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우유빛 수족관
2년 전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학교 현관을 들어서는데, 평소와 달리 현관이 소란스러웠다. 수족관 앞에 몇몇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고, 그 옆에 중학부 2학년 현우가 손을 들고 꿇어앉아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선생님들이 출근하다보니 전날 오후에 설치한 수족관의 물이 온통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물 위에는 과자가 몇 조각 떠다니고 있었고, 먹이 투입구 옆에는 우유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선생님들이 추리한 결과, 범인은 현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이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은 자가 통학하는 현우뿐이며, 또 현우는 매일 등교할 때 학교 앞 슈퍼에 들러 우유와 과자를 사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현우는 느닷없이 현관으로 끌려왔고, 꿇어앉아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출근한 현우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현우는 그 상표의 우유와 과자를 제일 좋아하며,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좀처럼 그것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들은 모두 웃으며 현우의 살찐 볼을 잡아 흔들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 김귀자 서울정애학교 교사
- 2005-05-02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