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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서울교총(회장 김성일)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지난달 28일 ‘2022 교섭‧협의 합의 체결식’을 가졌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합의에 이른 이번 교섭‧협의 합의서는 교권 보호를 핵심으로 교원의 교육활동 지원‧보장 및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총 32개 조 58개 항으로 구성됐다. 서울교총은 ▲교권보호 6개항 ▲교원의 교육활동 지원‧보장 13개항 ▲교원의 근무여건 개선 23개항 ▲전문직 교원단체 활동 보장 8개항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교육활동 보호 전담 조직 설치를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업무 일원화 노력 ▲교원치유센터 ‘공‧감’의 확대 운영 ▲교육활동 침해 사안에 대해 민사‧형사상 소송 비용 지원 확대를 통한 교원의 부담 최소화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각종 민‧형사사건에 연루된 교원이 무혐의로 입증될 경우 해당 교원의 치료와 휴식 지원 등이다. 또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법령 제정을 위한 협조 ▲학교 내 파업 발생 시 법령이 정한 범위 내에서 학교 고충 최소화 노력 ▲교감의 업무 경감, 직책급 업무추진비 신설 노력 ▲단설유치원 설립 노력 ▲특수학교(급) 교원의 심적 피로감 회복 연수 운영 ▲특성화고 학급당 학생 수 18명 이하 조정 노력 ▲보건교육센터 설치 노력 ▲근무여건 개선과 전문적이고 효율성 높은 영양교육을 위한 의견 적극 수렴 ▲사서교사 근무 여건을 위해 사서교사 정원 확보 노력 등에 합의했다. 김성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합의는 교원의 교권을 보호하고, 교원이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 및 근무여건 개선에 집중했다”며 “교섭합의를 통해 서울교육의 바른 길잡이가 되고, 학교가 학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연필과 샤프심 닳는 소리와 간간이 종이 뒤집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아이 셋 챙기느라 출근 시간이 늦어 날마다 불안했는데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1995년 6학년을 담임했다. 순천에 처음으로 분양한 아파트에 당첨되어 이사했고, 집 가까운 학교로 옮겼다. 아홉 개 반으로 잘사는 사람이 많았고 학부모 교육열 또한 높았다. 매달 월말고사를 봤고, 학생은 물론 선생님과 학부모도 시험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엄마들도 시험공부에 열을 올렸고 문제 한두 개 맞고 틀리고에 민감했다. 심지어 집으로 전화해 자기 아이가 몇 등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알려 주지 않아도 몇 반, 누가, 몇 점으로 전교 일등을 했는지 벌써 소문이 났다. 점수가 낮은 반은 교장이 따로 담임을 불러 꾸중하기도 했다. 공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려면 할 수 없이 애들을 들들 볶는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 문제였다. 6학년 담임은 중학교 반별 배치 고사 성적까지 신경 써야 했다. 시험 날짜와 범위가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매일 복사물을 풀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아이들도 지겨웠겠지만 선생님도 입에 침이 마른다. 시험이 끝나면 아홉 명 선생님이 교실에 모여 한 과목씩 채점했다. 이곳저곳에서 한숨과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몇 번을 가르쳤는데 틀렸다며 가만두지 않겠다고 씩씩거리며 시험지에 화풀이한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몇 반이 잘했는지 비교하며 더 강조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과목마다 최하 점수를 받은 학생이 없어야 반 등수가 중간이라도 되기에 쉬운 문제를 틀린 학생이 누군지 확인한다. 채점하는 교실은 선생님들 중얼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그나마 주관식 채점 시간이 돼야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문제 답을 쓰지 못하고 빈칸으로 둔 학생은 시험 끝나고 교사의 화풀이 대상이 됐다. 무슨 말이라도 꼭 채우라는 담임의 잔소리에 얼토당토않은 답을 쓴 학생 답안지를 보고 배꼽 잡으며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쓰라는 문제에 동아 문구사, 장군 문구사 등학교 주변 문방구 이름 네 개를 쓴 학생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하려고 노력했지만 애들이 어려 씻고 밥 먹여 학교 도착하면 여덟 시 사십 분이다. 담임인 내가 없는 사이 교장이 돌아다니다 떠든 걸 볼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 시절 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왕이었다. 개인 사정이 어쨌든 조금도 이해해 주지 않았다. 반장에게 자습 시간 아이들 조용히 시키라고 누누이 말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고등학교 때 썼던 깜지가 떠올랐다. 반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떠들어 교장에게 불려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깜지를 써야겠다고 했다. 교탁에 갱지를 두면 암기 과목(사회, 과학, 실과, 음악, 미술, 도덕)을 읽고 그 내용을 앞뒤로 채우라고 했다. “글씨는 깨알같이 작게 쓰고, 일일이 검사해서 책에 없는 내용이면 남아서 다시 쓰게 할 테니 알아서 해!”라며 엄포를 놨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 하는 탄식 소리가 들렸다. 본인들 때문에 다른 반에 피해가 갔고, 선생님이 교장실까지 불려 갔다니 아이들도 더 이상 어쩌지 못했다.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학생들 등교 시간이 빨라졌다. 교실에 들어서면 교탁에 놓인 갱지 한 장을 들고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며 손이 바빠진다. 말소리가 없어진 교실은 고요 그 자체다. “휴! 다 썼다” 안도의 한숨이 들린다. 아침에 쓰지 못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쓰느라 놀지도 못했다. 매일 일기장과 깜지를 검사했다. 힘들어 죽겠다는 불평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묻는 내용이 많았다. 미안한 생각에 갈등도 많았지만 쉬운 인상을 줄 것 같아 그만두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담임이 없는데도 교실이 조용하다며 자율 학습을 잘하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부작용이 생겼다. 글씨가 점점 커지고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쓰며 요령을 피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필 두 개를 겹쳐 한꺼번에 쓰기도 했다. 기발한 생각에 웃음도 났지만 꾹 참고 내색하지 않았다. 아침밥을 먹지 않고 오는 애들이 하나씩 늘어났다. 급기야는 학부모 항의까지 받았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도 아닌데 새벽에 일어나 밥도 먹지 않고 아침 일찍 나가는 게 말이 되냐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힘들어하는 애들에게 미안해서 언제 그만둘까 고민했는데 잘됐다. 종례 시간 애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했다. “그동안 깜지 쓰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선생님이 없어도 잘하니 그만해도 되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 지르며 좋아한다. 하지만 또 떠들면 다시 시작한다는 협박 아닌 협박은 빼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숙제로 깜지를 썼다. 고통스러웠고, 효과도 없는데 왜 시키는지 선생님을 원망했다. 좋지 않은 경험이었는데 초등학생에게 떠든다는 이유로 똑같이 시켰다. 학급 관리 잘한다는 동료 선생님 칭찬에 어깨 으쓱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디에도 말하기 부끄러운 일이다. 2022년 4월, 학교에 도착하니 여덟 시 오 분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자유롭다. 일찍 온 학생들이 복도에서 뛰고 난리다. 몇몇은 남, 여 탈의실에 들어가 문을 발로 차며 소리 지른다. 어떤 반은 운동장에서 달리기하고, 어느 반은 조용하게 책 읽고, 또 다른 반은 보드게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출근 시간만 지키면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된다. 사십 대 엄마 아빠가 된 제자들은 체벌이 없어진 시대에 사는 자식을 키우며 숨 막히게 깜지를 썼던 6학년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재미로 읽는 과학의 세계 이 책은 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쓴 책이다. 과학의 대중화를 꿈꾸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지만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과학지식이 가득하다. 우리는 모두 게놈의 자식입니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복합어로, 한 생명체의 특징을 결정하는 모든 정보,즉모든 유전정보를 뜻합니다. 생명의 설계도인 게놈은 DNA가 유전정보를 포함한 채 염색체로 응축되어 전달됨으로써 작성되는 거예요. -34~35쪽 생명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 우리가 SF 영화나 소설, 게임에서만 상상했던 멋진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여러분이 자라나는 세상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기술이 등장할 거예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논리는 당신을 A에서 B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당신을 어느 곳이든 데려가 줄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상상력이 우리를 과학이라는 넓은 우주 어느 곳이든 데려가 줄 거예요. -48쪽 있는 그대로 존재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며 살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의 불행이 아닐까. 그럼에도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존재가 얼마나 신비한지 과학으로 증명해 보인 위대한 과학자들의 책을 알기 쉽게 번역하고 풀어 쓴 친절한 책이다. 이제 막 교양 수준의 과학을 넘어 전문가 그룹에 입성한 젊은 과학도들이쓴 이 책은 상큼발랄한 표현과 익살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어쩌면 인간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세상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고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고달픈 생명체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느 한 순간, 어떤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잃어버리게 되면 무서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존재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삶을 향한 끝없는 구도의 길이다. 