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함께 쓰는 일기
발령을 받으면서 솔직히 제발 6학년은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6학년 담임이 주어졌고 학급 아동 수는 35명이나 됐다. 사춘기 반항심과 무기력감에 빠진 아이, 학원 수강과 학습지 때문에 하루 종일 뱅뱅 도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야말로 내 멋대로 놀 수 있는 놀이공간에 불과해 보였다. 아이들과 1년을 잘 보내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일기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빠듯한 학교 일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가버리는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일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마다 검사를 해도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일기를 쓰지 않았고, 일기를 쓴 아이들도 그저 검사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허물없이 얘기를 나누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일기를 쓰기로 했다. 우선 ‘함께 쓰는 일기’라고 이름붙인 일기장을 마련했다. 그리고 내 일기를 아이들에게 읽게 한 다음 간단하게 답글을 쓰도록 했다. 일기내용이 단조롭고 정서가 메마른 것은 교감이 적은 것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에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 생활 주변의 작고 사소한 것 속에 숨어있는 생각할 거리들을 찾아 일기를 썼다. ‘마음 열어보기’는 반대로
- 김수정 순천조례초 교사
- 2005-09-22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