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작은 해프닝으로 끝난 일을 적은 글이기에 다소 부끄러움이 앞선 수상소식이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와 아이들에게서 자살이라는 말이 너무도 쉽게 회자되는 상황에서 저에게는 강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어서 언젠가 한번은 곱씹어 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막연히 자살하거나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곳이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돌이켜 보면 겁도 없이 시작한 교직생활이었다. 일년 일년 교직 경력이 쌓여갈 때마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보다 많은 부분에서 아이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졸업 후 찾아와 10년 전에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절망감을 느꼈을 때 찾아올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글을 선택하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인문계 고교의 학기 초 학생 면담은 대부분 장래희망이나 학업에 대한 고충, 희망 대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뒤 가볍게 고민이나 학교폭력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20여분 정도면 끝나곤 한다. 5년 전 4월 면담 마지막 날, 내겐 한 학생과의 잊지 못할 만남이 있었다. 7교시 마지막 자율학습 시간, 미영(가명)이와 시작한 면담은 특별했다. 작은 키에 마련 몸매, 얌전한 성격의 미영이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다. 머리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수업시간에 졸기도 하고 가끔 이해가 되면 필기도 했지만 잘하는 과목은 별로 없었다. 장래희망은 공예가였는데 막상 물어보니 공예가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중학교 미술시간에 했던 색종이 바구니 짜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공예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예술적 재능이 커 보이진 않았다. 성적에 대해서도 별반 할 말이 없었다. 대학 진학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했다. 딱히 싫어하는 것도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민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때 마지막 차례인 다른 학생이 재촉하며 교무실 문을 빼꼼히 열었다. 그렇게 면담은 끝나가는 듯했다. 적어도 미영이가 불쑥 충격적인 말을 던지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