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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나라 학생의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해 국제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기로 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전방위 전략을 세우고, 유학생 편의에 맞춰 관련 제도 역시 대폭 손본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사진)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통한 세계 10대 유학강국 도약’을 목표로 유학생 유치, 학업‧진로 설계 등 단계별 전략을 제시했다. 2022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6만7000명 정도로, 4년 내 2배 정도의 양적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학생 유치 전략은 ▲유치 관문 혁신적 확장 ▲지역맞춤형 전략으로 지역산업에 필요한 유학생 유치 ▲첨단‧신산업 분야 선도 유학생 유치 ▲잠재적 수요 확보 범부처 협력 기반 구축 등이다. 우선 광역 지자제 단위로 ‘해외인재특화형 교육국제화특구’를 지정한다. 해외 한국교육원 내 ‘유학생유치센터’ 설치를 통해 현지의 유학수요 발굴 등을 지원한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개편도 검토하고 대학 학사제도 등 규제 걸림돌을 혁파한다. 또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차원에서 유학생 유치부터 학업‧진로설계, 취업 연계까지 아우르는 지역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대학-지역기업-지자체가 함께 ‘해외인재유치전략전담팀(TF)’을 구성한다. 정부초청장학생(Global Korea Scholarship; GKS) 사업을 확대하고 영어강의를 늘린다. 학술적 글쓰기 및 연구윤리 등 맞춤형 강좌도 개발‧보급한다. 일자리 연계 지원은 물론 ‘과학기술인재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해 석·박사 학위 취득 후 영주·귀화비자 취득까지의 절차‧기간을 현행 ‘5단계+6년’에서 ‘3단계+3년’으로 간소화한다. 잠재적 유학수요 확보를 위한 범부처 협력 기반도 구축한다. 수준별 디지털 한국어교재 개발·보급, 한국어능력시험(TOPIK) 디지털 기반 개편, 해외 청소년과의 교류 확대, 교육 공적 개발 원조(ODA) 재구조화 등을 통해 유학 저변을 넓힐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방안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첨단분야 경쟁력 확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국내 유학을 통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고 제도적 뒷받침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교직 사회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라서, 교육자라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가슴 속 응어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전국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가 지난달 말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시내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학생들의 학습권도 지킬 수 있다고. 교사로 살아가기 참 힘든 요즘, 그럼에도 이들은 옆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우리 모두 같은 시간을 지나왔고,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선생님,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가까운 이들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때다. 신영환 안양외고 교사와 기나현 경기 도래울고 교사가 쓴 ‘선생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의 출간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선생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는 교직 생활 에세이다. 성별과 연차, 학교급이 다른 두 교사가 좋은 교사,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신영환 교사는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믿는다”고 했다. 기나현 교사도 “서로 같은 듯 다른 교사들의 경험이 합쳐지면 더 많은 선생님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했다”며 함께 책을 쓴 이유를 전했다.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봤다. 기 교사는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서 수많은 선생님의 글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누가 봐도 행복한, 어찌 보면 이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선생님들조차 사연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내가 겪은 서러운 경험이 나에게만 벌어진 유별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다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더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료 선생님들이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지 않도록요.” 실제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수업은 기본에 생활지도, 학급 경영, 학생·학부모 상담, 행정 업무 등에 매년 필수로 이수해야 할 연수까지, 학교에서 근무하면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전했다. 신 교사는 “교육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해도 법과 제도적인 부분에 제약이 많아 더욱 어렵다”면서 “특히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상황까지 일어나니, 열정을 갖고 지도하고 싶어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 교사는 “교사는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에 맞추다가 지쳐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영어교사, 담임교사, 업무 담당 교사가 되려다 번아웃이 왔다. 그는 “욕하는 학생, 협박하는 보호자, 나 몰라라 하는 관리자를 만났던 지난 경험이 학습된 건지 자꾸 방어적인 태도가 나오는데, ‘나는 이런 교사가 아닌데’하는 정체성의 혼란까지 겪으면서 올해 가장 힘들게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교직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아이들. 신 교사는 “스무 살, 거듭 실패를 경험하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로 줄곧 ‘나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며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 시간이 소중하다”고 전했다. 기 교사는 ‘숨 가쁜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의 사랑을 연료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는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가끔 정말 힘들어서 더는 못 해 먹겠다가도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힌 작은 쪽지에, 힘내라고 건넨 초콜릿 하나에 모든 고생이 다 씻기는 느낌을 받는다”며 “제 에너지는 아이들의 사랑에서 온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는다. 소진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 교사는 ‘교사 모임’을 추천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그리고 더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돌보고 성장할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 교사는 ‘퇴근 후의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를 꼽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힘든 일을 나의 삶으로 가져오면 모든 감정이 물드는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퇴근 후에는 교사라는 외투를 벗어두고 지인을 만나고 운동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 교사는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서글픈 순간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안이 스밀 때”라며 “교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소극적인 교육활동밖에는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신 교사의 말이다. “선생님, 선생님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 세상의 보석입니다. 그 보석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진심일 때 빛날 수 있어요. 우선 자신을 잘 돌보세요. 그리고 건강하게 우리 아이들을 돌볼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비록 방식은 다르겠지만, 선생님이 걷는 길이 외롭지 않게, 나란히 걷겠습니다.”
바람직한 대입전형이 갖추어야 할 기준 대학입학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출신 대학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 대학 간 서열화가 이러한 대학 입학 경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에 대응하는 것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는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내용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은 여러 번 평가를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의 객관성은 한 검사의 측정결과가 다른 검사자 혹은 채점자에 의해서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의 경제성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평가도구 중에서 경비·시간·노력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준과 달리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조건이 제공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면 형식적 공정성을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 공정성은 학생이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공정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별도의 쿼터를 제공하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으로 규정하여 ‘사회통합전형·농산어촌특별전형·국가유공자전형’ 등을 통해 특별한 대상에게 별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어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최근 ‘공정한 수능’ 논의의 배경 최근 공정한 수능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되어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수능의 출제가 대통령 수준의 정책 의제로 설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7월에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결국 특정 사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만 정답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사례 2011학년도 국제중학교와 외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입시가 중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중학교에도 확산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고등학교 입시문제의 핵심은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대비할 수 없는 입시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외국어 인증시험 점수를 입학전형 요소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에서 텝스·토플·토익 등의 영어 인증시험 점수를 특별전형에서 반영해왔다. 텝스·토플·토익 등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지문 등의 내용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철학·심리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어고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인증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어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 전형자료로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교외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을 요구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상실적을 요구하게 되면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경시대회가 상당히 늘어났고, 이에 참가하는 학생수도 매우 증가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는 충실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입학전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일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필고사,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인 구술시험과 심층면접, 영어 듣기평가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였다. 