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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를 매일매일 보다보면 위기가 아닌 날이 없다. 새로운 뉴스가 나오기 마련이고, 시장은 그 뉴스에 흔들린다. 작년 말에는 금리인상 우려, 올 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에는 금리인상 속도 우려, 양적긴축 우려 등으로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하루하루를 보면 위기의 연속인데, 길게 보면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계속 우상향하고 있다.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증시는 더 하락할 것 같지만, 막상 위기가 끝나기도 전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아직 좋은 소식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증시가 먼저 하락하는 경우도 많다. 많이 오르면 배가 아파서 지금이라도 사고 싶고, 많이 내리면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팔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결국 뉴스를 보고 뇌가 판단내리는 것이 아니고 흔들리는 마음이 판단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대중의 마음이 대개 비슷하기 때문에 비슷한 시점에서 가장 욕심이 나고,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오르기도 하고 더 많이 하락하기도 한다. IMF·리먼 브라더스·코로나 때, 세상이 망할 것처럼 증시가 하락했지만 나중에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올라가곤 했다. 반대로 자고나면 오르는 시기도 있는데, 영원히 오를 것 같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려와 있다. 투자는 새옹지마처럼 투자하는 것이 좋다. 좋은 일이 있으면 곧 나쁜 일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이번에는 좋은 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미리 움직이는 것이 낫다. 남들이 욕심을 낼 때 같이 욕심을 내고, 공포를 느낄 때 같이 참여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세계 최대 펀드인 마젤란 펀드는 전설의 피터린치가 이끄는 13년 동안 단 한 해도 손실 없이 연평균 28.7%의 수익을 냈다. 투자한 사람들은 다 부자가 됐을 펀드였음에도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손실을 입었다. 고점에 사고 저점에 팔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잘 모르겠다면 적립식 장기투자가 정답 경제뉴스를 매일 보고,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경제를 잘 이해하고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경제지식과 상관이 없고, 자주 사고파는 것과도 상관이 없다. 과거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주식투자 대결 이야기가 있다. 각자 몇 종목씩 골라서 투자를 했다. 침팬지는 글씨를 모르니 무작위로 아무거나 뽑은 셈이고,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전망이 좋을 주식을 고른 셈이다. 결과는 침팬지의 승리였다. 주식전문가들이 나와서 수익률로 순위를 매기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1등이 0%였다. 나머지는 모두 손실을 봐서 수익을 못 낸 사람이 1등을 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투자를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은 로또 번호를 잘 맞출 수 있다는 확신과 비슷하다. 2020년 3월에 코로나로 인해 세계증시가 그렇게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몇이나 있었을까? 미국에 연금자산 12억이 넘는 부자들이 2020년 기준으로 26만 명이 넘는다는 뉴스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넣은 연금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불어날 수 있었을까? 이들은 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으로 주식에 투자를 했다. 우량한 회사 주식을 여러 개 사서 은퇴할 때 열어보니 이렇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 경제뉴스를 보고, 주말에 움직이지도 않는 주식창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투자 때문에 일희일비하면서 가족·지인들과 눈도 안 마주치고 이야기한 스스로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해서 정말 돈을 많이 벌었는지? 혹시 돈 말고 더 중요한 것을 잃은 것은 없는지. 직장인에게 가장 좋은 투자는? 직장인의 가장 중요한 현금공급원은 월급이다. 이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내가 직장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사회계약이다. 직장생활을 유지하면서 모은 돈으로 투자해서, 부를 더 빨리 이루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 하지만 그것이 주객전도가 되면 안 된다. 투자를 위해 직장을 소홀히 한다고 투자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본인의 급한 마음만 표현할 뿐이다. 가장 좋은 투자는 수익률이 아니라 내 마음이 편한 투자다. 어딘가에 투자를 하고 나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잘 투자한 것이다. 불안해서 계속 확인하거나 다시 팔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투기라는 것이 굉장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어로 투기를 뜻하는 ‘speculation’의 어원은 망루를 뜻하는 라틴어 ‘specula’라는 단어가 어근이다. 망루에서 멀리 내다보는 동작, 즉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올 미래를 보는 사람을 투기꾼이라고 한다. 미래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확률에 자신의 돈을 거는 것이다. 맞추면 돈을 벌고 틀리면 돈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라고 하지만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좋은 투자는 미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여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어”, “이 기업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주가도 언젠가는 오를 수밖에 없어”라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를 하면 마음이 편하다. 10년간 미국 우량주 500개를 모아둔 SP500 지수의 10년 상승률을 보면 연평균 15% 이상 올랐다. 반면 이 정도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매니저는 별로 없다. 월급날마다 꾸준히 적립식으로 우량한 곳을 모아둔 ETF를 사두거나 지수 ETF를 사거나 알짜 부동산을 사는 전략을 취하면 평균의 수익률이 복리로 누적되면서 높은 확률로 풍족한 노후를 선물해 줄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빨리 돈을 모아 빨리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 남들보다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고, 당연히 무리한 투자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 번 뿐인 여러분의 인생을 어느 쪽에 걸 것인지 생각해보며 투자를 했으면 한다.
5월 달력을 보면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다. 그래서 흔히 5월을 가정의 날이라고 부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가족을 포함하여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위한 기념일이 많다. ● 근로자의 날(5월 1일) 근로자의 날(메이데이, May Day)은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 및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의 행사를 개최했다. 미국·캐나다·일본 등 일부 국가는 사회주의의 메이데이에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9월 첫째 월요일, 뉴질랜드는 10월 넷째 월요일, 일본은 11월 23일이 ‘노동절(Labour Day)’이다. ● 어린이날(5월 5일)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방정환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정한 날이다. 각 나라마다 어린이날은 다르다. 스위스는 어린이날이 없는 대신 3년에 한 번 어린이 축제를 한다. 일본은 3월 3일(여자아이), 5월 5일(남자아이) 두 번한다. ● 입하(5월 5일) / 소만(5월 21일) 입하(立夏)는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때가 되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한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이다. 봄의 상징인 냉이나물은 없어지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모내기 준비를 서두르고, 빨간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 어버이날(5월 8일) 어버이날의 시작은 1956년부터 지정된 ‘어머니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면서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되었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문화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하얀 카네이션을 영전에 바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살아계신 부모님께 빨간색,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흰색 카네이션을 드린다. 미국·중국·일본은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다. 중국은 카네이션 대신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의미의 망우초를 선물하고, 일본은 ‘아버지의 날’에는 장미를 선물한다. 그리스는 매년 1월 8일 ‘어머니의 날’이 되면 평소 집안일에 손을 대지 않는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고, 여자들은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한다. 만약 남자들이 거리에 나와 있으면, 여성들이 모여들어 물을 퍼붓거나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도 한다고 한다. ● 부처님 오신 날(5월 8일) 올해는 불기 2566년이다. 조계사는 올해 봉축표어를 ‘나누면 따뜻해요’로 정하고 도량등을 미소 지은 부처님 얼굴과 연꽃을 함께 표현해 코로나19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근로자의 날·부처님 오신 날·크리스마스는 아쉽게도 대체휴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 스승의 날(5월 15일) 각 나라에도 스승의 날이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 충남 강경여고 J.R.C.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실시하다가,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되어 ‘스승의 날’이 폐지되었고,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하여 다시 부활되었다. 미국은 1985년부터 5월 첫 번째 주 화요일을 National Teacher's Day로 지정하고, 그 주 전체를 스승에 대한 감사 주간으로 기념한다. 이때 학생들이 선생님께 사과를 선물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중국의 스승의 날은 9월 10일로 ‘교사절’이라고 부르며, 1985년 처음 제정되었다. 베트남은 매년 11월 20일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나라답게 선생님 댁을 직접 방문해서 인사드린다. 법정 공휴일이기도 하며, 전국적으로도 성대한 행사들이 많이 진행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고 카네이션을 개인이 달아 드리는 것 역시 제한되고 있다. 전국에서 학생들과 오늘도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세계 가정의 날(5월 15일) 가족을 영어로 번역하면 family이다. 원래 하인·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famulus에서 유래되었지만, 사람들은 종종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합성하여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가족의 모습과 의미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심리적 측면은 변함없을 것이다. 세계 가정의 날은 국제연합이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바탕이 되는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 성년의 날(5월 16일) 성년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통과의례이다. 비로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만 19세에 이르면 성년이 된다. 올해는 2003년생이 성년식을 치르는 해이다. 성년식은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이다. ● 5·18민주화운동(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기록문은 인권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주요등재유산은 조선왕조실록·훈민정음·난중일기·조선통신사와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다. 5·18민주화운동은 1981년 5월 18일 시민·학생·재야운동 세력이 망월묘역에서 추모행사를 거행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정부는 추모행사를 다시 열지 못하도록 탄압을 가했으나, 5월 계승운동의 일환으로 꾸준하게 실행되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차원에서 재평가되었고, 마침내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 발명의 날(5월 19일) 인류의 역사는 곧 발명의 역사였다. 과거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발명품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제품의 개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측우기의 반포일이 1441년(세종 23) 4월 29일(양력으로 5월 19일)인 것에 연유한 것이다. ● 세계인의 날(5월 20일) 태어난 국가를 뒤로하고, 다른 나라에서 삶을 일군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민자가 사회 곳곳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에도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인의 날은 다양한 민족·문화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매년 5월 20일 세계인의 날부터 일주간은 ‘세계인 주간’이다. 학교에서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한 학교구성원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 시기에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 부부의 날(5월 21일) 가족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엄마 아빠의 관계가 나쁘면 학생의 학교적응력도 떨어진다. 결국 부부가 화목해야만 다양한 청소년문제도 해결된다.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매년 5월 21일로 정했다. 1995년 5월 21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되어,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운동이 전개되었으며, 200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부부의 날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남편, 어떤 아내, 어떤 엄마,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뜻깊을 것이다. ● 방재의 날(5월 25일) 최근 울진·삼척을 비롯한 곳곳에서 연이어 안타까운 산불소식이 들려온다. 방재(防災)란 재해를 막는다는 뜻으로, 방재의 날은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산불·지진·태풍 등 자연재해는 삶의 터전을 잃게 한다. 예전의 삶으로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예방수칙’과 ‘대응요령’을 잘 익히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바다의 날(5월 31일) 바다는 먹을거리는 물론 공해 없는 천연자원까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양생물 생존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바다 사막화’ 등 바다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바다의 날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5월 31일로 정했다. 바다의 날을 맞아 일상생활 속에서 바다오염을 줄일 수 있는 실천방안을 생각해보자.