존재의 꽃을 찾아 떠나는 여행 반대로 하잘 것 없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의미를 찾고 발견하는 순간, 세상이 달라 보이기도 한다. 김춘수의 시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그 무엇이 되고 싶어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인간, 그 욕망은 때로 소유하는 인간을 낳고, 폭주하는 인간을 만들며,무서운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선한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역경을 이기고 고난의 행진을 멈추지 않으면서 선한 빛을 남기는 이들은 세상의 물줄기가되고 꽃으로 피어 역사에 이름을 남겨 존재하지 않음에도 영원히 잊히지 않고 살아남는다. 과학은 자연의 섭리를 숫자로 증명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 속에서 끌어내어 보이는 물질로 형상화 시킨 위대한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 과학의 발달로 인류는 보다 편리하고 좀 더 재미있으며 더 오래 사는 존재로 남았으니 과학자들에게 진 빚이 크다. 아인슈타인에 버금갈 정도로 유명한 과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만일 모든 과학지식을 사라지게 만드는 재앙으로 후대에 남겨줄 과학지식이 단 한 문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그 문장은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All things are made of atoms)'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원자론이 세상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인만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리의 뇌, 귀여운 강아지, 지금 읽고 있는 책, 달콤한 초콜릿을 포함한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44쪽 이 대목을 읽다가 나를 과학적인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나는 변화를 갈구하며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은 원자의 집합체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내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남기고 갈 한 문장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파인만에 따르면 원자로 이루어진 '나'라는 몸과 정신은 과학적인 진술이다. 산소를 포함한 몇 가지 원소의 집합체인 '나'라는 존재를 단 한 문장으로 남길 그 무언가를 위해 고민하게 한 책이다. 과학지식이 가득한 한 권의 책에서한 인간에 대한 정의를 고민하게 되었으니 책의 위대함과 대단함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듯 살아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어둠 속을 헤매며한 줄기 빛을 기다리듯 구원을 갈망하듯 책을 읽는 행위도 어쭙잖은 글쓰기를 계속하는 것도, 모두 존재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아도, 그저 이렇게 사는 일이 최선이며 좋아하는 일이기에 새해 첫날 도서관에서 마스크에 돋보기까지 쓰고 2023년을 시작했다. 이 책은 일상의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풀이해주는 친절함을 겸비하여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과학에 대한 최소한의 교양을 갖추기 위한 도구로서 지식의 힘은 매우 크다. 지식은 곧 나를 지켜주는 무기가 아니던가. 그러니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은 진리다. 여기서 힘이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위해를 가하기 위한 폭력적인 힘이 아닌, 존재로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전략적 힘으로서의 지식이다. 시간을 먹고 자란돈이라는 불랙홀,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 몇 벌이면 충분한 옷, 내면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사치품에서 헤어 나오는 순간 홀가분해진다. 인생은 여행이다. 그 여행길에 짐가방이 너무 무거우면 출발하기 전에 지친다. 목적지에 갈 수도 없지 않은가. 여유 시간이 나면 사람들의 로망은 여행이 대부분이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맛난 음식을 먹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선망한다. 2023년 나의 인생 설계 주제는 '여행'이다. 몇 년 동안 불성실했던 '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책 속에 안주하여 정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지식을 얻기 위한 교양으로서의 독서를 넘어, 새로운 언어를 만나고 작가들의 풍경을 함께 누리며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만들고 싶다. 복을 받으려는 이기심을 버리고 복을 짓는 삶을 위한 소소한 즐거움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일상을 누리리라. 행복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고달픈삶을 내려놓는 일에서 출발한다고 가르쳐주는 책,보여지는 삶에 연연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존재하라는 철학자와 구도자의 언어가 숲을 이룬 도서관의 쌀가마니를 부지런히 뒤지는 생쥐가 되리라. 그 생쥐 여행자의 등가방을 즐거운 마음으로 꾸렸다. 독서록, 일기장, 필통, 돋보기가 전부라서 가볍다. 도서관에는 존재의 꽃들이 내뿜는 향기가 가득하다. 그 향기를 찾아내 인생의 소원인 '책만 읽는 바보'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는 2023년이기를!
“너는 관리자들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다.” 불과 십 년여 전에 소속 학교장으로부터 면전에서 직접 들은 불만 섞인 코멘트였다. 이 말의 진심이 무엇이든지 간에 이는 필자에게 쇼킹한 말이었다. 원래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에 함께 어울림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약점일 수 있다. 특히 우리 조직문화에 그러한 시기가 분명히 존재했기에 내심 짐작은 했다. 하지만 마치 선천적인 증상처럼 교직 초기 단계부터 알코올을 몸이 이겨내지 못하고 또 학생 시절 내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깨어 공부하던 생활 방식은 야간에 친교의 시간을 갖지 못하기에 두고두고 타인과의 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필자에겐 교직의 입문부터 지론(持論)이 있다. 이는 '배우면서 가르친다'는 것을 삶의 모토(motto)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성격적으로도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사교를 중시하기보다는 조용히 홀로 침잠(沈潛)하여 책을 읽고 사색을 즐기는 내향적인 기질이 압도적이다. 그러니 젊은 날 또래들과 어울려 당구를 치며 우정을 쌓는 시간을 비롯해 소위 잡기(雜技)를 즐기는 놀이문화에는 젬병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술을 즐기는 모임에서는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객기를 부려 어쩌다 마시는 한 잔의 술에도 온몸에 반점이 돋고 세상의 술은 혼자 다 먹은 것처럼 얼굴이 완전 홍당무가 되고 정신이 혼몽하여 그야말로 촌티가 물씬 난다. 오죽하면 학교장이라는 성숙한 인격체를 가진 분이 대놓고 그런 말을 할 정도였을까.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대신에 필자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교사로서의 행정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 남다른 고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래서 엘리트주의를 쫓던 비교적 젊은 시절에는 좋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망에 40대에는 바다 건너 섬에 위치한 과학고에 온갖 출퇴근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원하여 근무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20세기 최후의 로맨티스트란 학생들의 호칭을 들으며 즐겁고 행복한 교사 생활을 했다. 그곳 근무 중에 국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검토 교사로 추천되어 1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출제 본부에 입소하기도 했다. 여기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당당하게 공교육에 전념해 왔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의 교직 생활을 고3 대학 입시지도에 전념해 왔다. 매년 3학년 부장과 담임교사로 동고동락한 학생들이 지금은 사회에서 각자 성공적인 비중있는 역할을 하면서 사제지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이제 학교장으로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에의 철학을 펼치고자 한다. 몇 년 전일이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다국적 대기업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한 제자는 이사 승진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니 오늘의 순간이 있기까지 가장 잊을 수 없는 은인으로 필자를 수소문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학교를 방문하여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현직 교사인 또 다른 제자는 지극 정성으로 스승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며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고3 시절, 매일 함께 신문을 읽고 논술 준비를 하던 제자는 명문대 입학에서 과 수석을 유지하며 대학 방송사 기자로 활동 후 지금은 유명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공교육에 입직하지는 않았지만 사교육 기관에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자는 잊을만하면 안부를전하고 명절에는 특별한 예를 갖추어 정성껏 선물을 보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의 원천은 무엇일까? 묵묵히 가르침을 운명으로 알고 그 속에서 얻는 보람과 자긍심을 지킨 결과다. 그래서 관리자의 길에 나선 시기가 동료들에 비해 훨씬 늦어졌지만 이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생각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삶의 동력이 되었다. 가르침과 사색의 시간이 축적된 결과는 교육 칼럼니스트가 되어 우리 교육에 대한 애증을 맘껏 쏟아내고 있으며 미래 교육에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곳곳에 지나치게 물든 물질주의와 출세주의에의 욕망을 극복하는 것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맡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사는 사필귀정이라 믿는다. 진실하고 성실한 삶으로 솔선수범하며 사랑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삶은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의 삶을 지탱하는 자세라 믿는다.
