, 탕’을 외치면 다른 친구가 ‘후루후루’를 외쳤다. 열기는 뜨거웠다. 2018년 iKON의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를 뛰어넘는 열기였다. 화제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그건 바로 ‘탕후루 송’이라고 불리는, 서이브의 마라탕후루라는 노래였다. 인기 노래의 비결 ‘도대체 이 노래가 전국 교실을 휩쓴 비결이 뭘까?’ 담임인 나는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가사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럼 제가 선배 맘에 탕 탕 후루후루 탕탕탕 후루루루루 바로 이어폰을 꼈다. 탕후루 송을 10번 들었다.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탔다. 노래를 조금 더 들어봤다. 100번을 채웠다. 이젠 고막까지 후루루루 녹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이 노래가 전국을 강타한 이유를 말이다. “짧게 끊어 쳐서 그렇구나!” 만약 마라탕후루 노래 가사가 짧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예시로 알아보자. ‘타아아
“선생님, 귀신이 마우스를 움직여요!” 평소처럼 블로그 글쓰기 교육을 할 때였다. 그런데 한 학생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자신은 마우스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 화면 속 마우스 포인터가 움직이더란다. 담임교사인 내가 바로 출동했다. 정말로 마우스 포인터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람? 눈을 질끈 감으며 심호흡했다. 그리고 어릴 때 읽었던 추리 만화를 떠올렸다. 이야기 속 소년 탐정은 항상 이렇게 소리쳤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라고 말이다. 나도 오른손으로 안경테를 잡으며 학생들에게 외쳤다. “손 머리 위로!” 수업 중에 일어난 일 모든 학생이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랬더니 귀신같이 마우스 포인터가 멈췄다! 학생들에게 다시 손을 내려보라고 했다. 그러자 다시 마우스 포인터 귀신이 등장했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범인은 유령이 아니었다. 진짜 범인은 바로바로 ‘무선 마우스’였다. 필자는 학기 초에 반 학생 수만큼 마우스를 주문했다. 예산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사줄 순 없었다. 그래도 필자가 누구인가. 명색이 ‘알뜰살뜰 구구샘’ 아닌가. 온갖 사이트를 뒤져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유선과 무선
이 글은 유료다. 필자는 칼럼을 한 편 쓸 때마다 신문사로부터 원고료를 받는다. 그러니 글을 대충 쓸 수 없다. 그렇다면 필자가 글 한 편을 쓸 때 쏟아붓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말한다. 이 칼럼 쓰는 데 10시간 걸렸다. 글감 선정에 두 시간, 개요 짜는 데 두 시간, 본문 쓰는 데 세 시간, 다시 읽고 고치는 데 세 시간. 총 열 시간이다. 물론 이 과정은 한 달이 넘게 걸린다. 특히 퇴고 때문인데, 한 달은 묵혀야 자식 같은 글에 대한 애정이 식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 원고를 가차 없이 난도질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에 원고 한 편이? 하지만 클릭 한 번에 이 모든 걸 해치울 수 있다. 그 도깨비방망이는 바로 AI다.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클로드’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말이다. 그 친구들에게 칼럼 한 편 뽑아달라고 하면 5초 만에 뚝딱 해결해 준다. 그럼, 어디 한 번 실력 좀 볼까? “내가 여태까지 제출한 원고 23편을 복사해서 넣어 줄게. 이걸 ‘알뜰살뜰 구구샘의 한국교육신문 원고’라고 학습해.” 먼저 내가 여태까지 썼던 모든 칼럼을 학습시켰다. “이제 24번째 칼럼을 쓰자. 조건은 다음과 같아. 첫째, 내
“작년 선생님이 훨씬 좋았어요. 내년에는 우리 애 담임 안 해주시면 좋겠어요.” 누가 적었는지 알 수 없었다. 교원 평가는 익명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를 싫어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원인을 알아야 고칠 텐데 다짜고짜 별로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묵묵히 저 문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다시 분필을 잡아 들었다. 애써 목소리 톤을 더 높였다. 학생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 보이려 노력했다. 딩동댕동, 어느새 하교 종이 울렸다.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교원 평가를 인쇄했다. 퇴근길 버스에서 다시 읽어봤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호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을 소환했다.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에 차례로 들어갔다. 그리고 짜잔! 기다리던 악플을 만났다. 악플, 피할 수 없다면? SNS에 콘텐츠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는가? 그러면 악플을 피할 수 없다. 교원 평가보다 10배, 아니 100배 더 강력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악플을 먹지 않고 채널을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도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정보성 콘텐츠를 올려도 악플이 달렸다. 일상을 올려도 악플이 달렸다.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추