경남 진주의 연암공과대학교(총장 안승권)는 '기술입국'을 강조한 고 구인회 LG창업 회장의 유지를 받든 LG연암학원에서 설립·운영하는 전문대학이다. 사람을 향한 기술, 옳은 미래를 추구하는 뉴칼라 인재 양성을 추구한다. LG의 전폭적 지원과 긴밀한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통한 LG장학금, LG계열사 취업을 위한 LG-Day 등은 다른 대학과 차별되는 가장 큰 장점이다. 현직 LG계열사 직원이 강의하는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 실제 산업현장의 숙련 기술을 익힐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 저명인사 특강을 주기적으로 시행해 세상을 보는 안목과 기초 소양을 다질 수 있게 한다. 또한 LG 계열사 외에도 다양한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난해까지 총 133건의 산학협력 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취업 및 진로 멘토링, 취업 특강·캠프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81.6%라는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LG화학 71명, LG디스플레이 48명 등 LG 계열사에 총 244명,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여타 대기업 69명 등 대기업에만 총 313명이 입사해 대기업 취업률 54.5%를 기록했다.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취업 결과를 낸 것이다.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장학제도는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준다. 등록금 수입 대비 교비 장학금 지급률은 2021년 정보공시 기준 19.6%로, 전국 사립 전문대학 126개교 중 14위다. 또한 'LG전자 장학금' 등 교외장학금을 유치하고 한국장학재단 내 다양한 장학 사업에 빠짐없이 참여해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쓰고 있다. 기숙사는 여학생 1동, 남학생 3동 등 총 4개 동으로 구성됐으며 총 629명이 입사 가능하다. 전체 재학생 1200명의 52%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보훈대상자를 우선 배정하며, 나머지는 신입생(원거리 우선), 재학생·복학생(직전 학기 성적, 상벌점 등) 순으로 선발한다. 2023학년도 신입생 모집인원은 총 445명이다. 모집정원의 97%를 수시에서 100%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정시모집은 12명으로 일반전형(수능 위주전형, 교과 위주전형)으로 진행한다. 학과별로는 전기전자공학과 135명, 기계공학과 140명, 스마트소프트웨어학과 65명, 스마트기계공학과 40명, 스마트전기전자공학과 65명이다. 서류전형에서 학생부는 모든 교과목을 반영하고 1학년 35%, 2학년 35%, 3학년 1학기 30%를 반영한다. 면접전형은 수시모집에서만 실시한다. □ 전기전자공학과(2년제) 전자전기분야의 실무형 전문 기술인을 양성한다. 제어시스템전공은 전자 및 통신시스템, 제어시스템, 디스플레이 분야의 회로 설계, 설치 및 유지보수 능력을, 에너지시스템전공은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의 전문가를 육성한다. 주요 취업 분야는 이동통신 단말, 통신시스템, 전기부품, 로봇, 자동제어, 디스플레이, 신재생에너지 등이다. □ 기계공학과(2년제) 자동차, 가전, 조선, 항공 장치산업 등 기계 분야 산업현장의 니즈에 맞춘 세부 전공과 특성화 교육으로 실무형 기계 엔지니어를 육성한다. 기계설계전공은 기계공학의 기초 이론 및 설계와 가공 등의 실무를, 컴퓨터응용 기계전공은 각종 기계시스템과 금형에 대한 실무형 기술을 함양한다. 주요 취업처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LG U+,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하이닉스 등이다. □ 스마트소프트웨어학과(3년제) 웹 애플리케이션,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IoT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 웹페이지 제작, OCA취득 및 앱 등록 등 학년별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전공동아리 활동을 통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 LG전자나 LG CNS, 포스코, 비즈테크파트너스, 미디어로그 등으로 취업할 수 있다. □ 스마트전기전자공학과(3년제) 전기전자 공학 기반 지식으로 특화된 IT분야를 교육한다. 전기자동차전공과 임베디드시스템전공으로 특성화하해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미래기술에 대처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설계 개발을 할 수 있는 전문기술인을 양성한다. 졸업 후에는 지능형 사물인터넷 융합과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전기자동차 부품, 산업기기 개발·관리 분야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 스마트기계공학과(3년제) 기초수학, 과학, 전공 지식 응용능력은 물론 창의성, 다양성, 융통성, 종합적 사고능력을 겸비한 지식 기반형 공학도를 양성한다. 실무 중심 이론과 실험·실습으로 현장 적응력을 기르고, 자매 대학 해외어학연수와 영어캠프 프로그램으로 국제적 감각을 지닌 글로벌 공학도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전, 조선, 자동차, 항공, 자동화산업, 장치산업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매스프레소(대표 이용재)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학습플랫폼 ‘콴다(QANDA)’의 가입자 수가 이달 6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27일 밝혔다. 4개월 만에 1000만 명이 늘었다. 전체 가입자 중 87% 이상은 글로벌 이용자로 집계됐다. 콴다는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사진 찍어 검색하면 5초 내에 해당 문제의 풀이와 관련 유형 문제, 개념 영상 등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2018년 11월 일본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순차적으로 진출해 20개국 교육 앱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현재 7개 언어(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를 지원하는 콴다는 전 세계 50여 개 이상 국가에서 사용자가 유입되는 글로벌 교육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주 이용층은 중·고등학생으로, 10학년(15%), 12학년(14%), 9학년(12%)으로 나타났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한국 순이다. 모바일 앱 마켓 분석업체 Data.ai (구 앱애니)에 따르면 2021년 9월~11월 기준, 동남아 전 지역 에듀테크 앱 차트에서 2위에 랭크됐다. 콴다의 누적 문제 해결 수는 약 40억 건으로, 지난해보다 약 2배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1100만 건 이상으로, 1초당 약 131건이 검색되는 셈이다. 매스프레소 이용재 대표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Holon IQ에 따르면 전 세계 교육 시장에서 디지털화는 5.5%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기술을 통한 교육혁신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교육 시장의 디지털화를 통해 지역 간, 국가 간의 격차를 넘어 누구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1929년부터 미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입니다.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황금빛 남성 모양의 트로피의 이름인 ‘오스카’를 붙여 오스카상이라고도 하지요. 2020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타서 화제가 되었는데, 정확히 어떤 상을 받은 것이고, 한국 영화가 어떻게 미국 시상식에서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일까요?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중 시상식의 가장 마지막에 발표되는 ‘작품상’은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여겨집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포레스트 검프,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 처럼 명작만이 받을 수 있는 상이지요. 하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시상식인 만큼 작품상의 후보로 오르려면 미국과 관련된 조건도 만족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언어나 배우의 국적이 아니라 상영 지역입니다. 영화가 미국에서 상영된 적이 있어야 후보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미국 극장에서 일주일 넘게 상영된 영화 중에서 후보를 정하고, 투표로 수상작을 뽑게 된답니다. 이 조건만 만족하면 영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아도, 혹은 미국인이 출연하지 않는 영화도 작품상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런데도 2019년까지는 영미권 영화가 아닌 외국어 영화는 단 한 번도 작품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이 따로 있지만, 이것 역시 영미권 영화에 치우친 아카데미 시상식의 구색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에 대해 “오스카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매우 지역적이다”라고 재치 있게 꼬집기도 했어요. 영미권 영화가 아닌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였으며, 굉장히 뜻깊은 일이었답니다. 최근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작들을 결정하는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Arts and Science)는 작품상을 선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어요.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다양성 및 포용성의 강조입니다. 영화는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해요. 첫째, 주연 배우나 중요한 조연 중 적어도 한 명은 소수인종, 혹은 소수 민족 출신일 것. 둘째, 조연/단역 배우 30% 이상을 다인종·여성·성 소수자·장애인으로 구성할 것. 셋째, 영화의 주요 주제는 소수자 집단에 관한 내용일 것. 아카데미 시상식이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위해 과감한 변화를 준 것 같지요? 새 기준이 반영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요? ‘미국 시상식’이라는 오해를 벗고 진정한 ‘국제 시상식’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봐요! 문제 1)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고르세요. ① 가장 권위 있는 감독상이 제일 마지막에 발표된다. ② 수상자는 ‘오스카’라는 이름의 트로피를 받는다. ③ 2019년 이전에도 다양한 언어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았다. 문제 2) 다음 중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후보로 오를 수 없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① 미국에서 한 달 동안 상영된 적이 있는 한국영화 ② 아시아 국가에서만 상영된 미국인 감독의 영화 ③ 미국에서만 상영된 한국인 배우 주연의 미국영화 문제 3) 아카데미 작품상을 선정하는 새로운 기준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①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등장하면 영화에서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② 작품상 선정 기준에 변화를 주었지만, 여전히 장애인 배우에 대한 조건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③ 아카데미 작품상 선정 기준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는 영화가 늘어날 것이다. 정답 : 1) ② 2)② 3)②
선생님과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20년이 지났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자 영어 선생님으로 처음 만난 선생님은 운산이란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서산 읍내까지 하루 두 시간씩 통학하는 촌놈의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 주셨습니다. 제 인생 타임라인을 따라 스승님으로, 직장 동료로, 삶의 멘토로, 때로는 인생 후원자로 많은 값진 경험을 선물로 주신 소중한 선생님이십니다. 1991년 3월, 3학년 1학기를 시작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당시는 가정에서 장례를 치르던 시절이라 선생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셨고, 늦겨울 찬 바람에 나부끼던 우리 집의 허름함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어머니가 홀로 키우게 된 어린 제자의 사정을 마음에 두시고 학교로 오는 장학금을 열심히 챙겨주셨습니다. 매달 노란 봉투에 직접 전해 주셨던 그 돈이 없었더라면, 당시 56만 원 남짓으로 기억하는 대학교의 첫 등록금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학력고사를 보러 가던 아들에게, "집안이 어려우니 대학에 갈 생각은 하지 말고, 공부는 잘했으니 가서 시험만 보고 오렴!"하고 미안함 가득 담아 당부하시던 어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대학에 당당하게 입학할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선생님이 뿌려주신 종잣돈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에 등록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그 돈의 존재를 잊은 적이 없으며, 돈을 소중하게 여기고 올바르게 쓰는 방법을 깨달은 것도 그 장학금 덕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진학 상담도 자주 해 주시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철부지를 서울시립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교에 대해 거의 몰랐고, 가정 형편상 대학 문턱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생각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불쑥 제안해주신 학교가 좋은 평판을 받으면서도 등록금이 저렴했던 서울시립대학교였습니다. 지금까지도 누군가를 만나 저를 소개할 때면 선생님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당시에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 가정 사정으로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진한 아쉬움을 전하셨습니다. 지원대학을 결정한 후에는 학과를 정하는 것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대학에는 경영학과만 있는 줄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가 경영학과를 지원한다고 먼저 말하였기에 제가 다른 학과에 진학해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 정보에 어두웠던 제가 경영학과를 포기하고 새로운 전공을 결정하는 과정은 예상외로 쉬웠습니다. 당시는 학생들의 대학 입학 원서를 사기 위해 선생님들이 서울의 대형 서점에 가야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후에는 영어 선생님인 담임선생님의 선한 영향을 받아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교직과정도 이수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선생님께서는 저의 미래까지 살펴보시고 결정하지 않았나 싶기에 제자의 진로에 대한 고민의 깊이에 큰 감사를 느낍니다. 어찌어찌 고학하면서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4학년 때, IMF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으면서 취업의 시련이 다가왔고, 한 선배의 도움으로 1년 남짓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후에는 또 다른 직장인 장애인 복지기관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련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고 연락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는데, 2001년 늦은 여름 선생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교에 영어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그만두시면서 급하게 선생님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그 순간에 가장 먼저 제 얼굴이 떠올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운명의 연어가 되어 다시 선생님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선생님의 학생이 아니라 동료 교사로 말입니다. 교직과정을 부전공으로 이수했다고 하지만, 교직 경험이 부족했던 탓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낯설었습니다. 영어 수업과 기숙사 사감을 업무로 맡았지만, 하는 일마다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했기에 늘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젊음이란 에너지가 넘쳤음에도 불구하고, 지혜가 부족했기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교사란 위치가 저에게 어울리는 자리인지에 대한 번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힘들고 지칠 때마다 훌륭하고 듬직한 멘토가 곁에 계셨습니다. 