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릴라가 산꼭대기에 올라 석양을 봅니다. 망망대해. 그에게 세상은 섬과 바다, 그 뿐입니다. 바다 저편으로 넘어가는 붉은 해를 넋 놓고 바라봅니다. 그러나 고릴라에게 그 너머 세상은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잠이 들고 다시 저 너머에서 해가 솟아 아침이 되면 배를 채우기 위해 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먹히지 않으려면 싸워야했고, 싸워야만 배를 불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는 산을 오르고 석양을 보고, 배를 채우는 일을 매일같이 되풀이했습니다. 그런 녀석 앞에 한 여인이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잡아먹어야 할 일이었지만 그녀의 재롱(?)이 귀여웠던 탓인지, 녀석은 여자를 죽이지 않고 보살펴줍니다. 물론 여자는 그런 그에게서 도망을 칩니다. 녀석은 여자를 찾아 나섭니다. 아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는 여자를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와 다시 산에 올랐을 때, 녀석은 많이 싸운 뒤였습니다. 여자를 잡아먹으려는 공룡들과 싸우며 온몸에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공룡 녀석은 아가리를 찢어 죽였음에도 분이 안 풀려 확인사살까지 한 번 더했습니다.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녀석은 천천히
박경민 | 역사 칼럼니스트(cafe.daum.net/parque) 기원전 221년 시황제의 통일 진제국은 이후 중국 역대왕조의 기틀이 되었으나 결국 15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전란에 시달려왔던 중국인들은 이번에는 전쟁의 고통 대신 급진적인 국정운영과 사상통제, 각종 노동착취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군주 한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군사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외교력'이다. 만약 분쟁이 있을 때마다 무력만을 앞세운다면 비록 승리한다 해도 자국의 아까운 생명과 국가재산을 소모하여 자칫 망국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돈 한 푼 안들이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도랑 치고 가재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셈이 아닌가? 소진(蘇秦)이 합종책(合從策)을 들고 나와 여섯 나라가 연합하여 북방 오랑캐 나라인 진나라를 고립시키려고 하자(한족 제후국의 입장에서), 진나라는 북방 유목민 특유의 탁월한 정보 수집과 분석력을 발휘하여 장의(張儀)를 발탁, 연횡책(連橫策)을 씀으로써 '진나라 말려 죽이기 작전'을 허사로 돌려놓는데 성공하였다. 즉 다른 여섯 나라 책사들의 술책이 진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