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바늘과 실
30년 만에 제자들을 만났다. 사내 녀석들이 태워주는 기마로 둔덕을 올라가다가 바짓가랑이가 뜯어졌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누가 바늘과 실 없니?” 사실 산에 가서 물고기를 찾는 식이었다. “선생님, 저 있어요!” “그래, 어쩐 일로 바늘과 실을 가지고 다니니?” “선생님께서 6학년때 ‘바늘과 실을 가지고 다니는 여자가 되라’고 하셨잖아요. 그때부터 저는 바늘과 실을 줄곧 가지고 다녀요.” 그때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컸던, 지금은 마흔 줄을 넘은 여자 제자다. 잠시 내 마음에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그리고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내가 아이들에게 입력한 교육의 결과를 30년 만에 출력해서 직접 눈으로 보게 됐으니 말이다. “바늘과 실을 가지고 다니는 여자가 되라!” 햇병아리 총각교사였던 내가 왜 그렇게 고리타분한 말을 했는지 지금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교사라는 직업은 참 어렵다. 교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일생 동안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좋은 기억일 수도 있고 잊고 싶은 상처일 수도 있다. 가끔 제자들이나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를
- 정영인 인천부내초 교사
- 2004-12-07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