제28대 경기도교육삼락회장에 김유성 후보가 당선됐다. 전 죽전고 교장인 기호2번 김유성 후보(64)는 27일 오전 수원 하한정에서 열린 회장 선거에서 유권자 39명 중 26명이 투표에 참가(투표율 67%)한 가운데 15표(57.6%)를 얻어 경쟁자 기호 1번 박기준(79) 후보를 누르고 회장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도삼락회 창립 이래 첫 선거로 경기도교육삼락회(회장 전근배)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했다. 선관위에서는 후보자의 알 권리를 확보하고 후보자를 홍보를 위해 선거인단 단체 카톡방을 활용하였다. 이 카톡방에 후보자 벽보 포스터, 홍보물(A4 1매), 후보자 영상(6분), 찬조자 3명 영상(5분), 후보자 토론회 녹화 영상(22분)을 공유해 후보자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 투표권은 정관에 따라 지역삼락회 회장과 사무국장, 도삼락회 임원 등 총 39명에게 주어졌다. 김유성 당선인은당선소감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삼락회 활성화를 우선과제로 선정해 배우는 즐거움, 가르치는 즐거움, 봉사하는 즐거움과보람을 느끼는 회원 활동공간과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회원의 외연확보로 교사, 교감, 원감, 원장, 교수 등을 영입해 우수한 재능 자원을 활용,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도교육청과 유기적으로 협조하고 지원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 당선자는도교육청 장학관과 지역교육청 장학관 경력이 있고 동백고, 청덕고, 죽전고 교장,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회장을 역임했다.
오늘도 학교 현장에서 열일하고 계신 선생님들! 가슴 속 답답한 이야기는 많은데 어디 털어놓을 곳이 없으셨다고요? 그렇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본지가 계묘년 새해를 맞아 우치갑 선생님과 함께 웹앱 ‘패들렛(Padlet)’에서 솔직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신규코너 ‘와글와글’을 운영합니다. 패들렛은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동시 접속해 포스트잇을 붙이듯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웹앱입니다. 이번 주제는 ‘교육부와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교육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가감 없이 털어놔 주세요! 더 다양한 이야기는 ‘padlet.com/t88/20221215’에서 확인하세요. 에듀테크 구체적 활용 방안 줘야 에듀테크 기기만 보급하고 연수 자료 나눠주면서 무조건 적용하라고 하지 말고, 보조 교사 충원, 가산점 제공 등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있었으면 합니다. 구체적인 지원은 없이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교육부. 애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유튜브로 게임 동영상만 보고, 친구들이랑 SNS, 카카오톡만 하는데, 이게 진정 미래의 학교 모습인가요? 기기만 쥐어 주고, 구체적인 지원은 없으면서 현장의 선생님들이 ‘무능하다’, ‘동기가 없다’고 나무랄 수 있는 부분인가요? 학생 선택 반대! 학력 저하의 원인 학생의 선택을 강조하는 현 교육의 풍토를 반대합니다. 학생들은 쉬운 것을 좋아합니다. 숙제 싫어합니다. 게임 싫어하고요. 시험 어려운 거 싫어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때문에 학력이 저하되는 것입니다. 학생들, 잔소리 싫어합니다. 달달한 거 편한 거 좋아하고요. 수업 시간에 탭하고 핸드폰 해도 잔소리 안 하는 교사가 있으면 그런 과목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성실한 태도도 상실되고, 교사도 적극적으로 잔소리 못 합니다. 그래서 학력이 저하되는 겁니다. 교원평가 개선 필요 누구를 위한 평가입니까? 학생들 뜻대로 오냐오냐하는 선생님들은 착하다, 소신껏 꾸짖고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는 가시 돋힌 말이 난무한 것을 보며, 미성숙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평가할 능력과 자격이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의 제도는 익명을 빌어 앞에서는 하지 못할 말을 기회를 얻어 쏟아내는 것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말보다는 아픈 말이 가슴에 박혀 오래 남기 마련입니다. 교사도 인간이므로 평가를 통해 개선하고 연찬의 기회를 갖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신껏 열심히 지도하는 분들이 상처 받아 움츠러드는 지금의 평가방식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권침해 강력 대책 필요 교권이 바로 서야 학습권도 살아납니다. 지금 많은 선생님들이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학생 인권은 있지만 교권은 없는 현실. 교권침해 시, 강력 처벌 및 생기부 기록, 대학 입시 불이익 등이 꼭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권익은 보호하지 않고 일이 커지지 않도록 쉬쉬하는 관리자들의 태도도 변화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강력한 대책 꼭 필요합니다. 담임교사 행정 업무 경감 필요 담임교사의 역할은 학생 관찰 및 상담, 학급 구성원 공동체 의식 함양이지만 과중한 행정 업무로 1년 동안 학생 상담은 2회를 채우기조차 힘든 실정입니다. 특히 중학교는 평균 수업 시수가 18 이상이므로 상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 학급 당 학생 수는 교육의 질적 차이를 불러옵니다. 과거 1개 반 학생 수 50명과 현재의 35명은 교육적 차이가 매우 큽니다. 미래 교육은 대량 교육이 대안이 아니며 인재 육성은 더더욱 힘들다고 봅니다.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교사 행정 업무경감 및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 조절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생활기록부 개선해야 중학교 담임입니다. 이 시기 되면 다들 아실 겁니다. 생기부 쓰느라 정신없습니다. 이걸 꼭 써야 하나? 필요한 거! 정말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할 만한 거만 썼으면 합니다. 수월성 교육에 더 집중하라 우리나라는 공부에 관심 없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정책은 많지만, 우수 학생들을 위한 심화학습 정책은 정말 적습니다. 꼭 영재라고 부르지 않아도 우수한 인재 비율을 늘려서 이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맡기는 식이 아니라 교육부 차원에서 정말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더 우수해질 수 있도록,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폭 넓게 참여하고 스스로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노력하고, 도전하려는 학생들을 발굴해 나가야 합니다. 단기적 유희적으로 끝나거나 상업적으로 돈이 되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그런 교육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법정의무교육의 현실 매년 해야 하는 성폭력, 청렴, 긴급복지신고자의무 등 이 많은 연수를 온라인으로 묶어서 들어야 하거나, 아까운 종이를 낭비해가며 교직원연수 때 시행하고 있습니다. 의무니까, 사진 찍어야 하니까 싸인만 하면 넘어가는 연수…. 이런 의미 없는 의무연수를 매년 수만 명의 교사가 하고 있습니다. 법정의무교육 과감히 축소해주세요. 진짜 의미 있는 연수만 듣게 해주십시오. 교사들은 그 정도의 지적능력이 있는 집단입니다. 매년 이 수많은 시간 낭비, 자원 낭비를 보고 있으면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수많은 선생님 모니터에 아무도 보지 않는 동영상 연수가 돌아가고 있는 이 연말. 이제는 이 바보짓을 그만할 때가 됐습니다. 대입위한 고교학점제 차라리 하지 말자 정말 학생의 선택과 진로에 맞춘 제도입니까? 대학이 원하는 과목 가이드라인 정해놓고 대학 기준에 맞춰 과목 선택하는 제도가 고교학점제입니까? 현장 와보세요. 진로를 고1 때부터 정해놓는 학생이 몇이나 되는지…. 고교 때 진로 안정하면 패배자가 되는 제도, 이게 진정한 고교학점제입니까? 학생의 선택은 강조하면서 정작 교사의 어려움은 외면하다니요. 교사에게 자괴감을 주고 일하기 싫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는 고교학점제. 결국 학생에게 피해가 될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뜬구름 잡는 고교학점제, 누굴 위한 정책입니까? 타 시도 교류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주세요 주말부부로 떨어져서, 매년 육아와 업무 출퇴근이 고민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육청 위주의 행정편의식 업무가 아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타 시도 교류가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성과급 폐지 교사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성과급 제도 폐지를 원합니다. 애초에 교육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니까요. 태블릿 기기 일괄 보급 반대 이거 진짜 돈 낭비입니다. 이미 있는 학생들도 많고 오히려 관리 및 A/S 걱정에 안 받고 자기 거 쓰는 학생들도 많아요. 필요한 만큼만 조사해서 나눠주길 바랍니다. 실적용 예산 낭비는 그만. 그 돈으로 차라리 수업, 평가, 생기부. 업무 다하느라 하루하루가 너무 벅찬 교과교사나 증원해주세요. 난방비가 너무 올라 학교가 추워요 핫팩하고 장갑 끼고 있어요. 어느 시대인가 싶네요. 학교 난방비 협의에 앞장서 주세요. 개인 핸드폰 번호 공개 금지 학부모와 교사의 연락 수단이 꼭 교사의 개인번호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근무 시간 내에 연락할 사항이 있다면 교육용 어플이나 학교 내선 번호로, 상담은 미리 약속을 잡으면 됩니다. 근무 시간 외 긴급한 일은 119나 112로 연락할 사안이지 학교에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상 개인번호를 공개하는 선생님도 계십니다만, 이를 아예 금지해주면 불필요한 개인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될 거라 기대합니다. 휴대전화 연락이 더 편하다면 업무용 전화번호 지원 사업(투넘버 서비스)을 확대해 교권침해와 사생활 노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상명하달식 교육정책 시행 금지 현장의 검증 없이 새로운 것만 좋다고 여기는 정책을 멈춰야 합니다. 