넷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상담에서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중학교가 완전히 소외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등의 입시철이 되면 아예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들까지 발생하였고, 중학교는 사실상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도입을 통해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중학교 사교육비를 줄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외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을 위한 방향 선수로 뛰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정한 사교육의 경험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소위 킬러문항을 제거하는 것은 공정한 입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교육이나 특수한 경험을 요구하는 입학전형 방식이나 요소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능 킬러문항 제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비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인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방과후·주말·방학 중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수능시험과 같은 평가도구의 타당성이란 측정하고자 의도한 바를 얼마나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혹은 평가목적에 맞게 평가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말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 이래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서 명칭 그대로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목적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요구, 정시 확대를 통한 대입 공정성 확보, 근래의 킬러문항 이슈 등 여러 관점에서의 개선 요구에 직면해 있으며 심지어 21세기 창의·융합 인재양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수능시험의 타당성에 대하여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관련하여 어떠한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모색해 보고자 한다. 수능시험의 타당성 검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웹사이트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수능시험의 공식적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등학교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입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전형자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수능시험은 개별교과에 대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양호한 문항들로 출제 및 구성되어야 하며 동시에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견 명확해 보이는 수능시험의 목적 및 성격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제 제기(공정성에 대한 시비, 물수능/불수능으로 대변되는 난이도 조정 문제, 대입 전형요소로써 적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등)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 타당성을 의심받게 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90년 초반부터의 다양한 연구와 고민 그리고 실험 평가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진 최초 수능의 형태와 목적이 2023년 현재 수능의 그것과 상당한 수준에서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능 직전의 대입시험인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암기 지식 위주 평가라는 비판과 함께 교과별 출제로 인하여 학생들이 너무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논리적·통합적 사고를 측정하고자 하였으며, 시행 과목을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위주로 축소하여 학생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또한 대학에 가서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자격고사 정도의 역할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수능은 상당 부분 학력고사와의 구분이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둘째, 교과별 교육과정에 충실한 문항 출제를 통하여 고등학교 교육정상화에 기여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한다는 수능의 공식적 목적은 그 원활한 달성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수능이 현실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능력 수준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일반고에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대개 2학년까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수능에 희망을 거는 경우, 전문대 진학 준비, 예체능 계열의 세 종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의대 입시를 보면 지역인재전형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실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수능이 된다면 전자의 학생들을 위한 양호한 평가결과는 그런대로 산출할 수 있지만, 후자의 학생들에게는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불수능이 된다면 후자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전자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문항이 외계 암호처럼 느껴지게 된다. 또한 웬만한 불수능일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수능 대비를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대로 변별하기 어려운 탓에 오직 줄 세우기 목적으로 킬러문항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확대를 통하여 대입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상은 수능 자체 역시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도구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수능이 선다형 문항을 주로 사용하면서 평가의 객관성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함에 있어 공정한 서열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 출제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교과별로 다양한 성취기준의 해석 역시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수능을 통해 측정되는 교과별 학력이 높아야만 대학에서 우수한 수학 역량을 보이는지도 따져 봐야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수능과 대학 학점 간의 상관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입학자보다 대학생활 및 전공 공부에서 더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결과의 차이를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말하며 공정한 평가결과는 평가받는 역량 이외의 요인, 즉 수험생이 속한 특정 집단(인종·성별, 신체적 조건,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적 배경이나 부정행위)의 특성에 차별적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현 수능의 결과는 학생의 가정환경·거주지역·사교육 이용 정도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수능시험의 개선 방향 모색 수능의 기본적 개선 방향은 1994학년도 최초 도입 당시 표방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언어 및 수리와 관련한 종합적 사고력 평가로 돌아가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수능과목을 대폭 축소하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자격고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11월에 단 한 번 실시할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과목별로 여러 차례 응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실시 형태 역시 지필시험에서 컴퓨터화 시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논술·서술형 문항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고부담 시험은 주관적 채점으로 인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복수 응시 기회 부여와 질적평가 문항 도입 등은 수능이 저부담의 자격고사화가 됨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 방향을 포함하여 전반적 대입 제도 변화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수능의 난이도를 기초능력 확인 위주로 하향 조정할 경우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변별력 있는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본적 수능과 구분되는 별개의 시험 즉 수능II(교과별로 보다 높은 난이도 및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시험)라든가, 대학 수준의 내용을 다루는 AP(Advanced Placement)시험 등을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추가적 시험들은 국가적 수준에서 출제 및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 향후 대학에서의 전공을 고려한 필요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지나친 공부 부담과 과열된 응시를 막기 위하여 학생별로 응시할 수 있는 수능II나 AP 과목의 수를 3~4개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이러한 추가 시험성적을 요구할지 아니면 기본적 수능 결과에 학생부 서류평가나 면접 등을 고려할지 여부 등에 관한 학생선발 자율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 등 질적평가적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수능을 대비한 학교교육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능과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논술·서술형 문항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방법과 자동채점을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 등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치밀한 준비가 요청된다. 우선 일선 고교 교사들이 채점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영어 쓰기 및 말하기 응답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에세이 채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토플 등의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교원임용시험에서 교육학 논술형 시험을 출제 및 채점하는 절차가 확립되어 있으며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채점자 집단의 훈련 및 인증 경험을 이미 축적한 바 있다. 셋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능의 공정성이 침해받는 주요 요인은 가정환경에 따른 차별적 영향이며, 이는 학생이 속한 학교의 교육여건, 주변 환경, 사교육 이용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소득 가정이나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속한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은 EBS 수능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EBS 수능 관련 교재가 매년 50종 이상 새로 출간되며, EBS 수능강의는 내용에 대한 설명과 문항 해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과 같은 연계 교재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실수하지 않기 연습에 대부분의 학습시간을 사용한다. EBS 수능강의의 교육격차 해소 기능을 극대화하고 공정 수능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려면, 많은 수의 교재를 매년 새로 출간하기보다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맞는 양질의 수준별 교재를 각 5년 이상의 간격으로 출간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 다음 이렇게 절약된 자원과 역량을 소외 지역 학생을 위한 양질의 수준별 국가 과외 및 개별 학생을 위한 맞춤형 피드백 제공에 모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름 교육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SDGs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선 것 같다. 