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두렵게 하는 '히든 트라우마'
저는 3월이 좋습니다. 추위에 한참 웅크렸던 몸을 슬며시 녹여주는 봄햇살의 따스함이 좋고 새 학생들과 첫 대면을 상상해보는 설렘도 좋습니다. 어떤 아이를 만나게 될까. 그 아이와 어떻게 지내게 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개구쟁이라면, 말썽꾸러기라면. 호기심과 기대감에 속이 다 간질간질할 지경입니다. 그러나 3월이 두렵기도 합니다. 쏟아져 나오는 잡무가 두렵고, 분노조절 못하는 학생을 만날까봐 두렵습니다. 어린이집 핵펀치, 땅콩회항, 문구점 차량 돌진 등 ‘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남의 인생은 물론 자신의 인생까지도 망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도되는 요즘, 나 역시 한 순간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욱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과 불안감에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두려운 3월, 불안한 분노감정 사건사고 소식은 온종일 기분이 처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무기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피해자가 걱정입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가 느꼈을 공포감과 처절함, 수치심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 처참한 경험으로 인해 그 아이가 세상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에 아파하지는 않을까, 혹시 그런 매정한 세상에 대한 증오심과 보복심을 지니게 될까봐 걱정합
- 조벽 동국대 석좌 교수
- 2015-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