혁신을 좋아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좋은 부분까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사회로 나가 적응하기 전 인간과 인간끼리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배려하면서 따뜻함을 느끼는 곳이 교육 현장이어야 합니다. 교사가 물리를 배우고 싶은 학생에게 어느 대학 무슨 과를 지원할 것인지 묻고 ‘물리가 왜 필요해?’라고 대화하는 걸 들었는데, 이게 무슨 교육인가 싶습니다. 어떤 과목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골고루 들어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과목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어려운 과목도 배워야 합니다. 어떻게 잘하는 것만 하고 ‘역시 나는 잘났어’라는 생각으로만 세상을 살 수 있습니까? 아이들을 사랑으로도 키워야 하지만, 시행착오와 시련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적절하게 경험해야 더욱 단단해지고 사회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집니다. 교사를 지지하는 사회 풍토 조성을 학년말이 되면 바쁘던 학교가 정신없이 바빠집니다. 자신의 수업이, 학생이 소중하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도, 학교도, 학생도 많이 변했습니다. 교사에게 무조건 희생하고 교사이기에 이해하라는 사회 분위기는 교사를 더욱 위축되게 합니다. 교육부에서 솔선해 교사를 존중하고 교사의 위상을 세워주는 정책을 마련해 주세요. 홍보 방식도 바꾸고, 교사들을 다양하게 발굴해 교사를 지지하고 교직을 존중하는 사회 풍토 조성에 힘써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교사인지 행정 처리 사무원인지 모르겠다 매년 교육청에서는 대대적인 업무감축이다, 개선이다 해서 온갖 공문을 보내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선생님에 대한 책무는 커가기만 하고, 실질적인 자율성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고있는 것이 모두 네 책임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본연의 임무인 교과지도, 생활지도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현장 개선과 지원을 바랍니다.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해 올해는 교육이 제 몫을 다하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모두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많은 교육 난제들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그 중심에 바로 교사가 있다. 교사는 교육 분야의 전문가다. 교육영역에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간의 경험을 비춰볼 때 전문가의 전문성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 변화 이끌 능력 요구돼 그러나 최근 지식기반의 정보화 물결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사회 변화는 교사에게 가르치는 능력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학교도 사회구조의 변화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은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 교육도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물과 같은 유동성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 구축, 교육시설과 환경의 유지·보완 및 개선, 교원의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연수예산 확보 등 행‧재정적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흔한 말로 들리지만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명제다. AI 활용 교육, IB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교육매체와 방법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교사가 있다. 교사의 역량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교육방법 및 공학 매체의 도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 종합교육연수원을 비롯해 교육청과 사설 기관에서는 교원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연수가 개설 및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수업과 학생 지도, 행정적 업무 부담, 재정적 지원 미비 등으로 인해 연수를 통해 역량을 키우고자 희망하는 교원에 비해 실제 연수에 참여하는 교원은 상당히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기 계발 위한 연수 활용해야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원의 연수 기회 확대는 교원의 역량을 증진하고, 다양한 시대의 변화 관찰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학급당 학생 수의 조정이나 장기적인 교원 수급에 관한 문제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지만, 이미 임용된 교원의 전문성 증진을 위한 예산을 증액하여 다양한 연수 기회 확대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해 교육의 질이 제고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교사도 생각의 전환이 절실하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쌓은 경험만 가지고는 사회적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은 아니더라도 미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자기 계발을 위한 수많은 연수가 개발‧제공되고 있다. 자기 발전을 통해 교육수요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변화하는 사회의 중심이 돼야 한다. 교사가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어 가는 2023년이 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아이들을 잘 챙기고 밝은 성격과 유머 감각으로 분위기를 즐겁게 함.’ ‘밝고 활기차며 심성이 착한 학생임.’ ‘사회성이 뛰어나고 밝은 성격으로 스스럼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장점이 있음.’ 최근 학폭으로 알려진 한 연예인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이다. 그 어디에도 폭력적 성향을 암시하거나 비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드러나 있지 않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미지를 둔갑시키는 상황이다. 학기 말이 되면 생활기록부에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입력한다. 교과성적에서부터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을 아우른다. 그중 교과성적과 재량, 동아리 활동 등은 손댈 내용이 별로 없다. 그러나 ‘행동발달 및 특기사항’은 다르다. 1년 동안 담임으로서 그 학생의 특성과 성품, 장단점을 관찰하고 메모한 것을 토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한다. 그러나 ‘유명인 학폭사태’로 드러난 바와 같이 생활기록부는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착한 거짓말’ 신뢰도 떨어져 첫째, 교육계의 뿌리 깊은 온정주의다. 담임 입장에서는 ‘그래도 1년 동안 품고 있던 아이인데 어떻게 흉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적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각종 비행으로 속을 썩일 때도 있었지만 1년을 마무리하고 진급과 졸업을 시킬 때가 다가오면 마음이 약해진다. 게다가 생활기록부는 상급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최대한 ‘포장’하려는 것 또한 담임의 마음이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제자의 약점이 될만한 내용을 쓰기가 쉽지 않다. 둘째, 상급 기관과 관리자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기술하되 부득불 부정적 내용이 들어간다면 개선과 발전의 가능성을 함께 기재하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좋은 부분을 주로 쓰고 굳이 나쁜 내용을 쓰려거든 최대한 표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혹여 학생의 단점과 결점이 도드라져 보이면 오타와 비문을 잡는 1차 검토단계도 통과하지 못한다. 결국 담임은 긍정적 내용만을 기술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이러한 상황을 두어 차례 겪게 되면 부정적인 내용 기술하기를 포기하게 된다. 교사의 고유권한 행사해야 마지막 원인은 감당하기 힘든 학부모 민원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징계받은 전력이 있는 학생에게 ‘다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며 주위 친구들을 괴롭히는 모습이 종종 보임’이라고 기술했다고 가정해보자. 학부모의 민원은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현재와 같은 학교 시스템과 교육풍토에서 민원이 들어왔을 때 고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재간은 없다. 학교폭력으로 징계받은 전력이 있고, 사실관계가 확실해도 학부모가 교육청과 상급 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면 담임으로서는 입장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생활기록부의 원래 취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특기사항 기재는 교사의 고유권한임을 상기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기록 행태로는 학생의 학창시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신뢰를 잃은 반쪽짜리 생활기록부가 될 뿐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착한 거짓말’을 남발하는 것이 과연 제자들에게 득이 되는 일인지 걱정스럽다.