다행인 건 학생들이 SDGs라는 국제적인 행동 계획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조사·토론·탐방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SDGs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실천해 보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로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고 검증된 교과서를 활용하여 매년 반복되는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피드백하는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업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교과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교과내용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 영역을 교육활동에 적용할 때는 한 번의 수업이라도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 오랜 준비기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도 있지만,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볼 만한 과정이며, 학교행정 측면에서도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PART VIEW] 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교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이 존중되며, 특히 가르치는 활동에서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아니 자주 착각한다. ‘나는 교사로서 보통 이상은 되겠지?’라고.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므로 가르치는 능력에 감히 서열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나 교사들은 교원양성기관을 거쳐 임용되므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적용할 때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나는 보통 이상’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교육과정 개발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했다. 이와 함께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는 이전보다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활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세계시민의식 알아보기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어떤 교육활동을 준비할지 파악해야 한다. 객관식 설문은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자 할 때 효율적이다. 교사 본인이 설문 문항을 제작할 수도 있고 논문이나 학술지 등에서 적절한 설문 문항을 탐색한 후 활용할 수도 있다. 표 1은 윤성혜(2017)1의 연구에서 타당화한 세계시민의식 척도를 12개 문항으로 재구성하여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5점 척도로 알아본 통계 결과의 예시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은 교수·학습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교사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 교사는 학생들 실천영역의 평균이 낮으므로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 B 교사는 담당하는 교과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수업시간에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응답의 평균점수를 참고하여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C 교사는 학생들이 응답한 지식영역 평균점수가 높았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학생들에게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본 후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적용한 과학과 교수·학습지도안 작성 과정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거나 기존의 수업에 몇 가지 변화를 적용하려고 할 때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교수·학습지도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돈되기도 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도 드러나게 된다. 1) 우선 과학과 교육과정 중 SDGs와 관련지을 수 있는 단원을 선정한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에서 SDGs의 17가지 목표 중 관련 있는 단원을 표 2와 같이 도출하였다. 2) 필자는 에너지 전환과 보존 단원을 가르칠 때 SDGs 중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루고자 하였고, 세계시민의식의 스킬영역인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원만하게 토론할 수 있다’와 실천영역인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역량을 키우고자 하였다. 1)과 2)의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교수·학습지도안 앞부분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성취기준과 SDGs의 목표를 동시에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성취기준과 관련된 교과내용을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학습하는 순차적 구조로 수업 차시별 흐름을 설계하였다. 3) 1차시와 2차시는 기존의 교육과정이므로 여기서는 3차시와 4차시 교수·학습과정 약안을 제시하였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3차시) 교사는 과학교과수업에 SDGs를 적용할 때 과학교과내용과 SDGs의 관련성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 나갈 때 학생들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과학교과내용도 처음 접하고 SDGs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둘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단순나열식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번에 예시로 든 단원에서는 역학적 에너지의 전기에너지 전환에 이어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룬다. 전기의 편리함으로 인해 가정에서 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 중 역학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청정에너지를 조사해 보자고 안내하면 학생들이 두 개념 사이에서의 개연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조사할 때 자유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 중 인터넷에서 제시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보는 학생도 있지만 과업을 그저 빨리 마무리하고자 인터넷에서 처음 나오는 자료만 옮겨 적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 습관을 참고하여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의 종류 몇 가지를 미리 선정한 후 모둠별 또는 학생별로 해당 청정에너지에 대해 조사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4차시) 교사는 발표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학생도 있고, 말보다는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익숙한 학생도 있다. 발표 자료를 읽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의견들을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발표 및 토론수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3차시 및 4차시 수업 후 학생들의 조사과정, 발표준비, 토론 태도 등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SDGs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고, 교사가 제공하는 비계를 통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아리활동을 추천한다. 동아리활동의 자율성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면 교과수업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학생들의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아래에는 SDGs와 관련하여 동아리활동 때 탐방했던 몇몇 장소를 제시하였다. 공존의 씨앗을 심기 위해 교사도 공존하였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을 때 교육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서두에 작성하였듯이 필자는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 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른 급한 일들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에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다.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누군가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 다시 힘을 내본다. 학생들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은 학생들이 과학교과에 적용한 SDGs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영어과 선생님은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체육과 선생님은 다양한 문화의 전통활동을 체육수업에 적용하고, 미술과 선생님은 청바지 기부를 통한 세계시민되기와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였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놀이, 세계 각국 요리 만들기, 세계 디저트 행사도 기획하고 운영하였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수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의 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데다 융합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수능의 가장 큰 약점이다.” 수능 창시자로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81)는 최근 킬러문항 논란으로 불거진 수능 개편론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단 한 번 치르는 시험점수로만 학생들을 선발할 거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킬러문항 배제에 대해서는 “수능이 도입될 때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적절한 문제를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했다. 도저히 제시간 안에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융·복합적인 내용을 출제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능점수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며 “측정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점까지 계산해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학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수능을 통해 가장 혜택을 누리는 집단은 대학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시비도 없어 대학들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진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능 카르텔 운운하는데, 난 사실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다면 법적 조치를 해야겠지. 킬러문항도 마찬가지다. 출제문항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면 먼저 출제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출제의도를 배제하고 난이도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수능문항은 현직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검토위원들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나서 지적하는 게 맞다. 얼핏 어려워 보이는 교과서 밖 자료라도, 교육과정이 의도한 학력 성취수준을 제대로 측정한다면 좋은 문제이며, 그걸 무작정 ‘‘킬러문항’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문항을 배배 꼬아서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게 출제했다면 그건 잘못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고 있다. “난이도와 변별력은 구분해야 한다. 이게 혼동을 주는 것은 점수를 가지고 능력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쉬워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면 변별력이 있는 것이고, 문제가 어려워도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변별력이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난이도라는 것은 시험 보는 대상을 적절하게 나눴느냐를 보는 것이다. 수능처럼 몇 십만 명이 보는 시험은 대개 적절하게 정상분포가 이뤄진다. 만약 정상분포에 문제가 생기면 등급제를 통해 적정하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전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수능을 놓고 우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난이도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뭐고 몇 점을 받아야 어느 대학을 가느냐만 조명한다. 솔직히 수능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몇 개나 되나. 