노년의 부모 눈에는 장성한 아들이 늘 아이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선생님 눈에도 제가 그렇게 비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선생님께서는 한 번도 결코 저를 어린 제자로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늘 같은 눈높이에서 조언해주고 한발 앞서 제 고민과 행동을 살펴주셨습니다. 특히, 힘들 땐 어떻게 눈치채셨는지 함께 산에 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서산 주변의 팔봉산과 가야산에도 갔고, 조금 멀리는 오서산에도 올랐으며, 아주 멀리 갈 때는 민둥산의 억새와 소백산의 철쭉 구경도 함께 다녔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는 학교 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산행 끝에는 늘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저 스스로 삶에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덕담을 해 주셨습니다. 가야산을 내려와 선생님과 함께 먹던 돼지비지찌개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맛이었습니다. 2005년, 두 번째 3학년 담임을 맡아서 입시전쟁의 정신적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침마당’이란 프로그램에서 토요일마다 가족노래자랑을 하는데, 이번에 스승의 날 특집으로 선생님으로 구성된 한 팀을 초대한다고 하니 출연하자고 하셨습니다. 갑작스레 던져진 제안이었기에 100톤짜리 망치를 맞은 느낌이었지만, 선생님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관내에는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체육 선생님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반대하셨기에 선생님이 맥주 두 병을 사서 오토바이에 싣고 시골집까지 찾아가서 밭일하던 부모님을 설득했던 일화를 가진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는 즉시 소방차에 버금가는 남성 3인조 그룹 ‘스승과 제자’팀을 결성하게 되었고, 약 일주일 넘게 매일 노래방을 잡고 "당신이 최고야"란 노래를 부르고 그에 맞는 안무를 만들어 연습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예선을 거치고, 본선 생방송이 있던 날 많이 떨렸지만, 우리 셋은 인생 스토리 하나씩을 훈장으로 받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를 키우시면서 서울 구경 한번 제대로 못 하셨던 어머니가 방송국 구경을 하고,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와서 동네에서도 한바탕 즐거운 아우성이 있었습니다. ‘스승과 제자’ 팀의 어머니 3분이 한자리에 모여서 다 큰 아들들의 춤과 노래를 보시고 행복하게 웃으시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합니다. 빨간 티와 청바지를 맞춰 입고, 선생님을 중심으로 노래하던 우리 모습은 이제 80줄을 넘기신 세 어머니의 마음속에 아직도 선명하게 추억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두 선생님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십수 년을 한울타리에서 동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지혜를 얻으며 소중한 추억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이 곁에 안 계셨다면 학교생활이 벅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 선생님이 같은 재단 중학교로 발령 나서 학교를 옮기신 후 비로소 홀로서기를 하고 있지만, 저의 생활 전반에는 선생님의 많은 가르침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성숙한 교사로 성장시킨 것처럼 우리 아이들을 참다운 길을 걷는 제자로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30년이란 세월을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게 해 주시고 제 모든 삶을 공감해 주신 선생님께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동료 교사로 동행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지만, 선생님은 늘 제 마음에 오랜 쉼터를 주는 느티나무셨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변해 버린 이제 서야 비로소 선생님이 드리워 주신 배려와 사랑을 온전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고만 있어도 그저 좋은 그런 사이로 동화되고 있습니다. -------------------------------------------------------------------------- [수상 소감] 느티나무 같았던 선생님 지난해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서 6개월간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20년간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되돌아보기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교단수기 공모를 봤고, 이참에 선생님의 이야기를 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글을 쓰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였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전까지 10년 넘게 아이들과 가야산 산행을 해왔습니다. 적게는 30명의 반 아이들과 많게는 150명에 이르는 아이들과 15km가 넘는 산길을 동행했습니다. 산속에서는 아이들의 입에서 별 험한 소리가 다 나오지만, 졸업할 무렵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생활로 추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10년 남짓 장애인 가정에 연탄 배달 봉사도 함께 해왔습니다.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오후에 손수레 3대에 연탄을 싣고 왕복 7km 거리를 다녀오는 일입니다. 일부러 먼 거리를 가는 제 뜻을 아는지라 아이들 모두 손수레에 다닥다닥 붙어서 협동심을 배우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의 어려운 형편을 가볍게 흘려보지 않으셨고, 산행을 통해 많은 경험과 지혜를 선물해주셨기에, 저는 아이들 앞에 당당한 선생님이 되었으며, 지금은 제자들의 마음에 선생님과 똑같은 마음 씀씀이를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아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저에게 늘 느티나무와 같듯이 저도 아이들에게 느티나무가 되고 싶고, 다음 세대를 위해 아이들의 마음에 느티나무 새싹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만 봐도 그저 좋은 사이로 동화되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에듀테크 NOW] (19) 더플랜지 10년 넘게 배웠는데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쉽사리 입 밖으론 나오지 않는 영어. 배워서 안 된다면 가르쳐보는 건 어떨까. 더플랜지의 ‘오딩가 잉글리시’는 외계에서 온 ‘오딩가’의 영어 교사가 되어 지구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돕는다는 설정의 게이미피케이션 초등 영어 회화 앱이다. 단순한 역할 변경 같지만, 효과는 크다. 틀린 표현이나 발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하나라도 더 정확히 전달하려는 적극적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회화 앱은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면 학습자가 틀렸다는 표시가 뜨지만, 이 앱은 오딩가가 잘 알아듣지 못했다며 다시 가르쳐달라고 한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반복 학습할 수 있다. 영어 실력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 학생에 맞춰 ‘오딩가’의 수준이 결정되므로 쉬운 단계부터 차근차근 학습할 수 있다. 잘 모르는 문장을 만났을 때는 서포트 버튼을 눌러 정확한 발음 먼저 듣고 오딩가에게 알려주면 된다. 이경아 더플랜지 대표는 “파닉스만 어느 정도 마쳤다면 학생 혼자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곳곳에 배치된 게임 요소는 학습 흥미를 북돋운다. 학습자는 오딩가를 가르치면 코인을 획득할 수 있다. 이 코인으로 아이템을 구입해 공부로 지친 오딩가에게 선물하면 낮아진 기분(EQ)수치가 회복된다. 또한 학습할 문장을 제시할 때는 문구점 앞 뽑기 기계에서 장난감이 나오는 모습을 연출하고, 테스트에는 청기백기 게임 등을 적용해 재미를 느끼게 했다. 또한 오랫동안 공부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사이 더럽혀진 오딩가의 방을 치워야 하는 페널티가 주어진다. 이렇게 오딩가를 성장시키는 과정은 학습 흥미를 유지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교사나 부모의 마음을 간접 체험하는 기회도 된다. 오딩가 잉글리시는 당초 B2C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며 학교 신청이 늘고 있다. 수업 중 말하기 활동이나 방과후 학교 등에 활용도가 높고, 가정 학습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학교에서 이용할 경우 온·오프라인 강사 파견과 교재 신청이 가능하다. 요청 시 교내 대회 운영과 영상 제작도 지원한다. 개인 이용 시 월 2만 원인 기본료도 큰 폭으로 할인된다. 문의·신청은 전화(02-586-1955)나 이메일(lka@theplang.com)으로 하면 된다.
EBS는 1학기 첫 중간고사를 앞둔 중학생을 위한 무료특강 이벤트 ‘중간고사 0원하라!’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 EBS는 2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를 통해 EBS중학프리미엄 전과목 시험특강을 무료로 제공한다. 참가 희망자는 EBS중학프리미엄 시험특강 페이지에서 무료수강을 신청한 후, 나의 학습방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역사, 과학, 도덕 및 기술가정 전 시험과목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이번 특강은 각 학교별 교과서에 맞춘 족집게 강좌로 구성했다. 실전 개념 정리와 기출문제 등 전략적 문제 풀이 강의를 통해 중간고사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수강후기 SNS 이벤트도 전개한다. 20일까지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중간고사 0원하라’ 이벤트 게시물 중 한 곳에 ‘좋아요’를 누르고, 수강평을 남긴 총 30명을 선정해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EBS 중학프리미엄’ 관계자는 “학년별 교과서 내용과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어려운 개념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강좌를 선보인다”며 “‘중간고사 0원하라!’를 통해 새학년·새학기에 처음으로 치러지는 중간고사 시험을 보다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BS 중학프리미엄은 △교과서별 내신강좌(국어/영어) △출판사별 우수 교재 강좌(수학/과학) △흐름 및 핵심강좌(사회/역사) △과목별 시험대비 강좌 △난이도별·영역별 강좌 △인증시험·자기주도학습 등으로 세분화해 수준별, 시기별, 학습유형별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 또한 2020년 67.1%에서 2021년 75.5%로 크게 올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포항시남구울릉군)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현황자료’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7년 27.2만원, 2018년 29.1만원, 2019년 32.1만원, 2020년 30.2만원, 2021년 36.7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무려 21.5%가 급증했다. 학교급 별로는 2021년 기준 고등학교가 41.9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학교 39.2만원 초등학교 32.8만원 순이었다. 과목별로는 영어 11.2만원, 수학 10.5만원, 국어 3만원, 사회·과학 1.6만원, 논술 1.2만원, 제2외국어 등이 1.6만원 순이었다. 예체능 및 기타 과목에서도 평균 8.3만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2017년 71.2%, 2018년 72.8%, 2019년 74.8%, 2020년 67.1%, 2021년 75.5%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에 대한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학습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사교육 쏠림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 우려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교육이 교육 수요자들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AI 등의 에듀테크 기술을 적극 활용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히 진단·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항상 배우는 즐거움, 아는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배우는 즐거움보다 해보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아요. 학교에서는 왜 해보는 즐거움을 경험하면 안 되죠?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학교와 배움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고, 미래학교 모습의 이상을 깊이 생각해보았다. 미래의 아이들은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도서관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대면과 비대면 공간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독서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온라인 기반 프로젝트 수업은 독서에 대한 흥미·사고력·문해력 등이 낮은 디지털세대 학생들에게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는 수업방식이다. 특히 실생활과 연결되어 ‘교과서 너머 학교 밖 배움’이라는 점과 특정 주제에 대한 이해 및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교 ‘방학독서체험활동 프로그램’은 2006년부터 실시하여 온 도서관 장수프로그램이다. 오랜 기간, 여러 시도를 거쳐 지금의 프로그램으로 정착하였다. 교과·학년의 경계 없이 ‘독서 기반 프로젝트학습’으로 다양한 체험활동 관련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문기관·박물관·미술관 등 주제 관련 인프라를 활용하여 학교 밖 체험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진로교육과도 연계하고 있다. 코로나19임에도 온라인 기반 활동과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여 학교 밖 활동을 보완·운영하고 있다. 새를 보다: 우리 주변 생태 살펴보기 프로젝트 코로나가 처음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두려움은 우리 삶 속으로 다가왔다. 분주하던 우리는 일시 멈춤처럼 모두가 잠시 멈췄고, 어느 신문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로 도시가 조용해지자 새소리는 부드러워졌다.’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였다. 사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던 우리는 새소리도 잠시 잊고 지낸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가 봉쇄돼 소음이 줄자, 도시의 새들 노랫소리는 부드러워지고 더 멀리 퍼져, 보다 매력적으로 들리게 됐다는 연구결과에 관한 기사였다. 새들에게 사람들은 어떤 존재일까? 새소리에 관심을 두고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체험학습도, 교육여행도, 독서체험활동도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집 주변 공원에서 새소리에 집중할 수 있고, 새들의 모습은 관찰할 수 있었다. 새삼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배움을 찾는다면 충분한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새를 보다’ 수업을 설계했다.[PART VIEW] ■ 수업설계 독서 기반 프로젝트는 사서교사 단독수업으로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재구성하였다. 먼저 ‘새를 보다’라는 주제로 총 9차시 블럭타임으로 운영했으며(표 1), 수업목표는 학년을 통합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특히 범교과 연계학습으로 관련 배경지식을 넓히고, 이를 통해 주제를 폭넓게 이해해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표 2). ‘새를 보다’는 단순한 주제였기 때문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 책·영상자료·신문자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정보활용능력까지 키울 수 있었다. 찾아낸 정보매체의 내용은 학생 수준에 맞춰 선별조직한 후, 활용할 수 있는 정보패스파인더를 제공했으며, 학생의 발달 정도를 파악하여 활동도서를 선정했다. ‘새를 보다’는 독서 기반 프로젝트였고, 마지막 교육활동은 ‘다시 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제가 심화된 확장독서로 연결하였다(표 3).