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6,88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이미 여러 차례 언론 보도로 알려졌듯,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가 계속됨에 따라 교육부는 세 번째 개학 연기를 결정했다. 기간은 4월 6일까지로 기존의 개학 예정일이었던 3월 23일보다 2주 더 연기된 것이다. 연기 결정 자체에 반대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 학습권 이전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필자 또한 동의한다. 다만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학 연기를 결정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기약 없는 연기에 지친 교단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6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미술 수업 하나가 떠올랐다. 조형 요소를 가르치면서 원근의 예시라며 보여줬던 터널을 통과하는 철로 사진 한 장. 그때 사용했던 소실점이라는 용어. 1점 투시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학생들은 생소한 용어에 관해 물었고, 필자는 "이 사진에서 철로가 사라지는 듯 보이는 지점이 소실점이다, 영어로는 배니싱 포인트, 우리나라에서는 소실점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줬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3주가 딱 소실점을 보며 걷는 느낌이었다. 끝이 있을 거라고 믿고 철로를 걷다 보면, 내가 애초에 봤던 그 소실점은 다시 도망가고 추가로 연장된 철로를 걷게 되는 것과 같았다. 기약 없이 걸어가는 그 과정에서 교사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은 많이도 지쳤다. 피로감이 찾아왔고, 반목도 발생했다. 오해와 갈등의 소실점의 끝에 도착할 기미는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유를 찾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은 고사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논리가 필요했다. 왜 이렇게 우왕좌왕할까. 우리 교육계에는 ‘책임’을 질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없었다기보다, 책임 있게 믿고 따르라고 다독거리며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교육부는 적절한 지침을 하달해야 함에도 ‘이거다!’ 싶은 지시 하나 내리지 않았다. 각 시·도교육감은 중구난방으로 ‘실적’을 요구했다. 최소한 뭐라도 하려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들이 바라는 건 해결이라기보다 면피에 가까웠다. 훗날 오늘을 술회할 때, ‘난 그래도 가만있진 않았어’라는 면죄부가 필요했던 걸까. 일부 교육감들은 지금의 재난 상황을 본인 인기몰이에 활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나지 않았을 부스럼을 마구 긁고 있었다. 이런저런 삽질 속에 지쳐간 것은 교사를 비롯한 일선의 교육 인력과 학생, 학부모였다. 지난주 필자의 동료는 개학하더라도 가정체험학습으로 돌리면 등교를 시키지 않아도 되냐는 학부모 민원 전화를 15통 정도 받았다고 했다. 딱히 응대할만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로 동료의 학급 전체 학생 수는 18명이다. 명확한 계획을 세웠으면 이제 다시 벌었던 2주의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3월 23일까지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던 날도 미래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오늘도 미래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책임은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명확한 계획 없이 인스턴트식 대책을 쏟아낸 탓이다. 개학 연기 결정이든, 개학 후 방역 대책이든, 뭔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명확한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코로나19 앞에서 한국 교육이 방황하는 사춘기 학생 같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코로나19’가 전국에 퍼진 가운데, 교육 당국과 교원들은 연기된 개학에 맞춰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개학 연기는 전례 없는 일이기에 현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당국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속해서 바뀌는 지침과 복무상황에 교사들은 우왕좌왕했다. 수업자료 활용도 안 하는데 각 시·도교육청은 개학을 3주 미룬 상황에서 학생 수업 손실이 생기지 않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학습 관련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긴급 예산도 편성했다. 개학이 늦춰지면 방학도 같이 늦춰지고, 수업일수는 거의 변함이 없는데 교사들은 어느 부분이 수업 손실인지, 또 무엇을 수업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개학이 늦어지면 학습 진도가 중간부터 나가는지 묻는 민원이 있었지만, 학교의 대답은 진도는 처음부터 나갈 것이고 수업일수도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교육청 공문에 첨부된 연수 자료는 유튜브 라이브, 카카오 라이브 톡, 구글 클래스룸과 같은 온라인 수업 플랫폼들이었다.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으로 접속해 교사가 카메라를 통해 수업자료를 보여주면 학생들은 집에서 화면을 보면서 공부하는 장면이 나왔다. 연수 자료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 교사의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먼저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과목이 한정적이다. 국어, 사회, 영어와 같은 과목은 미미하게나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미술, 체육과 같은 실기 위주의 과목은 온라인 대체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라이브 수업은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간에 온라인에 접속해야 하는데 여러 가정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원터치 수업과 EBS 자료를 올려뒀으니 가정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공지해도 대부분 활용하지 않는다. 