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이야기> 내가 보여주는 마법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한 녀석이 이름표를 하루 종일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아직 아이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지 못해서 달아놓은 이름표건만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지 손으로 가리고 아무도 못보게 한다. 다음날도 여전히 이름표를 손으로 가리고 왔다. 안되겠다 싶어 출석을 부르면서 출석부에 적힌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하나 남는 이름은 '전상준’. 녀석에게 다가가 심각한 얼굴로 한참을 쳐다봤다. “왜요?” “응, 네 이름 맞추려고. 선생님은 무엇이든 다 알고, 다 맞출 수 있거든.” “그럼 맞춰보세요. 제 이름이 뭘까요?” 아이들은 선생님이 못 맞춘다, 맞춘다 편이 갈라져 웅성거리고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집중해서…. 아이쿠, 정말 어려운 걸. 어디 보자…. 알았다! 네 성이 선생님 성이랑 같네. 너 전씨지?” “우와, 어떻게 아세요?” “아까 선생님이 다 맞출 수 있다고 얘기했잖아. 혹시 이름 마지막 글자가 준이니?” 정말 맞출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교실 전체가 술렁거린다. “이제 가운데 글자를 맞춰야지. 이건 좀 어렵네. 누가 선생님한테 힘을 주세요.” 아이들이 '저요, 저요’하면서 서로 힘을 주겠다고 한다. '하나 둘 셋
- 전은정 평택 지장초 교사
- 2004-07-29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