대다수 대학은 수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시험점수로만 학생을 뽑을 거라면 수능체제를 바꾸든지 아니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 그래도 수능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능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대학들의 연구를 보면 내신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훨씬 더 성취도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내신은 3년간의 성적을 기초로 한 것이고, 수능은 한차례 시험의 결과다. 예측 정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점수에 대한 미신이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플러스마이너스 몇 %라는 오차범위가 나온다. 수능도 마찬가지여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400점 만점에 390점이면 합격, 389점은 불합격으로 당락을 가른다. 이게 말이 되나. 측정오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결과를 당연시한다. 절대로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맹신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입제도는 난제 중 난제다. “수능을 처음 만들 때 전 세계 98개국의 입시제도를 조사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장단점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동안 국가고사부터 대학별 고사, 고교등급제 등 다양한 제도가 시도됐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은 모델은 없었다. 제도 취지가 좋아도 입시 비리나 사교육에 발목이 잡혔다. 경험상 제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를 만들어도 50%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흔히들 입시의 공정이나 정의를 강조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자녀와 입시제도 간 이해관계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비근한 예로 과학고를 만들 때 정원을 600명으로 했다. 이유는 과학기술대 정원이 600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면 과기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전을 줬다. 그런데 학생들은 과기대에 진학하지 않고 한 학기를 대기하다 서울대로 몰렸다. 교육당국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의 자유마저 막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수능제도를 수정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6조 원 규모다. 수능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조 원쯤 되는 것으로 안다. 한마디로 26분의 1 수준이다. 수능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사교육비를 잡을 수는 없다. 대학 서열이나 학벌 위주 등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능이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이토록 장수할 것으로 예상했나. “처음 설계됐을 당시의 수능과 지금의 수능은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현재 수능은 대학수학(修學)능력, 즉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대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력검사와 비슷한 시험이 됐다.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수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단위 시험이라는 장점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돈도 안 든다. 수능을 만들고 나서 대학에 논술고사를 치르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실시하는 대학들이 거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시험출제도 어려운 데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수능점수로 당락을 가르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시비가 없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능처럼 고마운 제도가 없다.” 30년 장수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융합적 사고력을 수능에서 다룰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학들이 수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여러 전형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1985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 중앙교육평가원(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대입제도 연구에 착수하면서 나에게 대학교육 적성검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왔다. 처음엔 국어·영어·수학만 시험을 치러 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적성검사’로 개발됐다. 언어·수리·탐구영역으로 나눠서 언어영역은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독해능력을, 수리영역은 지능검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재는 식이었다. 그랬더니 과학계에서 들고 일어났다. 당시 정부가 과학입국을 강조하던 때였는데 과학을 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결국 과학탐구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언어·수리·영어·과학탐구로 시험영역을 발표하자 이번엔 사회과학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탐구는 사회가 핵심인데 이걸 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결국 사회탐구도 추가됐다. 영어가 수능에 들어간 것은 이공계의 요구가 컸다. 당시만 해도 영어 원서를 읽어야 수업이 가능했기에 이공계에서 독해력이 중요하니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안도현 지음|다산책방 펴냄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거론하며 한민족을 기록에 미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 말고 기록에 미친 민족이 또 하나 있다. 앵글로·색슨족이다. 정복자 월리엄이 영국을 정복한 후 세금 징수를 위해서 작성한 수천 쪽 분량의 토지 조사 기록 둠스데이 북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앵글로·색슨족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전기 문학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오죽하면 영미인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작가 평전을 집필할 때 쓸데없는 사소한 것까지 넣는다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겠는가. 앵글로·색슨족이 남긴 작가 평전을 살펴보면 조선왕조의 사관이나 스토커처럼 평생 쫓아다니며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기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록에 진심인 민족들 앵글로·색슨족의 작가 평전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하다. 영미 문화권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는 조셉 프랑크의 도스토옙스키 전기는 5권 전집으로 무려 2500쪽에 달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전기는 2000쪽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도 한 작가에 대한 평전이 이토록 방대한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는가. 어쨌든 영미인들의 평전에 대한 집요함에 물꼬를 튼 작품이 있다. 1600쪽 분량을 자랑하는 영어 사전을 편찬한 새뮤얼 존슨 전이다. 새뮤얼 존슨의 추종자인 제임스 보즈웰이 쓴 새뮤얼 존슨 전은 그 방대한 분량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가치도 뛰어나서 문학사상 가장 우수한 평전이라는 찬사와 함께 ‘보즈웰’이라는 이름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일생을 헌신적으로 숭배하며 열정적으로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새뮤얼 존슨 보다 30살 연하인 제임스 보즈웰은 1763년에 창립된 ‘더 클럽(The club)’에서 함께 활동하고 담론을 주고받으면서 새뮤얼 존슨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품었고 이것이 새뮤얼 존슨 전이라는 대작을 남긴 원동력과 동기가 됐다. 직관·통찰로 재현한 백석의 생애 새뮤얼 존슨 전처럼 대작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빛나는 작가 평전이 있다. 안도현 시인이 쓴 백석 평전이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생이며 백석은 1902년생으로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이 아니지만, 안도현 시인은 보즈웰이 품었던 새뮤얼 존슨에 대한 존경과 애정 못지않게 백석을 사랑했다. 스무 살에 처음 백석의 시를 접한 시인은 30년 동안 그를 짝사랑해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대단했다. 더구나 보즈웰처럼 해당 작가를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남긴 기록이 아니라 자료와 증언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마치 신들린 듯한 직관과 통찰을 통해서 백석의 생애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저작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백석의 생애를 흥미롭게 펼쳐나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문학 애호가뿐만 아니라 백석의 시를 한 줄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지게 된다. 물론 안도현 시인 본인이 시인이며 애초에 백석의 시에 반한 만큼 백석 평전에는 백석이 남긴 시와 안도현 시인의 감상이 자주 등장하지만, 백석을 곁에서 지켜본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일화 또한 흥미롭다. 조선일보에 일했던 백석이 두세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살 수 있는 양복을 입고 일반 양말보다 몇 배나 비싼 양말을 신으면서 ‘양말이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며 남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완벽하게 꾸미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또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가진 백석이 워낙 깔끔해서 사무실 전화 수화기를 들 때 손수건을 싸서 들었다거나 문을 여닫을 때도 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고 손등이나 팔꿈치를 이용해서 문을 여닫았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그토록 갈매나무처럼 정갈했던 백석이 말년에 북한에서 농사일을 제대로 못 해 비웃음을 사고 남몰래 달빛 아래에서 김매기 연습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끝
교육부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온라인을 통해 2025년 도입 예정인 수학, 영어, 정보 및 국어(특수교육) 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듣는다. AI 교과서 도입 교과별 특성을 고려해 교과 교사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에 따라 사용자 참여설계를 구현하고자 디자인 연수회 등을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디자인 연수회(워크숍) 참여교사, 시도별 디지털교과서 자문단, 교과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등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들에게 ‘교과별 특성에 따른 효과적인 학습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능’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이다. 많은 교과 교사가 손쉽게 참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취합된 의견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8월 말 발표 예정인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침(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이를 발행사에 제공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석 책임교육정책관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능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가장 잘 안다”며 “내가 쓸 교과서를 내가 만든다는 마음으로 현장 교사들께서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이나 강의 등을 제공하고 금품을 수취하는 영리 행위와 관련한실태조사에 나선다. 우선 교육부는 교원을 대상으로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영리 행위 이력에 대한 자진신고를 받는다. 자진신고 기간은 1일부터 14일까지 교육부 홈페이지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된 자료는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일부 교원들의 영리활동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시‧도교육청에서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겸직 허가 자료를 분석한 뒤, 필요시 교육청과 협력해 겸직 허가 운영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교원의 위법한 영리활동이 확인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수사 의뢰, 징계 등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번 자진신고 기간에 신고하지 않고 향후 감사 등에서 무신고 또는 허위신고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더욱 엄중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자진신고 결과와 겸직 허가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하반기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학원이나 강사 등을 통해 일부 수강생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교재나 모의고사 등에 문항을 제공하는 경우 등에 대해 ‘엄격 금지’가 담길 전망이다. 