우리 솔직해지자. 지금 읽고 있는 신문,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빠짐없이 읽었는가? 아닐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크게 관심 없는 주제는 제목만 훑어본다.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글이라도 내 관심사가 아니면 안 본다. 게다가 내 칼럼은 신문 중후반에 실린다. 그쯤 되면 독자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1~2면 기사가 여러분의 주의력을 날름 가져갔을 것이다. 나는 독자의 남은 집중력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한다. 그래야 내 글을 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제목을 더더욱 기막히게 뽑아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필자의 1단계 계획은 성공이다.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뜻이니까. 이제 본론을 말하겠다. 이 칼럼에서 말하고 싶은 건 ‘제목의 중요성’이다. ‘뭐야 이거! 나는 글쓰기 관심 없는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크흠, 조금만 더 읽어 보자. 이 칼럼을 읽으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세상 읽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의 7월 정근수당을 걸고 장담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 필자는 브런치라는 곳에 1학년 담임입니다. 화난 거 아닙니다.라는 짧은 글을 썼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서 이 글을 3일간 걸어줬다. 감사하게도 내
“이거 혹시 선생님이 쓰신 글 아녜요?” 벚꽃잎이 휘날리던 어느 봄날이었다. 내 포스팅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처음 보는 닉네임이었다. 바로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오늘도 상쾌하게 악플로 시작하는 건가?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고 왼손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자세히 보니 댓글 밑에 링크가 달려 있었다. 설마 피싱 사이트는 아니겠지?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살포시 링크를 눌렀다. 휴, 다른 사람의 포스팅이다. 어라, 그런데 뭐가 이렇게 익숙하지?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문체인데! 그 글은 내 포스팅을 그대로 베꼈다. 글과 사진을 모두 복제했다. 어미를 바꾸거나 사진을 수정하는 등의 정성도 없었다. 그냥 말 그대로 [Ctrl+C, Ctrl+V]였다. 복제품을 본 이웃께서 나를 위해 댓글을 달아준 것이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신고 시스템이 있다. 해당 링크를 복사한 뒤 저작권 침해를 사유로 그 포스팅을 신고했다. 그 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철퇴를 맞았다. 글이 비공개로 바뀐 것이다. 클릭 한 번에 정의를 배달할 수 있다니 세상 참 좋다. 글, 사진, 다 내 거야! 포스팅은 발행하는 순간 저작권이 생긴다. 말 그대로 내 재산이라는
보글보글 된장이 끓는다. 군침이 싹 돈다. 이제 주방장이 가장 좋아하는 토핑을 올릴 차례다. 바로 불고기피자다.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든다. 쭉 늘어진 치즈가 일품이다. 돌돌 말아 뚝배기 안에 퐁당! 아차차, 깜빡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다. 급히 냉동실 문을 열었다. 뚜껑을 뽕, 한 숟갈 탁! 이제 조금만 더 끓이면 완성이다. 이 음식의 이름을 지어 보자. ‘된장 집에 놀러 간 불고기피자가 집들이 선물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준비했네!’는 어떨까? 이름이 너무 길다고? 좋다. 2음절로 줄여 본다. 바로 ‘잡탕’이다. 삐빅! 타이머가 울었다. 마침내 주방장이 요리를 완성했다. 내 앞에 잡탕 뚝배기가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난다. 어떤가, 아직도 군침 싹 도는가? 선명한 주제=전문성 블로그 운영도 요리와 비슷하다. 이것저것 여러 주제로 포스팅을 올리면 잡탕이 된다. 잡탕 블로그는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다. 손님 다 떠난다. 필자도 처음엔 잡탕 블로그를 운영했다. 월요일엔 살짝 바빴으니 맛집 포스팅으로 시작했다. 화요일은 성급해 보일 수 있으니 차분하게 독서 포스팅을 올렸다. 수요일은 뭔가 어정쩡한 느낌이라 여행 포스팅을 발행했다. 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