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지만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도 있다. 간혹 식당 같은 데서 학부모인 듯한 분들이, “야, 선생은 사람 아냐? 선생도 다 똑같은 겨!”라면서 선생을 속물의 계보에 포함시키는 소리를 듣는다. 선생이 도대체 어떻게들 살기에 그런 존경과 비하, 엇갈린 평가를 받는가. 정말 비도덕적인 함량 미달의 선생이 있다면 순도를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과감히 처방을 내려야 한다. 물론 불량 교사를 계량화해 파악한다는 건 무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솎아내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둠벙을 흐리게 한다’는 속담처럼 일부 교사일지라도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부끄럽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학생을 위해 교무실의 희미한 형광등 밑에서 아이와 상담하는 교사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낡은 교무수첩엔 학생의 생일에서부터 장래희망, 성적과 고민에 대한 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어 자신의 일보다 아이들을 먼저 챙기는,묵묵히 사랑을 경작하며 사는 교사도 많다는 것이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이 있으면 모아놓고 늦은 시간까지 아무런 보수도 없이 가르침을 펴는 진정한 교사, 학생이 학교를 포기하려고 할 때 집에까지 찾아가 설득하고 가출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닐 거야 누구의 집에 가든 장롱 열면 처박힌 옷 한 벌 쯤 눈에 띄지 오래됐지만 버리지 못하는 그렇다고 걸어두기도 멋쩍은 그런 옷 있지 누구나 옆구리 눌러보면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는 여자 하나쯤 감춰져 있지 벌개미취 냄새나는 삼십년 전 그대로 살아있지 풀을 먹이고 다림질해야 하는 추억은 보관이 중요해, 쓸쓸한 옷 나프탈렌 냄새나는 것일망정 바람을 쐬어 주어야 해 그래야 수의로 입어 행복한 거야 가을볕 보송보송한 오후 바람 들어 시원한 이유 알겠지 문 닫아도 절로 빠끔히 열리는 장롱, 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