결국 온라인 수업은 인터넷 강의 혹은 과제를 온라인으로 탑재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현장 교사와 충분한 소통 없이 긴급하게 내린 조치라는 비판도 거세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이른 시일 내에 온라인 수업 연수를 듣고, 그다음 주에 바로 시범 수업을 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당 공문을 확인조차 못 한 교사가 다수다. 소통 없다면 실효성도 없어 교사들은 재난 상황에서 어느 정도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지침은 교사들을 혼란에 빠트릴 뿐이다. 온라인 수업이 원활히 이뤄질 상황인지 교사, 학부모와 먼저 소통했어야 한다. 또 어떤 장비나 도움이 필요한지 충분히 논의한 후에 지침을 내렸어야 한다. 긴급한 상황이지만 EBS와도 미리 상의한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은 점은 비판받을 일이다. 아울러 전국적인 휴업을 했다면 학부모에게는 수업일수 관련 안내를 해야 했다. 허울 좋은 ‘온라인 수업을 통한 수업 손실 최소화’라는 말에는 어떤 과목을, 어떤 시간에, 어떻게 학생 모두를 학습시킬지에 대한 얘기는 빠졌다.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하라는 말뿐이다. 늘어나는 휴업 기간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실효성이 없는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닌지 교육 당국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를 넘어라 수직에서 수평으로! 세계적 기업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 2019년 우리 사회에서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사회적 화두로 가장 많이회자된 낱말은 '공정'이다.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진 자는 더 좋은 환경, 더 좋은 고지를 선점하며 양극화의 물결이 어디까지 왔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선점의 조건이 그나마 불법적인지 아닌지, 부모찬스를 최대한 활용한 것인지, 순수한 실력인지 따지기도 전에 이미 출발선이 다른 상위층이 생각하는공정의 잣대는 보통의 시민이 생각하는 개념과 너무나 달라 공정을 바라보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거나 이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을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로 꼽는다. 부서 이기주의 혹은 조직 이기주의라고 부르는 사일로 이펙트는 회사 안에 장벽을 쌓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고립된 기업문화를 가리킨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선을 넘을까봐, 전략에 맞지 않을까봐, 너무 공격적으로 보일까봐 꺼내지 못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것은 회사 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수평적인 문화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에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거나 뼈아픈 실패에 부딪히면 최고경 영자부터 건물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하나의 이야기를 한다. 바로 조직문화다. -p.11 권한과 지위가 절대적인 무결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수는 진보로 향하는 하나의 길이다. - p.45 순위 매기기의 함정 -교원평가, 교단황폐화의 주범! 저자는 많은 기업이 잘못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보다 실적을 못 내는 직원들을 찾아내는 데 더 집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순위 매기기’다. 고과 중심 제도하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잘하는 직원을 가려내는 정책이 오히려 조직 분열과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평가제는 경영진에게 회사를 잘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할 뿐, 건강한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인 협업을 가로막는다. 회사의 덩치가 커질수록 모든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가장 큰 과제다. 글로벌 건축설계 기업인 에이럽에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상사가 부하직원이 되고, 부하직원이 상사가 된다.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엔지니어가 계발하기 원하는 기술에 따라 팀이 꾸려지는 것이다. 엄격한 위계질서를 따르는 ‘하이어라키(hierarchy)’가 아니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조인 ‘헤테라키(heterarchy)’에 따라 조직이 구성된다. -146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교육 현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를 보여준 '교원평가'는 바로 순위 매기기였다! 나는 교원평가 시행을 앞두고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정책이 교단 황폐화의 주범이 될 거라고 예측하는 칼럼(2013년 11월 9일)을 온라인 매체에 쓴 바 있다. 그때 찬반으로 갈려 네티즌의 격려와 반대의 목소리에 시달린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취지는 그럴 듯했지만 결국은 실패한 정책이다. 선생님들이 서로를 순위 매겨야 했고 누군가는 상위 그룹에, 누군가는 하위 그룹으로 처져서 불신의 장벽을 세우게 했다. 결코 성공한 정책이 아니었기에 교단은 빠른 속도로 황폐화 되어 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로를 경쟁의 상대로 보고 순위 매기기의 함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서 불신을 키웠다. 학생들을 비교와 경쟁으로 가르칠 때 드러나는 폐해를 너무나 잘 아는 교육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난무했다. 