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책을 고민하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 심화내용이 담긴 확장도서를 찾아 읽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최종산출물은 새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며, 새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나만의 새도감 만들기’와 ‘워크북’ 완성이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에 읽기자료를 제시하여 새를 이해하고 새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했다. 또한 패들렛에 새의 모습과 소리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으로 어떤 새일지 유추해보며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사전활동 도입활동은 새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자 멘티미터를 활용했다. 알고 있는 새 이름과 좋아하는 새 이름을 적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학생들이 평소 쉽게 접하는 책과 영상물에 등장하는 새가 어떤 새일지 알아보며, 사전지식을 파악했다. 유튜버·뉴스 영상·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 등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며 자연스럽게 진로에도 관심 갖도록 했다. 본격적인 새 관찰하기는 3단계로 진행했다. 새의 날개·부리·몸의 명칭·발자국 등 형태 관찰, 생물 종 분류단계에 따른 새의 분류 파악, 새의 조상과 멸종위기종 등을 다뤘다. 특히 마사, 마지막 여행비둘기 그림책과 스미소니언국립자연사 온라인 박물관 AR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마지막 여행비둘기 이야기와 실제 모습을 찾아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현상에 따라 생물종이 멸종될 수 있다’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마지막 관찰하기 활동은 책·영상·신문·도감·인터넷자료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주제를 폭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증강현실을 이용한 온라인 가상박물관 탐방으로 학교 밖 활동을 보완하였다(표 5). 사전학습 2블럭시간에는 교과와 연계한 융합수업으로 국어·영어속담 속 새 이야기 풀이로 새를 이해했다. 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새 이야기 덕분에 수업분위기는 활발해졌다. 새의 특징을 이용한 생물모방에 대해 살펴보며 과학적 원리를 친근하게 알아갔고, 과학적 사고력을 높였다. 또한 새와 관련된 진로를 살펴보며, 관련 인물을 찾아보고, 연계도서도 읽어보았다. 온라인학습으로 지친 학생들과 새의 모습을 따라 하는 요가 체육활동도 해보고, 새를 노래한 음악을 함께 듣고 불러보며 ‘음악으로 표현한 새가 어떤 새일까?’ 알아보는 등 활기찬 수업시간을 학생들과 만들어갔다. ■ 이우만 생태동화작가와 함께 한 독서체험활동 식물과 동물 세밀화를 직접 그리고 쓰는 이우만 생태동화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새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의 시선이 아닌 새의 시선에서 탐구·연구하는, 새를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는 이우만 작가는 새를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새들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와 함께 생태동화작가로서의 진로 이야기로 꿈 설계에 도움을 주셨다. 미리 사전활동 패들렛에 책을 읽고 궁금했던 점을 남긴 친구들에게 정성껏 답변하셨고, 패들렛 관찰노트에 학생 활동을 살펴보며 글도 달아주시고, 어떤 새일지 궁금했던 질문에 답을 주시며 세심히 소통해주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전문기관이나 생태원 숲속으로 찾아가 새를 직접 만나는 탐조활동으로 실제적 배움의 시간이 되었겠지만, 그 아쉬움을 뒤로할 정도로 아이들의 몰입과 만족도가 컸다. ■ 사후활동 사후활동은 온라인 퀴즈활동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스스로 골든벨 문제를 출제했고, 독서골든벨 시간에 문제를 풀며 활동했던 내용을 정리했다. 교사는 바로바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하며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주제골든벨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환경교육으로 이어갔다. 조류충돌, 배드민턴공으로 쓰이는 거위 깃털,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인한 새들의 죽음 등 새들이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문제의식을 느끼도록 하였다. 또한 함께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알바트로스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그림책 읽기, 음악을 통해 더 깊이 환경문제를 일깨울 수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새를 위한 환경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나로부터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줍깅, 학교 유리창 조류충돌방지스티커 부착과 학교 뒷산 인공새집 만들어 주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며 많은 친구와 함께 동참하기 위해 전교어린이회의에 건의하고 실천한다는 의견으로 정리하였다. 방학이라 실천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자기 견해를 명확히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생명에 대한 존경심과 새들과의 공존을 위한 충분한 시작점이 된 것은 틀림없다. 관찰기록문 작성법 안내와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는 네이처링 활동, 관련 공모전 참여, 새소리 검색앱 버드넷 등을 소개하여 내가 만나는 자연을 기록하고 관찰하며 지속적인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전체활동 마무리 성찰로 교과융합프로젝트 활동내용, 새롭게 알게 된 점, 느낀 점, 참여 소감문을 작성하고 공유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했다. 최종산출물 활동은 저마다의 다양성을 담은 ‘나만의 새도감’과 ‘워크북’ 활동이었다. 같은 수업을 하더라도 학생 각자의 배움이 다르고, 그것은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나타난다. 여러 학년·교과·주제로 접근하다 보니 고려하고 반영해야 할 점들은 많았지만, 그래서 좀 더 다양한 생각과 활동이 폭넓게 설계되고 프로젝트수업의 다양성이 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블록수업시간 60분은 초등학생에게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시간을 아쉬워하고 더 달라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에는 시간을 좀 더 넉넉히 잡고, 좀 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학생중심의 자기주도적 활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싶다. 성장하는 학교도서관은 미래교육을 위한 최적의 공간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교과영역을 다루는 독서체험활동 프로그램은 생각했던 것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실시간 수업 플랫폼, 온라인 기반 드라이브 및 문서작업 등 에듀테크를 이용한 콘텐츠나 활동물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 다양한 정보매체활용 등 실제적인 방법들을 적용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통해 얻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성장의 경험이다’라는 앨버트 밴두러의 말처럼 배움으로 새롭게 알게 된 자기 모습을 통해 스스로 성장을 느끼도록 하는 것, 능동적으로 지속적인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독서체험활동 프로그램은 학생 성장과 함께 교사 성장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수업’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만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어떤 불확실한 미래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교사도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 학교도서관은 미래교육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다. 교육과정을 위한 살아있는 자료들이 있고, 배움을 즐기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중앙중학교가 국내 사립중학교 최초로 IB(국제 바칼로레아)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구중앙중은 지난 3월 국내 사립중학교 최초로 국제 바칼로레아(IB) 중학교 프로그램(MYP) 월드스쿨(World School)로 공식 지정됐다. IB MYP는 단순히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이 아니라 개념 이해를 기반으로 한 탐구수업을 통해 배운 교과학습내용을 학습자가 꺼내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다. 글로벌 맥락 속에서 다양한 실생활 기반의 문제상황을 학습자 스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구중앙중은 글로벌 사회에서 필요한 혁신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5년부터 대구교육청 주도 프로젝트 기반 교육(PBL)을 도입해 학생들의 성장과 탐구활동을 장려해왔다. IB 본부는 대구중앙중이 IB MYP 월드스쿨 운영에 필요한 모든 국제적 기준을 우수하게 충족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학교의 교육적 변화와 학생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배움의 과정을 중시하고 학습자 주도성을 키우는데 역점을 둔 IB 교육, 수업부터 동아리활동, 평가에 이르기까지 대구중앙중 교사들의 헌신과 노력의 흔적을 찾아가 본다. 정답 맞히기보다 생각하기를 추구하는 IB 교육과정 대구중앙중이 IB 교육과정에 처음 도전한 것은 지난 2018년.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교사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일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교장을 비롯하여 학교 측에서도 교육방법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던 중 찾은 것이 IB 교육과정이었다. 처음부터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우리가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부장회의를 통해 방향을 잡고 교사들의 동의를 구했다. IB 교육과정을 하려면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 수업방법을 바꾸고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 공교육시스템도 따라야 하기에 이중으로 평가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지만, 다행히 교사 대부분이 흔쾌히 동의했다.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2019년, 한해 꼬박 연수를 실시했다. IB에 대해 교사들이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가능한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만큼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부담도 컸다. 그리고 2020년 1학년 신입생부터 IB 교육과정을 시행했다. 처음 접한 학생들은 당황했다. 정답 맞히기에 익숙했던 탓에 요리조리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을 낯설고 버거워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콕콕 짚어 알려주는 수업에 길들여진 그들에게 대구중앙중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제3의 상황이 있다면 어떤 게 가능한지를 물었다. 한마디로 학생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수업을 했다. 그러기를 몇 달. 수업이 달라졌다. 학생들이 달라졌다. 우선 발표력이 좋아졌다. 수업시간에 토론도 곧잘 이어졌다. 교사가 질문하면 자신이 대답한 게 맞는지 틀리는지만 관심 갖던 학생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되레 물어왔다. 수행 하나를 놓고 두 가지 평가가 이뤄지는 IB 교육과정 학교수업뿐 아니라 동아리활동이나 학생활동에도 IB 교육과정을 녹여내 적용한다. 무엇보다 글로벌적 시선을 강조한다. 예컨대 내가 한 행동이 친구나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활동들이 많다. 동아리활동을 통해 물건을 만들면 이를 필요한 단체에 전달하거나 판매해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동아리활동이 단순한 흥미활동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봉사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안목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교육이다. 물론 교사들은 힘들다. 가장 어려운 게 수업계획과 평가라고 입을 모은다. 수업계획을 짤 때 평가를 어떻게 할지 촘촘하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학생들의 변화 과정을 평가하고 점수화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공교육 틀에서 요구하는 수행평가는 또 그 기준에 맞춰 평가해야 한다. 수행 하나를 놓고 두 가지 평가가 이뤄지는 셈이다. 대구중앙중은 수행평가를 했을 때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 평가를 하고, 이어 이를 IB식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대구중앙중은 올해 1,2,3학년 전교생에게 IB 교육과정이 실시된다. 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수능시험을 볼 즈음이면 발표력과 사고력을 길러준 대구중앙중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교사들을 기대하고 있다. 정성윤 교장, “IB는 학종과 찰떡궁합, 입시 걱정 없어요” 대구중앙중 정성윤 교장은 영어교사 출신이다. 수능시험 출제를 들어가고, 교과서도 여러 권 썼다. 그가 쓴 참고서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교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러려고 내가 교사가 됐나’ 하는 회의가 들었다. 학생들의 성적에만 관심을 쏟고, ‘그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줄을 세우느냐’에만 모든 걸 걸다시피 한 교사로서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대구시교육청 추천으로 미국 연수를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잠재력이 교육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고 키를 맞추는 교육, 자기효능감을 찾아주는 교육을 보며 느끼는 바가 컸다. 반에서 2등만 해도 속상해하는 우리 아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귀국하는 길, 학생들이 자기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개별화 교육에 온몸을 바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2016년, 2015교육과정 개정 검토팀장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합숙을 하며 접한 게 IB 교육과정이다. 이후 대구중앙중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지난 2018년부터 IB 교육과정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이 학교는 3년이 지난 2022년 월드스쿨 인증을 받았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열한 IB 교육과정 전도사이다. 그의 직함은 교장 겸 코디네이터. 학교경영을 책임지는 교장이면서 동시에 IB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병행한다. 이 학교에서 IB 교육과정에 관한 한 그가 최고 전문가인 탓이다. 자신은 하나라도 더 보탬이 되기 위해 성심껏 지원하지만, 교사들에게는 ‘양날의 칼’같은 존재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을 수 있는 것은 대구중앙중의 독특한 학교문화를 보면 이해가 쉽다. 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학교문화부터 자율적 분위기로 바꿨다. 학생들에게는 자기주도적 생활을 주문하면서 교직문화가 획일적이라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교장부터 권위를 던지고 교사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대구중앙중만의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힘들어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경험 많은 고경력 교사보다는 사고의 탄력성이 좋은 젊은 교사들이 IB 교육과정에 빠르게 적응했다. 교사집단 인적구성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귀띔했다. 정 교장은 항간에 IB 교육과정이 입시와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때 가장 속상하고 화가 난다고 했다. 그는 “수능에 맞춰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는 게 바람직한 교육이냐”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비판적·통합적 사고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IB 교육과정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찰떡궁합”이라고 강조했다.
