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공포 속의 쪽지
20여년 전,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학년이 6학년이었다. "김 선생님 고생 좀 하시겠습니다." 워낙에 개구쟁이들인데다 아이들의 학력은 함께 근무한 모든 선생님들이 걱정할 만큼 낮았다. 당시에는 학교마다 월말고사가 실시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지난달 성적과, 또 친구간 비교가 부담이었고, 담임교사는 다른 학급과의 비교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날마다 한 두건씩 사고를 일으키던 아이들이었지만 월말고사를 치르고 난 다음날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나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평가문항을 하나씩 풀어주다가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야단 섞인 잔소리를 늘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붉은색 색연필로 큼지막하게 점수를 새긴 수학 문제지를 모든 아이들에게 나눠주고서 한 문제씩 칠판에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문제 그때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했니, 안했니?" "공부 시간에 몇 번씩이나 풀어본 문제잖아, 이 문제 틀린 사람 손들어 봐!" 아이들은 행여 선생님의 원망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을까 잔뜩 겁먹은 얼굴로 눈동자만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문화가 앞자리의 영희에게 쪽지를 전달하고 킥킥대며 웃었다. '이런 분위기에
- 김완 전남 무안교육청 장학사
- 2004-04-14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