연말이면 관리자에게 순위가 매겨지는 근무평정도 괴로운 일인데 공정한 평가를 앞세워 교사들끼리도 순위 매기기, 학부모에 의한 순위 매기기, 학생들에 의한 순위 매기기까지 했으니 교사들은 시장의 물건처럼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데는 투입한 시간의 몇 배가 지나고도 복원되기 힘들다. 가족 간에도 상처 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는 어렵다. 하물며 국가기관에서 시행한 교육정책이 시행착오를 겪고 폐지되거나 수정 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 폐해는 돌이키기 힘들다. 교원평가의 결과는 참혹했다. 최상위 평가를 받아 가장 높은 성과금을 받은 선생님도 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상황, 최하위 평가를 받은 선생님의 좌절과 눈물이 공존하는 학교의 조직문화는 흔들리다 못해 내려앉은 지 오래다. 순위 매기기는 자유주의의 최선봉에 선 정책이 분명하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윤리에서 나온 것이니, 학교에 도입하는 순간 학교는 교육 본래의 목적을 잃고 상품화 되었고 교사는 시장에 내놓은 상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선생님을 평가한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을 조롱하거나 겁박하는 웃지 못 할 풍경을 만들어놓고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니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소신 있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상위 평가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는 선생님은 교원평가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교사를 길들이기 위한 정책이었고 편 가르기 정책이었다. 공정한 문화를 해치고 있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시류를 따라 사는 동안 학교는 메마른 조직이 되었고 눈치를 보는 집단,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에 뒤덮이고 말았다. 거기다 학생의 인권을 앞세운 정책은 교단을 누르기에 바빴다. 교사의 인권도 학생의 인권만큼 대등하게 지켜주고 존중해주지 못하니 선생님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교원평가로 비교하고 경쟁시키며 순위 매기기에 내몰렸는데, 기어오르고 안하무인인 학생들에게 쓸 수 있는 카드마저 없는 선생님들은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서 치받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이르고 말았다. 그러니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이 다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교사는 봉급만큼 일하고 다치지 않고 살아남아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영민해야 한다는 보통의 직장인이 되고 말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아니, 꽃 한 송이도, 방학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되어서 선택한다는 공무원의 대열에 줄을 선지 오래다. 열정을 다해 학생 곁에 섰다가 다치고 상처 받느니 차라리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선을 넘지 않으려는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가 교실까지 침범하고 말았다. 이것이 교단의 현주소다! 왜 국가는 교사들의 역량을 키우기보다 실적을 못 내는 교사들을 찾아내는 교원평가에 올인했을까? 우수한 교육으로 앞서가는 나라는 교원평가 제도가 없다. 그것의 폐해는 자기효능감을 떨어뜨리고 박탈감을 형성하여 궁극적으로 공정한 조직문화를 해친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TED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정한 조직문화로 성공적인 회사를 이끈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학교와 기업은 분명히 다른 조직이지만 사람이 이끌고 사람을 키우는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기업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자가 내놓은 조직을 살리는 5가지 처방전을 소개한다. 공정한 조직문화를 위한 다섯 가지 처방 1.창의적인 갈등을 허하라. -21쪽 -문제를 숨기는 데 급급해 정작 중요한 아이디어는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최선의 상태’로 갈등을 일으켜라! 2. 사회적 자본이 조직을 바꾼다. -49쪽 -어느 회사에나 똑똑한 사람은 있겠지만, 모든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라는 사회적 자본이야말로 한 집단의 회복력을 높이는 요소다. 3. 생각하는 일은 육체노동이다. -77쪽 -모든 것에 집중하려 애쓸수록 쉽게 지친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을 허락하라! 4. 장벽을 부수고 나아가라. -109쪽 -이 회사에서는 누가 CEO이고 누가 직원일까? -부서별 경계, 회사 내 서열, 기술력 차이, 모든 장벽을 무너뜨려라! 5. 리더는 어디에나 있다. -141쪽 -존경은 지위가 아니라 능력에서 나온다. -‘순위 매기기’보다 권한을 주어라! 이 책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사소한 의견 하나, 누구의 의견이건 모두 존중하는 공정문화(just culture)가 그 답이다. 사일로 이펙트를 차단하는 것, 인간을 상품화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문화는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영어권 개념이다. 이 개념을 확장해 나가면 온 생명을 소중히 하는 공생과 상생의 정신이다. 인간만이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교만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지난 해 우리 사회에서 불었던 '공정'에 대한 뜨거운 희망은 이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발전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목소리로 커졌으니 기대가 크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태풍 속에서도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 사회 저변에 흐르는 아름답고 도도한 물결이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바람직한 DNA를 지닌 시민의식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너의 아픔을 내 것으로, 자발적 자가격리가 이웃을 살리는 지름길임을 알게 되었으니. 어둠이 깊을수록 별빛이 더 빛나듯, 어려움 속에서 더 빛이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곧 '공정'의 불빛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공정사회로 가는 지름길을 앞당겨주리라 확신한다. 아픈 곳이 세상의 중심이어야 한다. 아픈 곳이 줄어들수록 억울한 사람이 적을수록 살만한 세상이다. 지금 우리는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위해정성을 보태고 땀과 눈물로, 서로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며 코로나19의 장벽을 넘는 중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감사를!
