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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우유빛 수족관

2년 전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려고 학교 현관을 들어서는데, 평소와 달리 현관이 소란스러웠다. 수족관 앞에 몇몇 선생님들이 모여 있었고, 그 옆에 중학부 2학년 현우가 손을 들고 꿇어앉아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선생님들이 출근하다보니 전날 오후에 설치한 수족관의 물이 온통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물 위에는 과자가 몇 조각 떠다니고 있었고, 먹이 투입구 옆에는 우유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선생님들이 추리한 결과, 범인은 현우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이 시간에 등교하는 학생은 자가 통학하는 현우뿐이며, 또 현우는 매일 등교할 때 학교 앞 슈퍼에 들러 우유와 과자를 사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현우는 느닷없이 현관으로 끌려왔고, 꿇어앉아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선생님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출근한 현우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현우는 그 상표의 우유와 과자를 제일 좋아하며,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좀처럼 그것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됐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들은 모두 웃으며 현우의 살찐 볼을 잡아 흔들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학교의 새 식구가 된 잉어를 사랑하는 현우의 예쁜 마음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우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영화 ‘말아톤’이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했다. 주인공인 초원이는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열심히 달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얼마 전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이 어느 마라톤대회에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했다고 들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장애 학생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이들 삶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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