다만 교원이 시중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출판사 문제집 등에 문항을 제공하고 원고료를 받는 일반적 경우는 허용된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소재 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하고 유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유아 영어학원의 편・불법 운영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점검에서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주재하에 교습비 등 초과 징수,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명칭 사용위반, 허위・과장 광고 등을 중점 점검했다. 이번 실태조사와 유아 영어학원 현장점검은 지난달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논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교육업체와 유착된 일부 교원의 일탈 행위는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유아 영어학원의 편‧불법 운영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협력해 지속해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엑스포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1893년 ‘대조선(Korea)’이라는 국호로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배경에는 근현대사의 굴곡이 있다. 일본의 압박과 청나라의 속방론, 러시아의 남하로 어지럽던 19세기 말 조선은 나라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통로로 미국에 눈을 돌렸다. 외세 압박 속 독립성 확보 고종의 칙지를 받은 정삼품 참의내무부사 정경원은 사무원, 통역원, 장악원 악공 등 12명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개막식 날 장악원 악공들은 스티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선 아악을 연주했다. 우리 가락이 이역만리 미국 땅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코리아 전시실은 박람회장에서 가장 큰 공산품전시관 안에 마련됐다. 43.3㎡ 개방형 직사각 전시실 전면과 측면에 한옥 형태로 현지에서 직접 구운 기와를 올렸다. 정면에 가마와 유리 진열장을 놓고 관복, 갓, 짚신 등 의복류와 생활용품, 군용품을 전시했다. 동양에서 온 이국적 풍모의 생활용품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물에 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이름과 용도를 영어로 써 붙였다. 이어 1900년 파리박람회에 참가했다. 명성황후의 척신 민영찬이 참가단장으로 파견됐다. 대한제국은 프랑스 건축가 페레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은 한옥 전시관을 할당받았다. 전시관 중앙에 고종 어진을 걸고 각종 생활용품과 민속품을 전시했다. 현지 언론 르 프티 주르날은 대한제국관에 대해 “극동의 미를 한껏 살려 가장자리가 살짝 들린 지붕을 덮은 화려한 색상의 목재건물이 큰 관심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도 초청됐으나 외세 침범 등 급박한 정세로 참가하지 못했다. 이후 국권 침탈과 전쟁 등으로 엑스포 참가는 중단됐다. 전후 부흥기를 거친 대한민국은 1962년 시애틀박람회를 통해 엑스포 무대에 복귀했다. 그 해는 고도성장의 시동을 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원년이었다. 한국은 326㎡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짓고 다른 참가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식민 통치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신흥공업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전시관이었다. 전시물은 재봉틀·피아노·라디오·타이어·고무신·치약 등 공산품과 왕골·나전칠기·도자기 공예품 등 1608점이었다. 시애틀박람회는 한국이 임금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을 타진하는 무역의 장이 됐다. 62년 만 복귀 후 ‘단골손님’ 한국은 이후 개최된 엑스포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아시아의 시대’를 연 1970년 오사카엑스포는 국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한국은 4150㎡ 규모의 역대 최대 전시관을 짓고 각종 공업제품과 분청사기·바가지·키 등 전통용품을 전시했다. 오사카엑스포 참가 경비는 총 40만 달러(약 1억800만 원)에 달했다. 1970년 정부 예산이 62억 원인 점에 견줘 대규모 투자였다. 1998년 리스본엑스포 한국관은 해양 주제에 집중했다. 조선산업과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주도 해녀와 바다환경, 장보고 영상물 등의 전시 콘텐츠를 담았다. 2020년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은 돋보이는 디자인과 최첨단 ICT를 활용한 ‘이동성’ 테마를 선보였다. 특히 회전큐브 디스플레이, 내외부를 잇는 나선형 통로 등의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경인교육대학교(총장 김창원)는 경기, 인천지역의 초등교육을 책임지는 우수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역사와 전통의 교원양성의 요람으로서 전통과 역사가 깊은 교육대학교이다.경인교육대학교는 개교 이래 많은 발전과 교육의 선두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자를 양성하는데 노력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과 경기 캠퍼스 2곳을 운영하는 최대 교육대학교이기도 하다. 그런 경인교육대학교에는 또 하나의 자랑이 있는데 전국 교대 중 유일하게 남아 운영 중인 176 학군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경인교대 176학군단은 1992년 9월 1일 창설하여 작년에 30주년을 맞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군단이다.대학교련과 교대 학생들의 유인책으로 운영되었던 RNTC 제도가 폐지되면서 전국 교대에서는 ROTC 학군단을 창설하였는데 대부분의 교대 학군단이적은 남학생 수와 후보생 모집 등의 어려움으로 폐지 및 위탁으로 전환되는 아픔을 겪었다.하지만경인교대의 176학군단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후보생을 모집하여 아직까지도 운영을 하는 우수 학군단이기도 하다.또 176 학군단은 지금까지 33기(1997년임관)부터 61기(2023년임관)까지 550여명의 우수한 예비역 장교를 배출한 학군단이다. 경인교대 176 학군단을 통해 초급장교로 임관하여 2년 6개월의 장교생활을 마치면 임용고시를 거쳐 초등학교 교사로서 근무를 하게 된다.경인교대 176학군단 출신들은 장교출신의 리더쉽과 바른 인성, 적극적인 추진력 등을 바탕으로 경인지역 초등교육의 중추로 자리잡고 있다. 176학군단으로 장교생활과 교직생활을 최선을 다한 인재들은 경인교육대학교 강정진 교수(영어교육과), 최종현 교수(수학교육과), 국립 안동대학교 성은모 교수(교육공학과)와 같이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고 학교 현장의 교장, 교감, 교육청 초등교육지원과장,장학사, 연구사, 해외학교 교감, 국가교육위원회 연구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교과서 집필위원,교사모임 참샘스쿨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전문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역사와 전통의 176학군단도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그것은 사병 복무기간의 축소와 사병 봉급 인상 등 다양한 국가 정책과 이슈에 따라 장교와 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차이가줄어 들었기 때문이다.최근에는대학교 생활기간동안 입영훈련 및 군사학 교육을 받는 등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후보생 과정에 대한 부담과 함께상대적으로 줄지 않은 ROTC의 복무기간, 초급 간부들의 열악한 처우 등이학군단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되면서 후보생 모집이 어려워 한 학년의 인원 수가 10자리수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경인교육대학교와 학군단에서는학군단 운영과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76 학군단 총동문회(회장 최원준 -학군33기) 임원진들과의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경인교육대학교 김창원 총장과 최선영 학생처장, 최원준 동문회장, 김임혁 명예회장, 양재원 부회장, 이준호 사무국장, 강정진 교수, 최종현 교수가함께 학군단의 미래에 대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학교 측의 입장과 총동문회의 의견이 학교 발전을 위한 것임을 함께 동감하며 앞으로 미래교육의 리더가 될 경인교대의 발전과 176 학군단의 유지, 위탁교육의 방향과 대안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총동문회에서는 30년 전통의 176학군단유지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문을 전달하고,후배들의 지원과 모집을위해 학군단 측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을 제안하였고,대학교 측도다각도로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학부, 대학원, 평생교육의 세 축을 발전시켜나갈 미래 방향에 대해 고민이라는 점, 시설과 공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등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하여 안내하여 주었다. 앞으로 176학군단이 유지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 사실이나 마지막까지 대학교 측과 총동문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경인교육대학교측과 176학군단 총동문회 임원진의간담회를 마무리 하였다. 176 학군단 총동문회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초급 간부의 길을 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장교생활에서 오는 자부심과 리더십등을 더욱 알리고 홍보하여야 하겠다는 생각하였고 학군단 창설 31주년을 맞은 올해 초급간부의 처우가 개선되어 더 많은 후배들이당당하게 푸른 제복을 입고 멋진 장교의 길을 가길 바래본다.
"나도 너처럼 20대 때는 한 번 보면 다 외우고, 한 번 들으면 다 이해했어.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책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 번 쯤은 들어보시고, 어쩌면 한 번 쯤은 해보셨던 이야기 아닌가요? 저도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장난으로 했던 말들입니다. 마치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공부는 젊었을 때 하는 것이고 늙어서는 노화가 진행되서 성장하기어렵다." 정말 그럴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 뇌는 변하고 성장합니다. 뇌에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소성이란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소성은 기능적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으로 나뉩니다. 기능적 가소성은 뇌의 특정 부문이 원래의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변하는 것을 말하며 구조적 가소성은 외부 환경에 의해 뇌의 일정 구역이 두꺼워지거나 얇아지는 등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 가소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뇌에 연결된 신경과 시냅스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연결 부위로 여기를 통해 각종 정보가 오고 갑니다. 이런 시냅스가 생성과 소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우리 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시냅스가 소멸되는 예는 어린아이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살배기 아기는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성인 시냅스 양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어떤 시냅스들이 살아남을까요? 바로 자주 쓰여서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들이 살아남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영어의 L과 R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주 인식되지 않는 소리에 대한 민감함이 서양권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떨어지기도 합니다. L과 R 소리를 구분하는 경험이 자주 없으니 그것을 구분하는 시냅스가 강화되지 못한 것이죠. 잘 안쓰이는 시냅스는 이렇게 '가지치기' 됩니다. 이와 반대로 시냅스는 생성되어 강화되기도 합니다. 2000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길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해마와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런던지식(knowledg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을 받고 학습을 한 택시기사들은 복잡한 길을 외워야 했기에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해당 부분의 시냅스가 계속 강화됐던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경력이 오래된런던 택시기사일수록 해마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게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는 약화되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발달되어 두꺼워지며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뇌를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운전과 같이 반복적이고 항상 해왔던 일에만 사용하지는 않았나요? 