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우당탕탕 우리 반 소파 이야기
몇 해 전 4학년 담임을 할 때의 이야기다. 교실에 2인용 소파를 갖다 두었다. 학기 초 회의에서 교실에 쉴 공간과 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학생 수가 20명 남짓이라 교실 한구석에 여유 공간이 있어 그 공간을 함께 채워나가기로 하였다. 열심히 손품을 판지 일주일 만에 인근의 어느 상점에서 무료 나눔을 받아 왔다. 아이들의 의견을 모아 소파 주변에 매트도 깔고, 읽을 책과 보드게임·인형도 마련하였다. 함께 소파 근처 공간을 만든 아이들은 처음에 굉장히 뿌듯해하였다. 그러나 그때부터 소파 쟁탈전이 시작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소파로 달려가 자리를 차지하느라 아수라장이 되었다. 소파를 차지하고 지키는 것이 아이들의 주된 놀이가 되었다. 다른 놀이는 사라졌고, 주변은 너무 소란스러웠으며, 다툼이 생기기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더 늘었다. 소파가 쏘아 올린 시민의식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만, 꾹 참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일주일째 되는 날 아이들에게 물었다. “소파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나요?” 아이들은 하나둘 불만을 쏟아 내었다. “아이들이 소파 근처에 몰려 있어서 시끄러워요.”
- 구소희 인천 삼산초등학교 교사
- 2025-04-0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