EBS는 '2022년 중학교 영어 듣기평가 시험' 당일에 답지와 해설강의를 ‘EBS 중학 영어듣기 능력평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한다. 중학교 영어듣기 능력평가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공동 주관하는 시험으로, 매년 2회에 걸쳐 동시 실시된다. 올해 제1회 중학교 영어듣기평가는 4월 5~7일 1학년부터 3일간 1학년부터 학년별로 순차 시행된다. 제2회 시험은 9월 6~8일 시행 예정이다. 이에 EBS는 ‘EBS 중학 영어듣기 능력평가’ 홈페이지를 통해 각 학년별 시험 당일 오후부터 문제지, 정답지, 듣기문제 음성파일, 대본 자료 등을 제공한다. 또한 ‘EBS 중학프리미엄’에서는 오후 6시부터 영어듣기 전문강사 김은정, 권오륜, 김현경 교사의 무료 해설특강을 진행한다. ‘EBS 중학프리미엄’은 중학교 전 학령기의 ▲교과서별 내신강좌(국어·영어) ▲출판사별 우수 교재 강좌(수학·과학) ▲흐름 및 핵심강좌(사회·역사) ▲과목별 시험대비 강좌 ▲난이도별·영역별 강좌 ▲인증시험·자기주도학습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간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대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EBS 역사상 처음으로 직원 출신 사장에 오른 김유열 사장. 그는 큰 부담감에 잠을 이루기조차 힘들다면서도, 오랫동안 남을 '위대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저출생과 독서율 저하를 우리 사회의 근원적 문제로 꼽으며, 집요할 정도로 파헤쳐 해법을 제시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는 대목에서는 천생 PD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사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 격차와 같은 교육 현안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한 플랫폼 개발·운영 등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시장에서 선호되는 프로그램보다는 어린이, 청소년, 노인,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EBS의 사명임을 강조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 정상화 등 정책 지원을 당부했다. EBS 출신으로 사장에 오른 첫 사례다. 직원들의 기대도 클 것 같다. 1992년도에 입사했으니 정확히 입사한 지 30년이 됐다. 30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EBS도 드라마틱하게 성장했다. 입사 당시 177억 원이었던 1년 재정이 2021년 3475억 원으로 20배나 성장했다. 이렇게 성장해 온 EBS 출신 첫 사장으로서 얼마나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지 두렵다. 요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30년간 지켜봐 온 동료나 선후배들 기대가 가장 큰 부담이다. 내부 사정을 너무 잘 알아서 당국자미(當局者迷)에 빠질까 걱정이다. 그래서 외부자 시선을 함께 가지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중책을 맡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무엇보다 콘텐츠의 혁신이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다. 초다매체, 초다채널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이 독점하던 시대에는 콘텐츠가 부족해서 만들기만 하면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콘텐츠의 바다에 살고 있다. 너무 많아서 뭐가 좋은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시대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넘어 위대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EBS에는 좋은 콘텐츠는 많으나 위대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콘텐츠란 어떤 것을 말하나. 장기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콘텐츠를 의미한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고 금세 사라지는 콘텐츠는 좋은 콘텐츠일 수는 있어도 위대한 콘텐츠라고 하기는 어렵다. '100년 이상 인정받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라는 짐 콜린스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가령 1999년 말에 방송한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가 좋은 예다. 편당 제작비가 몇백만 원에 불과했지만, 시청률이 시쳇말로 대박이 났고 사회적으로 고전 읽기와 인문학 열풍을 일으켰다. 지금도 VOD 시청 상위에 오를 정도로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02년 5부작으로 방영한 '아기성장보고서'도 '애착관계'라는 말을 세상에 처음 소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군계일학이 아닌 군학일계 전략을 말했다. 거대자본이 필요한 화려한 콘텐츠보다는 교육방송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자는 뜻인가. 그렇다. 넷플릭스는 23조 원의 매출 가운데 20조 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 같은 방식으로는 국내 어느 미디어도 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유니크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대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학(鶴)을 지향한다. 누구나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1등이 되기는 어렵고 비용과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학보다 닭이 되는 역설의 전략 즉, 군학일계(群鶴一鷄) 전략을 제시했다. 수십만 마리의 화려한 학 가운데 평범한 닭 한 마리가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면 확연히 돋보일 것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비슷한 것끼리 있으면 돋보이지 않는다. 군학일계 전략은 다름의 전략,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유니크한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한다면 EBS만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콘텐츠를 위해 반드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EBS 프로그램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가장 교육적인 내용을 창의적으로 구현할 때 시청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EBS 역사에서 주목받은 ‘꼬마요리사’, ‘방귀대장 뿡뿡이’, ‘펭수’, ‘아기성장보고서’, ‘자본주의’, ‘학교란 무엇인가’, ‘한반도의 공룡’ 등은 모두 교육성이 강했다. EBS는 이미 다른 방송이나 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했다. 30년간 20배 성장한 비결 자체가 누구도 추구하지 않은 교육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육방송으로서의 정체성과 정명성을 더욱 분명히 할 것이다. 교육방송 본연의 업무 즉, 학교 교육을 보완하고 평생교육을 구현하며 민주적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다채널 다매체 시대의 생존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역점을 두는 콘텐츠는?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경제, 부동산 등 먹고 사는 문제도 있지만, 요즘은 저출생과 독서율 저하가 가장 근원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2021년에 26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낮다. 오죽하면 한민족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출산율이 0.8명에 불과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걸로 유명했던 프랑스는 2020년 1.84명 ,독일은 1.57명으로 계속 는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 관련 예산을 380조2000억 원이나 투입했다. 최근엔 1년에 46조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저출생 문제는 해법이 없어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집요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 EBS는 교육·학술 다큐에 강점이 있다. 그동안 다큐 프라임을 통해 문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여성학 등 모든 가능한 학문적 성취와 해외 모범·실패사례를 아카데믹한 방법으로 샅샅이 파헤치고 싶다. 콘텐츠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5부작, 10부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집요하게 다루는 게 중요하다. EBS의 저출생 관련 다큐가 출생률 반전의 계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꼭 도전해보고 싶다. 독서율 저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성인이 월간 읽는 책이 0.38권에 불과하다. 역시 OECD 최하위다. 지난해 독서율이 50% 이상 낮아졌다. 갈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는 단지 취미로 볼 게 아니다. 한 문명과 사고력의 바로미터다. 독서하지 않는 나라에서 지식혁명, 4차산업혁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독서는 개인에게는 경쟁력이고 국가적으로는 국력이다. 저출생 문제처럼 독서율 저하, 교육 혁신, 세대 갈등 등에 관한 교육 다큐를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집요하게 만들고 싶다. 그렇게 EBS가 필요한 이유를 입증하고 싶다. EBS를 과학, 문화, 예술 인문 등을 부흥시킨 르네상스의 프로모터였던 이탈리아의 메디치가(家)처럼 만들고 싶다. "직원 출신 첫 사장, 외부자적 시각 함께 가지려 해 저출생, 독서율 저하는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 모든 사례 파헤쳐 해법 제시할 다큐멘터리 만들 것 사교육 경감, 교육 격차 해소 위한 교육플랫폼 제공 무료 학습사이트 등 완비, 내년부터 메타캠퍼스 운영 공영방송의 사명 '공익성' 위해 수신료 정상화 필요"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대였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EBS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 같다.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니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가 36만7000원으로 2020년보다 27%, 10년 전보다는 54% 늘었다. EBS의 역할 중 하나가 사교육비 경감이다. 최근 4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1위 EBS 수능 연계(25.7%), 2위 EBS 강의(14.6%), 3위 대입전형 단순화(13.1%) 등의 정책이 꼽혔다. 코로나 이후 서민들의 호주머니가 더 얇아지고 있다. 그런데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더 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 특단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수능 EBS 연계 정책을 70% 직접 연계에서 50% 간접 연계로 변경한 것이 사교육 기승의 원인은 아닌지,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연계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BS는 이미 초·중·고 무료 학습 사이트와 모바일, 초·중·고 AI 학습 시스템, 쌍방향 화상강의 시스템, 온라인 클래스를 완비했다. 내년이면 교육용 메타 캠퍼스도 구축·운영한다. EBS의 콘텐츠와 첨단 학습 시스템을 활용하는 정책이 강화된다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교육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중 온라인 클래스가 큰 역할을 했다. 운영 성과와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초유의 개학 연기 사태가 발생하면서 4차에 걸쳐 개학이 연기된 바 있다. EBS는 국가 재난 상황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EBS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 ‘이솦’을 기반으로 초·중·고 학생 300만 명이 동시에 접속 가능한 플랫폼인 온라인 클래스를 긴급 구축해 성공적으로 운영했다. 이러한 긴급상황에서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7개 시·도교육청 등 유관부처와 LG CNS, SKB 등 민간 기업이 함께 초·중·고 학생들의 원격교육지원에 최선을 다했다. EBS는 코로나19 이후에도 학력격차 회복을 위해 ‘LMS’와 ‘화상강의’ 그리고 ‘인공지능’을 결합한 통합시스템을 운영하며, 희망하는 17개 시·도교육청에 교육회복지원을 위한 ‘맞춤형 멘토링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고교학점제가 요즘 교육계의 주요 관심사다. 이와 관련한 계획이 궁금하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소질·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22년 특성화고 도입과 함께 일반계고 연구·선도 학교를 확대 운영해 2025년 전면 적용을 위해 단계적 준비를 진행한다. EBS는 제도가 추진되는 진행 절차에 따라 온·오프라인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취임사에서 선견, 선각, 선행 등 3선 경영을 강조했다. 신사업 개척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약자는 먼저 발견하고 먼저 깨닫고 먼저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BS는 작은 방송사다. 남들보다 나중에 보고 깨닫고 실행하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3선의 경영은 꼭 사업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콘텐츠 개발과 혁신에 더 필요하다. 디스커버리를 설립한 존 헨드릭스는 1975년에 세워진 HBO 케이블 채널을 발견하고 1985년에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를 만들었다. ABC, NBC, CBS도 HBO의 성공을 목격했지만 깨닫지도 실행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RD가 매우 중요하다. RD를 위한 RD로 끝나면 안 된다. 발명은 대개 발견에서 시작한다. 3선은 창조, 혁신의 과정이다. ‘교육’이라는 EBS 고유의 영역은 신사업 진출에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EBS는 방송, 인터넷, 모바일, 학습 교재, 교양 교재를 망라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미디어 그룹이다. EBS1, EBS2, FM 등 3개 지상파 채널 외에도 4개의 학습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채널과 8개의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최근엔 원격교육시스템 '온라인클래스', '화상강의시스템'과 글로벌 석학 플랫폼 '그레이트 마인즈 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백 권의 초·중·고 학습 교재와 방송 단행본을 제작·유통한다. 한국 방송계에서 유일무이한 서비스 모델을 가진 미디어사다. EBS가 매일 내놓는 다양한 양질의 교육 콘텐츠는 오랜기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콘텐츠들이 흩어져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콘텐츠를 엮어 허브 역할을 하는 ‘교육 전문 포털 플랫폼’ 구축·운영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교육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어, 방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허브 구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드’, XR 등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올해 2월부터는 세계 석학 전문 동영상 글로벌 플랫폼 ‘GTEAT MINDS’(thegreatminds.com) 운영을 시작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6개 언어 자막을 제공하며, 시즌별로 석학 40~50명의 강의 영상을 제작·탑재할 계획이다. 국내 공공기관 및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세계 최대 규모의 독특한 석학강연 영상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개발도상국에는 무상으로 공급해 최고 지성의 지혜와 통찰을 공유하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학교 교육과 관련해서는 XR 콘텐츠와 메타버스 기반 교육 서비스를 구축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다. 체험이 중요한 안전교육과 예술·체육활동을 위한 XR 콘텐츠를 기획 중인데, 요즘처럼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EBS 메타 캠퍼스'를 활용하면 기존의 교사 중심 교육에서 학생이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교육 콘텐츠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고, 재난 상황에서 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인성교육 등도 가능하다. 