이제는 우리 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가장 좋은 방법이 학습과 운동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다 늙어서 뭘 더 하겠느냐"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이것은 거짓말 입니다. US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뉴로레이서'라는 이름의 3차원 레이싱 게임을 4주간,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연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4주 전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 단기기억 능력, 집중력 유지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4주 전에 비해 향상되었고 이 연구는 2013년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 주도의 한 연구에서는 하루 30분씩 매일 3차원 슈퍼마리오 어드벤쳐 게임을 한 20~30대 일반 성인이 2달 후에 공간 지각, 기억, 운동 능력 등 담당하는 해마나 배외측전전두피질, 소뇌 등의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3차원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지속적으로 뇌에 가하고 안 쓰던 뇌 부위를 사용하니 뇌가 변하면서 능력이 발전된것입니다. 특히, 독서가 정말 좋은 학습법입니다. 독서는 두정엽, 측두엽등 거의 전체적인 뇌에 자극을 주어 발전시킵니다. 또나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연결된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킵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뇌가 변하니 당연히 내 생각과 행동마저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였을까요? 윈스턴처칠은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는 명언입니다. 학습과 더불어 뇌 발달에 좋은 것은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 연결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60세 이상 노인들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자 인지능력이 향상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이 성인 뇌의 백질과 회백질 부피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는 곳인데 축삭은 우리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백질은 뇌 신경세포로 구성된 조직으로 회백질량이 줄어들면 인지기능이 줄어듭니다. 즉, 대뇌에서 원활한 정보 전달 및 인지기능 활성화에 운동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력운동을 병행하시면 뇌 활성화에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10살이든 100살이든 나이는 우리의 내적 성장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뇌는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퇴화시키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강화시키며 매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됩니다. '이렇게 그냥 사는 거지, 뭔 성장이고 발전이야!'라는 생각이 아직도드시나요? 그렇다면 가볍게, 정말 부담없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 한 권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오고 가는 길에가볍게 산책까지 나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학습과 운동으로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루 되시길 바래봅니다. * 이 칼럼의 마크 E.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 한소원 '변화하는 뇌', 박수원 '뇌 가소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시사점', 데이비드 스노든 '우아한 노년', 임창환 '나이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기기가 안된 상황), 무선 인터넷 환경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환경뿐이었다. 차라리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라는 의무감(?)으로 수업을 이끌어가야 했다. 하는 수 없이 학기 중에 또 한 번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사연수를 받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의 긍정적 효과 연수 이후 나의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교과서의 보급 취지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구성 중점 사항에 맞게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하고 이끌어 주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학업성취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음의 그래프는 동일한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하기 전(1학년 때) 2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왼쪽 그래프)와 디지털교과서로 2학년 때 1년간 학습을 진행한 후, 3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오른쪽 그래프)이다. 과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서책형 교과서로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고, 과학은 디지털교과서로 1년간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 결과다. 디지털교과서 수업의 학업성취도가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은 학생과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고, 하루하루 새로운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 디지털교과서에서 기능적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습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도 보였고, 간헐적인 오류가 나타나 수업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필기 기능, 검색 기능, 노트 기능 등은 간혹 매끄럽지 못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탐구활동관련 실험 동영상의 경우, 출판사에서 제작한 실험 동영상이 탐구활동의 과정을 안내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는 부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재생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부분은 많이 건너뛰고, 결과가 나온 부분만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탐구과정을 살펴보고,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예상해보는 것은 학습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활동이지만, 구조적으로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다. 디지털교과서의 단점 개선 디지털교과서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할 부분이 있다. 먼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과 교과서의 질문에 대한 상호작용 촉진을 위해서라면 탐구활동에 관한 영상의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연결해 재생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영상 뒤에 결과를 예측하는 질문을 넣어 예상 답변을 제출하게 한 후,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구성을 바꿔야 한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교과서 내에 저장된 예시(모범)답안이 있어서 질문에 어떤 답변(내용)을 하든지 상관없이 예시(모범)답안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입력하기보다 예시(모범)답안을 먼저 보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심지어 한 글자만 입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빛이 있는 곳에 둔 시험관 A의 물 높이는 낮아지고, 빛이 없는 곳에 둔 시험관 B의 물 높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A에서는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되어 시험관의 윗부분에 모이지만, B에서는 빛이 없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의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험관 A와 B의 물 높이 변화에 차이가 있는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토의해 보자. 1. ◯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무 내용(빨간 원)을 넣어도 답안이 제시됨] 이와 같은 단점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추진된다는 AI 디지털교과서에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 교과서에 제시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했을 때, 데이터 서버와 연결되어 질문에 대한 유사한 답변을 찾아 예시답안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학습(생각)에 대한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상(유사)답변과 많이 다르거나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에는 답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개의 용어(힌트)를 제시해 줌으로써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속도·수준 등에 따라 학습자료를 제시하고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와 목표성취를 돕는 방향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학교현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개발되는 교과의 수를 늘리기보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지적된 단점을 보완하여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개별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우수 수업사례만을 보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디지털교과서 학습콘텐츠의 질·기능,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등 개선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한 후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 디지털교과서 내의 학습콘텐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탑재(물론 현재도 자료연결 기능으로 탑재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 간의 학습자료 및 학습내용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 내에 커뮤니티 기능(현재는 위두랑이라는 학습커뮤니티 앱과 연동은 가능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쏠 미레 스텔라 리쿠스 블루 청호 청호~.”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청호초중학교 학생들은 매일 아침 태양과 바다, 별, 푸른 호수라는 뜻이 담긴 라틴어 교호(校號)를 외치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찬란한 미래를 열어가는 청호가족의 다짐인 셈이다. 지난 2021년 개교한 청호초중학교는 이름에서 보듯 통합운영학교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책으로, 학교의 적정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학교급간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새로운 모델의 학교형태이다. 두 학교가 통합되면 교장이 1명으로 줄고, 행정실·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학생회 등 각종 위원회를 하나로 운영한다. 통합운영학교는 창의적체험활동이나 동아리활동과 같은 비교과 교육활동을 같이 운영할 수 있다. 또 초·중 연계교육이 이뤄지고 학교 행사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등 다양한 교육활동이 전개된다. 올해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총 123곳의 통합운영학교가 운영 중이다 청호초중학교도 마찬가지. 교육과정 연계부터 진로교육·방과후학교·동아리활동은 물론 학교시설과 교구까지 함께 사용한다. 교사와 학부모들도 하나가 돼 각종 현안에 머리를 맞댄다. 개교 3년 만에 통합운영학교 성공모델로 평가받으며,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교육관계자들이 찾는 청호초중학교. 하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설립 인가를 받고 개교를 준비할 즈음부터 인천지역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통합운영학교 개교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학교폭력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와 함께 중학생들에게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많았다. 통합운영학교 배정을 기피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접수된 것만 총 2만 8,901건. 