75개 조 120개 항. 비본질적 교육행정업무 폐지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책 수립 등을 포함한 새 정부와 한국교총간 첫 교섭 과제 숫자다. 지난달 23일 정성국 교총회장과 이주호 교육부장관이 법정 교섭 테이블에서 마주했다. 10년 만에 교육수장으로 돌아온 이 장관은 틈만 나면 ‘수업 혁명을 통해 잠자는 교실을 깨우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정 회장은 ‘10년 전과 지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방과후, 돌봄 등 비본질적 교육행정업무의 과감한 폐지와 땅에 추락한 교권부터 바로 세워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응수했다. 양측 모두 교사 역량을 높여 수업 질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하나, 그 해결책은 달라 보인다. 이 장관과 정 회장의 인식에서 보듯 이번 교섭 역시 정부의 관료적 시각과 교육현장의 요구가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실 맺어 ‘수업 혁명’ 출발점 삼아야 교육 현장은 수업보다 많은 비본질적 행정업무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곪아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교육행정직원은 30%나 늘었으나, 교원들이 맡아야 할 행정업무는 되레 더 늘었다. 미세먼지와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 강사비 계산, 우유대급 납부 등 하루에 수업 준비보다 행정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경우가 잦다. 돌봄과 방과후 학교 등 정규교육과정과 관계없는 업무들은 계속해 학교로 파고들고 있다. 수업 중인 여교사 옆에 누워 휴대전화로 장난하는 사건으로 교권 침해의 심각성이 또다시 드러났지만 이는 방산의 일각일 뿐이다. 정당한 교육적 훈육과 지시에도 자신들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와 분풀이로 툭하면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하고 있다.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 스스로 모욕을 느껴도 더 큰 봉변을 당할까 애써 모른척하는 게 지금의 슬픈 교육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열정을 갖고 교육과 생활지도에 나서달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진단이 잘못된 것이다. 최근 교총의 요구를 담은 소위 ‘생활지도법’이 마련됐으나, 그 실효적 담보를 위한 학생부 기록 등은 야당의 반대로 보류됐다. 교원평가 역시 익명에 숨어 성희롱, 모욕적 표현 등 교사들의 인격권마저 심각히 침해하고 있다. 폐지가 시급하다. 이 밖에도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 △국가 차원의 교원배상책임보험 제도 개선 △차등성과급제 폐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및 정규교원 증원 △물가상승에 비례한 교원 보수 인상과 보직·담임 수당 현실화 △교원단체 전임자 배치 및 근로시간 면제제도 도입 등이 교섭 테이블에 올랐다. 교육부는 이번 교섭 과제에 대해 성실한 자세와 의지로 촘촘하고 실효적인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부장관이 강조하는 수업혁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교심’ 구성으로 이행력 담보 기대 교육부와 교총의 교섭이 시작된 지 30년 만에 교원지위법령에 명시된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중교심)가 구성된다. 과거의 그 어떤 교섭보다 교섭 절차나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은 교섭의 중재기구에 의존하기보다는 신의에 입각해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자 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되레 이행력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 주된 원인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교총의 강력한 요구로 중교심을구성한 것은 전문직 교원단체 교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이자, 정당한 법령의 발효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첫 교섭에 거는 기대가 큰 또 하나의 이유다.
정부가 위기학생 긴급 지원에 꼭 필요한 경우 ‘선지원 후통보’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마련에 나선다. 지금은자해 등 위험군에 있는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도 학부모 동의 거부 시 학교는 상담조차 할 수 없다. 여러 부처 및 기관의 학생 중복지원을 막고, 이와 관련한 학교와 교사의 과중한 업무로 이어지는 부분도 손보기로 했다. 교육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체계 구축과 관련한 사회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학생맞춤형통합지원 체계 구축’은 지난 5월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확정된 상황이다. 교육부는 우선 여러 부처 등에 나뉘어 있던 학생 지원사업을 통합해 재구조화하기로 했다.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미리 발견하고 학생의 복합적 상황 등을 고려해 중복 없이 제대로 지원해주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담당교사 혼자 다 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학생 지원 사업을 모아보니 중복사업이 많아 아이가 프로그램 참여하느라 너무 바쁘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학생맞춤통합지원법(가칭)’을 만들어 지원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부모의 아동학대 전력이나 가구의 단전·단수 이력 등을 바탕으로 학대 피해 우려가 높은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교육부 등이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감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 복귀를 지원할 근거도 명시한다. 자살, 자해 등 학생 위기 시에도 학부모가 낙인효과 등의 우려, 또는 무관심 등으로 동의 거부 시 학교는 상담조차 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선지원 후통보’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학생지원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2024년부터는 학생의 학교 적응력, 사회성, 행복감, 신체발달사항 등을 점검하는 ‘성장지표조사’도 진행한다. 또한 2023∼2025년 100개 초·중·고교를 학생통합지원 선도학교로 지정하고, 시범 교육지원청도 단계적으로 확산해 90개까지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14개인 교육복지안전망도 내년에는 156개로 늘린다.
경남교총(회장 김광섭)은 제53회 전국교육자료전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시‧도교총에 선정되고,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을 받은 교사팀을 축하하는 전수식을 27일 개최했다. 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공동주최한 이번 전국교육자료전에서 경남은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2편을 포함해 1등급 6편, 2등급 4편, 3등급 4편을 수상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은 최우수 시‧도주관처로 뽑혔다. 김광섭 회장은 “교육자료전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학생에 대한 교사의 열정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우수 사례가 경남 전체에 확산돼 최고의 수업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도 연구대회 참가 교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7일 공포돼 6개월 후 시행된다. 같은 날 교육부는 교권침해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5대 추진 전략 및 15개 과제를 제시했다. 초·중등교육법과 함께 논의하다 보류된 학생의 중대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추진이 결정된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다. 해당 내용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가 확정·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방안’ 주요 내용은 △수업 방해 행위 적극 대응 △피해교원 보호 강화 △침해학생 및 보호자 조치 강화 △교육활동 보호 지원체계 고도화 △자율적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사회적 협력 확대 등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교권침해 학생 및 보호자 대상의 조치 강화다.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을 의무화하고 학부모도 참여하게 하는 등 교육적 조치를 강화하며 불이행 시 추가 징계할 수 있도록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특히 시안 발표 당시에는 의견 수렴 후 추진하기로 했던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향이 새롭게 결정됐다. 기재 범위는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중대한 침해 조치사항’에 한해서다. 시행령 개정 기간을 고려하면 내후년 적용 가능성이 높다. 피해 교원 보호 강화 부분에서는 그동안 사안이 발생하면 교사가 특별휴가를 내 우회적으로 회피했던 것을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 및 우선 조치하는 방향으로 강화하는 한편 교원의 피해 비용 보상과 법률지원도 확대한다. 이에 교총은 즉시 입장을 내고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급선무는 교원에게 생활지도권 부여를 명시한 개정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수업 방해나 문제행동 등 교권침해 시 교원이 즉각 할 수 있는 제재, 조치 방안을 하위 법령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상징적·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으로 학습권과 교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개정 법안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향후 시행령 등 후속 법령의 구체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행령에 담아야 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전국 교원 의견 수렴에도 나설 예정이다. 보류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심의·통과를 촉구했다. 특히 교권침해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의 학생부 기재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교총은 “학생부 기재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와 다수 학생의 학습권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진 교실 회복이 어렵다는 현장 교원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기재 대상은 교권보호위 처분 모두여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경중을 고려해 최소한 출석정지 이상에 대해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전문 조직과 인력을 확보해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교육과 상담 프로그램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가해 학생을 분리하고 교육하기 위한 별도 공간과 전담 인력 확보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요구했다. 