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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수능, 성공의 조건은?

 

바람직한 대입전형이 갖추어야 할 기준
대학입학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출신 대학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 대학 간 서열화가 이러한 대학 입학 경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에 대응하는 것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는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내용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은 여러 번 평가를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의 객관성은 한 검사의 측정결과가 다른 검사자 혹은 채점자에 의해서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의 경제성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평가도구 중에서 경비·시간·노력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준과 달리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조건이 제공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면 형식적 공정성을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 공정성은 학생이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공정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별도의 쿼터를 제공하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으로 규정하여 ‘사회통합전형·농산어촌특별전형·국가유공자전형’ 등을 통해 특별한 대상에게 별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어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최근 ‘공정한 수능’ 논의의 배경
최근 공정한 수능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되어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수능의 출제가 대통령 수준의 정책 의제로 설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7월에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결국 특정 사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만 정답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사례
2011학년도 국제중학교와 외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입시가 중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중학교에도 확산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고등학교 입시문제의 핵심은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대비할 수 없는 입시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외국어 인증시험 점수를 입학전형 요소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에서 텝스·토플·토익 등의 영어 인증시험 점수를 특별전형에서 반영해왔다.

 

텝스·토플·토익 등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지문 등의 내용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철학·심리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어고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인증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어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 전형자료로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교외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을 요구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상실적을 요구하게 되면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경시대회가 상당히 늘어났고, 이에 참가하는 학생수도 매우 증가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는 충실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입학전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일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필고사,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인 구술시험과 심층면접, 영어 듣기평가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였다.


넷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상담에서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중학교가 완전히 소외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등의 입시철이 되면 아예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들까지 발생하였고, 중학교는 사실상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도입을 통해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중학교 사교육비를 줄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외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을 위한 방향
선수로 뛰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정한 사교육의 경험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소위 킬러문항을 제거하는 것은 공정한 입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교육이나 특수한 경험을 요구하는 입학전형 방식이나 요소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능 킬러문항 제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비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인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방과후·주말·방학 중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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