이는 대면교육과 비대면 교육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커리큘럼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교사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상생의 경영’을 강조했다. EBS는 인력 규모에 비해 운영 채널이 많아 외부 업체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할 것 같다. EBS는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KIPA), 한국독립PD협회와 2020년 6월 상생협의회를 구성하고 상생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왔다. 그 결실의 하나가 작년 4월 발표한 전향적인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 선언문이다. 국내 최초로 외주기획안 선정작의 경우 케이블TV 및 IPTV 판매수익을 5대 5로 분배하고, 협력제작사가 사전신고만으로 촬영 원본을 활용해 유튜브 수익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협력제작사의 협찬 유치 시 제작비와 인센티브 비율을 협의하고, 수익분배 시 창작자의 기여도 인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앞으로도 상생협의회를 지속 운영해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상생방안을 실행하고자 한다. 협력제작 표준 제작 절차 가이드라인, 표준 제작비 지침 제정, 제작 콘텐츠 외에 출판사업권 같은 2차 저작물에 관한 협력 등 획기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도출하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것이다. EBS에 강조되는 공공성이 경영적 측면에서는 부담이 될 것 같다. 수신료를 인상하거나 EBS 분배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EBS가 월 70원의 수신료를 배분받은 지 20여 년이 지났다. 이때부터 EBS는 월 수신료 2500원의 3%(한전 위탁수수료 제외시 2.8%)를 사용했는데, 아쉽게도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도록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조달되는 소중한 재원이다.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처럼 시장에서 선호되는 프로그램보다는 어린이, 청소년, 노인, 다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EBS의 사명이다. 공영방송이 사명과 책무를 강화하는 데 있어 재원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다. EBS가 수익성을 좇지 않고 흔들림 없이 공익성과 공공성을 추구하려면 안정적인 재원 뒷받침이 필요하다. 수신료는 EBS 재원의 약 6%에 불과하다. 수신료 외에 정부기금이나 교육 보조금 등 공적 재원도 일부 있으나, 이는 매년 정부 계획에 따라 정해지므로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EBS가 국영방송이 아닌 공영방송으로서 더 공익적이고 비상업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고품격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월 700원의 수신료가 필요하다. 독립적인 공영방송 수신료 심의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신료의 주인은 시청자다. 수신료 사용 방송사로 EBS도 명문화되어 있다. 그런데 수신료 결정 과정에 EBS는 직접 참여 하지 못한다. 수신료 사용 주체가 복수이고 수신료의 주인이 시청자라면 시청자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제3기구에서 수신료를 산정·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40년간 수신료가 동결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만약 시청자가 참여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가칭)수신료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다면 수신료 인상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수신료를 더 배분받기 위해서라도 공영성 경쟁을 할 것이다. EBS는 공교육 현장에서 더욱 활용도가 높은 만큼 학교 현장과의 소통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 EBS는 학교 현장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주요 추진 사업에 대해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사자문위원회, 교사자문단, 분야별 자문위원회, 시청자위원회, EBS스토리 기자단, 심의시청자실 등을 통해 공교육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한 말씀. 앞으로 현장에 더 다가가는 방송이 되겠다. 그간 학생에 초첨을 맞추다 보니 선생님들을 위한 콘텐츠나 서비스가 부족했다. 선생님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먼저 찾아가 경청하겠다. 무엇보다 교육 혁신에 관한 국내외 모범 사례를 집중 취재해 현장 선생님들께 제공하고 싶다. □ 김유열 사장은… △유신고 △서울대 동양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언론학 석사 △EBS 편성기획부장, 뉴미디어부장, 정책기획부장, 학교교육본부장 △EBS 부사장
내 안의 열정을 끄집어내 준 선생님이 계신다. 19년을 같은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가르침을 즐거움으로 하시는 선생님의 교직은 천직이었다. 선생님은 가르침보다 배움에 집중하고 주어진 하루에 최선을 다하셨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학생들의 진학과 취업을 위해 끊임없이 연대하고 연구하셨다. 학생들의 질 높은 삶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을 통해 내 안에 숨겨진 교사의 자아의식을 발견하였다. 학창 시절 교사의 꿈을 심어준 선생님을 매일 보면서 내 속에 살아있는 스승을 만나고 있다. 교실에서 좌절할 때마다 가르침의 용기가 회복될 수 있는 이유는 선생님이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학교에 함께 근무하시는 선생님은 학생 때 뵈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선생님을 사제관계로 처음 만났고, 동료 교사로서 근무하다가 작년부터 교감 선생님으로 함께 지내고 있다. 오랜 세월 선생님과 함께하며 내면에 교사의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다. 선생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축복이었다. 1994년 봄이 오면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1년 전 동생이 먼저 실명하였고 장남인 나마저 볼 수 없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집에 있으면서 오후에는 인근 약수터에 다녔다. 약수를 받고 내려오는 길에 비둘기에게 쌀을 주었다. 저녁에는 아버지가 관리하는 창고로 가서 공병을 정리하는 일을 했고, 가끔 깨진 병이 있어 병을 만지다 손이 베여 피가 나기도 하였다. 평생 남들이 먹다 버린 술병만 만지면서 살 것을 생각하니 죽고 싶었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노예의 삶은 살 가치가 없어 극단적인 선택도 시도하였다. 휴학 중인 학교를 자퇴하기 위해서는 병원 진단서가 필요했다. 대학병원에 가는 택시 안에서 맹학교 졸업식을 소개하는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교육하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맹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했지만 살아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스스로 결정하는 주인의 삶으로 무엇이든 배우고 싶었다. 맹학교에서 배움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1996년 3월에 맹학교 고등학교과정에 입학했다. 문성준 선생님은 영어, 안마실습(직업), 컴퓨터 교과를 담당하셨고, 수업 시간 종이 울리면 정확하게 교실로 들어오셔서 교과서 없이 낭랑한 목소리로 열정적인 수업을 하셨다. 선생님은 수업하실 때마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수준 높은 교육을 실천하셨고 단 1시간의 수업으로도 학생들이 배움의 열망을 느끼게 해 주셨다. 맹학교에 입학한 지 며칠이 지나고 문성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교탁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찾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때 망막박리로 실명하셨고 대전맹학교 중학교 과정을 재입학하여 다니시다가 서울맹학교 고등학교과정을 졸업한 후 1993년부터 대전맹학교에 근무하셨다. 대전맹학교에 교사로 재직하시면서 선생님은 매 순간 자신과 같은 장애가 있는 시각장애 학생들의 오감을 깨우며 작은 기쁨을 주고 계셨다. 퇴근 후에도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점자, 영어 문법, 진로 상담을 하셨다. 학생들의 장애 특성에 맞게 점자와 큰 글자 자료를 직접 제작하셨다. 선생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항상 학생들 곁에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중학교 학생을 데리고 영어단어 시험을 보고 컴퓨터대회도 지도하셨다. 학생들에게 ‘하면 된다’라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긍정적인 힘은 학교에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실천으로 많은 학생이 대학을 진학하고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문성준 선생님의 노력으로 많은 학생이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나도 교사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나도 선생님이 되어서 문성준 선생님처럼 가슴 뛰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교사의 꿈을 꾸게 되면서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장애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빈 교실에 있는 교탁에 서서 선생님이 하는 수업을 따라 해 보았다. 꿈과 비전을 심어주신 선생님을 통해 내 삶도 변화하고 있었다. 기숙사생 중에 가톨릭 신자 학생들을 모아 글라라 종교 동아리를 운영하셨다. 문성준 선생님의 권유로 동아리에 가입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으면서 선생님을 자주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대학에 진학해서 교사의 길을 선택하라고 존중의 언어로 격려해 주셨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교사의 꿈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견딤은 쓰임을 만든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나의 손을 붙잡고 기도해 주셨다. 주말에도 기숙사에 있는 나에게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선생님 집으로 불러 맛있는 저녁을 차려 주셨다. 선생님의 사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선생님처럼 평범한 가정을 이루면서 살고 싶었다. 굳은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에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맹학교에 발령을 받게 되었다. 제자이면서 동료 교사가 된 나에게 선생님은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의미 있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수업 속에서 학생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학생을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하라고 하셨다. 동료 교사로서도 선생님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계셨다. 일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시각장애 학생을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저시력학생지원센터를 만들었고, 일반 학교에 있는 시각장애 학생을 직접 방문하여 시기능 교육과 보조공학기기 활용 지도를 하셨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에 전국 시각장애인 교사들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한 공로로 2007년에는 신지식인상을 받으셨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스마트교육 활성화를 위해 연구학교를 운영하였고 시각장애 학생들의 교육자료를 개발하여 전국 교육자료전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6년에 선생님은 교무부장으로, 나는 학생부장으로 교무실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선생님은 항상 곁에서 따뜻한 용기를 주셨다. 야근을 할 때는 선생님도 같이 남아서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문성준 선생님은 교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바르게 살도록 이끌어 주셨다. 자기를 발견하고 성장하는 선생님을 통해 나의 교직 생활은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선생님은 교사는 학생들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되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생존하기 위해 머물지 말고 끊임없이 나아가라고 하셨다. 배움을 즐기고 생활에서 실천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도 되었다. 자기 결정대로 살아가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 우리 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발령을 받으셨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상황에서 시각장애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특수학교 최초로 실시간 다자간 그룹 통화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교감 선생님은 학교에 제일 먼저 출근하셔서 학교와 기숙사를 돌아보고 있다.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몸이 아픈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고, 영아학급부터 전공과 교실까지 학교 전체를 손끝으로 살펴보신다. 교실 안에 혼자 있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며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신다. 학교생활에 부적응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려는 학생은 손을 잡고 운동장을 함께 돌면서 상담을 하신다. 교감 선생님으로도 바쁜 복무에도 학생들의 바람직한 생활의 변화를 불러오기 위해 노력하신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는 고3 학생들을 붙잡고 면접 준비를 직접 하신다. 자신의 장애보다 학생들의 장애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문성준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기를 다짐한다. ---------------------------------------------------------------------------------------- [수상 소감] 오늘의 나를 만든 선생님의 가르침 2022년 교단수기 ‘선생님의 선생님을 얘기해 주세요.’라는 주제로 공모한 결과 금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되었다. 금번 공모전을 주관한 한국교육신문의 관계자분들과 교단 수기를 심사한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마음의 어버이로 존경했던 문성준 선생님을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소개할 수 있어 거듭 감사했다. 17살부터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의 앞모습을 보면서 가르침을 받았고, 교직생활에서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학생시절부터 현재 교사로 문성준 선생님을 23년간 같은 학교에서 매일 만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된 것도 맹학교를 입학한 것도 선생님을 만나기 위함인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많은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참스승은 적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제2의 삶을 살면서 문성준 선생님을 만났기에 마음과 삶을 다잡을 수 있었다. 선생님을 보면서 교사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선생님의 희생과 가르침으로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가르침을 받아 선생님을 말하는 것은 제자된 도리이기에 이번 교단 수기에 용기를 냈다. 23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참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신 문성준 선생님이 있기에 오늘도 나는 행복하다.