무려 3만 건에 육박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부모들의 반대 집회와 교육청 점거 등으로 이어지면서 관할 인천교육청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결국 교육청이 두 손을 들었다. 통합운영학교 출범을 포기하고, 초·중학교로 각각 분리해 개교를 했다. 설계 당시부터 통합운영학교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탓에 시설 등 공간분리 작업이 다시 진행됐다. 운동장을 반으로 잘라 가운데 통학로를 내고 양편에 철책을 설치해 접근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하나의 복도로 이어진 실내에는 두꺼운 유리문을 세워 학생들 왕래를 차단했다. 심지어 교정에 심어진 소나무까지 개수를 딱 반으로 가를 정도였다. 물론 등하교 시 출입문도 달리했다. 초대 교장으로 부임한 권영민 교장은 난감했다. 물리적 분리보다 갈라선 마음이 더 아팠다. 고심을 거듭하던 중 화합의 실마리는 뜻밖의 상황에서 찾아왔다. 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학생 오케스트라를 만들기로 하고, 단원 모집에 들어간 것이 계기였다. 악기를 다뤄본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려 했는데 신설학교다 보니 인원을 채우기 힘들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단독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없는 실정이었다. 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서 선택은 하나. 초·중학교 학생들을 한데 묶어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것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얼마 뒤 청호초중학교 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그래도 걱정은 남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섞인 상황이다 보니 혹여 다툼은 없을까 신경이 쓰였다. 기우였다. 중학생들은 동생처럼 돌봐줬고, 초등학생들은 형처럼 따랐다.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한 울타리에 있기 때문에 갈등을 해결하고 회복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갈등에서 화합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그즈음 한편에선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치어리딩 동아리가 결성돼 바람을 일으켰다. 학생들이 의기투합, 자발적으로 만든 최초의 동아리다. 치어리딩 동아리는 지난해 인천시 대회에 출전 1위를 차지, 금메달을 목에 걸 정도로 높은 기량을 자랑한다. 이후 초·중 연계 프로그램은 순풍을 타듯 방과후학교와 창의적체험활동을 거쳐, 정규교육과정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학생들은 창체활동시간을 이용, 초·중 연계 공동자치회를 구성하고 탄소중립 캠페인,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학교축제와 바자회 등을 열었다. 아침 독서시간에는 중학생들이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동생들에게 책 읽어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방과후학교는 영어·수학·과학·체육과목을 중심으로 초·중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규교육과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태환경교육·세계시민교육·디지털 미래교육 등을 주제로 한 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을 운영했다. 예컨대 ‘초등 도덕’과 ‘중등 음악’이 함께한 생태환경 연계 수업에서는 생명과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음악으로 구성해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권 교장은 “통합운영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과정”이라며 “학생들이 정해진 급별 교원이 아닌 다양한 교원에게 알차고 풍성한 수업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밝혔다. 원활한 초중학교 교육과정 연계를 위해 수업시간도 섬세하게 조정했다. 대개 초등은 40분, 중학교 45분 수업이지만 청호초중학교 수업시간은 초등 42분, 중학교 43분이다. 쉬는 시간은 초등 8분, 중학교 7분이다. 2학기에는 초등과 중학교 수업시간을 43분, 42분으로 각각 맞바꿔 운영할 예정이다. 초·중연계 교육과정의 핵심은 뭐니 뭐니해도 교사의 역량이 관건. 청호초중은 수준 높은 교육과정 연계 활동을 위해 통합운영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조율해 나갔다. 전문적학습공동체 역시 초·중학교 교사들이 함께 섞여 수시로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높였다. 학교운영위원회·급식소위원회·도서관운영위원회·교권보호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도 초·중 연계를 위해 하나로 통합했다. 갈등에서 화합으로, 분리에서 통합으로 새롭게 변신한 청호초중학교. 베를린 장벽처럼가로막던 철책이 허물어진 지금, 초등학교 운동장에선 중학생들이 달리기를 하고 중학교 운동장에선 초등학생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장담그기 행사에는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모두 모여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3년이 지난 지금, 학교가 달라졌다. 3만여 건의 민원이 말해주듯 한때 대표적 기피학교였던 청호초중학교. 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가장 오고 싶어 하는 선호학교로 탈바꿈했다. 영재학교나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게다가 학교폭력은 찾아볼 수 없는 학교라는 입소문이 퍼졌다. 그래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계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학교는 신입생이 늘었다. 중학교는 경쟁률이 2대 1을 넘을 정도로 치열하다는 전언이다. 학교 측은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유휴교실이 단 한 칸도 없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통합운영학교 성공모델을 보기 위해 학교를 찾은 제주도 교육계관계자들은 “감동적이다”는 말로 지난 3년 학교 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라는 권 교장, 그는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바로 청호교육이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권영민 교장은… 초등교사 출신으로 인하대에서 교육학박사를 취득했다. 교육부 동북아역사대책팀장, 교육과정정책과장, 중앙교육연수원 교원능력개발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가장 어렵다는 교육과정개정(2009)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임시학교를 세워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막았고, 포항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됐을 당시에는 대입업무를 맡을 정도로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오는 11월 16일 시행 예정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와 관련해 “EBS 수능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 체감도를 높일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이날 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 계획문’을 공고하면서 “올해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한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 성취기준 등 교육과정 근거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 수능 출제의 연계는 간접 방식으로 이뤄지고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계율은 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으로 50% 수준을 유지한다.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는 변별이 아닌 고교 졸업자가 갖춰야 할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될 계획이다. 필수화 취지에 따라 한국사 영역 미응시자의 경우 수능 응시 자체가 무효 처리되고 성적 전체가 제공되지 않는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시험 체제에 따라 국어・수학・직업탐구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가 적용되고,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사회・과학 구분 없이 17개 선택과목 중에서 최대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한국사‧탐구 영역 시험에서는 수험생에게 한국사와 탐구 영역 답안지를 분리해 별도 제공한다. 수능 응시원서 접수기간은 8월 24일부터 9월 8일까지 12일간으로, 이 기간 내에는 접수 내역을 변경할 수 있다. 성적통지표는 12월 8일까지 수험생에게 배부될 예정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자 포함) 수험생은 응시수수료를 면제한다.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차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시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 유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학생들이 공교육 안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원지원을 확대한다. 유아 사교육에 대해 체계적 대응을 위해 관련 조사를 신설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2022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어려움을 겪는 와중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날 교육부는 최근 3년간의 수능 시험과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 제출된 총 22개의 킬러문항 사례를 공개한 뒤“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사교육을 통해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핀셋으로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공교육 과정 내에서 변별력을 갖춰 ‘공정 수능’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출제단계에서부터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장교사들을 중심으로 가칭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을 신설한다.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허위‧과장 광고 등 부조리 신고를 접수‧처리하기 위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력해 부당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한다. 논술·구술 등 대학별고사,학교 수행·지필평가 등도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지도록 점검한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EBS 유료 강좌인 ‘중학 프리미엄’을 무료로 전환하기로 했다. 수준별 학습 콘텐츠 확대도 나선다. 최근 증가하는유아 사교육에 대해서도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안도 드러냈다. 초등 입학 대비 유-초 연계 이음학기 운영,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높은 방과 후 과정 운영 등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린다. 숲‧생태‧아토피 치유 등 다양한 테마형 유치원도 지정한다.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하고, 일부 유아 영어학원 등의 편법 운영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의 소통을 통해 정상화를 유도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강력한 사교육 경감 대책은 시의적절”하다며 “학교 여건을 반영해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행‧재정 ‘지원’과 교원 업무 경감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사교육 대책에 대한 풍선효과는 없는지 촘촘히 살피고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벌주의 타파 등 근본적인 대책도 요구했다. 교총은 “사교육비 문제는 수능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는 데다 근본적으로는 학벌주의가 견고하고 좋은 직장은 ‘좁은 문’인 사회 취업‧노동환경에 원인이 있다”며 “교육정책과 함께 사회‧노동정책이라는 틀에서 멀리 보고 종합적인 정책을 펼 때 경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제에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종합적인 비전, 방안 수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을 앞두고 학교 현장이 분주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과 2015 교육과정과 비교해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지, 교과별 수업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를 살펴 발 빠르게 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디지털 소양을 기르기 위해 정보교육을 강화하고, 초6·중3·고3 2학기 등 학교급이 바뀌는 시기에 진로연계학기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고등학교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국어·영어·수학 수업 시간 105시간 감소,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1학기로 축소, 초등학교는 3~6학년 선택교과목 도입 등이 달라지는 점이다. 초등학교는 2024년 1·2학년부터 적용되고, 중·고교는 2025년 1학기부터 적용된다. 