교총은 “현재 학교는 분리 학생을 위한 유휴공간과 전담 인력을 확보할 여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 된다면 그 부담 때문에 분리조치를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별도 공간, 전담인력 확보를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올해도 맞춤형 복지 포인트 쓰는 걸 잊어버렸다. 연말이 되니 행정실에서 연락이 온다. 마감일에 쫓겨 급히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한다. 주위에 전통시장이 없어 쓰기가 힘들다. 조만간 설에 할머니를 만나면 드려야겠다. 아직 포인트가 남았다. 주위를 보니 아웃도어 상점에 종이가 붙어 있다. ‘공무원 복지포인트 가맹점’이란다. 당장 필요는 없지만, 영수증 처리를 위해 옷과 등산화를 샀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다른 선생님들은 이 포인트를 어떻게 쓰실까? 우선 이 포인트, 왜 주는 걸까?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52조 능률증진을 위한 실시사항을 보자. 국가는 공무원의 근무능률을 높이기 위해 보건, 휴양, 안전, 후생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공무원 보수 등의 업무 지침에 세부 사항도 있다. 제10장의 맞춤형 복지제도 업무 처리 기준이 그것이다. 다만, 맞춤형 복지 제도는 시도교육청마다 특색이 다르다. 나에게 해당하는 정확한 정보가 궁금하면 근무지 교육청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근무지역에 따라 다르게 운영 복지포인트는 말 그대로 포인트다. 바로 현금으로 통장에 꽂아 주진 않는다. 먼저 내가 소비를 하고, 영수증을 첨부해 청구해야 한다. 그러면 일정 기간에 한 번씩 계좌에 정산한 돈이 들어온다. 포인트 1점은 현금 얼마일까? 1000원의 가치를 지닌다. 이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모두 원화로 환산해 설명하겠다. 점수는 크게 기본점수, 근속점수, 가족점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기본점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다.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다. 60만 원을 배정한 곳도 있고, 80만 원을 배정한 곳도 있다. 근속점수는 1년에 1만 원씩 상향되며, 최대 30년까지 오른다. 월급 명세서의 ‘호봉’ 옆에 적힌 ‘n년’을 확인하면 된다. 가족점수는 배우자 10만 원, 직계존비속 5만 원, 둘째 자녀 10만 원, 셋째 자녀부터는 20만 원이 부여된다. 물론 부부 공무원이라면 한쪽만 받을 수 있다. 마흔 살 비장애인 셋째 딸이 있으면 20만 원을 줄까? 그렇지 않다. 월급 명세서의 가족수당과 지급 범위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출산 축하 및 난임 관련 지원을 추가로 해 주는 곳도 있다. 포인트는 어떻게 사용할까? 우선 공무원 복지 카드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 신규 임용됐을 때 도교육청에 은행 직원이 찾아와 권유한 그 카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런 카드는 혜택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방법도 있다. 아웃도어, 골프웨어 매장 유리에 ‘공무원 복지포인트 가맹점’이라고 적힌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추천하진 않는다. 불필요한 소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지 카드, 쓰던 걸로 등록 가능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이 원래 쓰던 카드를 맞춤형 복지 사이트에 등록하면 된다. 최초 1회만 등록하면 알아서 청구된다. 영수증 처리를 할 필요도 없다. 카드사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넘겨주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쓴 금액이나 인터넷쇼핑을 한 내역도 모두 등록된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맞춤형 복지 홈페이지에서 [복지점수 청구] - [사용카드 등록/변경] - [일반카드(기관제휴카드 포함) 등록] 탭을 이용하면 등록할 수 있다. 지원 카드사는 삼성, 신한, 하나, 국민, 농협, BC다. 맞춤형 복지, 아직 전할 내용이 많이 남았다. 보험, 상품권 구입, 기간제 및 휴직 교사의 포인트 배정, 제휴 병원 건강검진 관련 내용은 다음 칼럼에 이어가겠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19일 한국교총회관 다산홀에서 제53회 전국교육자료전 최고상 전수식을 가졌다. 올해 자료전은 ‘변화하는 사회, 선도하는 현장교육, 꿈을 이루는 미래학생’을 주제로 열렸다. 전수식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 차원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성국 교총 회장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더 좋은 수업을 향한 그 열정이 교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업 개선을 위해 연구하는 모든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교총은 선생님들이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대통령상=대통령상은 ‘챌린지 기반 실천 중심 도덕교육자료 Let′s덕!’(도덕)을 출품한 경남 손지연·김호정·왕상균·허연서 교사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몇 년간 자료전의 문을 두드린 끝에 대통령상의 주인공이 됐다. 디지털 기반 미래 시대에 적응하는 속도는 빨랐지만, 그에 맞는 인성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맞는 도덕 수업을 고민하다가 아이디어를 냈다. 허 교사는 “SNS에 챌린지 인증을 하는 데 착안해 초등 도덕 교과의 핵심 내용을 뽑아 챌린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며 “도덕 수업도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챌린지 앱을 활용한 수업은 교실 밖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사회적 이슈를 챌린지 주제로 정해 실천할 수 있다.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허 교사는 “교실에서 가정으로, 또 사회로, 세계로 아이들 스스로 실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했다. 수업 과정과 결과가 앱에 고스란히 남아 교수-학습-평가-기록 일체화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앱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실천 익힘책과 오프라인 수업 자료 49종도 개발했다. 허 교사는 “빠르게 변하는 교육 현장에 맞는 연구 주제를 정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면서도 “함께 했더니 과정도, 결과도 좋았다”며 웃었다.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렛츠덕’을 검색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국무총리상=국무총리상은 ‘교실 쏙(SSOK) 미술 감상 세트’(미술)를 구안한 경남 곽규태‧신지호‧강준현‧이지은 교사팀과 ‘퐁당파닥,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교실 속 생태계’(과학)를 출품한 경남 장재봉‧황지훈‧육길제 교사팀이 수상했다. 두 팀 모두 첫 출전에 좋은 결과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교실 속 미술 감상 세트’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키워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감성을 기르는 데 미술 감상만 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곽 교사는 “스마트 기기로 접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미술 작품 감상을 지루해한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 작품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작품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술 감상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했다. 기존 교과서와 멀티미디어 자료, 놀이자료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자료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교사는 “미술 감상 수업에서 내용과 형식을 강조하는데, 다양한 시청각 자료 덕분에 학생들이 작품이 그려진 시대 배경과 역사 등을 쉽게 이해했다”고 전했다. ‘퐁당파닥, 생명이 살아 숨쉬는 교실 속 생태계’는 과학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생생물 사육 꾸러미다. 교실에서 생물을 관찰, 사육, 학습하면서 생태 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게 구성했다. 장 교사는 “수업 시간에 생물 한 살이를 관찰할 수 있게 준비하는 교사가 적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폐사하는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수족관용 히터를 설치하고 수조 온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변수 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저곳에서 거절당했던 아이디어였는데, 의기투합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 과정이 교사로서 한 발 성장할 계기가 됐어요. 저희가 만든 자료로 학습자의 흥미, 경험에 따라 변형해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2023학년도 전문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29일 시작된다. 정시모집 전문대학 입학정보박람회는 2023년 1월 6일부터 7일까지 2일간 개최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는 전국 132개 전문대학이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1만7100명을 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2022학년도(2만1545명)보다 20.6% 감소한 것이다. 다만 28일까지의 수시모집에서 미충원 인원 발생 시 당초 계획보다 증가하게 된다. 전형별로 보면 일반전형 모집인원은 7655명이다. 정원 내 특별전형으로는 871명,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는 8574명을 뽑는다. 모집 인원이 많은 주요 전공은 간호·보건 분야로 4040명(23.6%)을 선발한다. 기계·전기전자 분야는 2523명(14.8%), 연극·영화·방송·응용예술 분야는 2115명(12.4%), 호텔·관광 분야는 1892명(11.1%)을 뽑는다. 전형 유형별로는 서류 위주 전형이 가장 많은 5741명(33.6%)의 학생을 선발한다. 수능 위주 전형 모집 인원은 4907명(28.7%), 학생부 위주 전형의 경우 2609명(15.3%)이다. 원서접수는 12월 29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다. 전형 기간 안에 면접·실기 등의 일정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대학 간 복수 지원이 가능하고 입학 지원 횟수도 제한 없지만, 수시모집에서 1개 대학(일반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이라도 합격한(최초 및 충원합격) 학생은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입학할 학기가 같은 2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한 학생은 1개 대학에만 등록(이중등록 금지)해야 한다. 전문대학은 정시모집 원서 접수 이후 결원 충원을 위해 내년 2월 28일까지 ‘자율모집’을 진행한다. 전문대교협은 수험생, 고교 진학지도교사엑 전문대학 진로진학 및 입학정보 제공을 위해 2023년 1월 6∼7일 이틀간 서울 양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입학정보박람회를 개최한다. 각 대학 부스에서 교수와 입학관계자들에게 모집 요강 설명 등 일대일 상담이 가능하다. 홈페이지(www.ipsigo.net)에서 사전 등록하면 더욱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선착순으로 소정의 기념품도 제공된다.입장료는 무료다.
