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사계절과 참 많이 닮았다. 지금껏 30년 가까이 교단에서 매년 수백 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통해 또는 담임을 하며 만났지만, 아직도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하지는 못한다. 지금도 매년 신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면 새로운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오르지만, 여름이 되면서 긴장과 두려움으로 경직되는 나를 발견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단풍으로 황홀한 가을이기도 하다. 더러는 한겨울의 나목처럼 우두커니 외롭게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하는 시간은 늘 설레고 행복하고 따뜻한 봄인가 싶다가도 이내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처럼 힘들고, 그렇지만 그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가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차가운 겨울이 우리 곁을 지나고 있음을 보기도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맞이하는 사계절은 순서대로 오면 그때그때 마음의 준비라도 단단히 하겠지만 이 계절은 결코 순리대로 오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시간 위를 걷다보면 긴장과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그 시간이 행복했다. 아이들도 성장하고 성숙해 온전한 한 마리 새가 돼 그들이 살아갈 세상으로 힘차게 날
어느새 지나가고 있는 가을이다. 불과 얼마 전, 주례를 한 졸업생 K는 긴 여름 끝에 온 가을처럼 불쑥 찾아왔다. 그래서 놀랐고 안부 인사 차 모교를 방문한 줄 알았는데, 별안간 결혼주례를 부탁하는 말을 하는 바람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항상 정겹고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습관적으로 말을 심하게 많이 더듬어 친구들이 다들 저를 놀림감으로 삼았는데……, 그 흔한 학교폭력의 대상이었지요. 고2 때 선생님을 만나고 시와 소설을 재미나게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수업시간 제 이름을 불러주시고 친구들 앞에서 시도 낭송하게 했습니다. 지금도 그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선생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내가 우리 반 뿐만 아니라 수업하는 반마다 아이들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준 것은 분명 맞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나름 아이들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기 위해 수업하는 모든 반의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나름 애를 썼던 것이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특히 반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수업 시간에 잠자고 소외되는 아이들 이름을 일부러 더 외워 발표도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