한국교총 원격연수원 ‘사제동행’도 이런 교사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기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주제로 한 직무연수를 선보였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개정 교육과정’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사항과 교과별 학습지도법, 학교급별 주요 특징 등을 알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연수다. 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에서는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 등 교육과정을 총론부터 과목별 개정안까지 살필 수 있게 구성했다. 특히 현행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 교육과정을 수업에 담은 실제 수업 설계 사례를 소개해 실무 적용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직 초등 교사 6인이 교사들의 고민 해결사로 나선다. 고교 교사 대상 연수에서는 놓치지 말아야 할 고교학점제의 핵심을 짚어준다. 학사제도 운영, 최소 학업 보장 기준 지도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디지털 리터러시, 창의적 체험 활동, 민주시민교육 등 미래 세대의 핵심 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을 설계하고 구성하는 방법도 안내한다.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할 강의도 마련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서 발견되는 문해력 저하 문제는 단순히 글을 읽지 못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장 교사들은 문해력은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수업과 교과서를 이해하기 어려워 학습 결손으로 이어지고, 학력 격차로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정교육과 함께하는 초기 문해력 수업 지원’ 연수는 문해력 전문가인 최선일 세경대 교수가 함께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을 살펴보고,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 사례를 소개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돕는다. 초등과 중등으로 나눠 연수를 진행한다. 사제동행은 신규 과정 오픈 이벤트도 마련했다. 오는 7월까지 신규 직무연수 신청자에게 파리바게뜨 상품권(8000원 상당)을 제공한다. 연수 신청은 사제동행 홈페이지(www.education.or.kr)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2-570-5700
교육부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차세대 디지털교과서 제작을 추진한다. 서책 형태의 디지털교과서를 넘어 AI를 포함한 디지털교과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맞춤형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지만,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이기에 위험 부담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교총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논평했다.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사회·역사·과학·기술·가정 등으로 확대된다. 학생 데이터 기반의 맞춤 학습콘텐츠를 제공,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장애교원을 위한 화면해설과 자막, 다문화 학생을 위한 다국어 번역 기능이 지원된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양질의 AI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서책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이 협업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있다. 심사에 합격한 AI 디지털교과서는 6개월간 안정성, 신뢰성, 적합성을 검토한 후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위해 수학·영어·정보·국어(특수교육) 과목 교사 연수, 맞춤형 교수·학습방법 개발 등도 함께 추진한다. 원활한 현장 안착을 위해 사용자 의견수렴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 현장의 요구를 수렴한 뒤 설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우선 발행사 및 에듀테크 기업은 개발 시 유해콘텐츠 차단 등 윤리 원칙을 준수하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디지털 소양 교육, 정보 평가, 정보통신윤리, 과몰입 예방 등 디지털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학생은 학습 수준·속도에 맞는 배움으로 학습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학부모는 학습정보를 바탕으로 자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교사는 학생의 인간적 성장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돼 교실은 학생 참여 중심의 맞춤교육이 이뤄지는 학습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은 속도보다 방향성과 현장 적합성, 무엇보다 교육적 활용 가능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AI디지털 교과서는 교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 개개인을 피드백해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가 더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최미애 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교육기획부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발표'에 앞서 인공지능 활용 초등수학수업 지원시스템 똑똑수학탐험대를 시연하고 있다. 고범석 EBS 창의융합교육부 부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방안 발표'에 앞서 AI 영어말하기 시스템 및 AI 펭톡을시연하고 있다. 이지영 EBS 에듀테크부 대리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한1:1 맞춤 학습 지원 서비스 '단추'를 시연 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AI(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어릴 적 고향 고모네 집 뒤뜰에는 제법 큰 석류나무가 있었다. 여름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묘하게 섞인 석류꽃이 피고, 석류꽃이 진 다음에는 석류 열매가 커지기 시작했다. 주먹만 해져서 붉은색을 띠기 시작하면 신 석류 맛이 생각나 따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꾹 참았다. 추석 즈음 석류가 다 익어 벌이지면 고모가 한 개씩은 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설 토지에서 봉순네가 김 서방댁과 나누는 대화에 석류꽃이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니 석류꽃은 머할라꼬 줏노?” “아까바서 줏소.” “아깝다니 그기이 어디 쓰이나?” “멍도 안 들고, 시들지도 않고 우찌나 이쁜지.” “미쳤다. 할 일도 없는갑다.” “해가 들믄 시들 것 아니요.” “사십이 넘은 제집이 그래 그 꽃 가지고 사깜(소꿉장난의 방언) 살 것까?” “애기씨 줄라꼬요.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으니께 볼만 안 하요? 이런 빛깔 다홍치마가 있다믄 한 분 입어보고 싶소.” 토지 3권 석류꽃이 떨어졌으니 6월쯤일 것 같다. 봉순네는 시들지도 않고 떨어진 석류꽃을 줍고 있다. 벌써 바구니에 수북한 모양이다. 그걸 보고 김 서방댁은 나이 들어 소꿉놀이하려고 그러느냐고 놀리고, 봉순네는 애기씨(서희) 주려고 한다고 답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석류빛 다홍치마가 있다면 입어보고 싶다는 봉순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할 때 그 다홍치마다. 봉순네는 봉순이의 어머니로,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최참판댁 침모로 살고 있다. 서희에게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별당아씨 대신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다. 하녀 귀녀가 최참판댁 당주 최치수 살인에 관여했음을 가장 먼저 눈치챌 정도로 사려 깊은 여성이기도 하다. 악인 조준구가 말년에 재산을 다 털어먹고 통영 서문고개 너머에 사는 아들 조병수를 찾아갈 때에도 석류꽃이 나오고 있다. ‘돌다리를 지나고 석류꽃이 핀 울타리를 따라 꽤 넓었던 골목길’을 지나 병수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처럼 석류나무는 하동이나 통영 등 남부지방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다. 하지만 추위에 약해서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어렵다. 석류나무는 이란·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과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도입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초기에 중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5~7월 꽃이 피는데 꽃받침이 통 모양이고 육질이며 꽃잎은 6장이다. 9~10월이면 붉은 과육이 터지면서 투명 구슬 같은 씨를 드러낸다. 홍보석 같기도 한 열매는 신맛이 강하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 여성과 관련 깊은 석류 석류는 여러모로 여성과 관련이 깊다. 우선 석류꽃은 6장의 꽃잎이 진한 붉은색이다.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은 이런 꽃 모양을 보고 ‘짙푸른 잎사귀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萬綠叢中紅一點)’이라고 노래했다. 오늘날 흔히 뭇 남성 속의 한 여인을 가리키는 ‘홍일점’의 어원이다. 또 석류 열매에는 갱년기 장애에 좋은 천연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다. 그래서 석류로 만든 여성음료가 많고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같은 마케팅 문구가 있는 것이다. 석류를 소개하면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 그라나다(Granada)를 빠뜨릴 수 없겠다. 스페인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곳이다. 그라나다라는 지명 자체가 석류에서 유래한 것이다. 올해 초 그라나다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도시 곳곳에서 석류모양 장식물과 무늬를 볼 수 있었다. 석류를 의미하는 영어 ‘파머그레니트(Pomegranate)’는 그라나다 앞에 사과를 의미하는 ‘파머(Pome)’를 붙인 것이다. 봉순네는 서희가 열 살, 봉순이가 열두 살 때 평사리를 휩쓴 호열자(콜레라)로 윤 씨 부인과 김 서방, 강청댁 등과 함께 허망하게 죽는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조준구 일가는 최참판댁을 차지하고 마음껏 전횡을 일삼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봉순네라도 살아남았으면 조준구 일가의 전횡을 어느 정도는 막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또 유일한 혈육인 봉순이가 기생 길로 가는 것도 분명히 막았을 것이다. 연을 쫓는 아이(할레드 호세이니 작)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 근대사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석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불의 부잣집 소년 아미르와 그의 하인 하산은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지내며 컸다. 그러나 하산은 목숨을 걸고 아미르를 지켜준 반면 아미르는 하산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외면했다. 아미르는 1980년 아프간 공산화를 계기로 카불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했다. 20년 후인 2001년 어느 날 아미르는 하산이 죽고 그 아들이 고아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번에는 아미르가 용기를 내 하산의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탈레반 치하의 카불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아미르와 하산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 시절, 석류나무가 있는 언덕에 올라가곤 했다. 어느 날 아미르는 부엌칼로 나무에 ‘카불의 술탄인 아미르와 하산’이라고 새긴다. 두 아이는 피처럼 붉은 석류를 따 먹곤 했다. 아미르가 하산을 배신한 다음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산과 갈등을 겪는 대목에도 석류가 나오고 있다. 하산을 향해 석류 한 개를 휙 던졌다. 석류가 하산의 가슴에 맞고 터지자 빨간 과육이 튀었다. 하산이 놀라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너도 던져봐!” 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중략)… 몇 번이나 그에게 석류를 던졌는지 모른다. 지쳐서 숨을 헐떡이며 멈추자 하산이 총살 집행 군인들에게 총을 맞은 것처럼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치고 절망해서 털썩 주저앉았다.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을 구하러 카불을 방문했을 때 늙은 석류나무도 찾아보았다.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카불의 술탄인 아미르와 하산’이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잎이 다 떨어진 시든 나무는 과연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아프가니스탄은 인접한 이란·파키스탄과 함께 석류나무가 많은 곳이다. 시든 석류나무는 탈레반에 신음하는 아프가니스탄 현실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석류나무는 아미르와 하산의 우정과 함께 카불에서 벌어진 탈레반의 만행도 지켜보았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생전 생명운동을 얘기하면서 “인류적 차원에 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작가가 살아 있었으면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탈레반의 만행에 대해 분명히 따끔한 말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