경기 망월초(학교장 안희숙)는 12월 한달 동안 학교로 찾아오는 문화예술 공연 관람 행사를 진행했다. 망월초는 미래시민감성·생태생명 감성·미디어리터러시 감성·문화예술 감성이라는 4감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 운영으로 품격있는 미래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데, 이번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으로 4감성을 키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1·2학년 학생 대상으로5중주 연주팀인 아모로소(Amoroso)앙상블을 초청하여 애니메이션 OST 공연을 진행했다.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겨울왕국 OST인 ‘Let it go’등 8개의 곡을 연주하였다. 각 곡에 대한 다양한 해설과 함께 바이올린, 첼로, 오보에. 플롯, 피아노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음악에 학생들은 때로는 조용히 감상하기도 했지만, 다 함께 노래 부르고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하며 자유롭게 음악에 반응했다. 3·6학년 학생들은 국악 공연팀을 초청하여 찾아가는 국악소풍 공연을 관람했다.공연은 전체 연주자들이 입장하면서 시작한 문굿(길놀이)으로 한껏 흥을 돋구며 떠들썩하게 시작했다. 화려한 장구 연주가 눈에 띄는 ‘삼도설장고’, 심봉사가 눈을 드는 대목을 노래한 ‘심청가’ 판소리가 이어졌다.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운 것은 ‘사자춤’이었다. 공연팀이 사자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하자마자 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며 사자춤의 동작에 맞춰 박수를 치면서 모두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4·5학년 학생들은 뮤지컬 ‘THE 오디션’을 관람했다. 아이돌 연습생들이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케이팝 음악에 맞춘 화려한 안무와 함께 연극적인 요소로 풀어내었다. 무대 위 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 속에는 인내와 노력이 동반된다는 교훈을 들려주었는데,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고 이는 값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나라 힙합그룹의 노래를 접하고 가수가 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한국인인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초등학교 3학년 때 주변의 권유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를 빛낸 인재들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던 것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해준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망월초 학생들도 다채로운 분야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길 기대해 본다.
경기 율천고(교장 전호진) 학교사회복지실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하여 '메리 크리스마스 in 가족'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in 가족'은 가족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내용의 사연을 통해 신청했으며, 선정된 가족에게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세트를 배송하여 가족이 함께 케이크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동생과 대화의 시간이 현저히 줄어서 걱정을 했으나 형제들끼리 케익을 상의하면서 만드는 모습에 흐믓했다”, “아이들과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저녁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가족에게 전하는 사연으로는 학부모의 사연이 많았는데, 사춘기 자녀와 입장차이로 서로 힘들었지만 무사히 한해를 보내게 되어 고맙다는 내용과 고3인 오빠의 수험생활을 보며 안쓰럽고 안타까워했던 동생이 오빠를 응원하는 내용의 사연을 신청하기도 하여 눈길을 끌었다. 참여신청 시 보내준 사연은 복지실에서 예쁜 편지로 가족에게 우편으로 발송하여 받는 이들에게 감동을 더했다.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24일 전주시에 위치한 M2 풋살구장에서 ‘2022 제1회 전북교총회장배 풋살대회’를 열었다. 각 참가팀은 지역 및 학교급별 구분 없이 교원으로 구성해 기량을 겨뤘다. 경기 결과 우승팀은 JBPT(김대원 전주덕일중 감독), 준우승은 풋마스타(이용진 전북기계공고 감독), 3위는 SFC(이승기 전주중 감독)과 잇츠(손얼 용남초 감독)팀이 차지했으며, 김택수 전주신일중 교사가 MVP를 수상했다. 이기종 회장은 “현장 교원의 건강 증진과 교육가족의 화합 및 우의를 다지고 미래 교육을 위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코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단일 종목 체육대회를 활성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가르치고 차를 마시고 있는데 교감 선생님이 들어왔다. 유치원 선생님이 독감으로 결근이라며 보결 수업을 해야 한단다. 본인이 1, 2교시 수업을 할 테니 나에겐 3, 4교시를 맡으란다. 유일하게 병설 유치원 수업권이 있는 방과 후 담당 교사와 연락이 안 되어서 관리자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급한 공문을 처리하고 11시가 조금 못 되어 유치원에 갔다. 아이들이 반긴다. 3년째 근무하며, 비슷한 시간에 점심을 먹기에 날마다 인사를 나눈다. 하던 활동을 정리하고 이제는 그림 그리는 시간이라고 알리며 교감 선생님은 나간다. 색연필과 사인펜이 담긴 자신의 연필꽂이를 하나씩 가지고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마침 근무 중인 하모니 선생님이 복사 용지 이면지 모아 둔 상자를 가지고 와서 한 장씩 나눠준다. 내 옆에 앉은 찬유는 다섯 살이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한때 나와 같이 근무했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100대 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던 시절, 그 일을 맡아서 하던 연구부장이었다. 도에서 통과하고 교육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다듬는 동안 정시에 퇴근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는 다시 교무실에 모였다. 진로 부분을 고칠 때는 진로 담당 선생님, 환경이나 독서를 손보는 날이면 담당 선생님이 남았다. 빨리 끝나는 날은 아홉 시, 목전에 닥쳐서는 새벽에 퇴근하는 일도 잦았다. 그 일을 지치지 않고 묵묵히 해내던 선생님이 바로 찬유 아버지였다. 열정을 바쳐 일하여 몸은 힘들었지만 어려운 과제를 함께 하면서 선생님들과는 끈끈해졌다. 그러니 학교를 떠나고서도 간간이 만났다. 그는 100대 교육과정에서 전국 2위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이듬해 학생이 단 한 명 있는 분교로 자청해서 들어갔다. 봄이면 운동장 한쪽에 텃밭을 가꾸고, 물이 많이 빠지는 날이면 갯벌에서 조개나 낙지를 잡으며 교사라기보다는 부모처럼 아이와 놀았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는 섬에 갇혀 체험의 기회가 없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와 여러 날 자신의 집에서 숙식을 같이 하면서 현장 체험 학습을 다녔다. 학생이 한 명 있는 타 지역의 학교와 연계하여 협력 수업도 실시했다. 그 장면은 스승의 날 무렵에 인간극장 5부작으로 전국에 방영되었다. 2년간 섬에 머무는 동안 생긴 아이가 바로 찬유이다. 우리 학교에 다니는 4학년, 1학년의 형과 달리 찬유는 천방지축이다. "어머 공룡을 그렸구나. 멋지다."호들갑을 떠는 내 말에 찬유는 "공룡 아닌데요?"한다. 뾰족뾰족하게 그린 동물의 등뼈가 공룡 같았는데 아닌가 보다. "그럼, 악어?"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네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던 사이라며 아빠와의 친분을 이야기해도 찬바람이 쌩쌩 인다. 찬유 옆에 앉아 있던 태민이와 동갑인 준상이가 나를 그렸다며 종이를 내민다. 머리와 몸통, 그리고 팔과 다리로만 이루어진 사람이다. 얼굴에 안경을 쓴 것만이 나와 비슷하다. 몸통은 파란색, 팔과 몸통에 달린 다리는 온통 붉다. "뭐야? 오늘 원장 선생님은 빨간 치마를 입었는데 치마도 그려 줘야죠.""치마는 못 그리는데요?"아주 당당하다. 준상이와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던 여섯 살 예주가 소리친다. "선생님, 태민이가 원장 선생님 그리고 있어요."태민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이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엄마는 아직 20대이다. 아버지는 다른 지역에서 일하기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하고만 보낸다. 태민이는 또래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긴 데다 하얗다. 귀공자풍이다. 두 달만 지나면 일곱 살인데 여즉 말을 하지 못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서 두드러지는 문제점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는 쉬지 않고 말한다. "왜 울어? 옳아. 기저귀가 젖었구나.""배가 고팠구나. 엄마가 얼른 맘마 줄게. 기다려."말하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듣는 귀가 발달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엄마가 리모컨을 찾으면 갖다주기도 하고, 할아버지 어디 계시냐는 말에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말은 하지 못하지만 내용은 이해한 것이다. 