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현자 엄마
우리 반에 현자라는 아이가 있었다. 말도 없고 덩치는 또래 아이보다 큰데 보기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현자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가르쳐서 같이 놀아준다. 노는 것은 그런대로 어울리는데 공부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구구단을 가르쳐도 글자를 가르쳐도 다음날이면 기억을 못한다. 아이들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현자를 가르치려고 아우성이다. 아이들이 현자를 위하는 마음이 기특하고 대견스러워 담임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현자네 반을 맡게 되니 다른 선생님들이 현자 엄마 이야기를 한다. 현자와 같이 놀아주라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먹을 것도 사주고 집으로 초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준단다. 학급일에도 빠지지 않는단다. 만나기도 전에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궁금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현자 엄마가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약속 장소를 알려왔다. 현자 엄마는 별로 말이 없었다. 현자를 잘 봐달란 이야기도, 속상하다는 말도 없었다. 우리는 별말 없이 음식만 맛있게 먹었다. 현자 때문에 힘들까봐 담임에게 신경써주는 현자 엄마가 고마웠다. 어느 날, 난 싱싱한 생선이 먹고 싶어 중앙시장 어물전을 지나게 됐다.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보니 기운이
- 이양민 부천동초 교사
- 2004-11-18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