01 구약 성서 시편 51편은 통렬한 참회의 장이다. 누가 참회하는가. 유대의 왕 다윗이 신에게 참회한다. 다윗은 유대의 역사가 받드는 위대한 영웅이다. 그래서 마태복음도 예수가 다윗의 계보에 속함을 밝힌다. 그런 다윗이 처절 비통하게 참회한다. 무슨 잘못인가? 그는 신하인 우리아 장군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여 자기 아내로 삼는다. 그리고는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어 죽게 한다. 성서는 다윗의 죄를 책하면서도 이 통절한 참회를 깊숙이 새겨 둔다. 두터운 믿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회개는 거듭남을 향하는 문임을 성서는 가르친다. 아무튼 그 참회의 토로가 시편 51편이다. 17세기 초, 교황청의 작곡가이자 사제인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 1582~1652)는 1638년 이 시편 51편을 가사로 작곡을 했다. 그 곡에 ‘미제레레(miserer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참회의 곡 -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다. 인간의 목소리를 신의 은혜로운 선물로 여기는 중세 가톨릭의 전통에 따라, 이 미제레레 성가는 변성기 이전 소년들의 목소리로 아카펠라 방식으로만 불렀다. 당시 교황 우르바노 8세(1568~1644)는 이 성가에 담긴 거룩함과 회개의 영성이 극진하여, 함부로 아무 데서나 이 노래를 합창하는 것을 엄하게 제한했다. 일 년에 한 번, 즉 매년 성금요일(예수가 십자가 고난을 겪은 금요일)에만 부르도록 지시했다. 장소도 제한했다. 반드시 성 시스티나 경당의 교황청 전례가 열리는 곳에서 부르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거룩한 노래가 세속에 나도는 것을 금하여, 악보의 필사를 금하고, 단 3부만 보관하도록 했다. 1770년 성금요일에 로마 시스티나 성당에 온 14세 소년 모차르트는 132년 동안 봉인됐던 ‘미제레레’를 들었다. 큰 울림과 깊은 인상을 받은 모차르트는 듣자마자 이 곡을 다 외워 버렸다. 시스티나 성당을 나온 소년은 그날 밤 미제레레를 악보로 재현하였다. 당시 클레멘스 14세 교황은 소년 모차르트를 불러서 그가 필사본을 훔친 것이 아니라, 듣고 외워서 악보로 재현했음을 확인한다. 교황은 모차르트의 재능을 축복하고, 미제레레를 세간에서 부르고 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외우기의 승리’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외우는 능력은 그 자체로도 복이거니와, 때로는 남에게 이로움을 주는 이타행(利他行)이 될 수 있음을 모차르트가 보여 준다. 02 모차르트는 이 긴 성가를 딱 한 번 듣고, 어떻게 그걸 다 악보로 재생해 내었을까. 천재라서 그런가? 천재는 그냥 가만있어도 자동 녹음되듯 악보가 뇌에 저장되는 걸까. 그럴 리는 없다. 분명 그의 내면에 그걸 외우도록 이끌었던 그 무엇이 있었을 거다. 소년 모차르트는 로마에 오기 전에 이미 이 미제레레의 존재를 알고, 매우 강한 호기심을 가졌다고 한다. 호기심! 이것이 외우기를 향하는, 첫 번째 동력이다. 또 이걸 악보로 재현해서 세상에 알리고 싶은 강력한 동기(motivation)가 있었을 거다. 동기! 두 번째 동력이다. 그는 얼마나 세심하게 주의하여 이 곡을 들었을까. 놀라운 몰입과 집중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몰입과 집중! 이것이 세 번째 동력이다. 이것 말고도 소년 모차르트가 미제레레를 외워서 가지고 나가야 하는, 그만의 절대적 필요가 작용했을 것이다. 확인할 길 없지마는,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도 없다고는 못하리라. 무언가를 외우도록 하는 동력은 모차르트 같은 천재에게만 있는 걸까. 아닐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외우기를 이끌어 올리는 동력은 있다. 앞의 세 가지 동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천재들의 영역으로만 밀쳐 둘 일은 아니다. 개발하기 나름이다. 이쯤에서 중학교 시절 교실풍경이 비집고 든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영어 암송대회가 있었다. 그냥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전교생이 다 참여하여 두 달 이상 진행하는 암송대회이다.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어서 전교생 모두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야 한다. 대회는 서바이벌 게임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영어 선생님들 간에도 은근 경쟁이 되어서 우리는 혹독한 영어 외우기의 시련에 내몰렸다. 이 영어 암송의 연습과정이 시련으로 점철되었던 것은, 그 수많은 중간 점검의 단계들마다 주로 벌칙의 피드백을 받는 걸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벌이 두려워 사생결단 외우기에 나서는 것이다. “외국어의 ‘외’는 외운다는 뜻의 ‘외’이다”라고 말씀하시던 선생님도 계셨다. 그때는 왜 그리도 칭찬의 보상은 드물고 드물었는지. 꾸중과 질책은 왜 그리도 범람했는지! 대학 학부시절에 은사이신 이응백 교수님(1923~2010)의 ‘한문 강독’ 수업은 고문진보(古文眞寶)의 한문 명문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당나라 한유(韓愈)의 ‘사설(師說)’이나,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나,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등을 모두 그때 배웠다. 선생님께서는 수업이 시작되면 흰 백지 한 장씩을 나누어 주시며, 지난주에 배웠던 글을 원문 그대로 외워서 써내게 하셨다. 제대로 외워서 써내지 못한 사람은 선생님 연구실로 따로 와서 외운 걸 써내어야 했다. 그냥 배워서 이해하면 되지, 꼭 이렇게 외워서 써내어야 하나? 불평들이 있었지만, 선생님은 요지부동이셨다. 말씀인즉 한문공부란 한문의 문리(文理)를 터득하는 데 있는데, 문리 터득의 방법은 외우는 것뿐이라 하신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일로 선생님 연구실에 따로 간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그 어색하고 뻘쭘하고 후회스럽고 면구스러운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렇게 시련과 고생으로 점철되었던 내 외우기의 시절들, 그 암송의 체험과 학습은 나에게 어떤 지적 자양으로 쌓였을까. 이제 이만큼 지나오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다’라는 고백을 아니할 수 없다. 스쳐간 지식과는 달리, 외워 둔 지식은 내 안에서 온전하게 살아서 생장한다. 나와 특별히 친숙해진 지식이므로 나는 그것을 자유자재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적용하고 연결하고 전이하고 융합한다. 내 안에서 발효하는 지식으로 부가가치를 생성한다. 물론 나쁘지 않다. 03 외우기 기능(skill)은 기억능력의 한 부분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학습의 바탕에는 인지를 견고하게 하는 ‘기억의 힘’이 있다. ‘기억의 힘’은 ‘외우기의 힘’에 의존한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가. 외우기라고 하면 ‘무조건 외우기’, ‘억지로 외우기’, ‘기계적 외우기’ 등의 폭력적 경험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리라. 그런 외우기가 외우기를 대표할 수는 없다. 진정 바람직한 학습은, 외운다는 생각 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우게 되는 기제로 이루어진다. 아마 모차르트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외우다’를 영어로는 ‘learn by heart’라고 한다. 외우기의 본질이 ‘입으로 외우기’에 있지 않고, ‘마음(심장)으로 외우는 데 있음’을 보여 준다. 국어사전도 ‘외우다’를 ‘마음에 새겨 잊지 아니하다’라는 뜻으로도 풀어놓고 있다. 사실 아무리 새로운 학습방법이라 하더라도, 그 기본바탕에 ‘외우기’의 기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학습이란 있을 수 없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고 학습을 수행하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우기를 교육적으로 바람직하게, 현대 교육의 생태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학습자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는 ‘외우기 활동(Activity of Learning by Heart)’은 없을까. 모차르트의 사례에서 보듯, 텍스트에 대한 호기심 발흥, 강력한 동기(motivation) 생성하기, 몰입과 집중의 체험 쌓기, 외우기의 절대적 필요성 발견하기, 외워서 얻는 효용성 경험하기 등이 외우기 활동에 함께 따라붙으면 좋을 것이다. 나는 교단에 있는 동안 시를 가르쳐 왔는데, 젊은 시절에는 이른바 신비평의 방법으로 가르쳤다. 왠지 그 방법이 합리적이고 학구적인 듯 보였다. 시를 외우게 하는 지도법은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편견의 일종이었다. 그러면서 시 교육의 효과를 연구하고 점검하였다. 50 중반을 지나면서 나는 시를 외우도록 하는 데에 크고 넉넉한 이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시는 인생론적 의의를 발효하게 하는 정서적 성장 호르몬과도 같은 것임을 체득하였다. 우선은 자작시를 쓰고, 그걸 암송하게 하는 방법으로 시작하였다. 암송의 자기주도성을 살려 보려고 했다고나 할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이제 새 학년이 시작하는 삼월이다.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새로 만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빠르게 외워주는 일로 삼월을 시작할 것이다. 교육의 시작이 외우기에 있음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물론 가슴으로 외우고, 심장으로 외워야(Learning by Heart) 할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개척한다.’ 서울구일고등학교(교장 이용식)의 첫인상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자기주도적 능력을 길러주는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교과수업부터 진로활동과 공간혁신까지,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고,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조성한 결과다. 이뿐 아니다. 학교장이 직접 나서 매일 아침 30분씩 학생들의 문해력 신장을 지도한다. 일반고에선 보기 드문 과학과 진로선택 실험과목을 개설·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교육내용과 교육공간 등 모든 면에서 두드러진 차별화를 보이는 학교.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구일고의 진면목이다. 학생중심 프로그램을 통한 자기주도성 함양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의 핵심도 자기주도성이다. 그래서일까? 서울 구일고는 자기주도성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I-Best 특공대’ 프로그램이다. I-Best 특공대에는 아침활동, 여름방학 및 겨울활동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아침활동은 매일 30분간 학교장이 직접 참여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고전·소설·사설·논문·수능 고난도 지문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고 분석한 후,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기 생각을 정리해 글로 표현한다. 문단 요약능력과 문장 분석력 등이 향상되고 문해력을 신장하는 데 효과적이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기에 몰입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또한 학기 초에 학생들이 스스로 지킬 약속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나와의 약속’ 프로그램과 학습플래너 작성 및 실천을 독려하는 ‘자기주도학습 역량 우수자 시상’도 눈여겨볼 만하다. 교과수업도 마찬가지다. 학생중심의 협력·참여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해 자기주도성을 높인다. 2021년에는 창의적 글쓰기(국어), 기후와 지형을 고려한 여행계획(사회), 코로나바이러스 극복 프로젝트(과학), 영어 인문학·북 리포트·세계시민교육(영어), 한·중 문화비교 논술 프로그램(중국어) 등 과목별 특색교육과정을 통해 거꾸로수업 및 프로젝트 수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공간혁신을 통한 하드웨어 역시 자기주도성 함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학익재(자율학습실)와 서향재(도서관) 리모델링을 통해 쾌적하고 아늑한 자기주도 학습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학익재(자율학습실)는 다양한 스터디룸을 제공, 학생들이 언제든 협력하며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아울러 AI 교실을 구축해 다양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구일고의 자랑으로 꼽힌다. 맞춤형 진로 프로그램을 통한 체계적 진로설계 이와 더불어 구일고에서는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급별 ‘진로체험활동’을 실시한다. 미래사회에 유망한 직업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학기에는 드론 조종 및 촬영기술 체험, 코딩기초 및 로봇 제어 체험, 3D 프린팅 이해 및 3D펜 체험, 평화 감수성에 기반 한 민주적·생태적 관계와 구조 모색 등의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매년 실시하고 있는 ‘진로관련 연구자료 탐색마당’에서는 학생 본인의 진로와 관련 있는 단행본을 읽고, 습득한 지식이나 내용을 바탕으로 전공서적·논문·학술지 등 심화 연구자료를 선정해 분석한 후, 이를 보고서와 인포그래픽으로 만드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 같은 진로관련 교내활동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더불어 진로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학교 측은 “관련 자료탐색과 종합·해석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독해능력과 문제해결능력 및 학문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돼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학년별 입시 방향에 맞는 학생·학부모 대상 진학설명회, 면접 심화지도, 개인별 맞춤형 진학컨설팅, 진로캠프를 통해 진로성숙도와 진로정체성에 따른 자기이해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방형 교육과정을 통한 모든 학생의 맞춤형 성장 지원 오는 2025년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에 맞춰 구일고는 학교 지정 교과목을 최소화하는 대신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조합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방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서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진정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예정이다. 비록 적은 수의 학생이 선택했지만 물리학실험·경제수학 등의 교과목을 개설했다. 일반고에서는 보기 드문 과학과 진로선택 실험과목(물리실험·화학실험·생명과학실험)도 개설돼 운영 중이다. 이용식 교장은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학생의 학습동기와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다”며 “학습속도가 다르고 학습목표도 다른 학생들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저하하는 역기능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교육과정으로는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구일고는 합창·연극·영화 등 특색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 실천과 체험중심의 인성교육, 창의성 및 감수성 함양을 위한 과학·인문·예체능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모든 교육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교장은 “미래사회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꿈과 열정을 키우는 학교, 자신감과 비전을 심어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티베트고원을 달리며 _라싸에서 서안까지(2,864km 34시간의 칭짱열차)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해발 4,000~5,000m를 넘나드는 고원 위를 내달리는 낮 동안 몸은 피로에 겨웠지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은 한순간도 피곤한 줄 몰랐답니다. 고원(高原)이라고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펑퍼짐한 언덕의 지평선이며, 야크 떼와 양 떼 그사이를 가로지르는 꿈결 같은 시내, 이따금 나타났다간 사라지곤 하는 설산이며 호수…. 공해도, 찌든 세상의 근심도 닿지 않은 티베트고원 위로, 몇 만 년 전에 내려 보냈던 머언 우주의 별, 그 시원(始原)의 빛이 그대로 티베트고원에 내려와 닿겠지요. 겨울, 초원 위를 유유히 거닐며 한가로이 마른 풀을 뜯던 야크 떼들도 이제 모두 엎드려 잠을 청할까요. 양을 몰던 목동이며, 오체투지로 먼 길을 재촉하던 순례자들도 곤한 몸을, 바람도 재울 수 없는 허름한 텐트 안에서 잠시 뉘어, 쉬고 있을까요. 