한번 말문이 터지면 바야흐로 언어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런데 타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엄마는 그럴 수가 없다. 겨우 한국어 기본 어휘만 아는 수준이거나 그조차 안되어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말을 익히는데 취약하다. 더 문제인 건 엄마 나라의 모어 간섭으로 정확한 발음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알(r)과 엘(l) 발음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조부모나 다른 가족이 가까운 데 있어 자극을 주면 그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지만 온전히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형국이면 여섯 살이나 되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태민이 같은 아이가 생긴다. 올 1년간 교육청과 연계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언어 치료를 받았으나 별 진전이 없다. 출발선에서 뒤지다 보니 학교에 들어와서도 그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언어는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고, 풍부한 말을 들려주면서 상호 작용할 때 발달한다. 적절한 언어 자극을 받지 못한 태민이는 학교 들어와서도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여 문장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보일 것이다. 특히 학습과 관련된 어휘의 부족과 낮은 문장 이해력이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여 주는 것이 바로 학교의 몫이리라. 그런 태민이가 그림을 그린다. 완성했는지 큰 눈만 깜박이며 말없이 내게 건넨다. 늘 웃는 표정이라 어여쁘기 짝이 없다. 태민이 옆에 앉은 일곱 살 기온이가 한마디 한다. "원장 선생님 목걸이도 그려야지."그림이 과감하다. 맨 위의 머리카락부터 맨 아래의 다리까지 화지에 꽉 찬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구석에 조그맣게 그리는 것과는 다르다. 얼굴과 몸의 비율도 적당하다. 안경 안의 웃고 있는 눈, 붉은 원피스, 그 위에 걸친 살구색 패딩 조끼까지 특징을 잡아내는 기술이 절묘하다. 조끼의 깃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관찰력도 대단하고 그 모두를 10분 안에 해 낸 것도 놀랍다. 꼬마 화가라고 아낌없이 칭찬했다. 태민이는 평소에도 동물 그림을 즐겨 그린다. 특히 공룡 그림을 잘 그린다. 인물화는 아마도 오늘이 처음이라며 하모니 선생님이 거든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기뻤다. 단 20분 수업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교감 선생님이 부러워한다.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더니 다들 나랑 너무 닮았다며 한마디씩 한다. 누구나 잘하는 게 있다. 말이 늦은 대신 그림에 월등한 실력을 보이는 태민이. 1년 동안 그린 그림을 모아 ‘꼬마 화가전’이라도 열어야 할 모양이다.
겨울 아침 산책길에 날마다 만나는 백발 할머니가 있다. 이른 시각에 나선 노인이 걱정 되어서 말벗을 자청하곤 한다. "할머니, 오늘도 장갑을 끼지 않으셨네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면 위험합니다. 갑자기 넘어지시면 큰일 나십니다. 장갑을 꼭 끼시고 손을 내놓고 걸으세요." "아이고, 고맙소! 오늘도 깜빡 잊고 그냥 나왔네요." "날씨가 추운데 나오시지 말고 따뜻한 낮에 산책하시지요." "아, 아침밥을 사먹으러 나왔어요. 나는 혼자 살아요. 아들은 넷을 두었는데 모두 출가하고 집에는 나밖에 없어요. 밥을 해먹자니 힘들어서 사먹어요. 딸이 있으면 이렇게 옆에서 말동무도 해줄 텐데 그게 슬퍼요." "아니, 아들이 넷이나 있으신데, 복도 많으신데요." "아이고, 아들 많으면 뭐해요. 딸 하나만 못해요." 딸이 없어서 슬프다는 할머니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경제력은 있으니 사는 데 지장은 없다는 할머니는 한 겨울에도 아침식사를 위해 시장에 가서 해결한다는 것. 한 끼 식사 5천 원짜리를 절반도 먹지 못하신다며 그나마도 집에서 해먹으면 버리는 게 더 많으니 사먹는 게 더 낫다고 하신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아침 식사를 위해 나오지 못하실 텐데 안쓰러워 보였다. 평생 내복을 입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는 아흔 살의 할머니. 그럼에도 허리도 꼿꼿하고 잘 걸으셨다. 40년 동안 바느질을 하셨다니 그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아들 넷을 잘 키우셨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예전 같으면 그 연세의 노인은 아들 며느리의 시중을 받으며 아침 식사를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세상이 변해서 그런 꿈을 꾸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되었다. 잘 사는 나라,대한민국의 현실이 아프다. 오래 전 역사학자였던 토인비는 세계에서 가장 부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어른을 모시고 살며효를 중시하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 가난한 시절, 동네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들이 부양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다. 혹시 혼자 사는 노인이 계시면 동네 사람들이 자주 들여다보고 먹을 것을 챙겨드리곤 했는데, 이제고독사를 걱정하는 슬픈 현실이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자 100명 가운데 1명은 혼자 살다 세상을 떠난 다음 뒤늦게 발견된 고독사였다. 고독사 사망자 절반 이상은 50~60대 남성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그러니 이제 고독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떠올랐다.젊은 층에서도, 40~50대 중년층에서도 일어나는 전 세대의 문제가 되었다. 하루 9명씩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는 슬픈 현실이니,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뒤안길에는 이렇듯 물질문명의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서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많이 배우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더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더 영악해지고 말았다. 부모 자식의 관계에서도 부부 사이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물질이 끼어들면 어디서나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좋은 집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며 고급 차를 몰고 다니면 더 행복해야 할 텐데 사람들의 가슴은 더 차가워지고 양심은 점점 작아지는 걸까! 뉴스를 도배하는 흉악한 범죄 소식의 발단은 대부분 돈에서 비롯되고 결말은 매우 불행하다. 속된 말로 '돈에 취하면 돌아버리니 돈이다'. 돈 사람이 너무 많다. 최고 학부를 나온 학자도, 최고위층 법관도,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정치권력도 모두 돈에 취해서 돈 사람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오죽 하면 서울대 학생들조차 10억이 생긴다면 교도소에 가는 일쯤은괜찮다는 웃지 못 할 소식까지 있었으니. 인간은 성숙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아주 많이 드는 데 비해 가성비는 매우 낮은 족속이 분명하다. 사람다움에 이르는 데 학벌과 학력이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많이 배울수록 더 효도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더 인간적인 것 같지도 않다. 양심보다는 법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들끓는 세상이 무섭다. 이제는 학교 교과목에 법을 다루는 교육과정이 필요해진 듯하다. 법으로 다스리는 나라, 즉 법치국가는 가장 낮은 수준의 나라가 분명하다. 그러니 매사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니 날이 갈수록 법이 많아지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것은 인간다움을 상실한 기능적이고 불행한 전조가 분명하다. 도덕과 양심은 사라지고 법이 군림하는 세상은 너무나 매몰차고 냉정한 사회가 아닌가. 오늘 아침에는 폭설이 내렸다. 아름다운 눈조차 낭만이 아닌 사람들이 널렸다. 아무리 많은 눈이 와도 일하러 가야 하는 사람들, 배달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 난방조차 무서워하는 사람들, 일자리가 없어 추위에 갈 곳을 잃은 사람들. 눈길 빙판이 무서워 꼼짝 못하고 갇혀 있는 나도 그렇다. 눈길 산책을 나가는 것은 모험이다. 이젠 눈 내리던 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책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중이다. 문득 아침마다 식사를 하러 외출하던 아흔의 그 할머니가 걱정이다. 대체 음식이라도 드시고 오늘만은 집에 계셨으면 좋겠다. 들여다 볼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할머니 전화번호라도 알아두지 못한 게 아쉽다. 동사무소의 돌봄 대상이 아닐 듯하다. 아들이 넷이나 있으니 독거노인이지만 친족이 많으니 제외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눈이 많이 왔으니 아들들이나 며느리가 연락을 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산책길에어쩌다 만나는 길손조차 걱정하는데 자식들이 챙길 것이 분명하다. 저 함박눈이 세상의 불행과 어두움은 모두 덮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