칭짱열차 2층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전신으로 전해져오는 열차 특유의 리듬에 온몸을 맡겨봅니다. 밤새 고원을 가로지르는 이 환몽과도 같은 흔들림. 레일 위를 규칙적으로 달려가다가도 이따금 불규칙한 단절음과 함께 좌우로 살짝 흔들리는 옅은 파격의 리듬이 몸 안으로 젖어들면, 마음은 이 고원을 넘어서서 머언 우주의 별들 사이를 유영하기라도 할 법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순간…, 이 아릿하고도 먼 낯섦과의 마주침이 결국 우리네 삶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조금은 쓸쓸한 여행과 같은 것이 생이라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편, 어둑한 사원 실내를 밝히는 버터램프처럼 문득문득 밝아오는 사랑·그리움·희망이란 것들의 별빛 반짝임. 4인실 침대 열차 안. 나머지 셋은 카드놀이에 열중인 중국인들입니다. 어설픈 영어 몇 마디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거기가 끝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놀이에 열중이었고, 침대에 엎드린 나는 나만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고요히 흔들리는 기차 음률에 따라, 천만리 아득한 세상 밖 그 어디로든…. 가장 남루하게 걸어 다니는 살아 있는 부처, 오체투지 행렬 며칠 전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라싸를 떠나던 아침 길. 고지 특유의 미열과도 같이 약간 들떠 있는 듯한 옅은 두통은 산소 결핍으로 인한 것이라지요. 전날까지, 동행 중 한 명은 이곳 병원 신세를 졌답니다. 고소증은 치료라고 해야 커다란 산소통 옆에서 쉼 없이 산소를 공급받는 것뿐이었지요. 산소 결핍은 평범한 다른 이에게도 곧잘 숙면을 가로막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 전날 밤엔 나도 그랬답니다. 몇 번이나 자다 깨기를 반복했는데 라싸를 벗어날 무렵, 아직 산을 넘지 못한 달이 해쓱한 얼굴로 머물러 있고, 먼 산 우듬지로 햇살이 하나둘 비춰드는 순간 달리는 차창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몽롱하던 의식이 퍼뜩 깨어났습니다. 바코르 광장에서도, 조캉 사원 앞에서도, 드레풍 사원, 세라 사원에서도, 포탈라궁 언저리에서도 봐왔던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그날 아침은 달랐습니다. 그저 다른 정도가 아니었답니다. 무엇인가가 심장 저층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의 전율. 그렇습니다, 솟구쳐 오르는 느낌은 마치 전율과도 같은 것이었지요.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아침, 차가운 아스팔트 길 위로 꾸물거리며 오는 것은 분명, 우리와 같은 사지를 가진 멀쩡한 사람들이었습니다. 400㎞ 안팎의 길을 70여 일에 걸쳐 오거나, 심지어 1,000㎞가 넘는 길을 5~6개월에 걸쳐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순례자들의 오체투지 행렬…. 옷은 차마 말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남루해졌고, 검게 그을린 얼굴에 짓찧은 이마만 하얗게 굳은살이 박여 있으며 덕지덕지 말라붙은 머리들…. 그럼에도 간간 마주치는 눈빛만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짝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내게로 와 명멸하는 숱한 생각들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그 순간 내 마음으로 와 안긴, 전율의 감정만으로도 여행은 충만한 느낌이 되었습니다. 그 나머지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들은 모두 덤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미개하며 야만적인,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신심(信心)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신심(信心)은 그 자체로 이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삶입니다. 우리의 인생이 살 수도 있고 살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선택의 영역 밖인 것처럼, 아니 그저 현세의 삶에 머무는 것만으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향해 걸어가는 윤회의 연결입니다. 남루한 그들은 사원에 감금되어 우러러보는 화려한 형상의 부처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남루하게 걸어 다니는 살아 있는 부처이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달콤한 음률의 기독교 성가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감성에 저절로 젖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세련된 종교가 있습니다. 대학시절, 미션 합창 동아리에서 성가를 함께 부를 적에 함빡 젖어들게 만들던 화음은 그 자체가 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고, 그 종교에 대한 경외심마저 갖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서구식의 합리와 감각이 더해져서 세련되고 깔끔한 품격마저 갖춘 기성 종교에 비하면, 이들의 행렬은 얼마나 남루한 것인가. 좀 더 난도질하여 말한다면 얼마나 미개하며 야만적인가요? 그러나 쉬이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또 쉬이 회의(懷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들이기 쉬운 발걸음만큼, 거두는 발걸음 또한 가벼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들의 고난에 찬 걸음은 그러나 한 점의 의혹도 회의도 없어 보입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것처럼, 그들에게 신심은 생과 사의 존재를 훌쩍 뛰어넘는 초월적 힘의 질서에 따른,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으로 보였습니다. 에필로그 티베트에 다녀온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중국이 서남공정(西南工程)으로 티베트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꾸준히 한족들을 이주시켜 티베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듯이, 킬리만자로산 정상부의 만년설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듯이, 티베트의 문화와 정체성도 머잖은 미래 어느 지점에선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다녀온 곳 중에 어디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느냐고 물으면, 자연의 신비로는 ‘우유니 소금사막’에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영적인 신비로움, 뭉클한 곳으로 ‘티베트’를 으뜸으로 꼽곤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도 간간히 티베트 사람들과 어둑한 사원 안의 불빛과 승려들의 낮은 저음의 게송들이 어우러져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자리를 펼치곤 합니다. 티베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로 작은 신이었던, 그래서 거대한 신들의 영지인 그곳이 언제까지 그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강원관광대학교(총장 원재희)는 대대적 개편을 통해 간호학과에 집중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직 학교 명칭은 변경하지 않았으나, 간호 인재 양성에 대학의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 등 여러 지역에 30여 개의 실습병원을 확보하는 등 바로 실무가 가능한 간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맞춤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따라 온·오프라인 동시 지원 강의실을 신설하고, 강의와 교내 각종 행사를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해 재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재학생에게는 다양한 해외연수사업을 지원한다. 해외 간호대학과 MOU를 체결하고 간호교육과 실습에 대한 재학생의 시각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봉사활동 등 글로벌 역량 강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또한 필리핀 현지 대학과 연계해 화상영어교육을 지원하며 비용은 대학이 100% 부담한다. 교내 비교과 과정으로도 토익 초급, 중급, 고급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자기 수준에 맞춰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업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원어민과의 일대일 영어 교육으로 학생의 지속적 역량 개발을 도모했다.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인다. 겨울방학 기간을 활용해 학생들이 전문간호사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BLS Provider 자격취득교육을 실시했다. 더불어 교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수 연수회를 열어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데 필요한 교수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평생지도교수제를 통한 인성교육도 주요 관심 사업이다. 학생들이 재학하는 4년간 한 지도교수가 학생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파악해 체계적인 학습목표 설계부터 취업까지 지원한다. 2022학년도에 들어서는 지난달 17~18일 예비 2~3학년을 대상으로 메타버스(게더타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근 화두인 메타버스를 실제로 경험함으로써 4차산업혁명을 이해하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김도훈 강원관광대 기획처장은 "앞으로 지속적인 재학생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의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대학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강원관광대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에서 인증하는 학위프로그램을 보유하고 간호사 국가고시에서 2019~2020년 2년 연속으로 100% 합격하는 성과를 냈고, 2022학년도 수시 2차에서 강원지역 전문대학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 신입생 200여 만 원 기숙사비 면제 강원관광대는 대학 자체 장학금과 태백시가 지원하는 향토장학금 등 교내외의 다양한 장학혜택을 제공한다. 신입생에게는 200여만 원 상당의 1년 치 기숙사비를 전액 면제하고, 학교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재학생들의 교육과정과 성향, 학습 수준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맞춤형 학습설계를 지원한다. 주기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진로적성검사,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간호사국가고시 합격을 위한 특강과 국가고시 문제집 등을 제공한다. AI 자기소개서 평가와 작성 스킬 교육, AI 모의면접 프로그램 등 다양한 취업 관련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졸업생 "작지만 강한 대학" 이 학교 졸업생들은 강원대의 프로그램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우정미 간호사는 "강원관광대는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학시절에는 누구보다도 엄격했던 교수님들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서 밤늦게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더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현수 강릉 아산병원 간호사는 모교 교수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강원관광대에서 제일 좋은 부분은 교수님들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먼저 관심 갖고 정성스럽게 알려주는 교수님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로 등교 일수가 줄면서 고등학생들의 학습 불평등이 두드러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등교 일수가 줄어든 학교일수록 상·하위권 학생 비율은 늘고 중위권은 줄어 양극화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는 김현철 홍공과학기술대 교수와 양희승·한유진 연세대 교수가 21일 발표한 ‘등교 일수 감소가 고등학교 학생의 학업 성취 및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드러났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2020년 등교 일수는 2019년 법정 등교 일수 190일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04일로 전년도에 비해 평균 86일간 등교하지 못했다. 적게는 50일 미만, 많게는 150일 이상 등교한 학교도 있어 학교 간 차이가 컸다. 연구팀은 전국 고교 2학년 학생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2015~2020년 국·영·수 성적을 활용했으며 자료에는 과학고·외고·종합고는 제외하고 일반고만 포함했다. 분석 결과 등교 일수 100일 이상인 경우, 수학 중위권 학생 비율은 88.9%였고 100일 미만인 경우 84.8%로 4.1%포인트 줄었다. 반면 하위권은 7.1%에서 9.8%로 2.7%포인트, 상위권은 4.0%에서 5.4%로 1.4%포인트 늘었다. 수학뿐 아니라 국어와 영어 등 다른 과목에서도 중위권은 줄어들고 하위권과 상위권은 늘어나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영어의 경우 등교 일수 100일 이상인 중위권 비율과 100일 미만인 비율이 89.2%에서 84.3%로 4.9%포인트 줄었고, 하위권은 6.2%에서 8.9%, 상위권은 4.6%에서 6.8%로 각각 2.7%포인트, 2.25%포인트 늘었다. 국어는 중위권 90%에서 86.9%로 3.1%포인트 줄고 하위권은 6.0%에서 8.1%로 2.1%포인트, 상위권은 4.1%에서 5.1%로 1%포인트 늘었다. 반면 등교 일수 제한이 평균 성적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과 하위권이 같이 늘면서 평균 점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등교 제한이 고교생의 평균 학업 성취도를 낮추지는 않았지만 학습 불평등은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공교육은 사교육이나 EBS 등과 같은 대체 학습에 비해 효과적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등교하지 않는 동안 본인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해 오히려 성적이 올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반면 하위권 학생들에게 등교는 최소한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게 되면서 학업에 손을 놓아버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희승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학업성취도 만큼 중요한 사회성, 유연한 성격, 끈기 등과 같은 비인지 기능에 대해서는 자세히 연구하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연구와 함께 수능 자료와 같이 전국의 모든 학생을 포괄하는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는 “2022년 새 학기는 새로운 정부와 함께 시작하는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개선하는 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가 22일 PC와 모바일 웹서비스를 정식 오픈한다. 전 세계 교양인들을 위한 ‘글로벌 지식 플랫폼’이 되겠다는 목표다. ‘그레이트 마인즈(www.thegreatminds.com)’는 세계적 석학들의 깊이 있는 지식을 들을 수 있는 강연 사이트다.작년 연말부터 두 달간 진행된 시범 서비스 기간에는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폴 크루그먼과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석좌교수 조지프 나이 등 7명의 강연 총 36편을 공개했다. ‘그레이트 마인즈’는 첫 한 달무료 이벤트를 실시한다. 2월 22일부터 첫 1개월간 멤버십에 가입하면 월 9.99 달러인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레이트 마인즈’ 웹사이트에 서비스 리뷰를 남기면 무료 구독권을 선물하는 이벤트 등도 열 예정이다. 또한, 정식 오픈 후부터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다국어 자막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밖에 고화질 영상, 강의 자료 워크북도 지원한다. EBS 김명중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리더, 베스트셀러 저자 등 해외 인지도가 높은 출연자를 섭외하겠다”라며 “경제와 경영, 에너지, 지구환경, 교육과 같은 깊이 있는 주제와 더불어 문화예술, 요리 등 실용 분야까지 전 세계 마스터들의 강연을 ‘더그레이트마인즈닷컴’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