해외 어디를 가도 ‘한쿡 사람’이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이유가 뭘까? 우리 민족이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한국엔 볼거리가 부족해서? 왜 도교나 바르셀로나를 가도 인구가 비슷한 영국인이나 독일인보다 한국인이 더 많을까요? 경제적으로 보면 우리 ‘무역수지’ 흑자가 크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돈이 많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가서 써야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해외 어디를 가도 중국인들이 많은 겁니다. 중국은 단연 무역수지 최대 흑자나라입니다. 실제 일본이 엄청난 흑자국가였던 2~30년 전에 세계 어디를 가도 일본인이 넘쳐났습니다. 그 기준이 되는 돈은 물론 달러(Dollar)입니다. 기축통화이면서, 지구인들은 오늘도 교역을 할 때 달러를 사용합니다. 달러 발권국가 미국은 이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깁니다. 오늘은 기축통화 달러가 미국경제에 얼마나 득이 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단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얼마든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나라입니다. Bravo! 양적완화라는 마법의 지팡이 양적완화. ‘양적으로 돈을 완화한다’는 말입니다. 영어로 ‘Quantitative Easing(QE)’입니다. 영어를 직역하다 보니 이상한 용어가 됐습니다. 사실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시중에 현금을 더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현금발행 강화’쯤 됩니다. 그냥 이렇게 썼으면 좋았을 텐데요. 미국은 경기회복을 위해 2014년 10월까지 달러를 마구 찍어냈습니다. 우리 돈 5천조 원에 육박하는 돈을 풀었습니다. 그 돈은 미국경제에 흘러들어 빠르게 미국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참 부럽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인 연방준비위(FED)가 밤새 달러발행머신을 돌려 달러를 찍어냅니다. 그리고 이 현금을 주고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나 민간이 발행하는 채권을 사들입니다. 이렇게 연준이 찍어낸 현금이 미국정부로 들어갑니다. 이 돈을 받아서 재무부가 시장에 푸는 겁니다. 세금을 거둬 재정을 풀지 않고, 이렇게 연준이 발행한 현금을 재무부가 받아서 시장에 풀 수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달러를 너무너무 풀어서 당시 연준의장 벤 버냉키(Ben Bernanke)를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늘에서 달러가 펑펑 내렸습니다. 우리도 그럼 미국처럼? 돈을 시장 수요보다 초과 발행하면 화폐가치가 떨어집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하죠. 정확히 넘치는 수요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화폐를 맘대로 찍어낼 수 없습니다. “만약 떨어지는 은행잎 1장을 1만 원이라고 한다면, 조만간 우리 돈 1만 원의 가치는 떨어지는 은행잎 1장의 가치로 추락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찍어내봤자 거의 헛수고입니다. 반면 미국이 발행한 달러는 전 세계에서 유통됩니다. 지구인들이 모두 사용하다 보니 정작 미국 내 인플레이션 유발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전 세계가 나눠 가지는 겁니다.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세계에 수출하는 것입니다(물론 형식적으로는 미국정부가 FED에 쌓인 재무부 채권을 상환해야 하는데, 이걸 언제 갚을지 생각하는 경제학자는 없다. 외계인만이 이 빚을 갚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왜 기축통화인가? 지구인들은 왜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할까요? 1950년대 이후 제도적으로 인정해왔고, 또 가장 많이 사용하며, 실제 가장 안전한 화폐이기 때문입니다. ‘가치보장’과 ‘가치척도’ ‘교환수단’ 등 거의 모든 척도에서 달러가 가장 편하고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다시 핵개발을 시작한 이란에 대해 금융제재를 할 수 있는 이유도 달러가 기축통화라서 가능합니다. ‘이란’마저도 달러를 써서 원유를 수출하니까 가능합니다. 미국은 또 달러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힘(Power)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한국처럼 수출을 잔뜩 하는 나라가 자국 화폐가치를 조정하려 하면, 마법의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예를 들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그 나라 수출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깁니다. 심지어 그 나라 재무장관이나 중앙은행장이 자국 화폐가치(달러화에 대한 환율)를 언급하는 것조차 화를 낼 때가 있습니다(이를 ‘말로 개입한다’고 해서 구두개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장관이나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돈 원화가치에 대해 언급도 어렵지만(달러 신성불가침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화폐가치를 언급합니다. 환율을 ‘내려라 올려라’ 마음껏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미국은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 일본을 불러 엔화가치를 크게 올릴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플라자합의’(Plaza agreement) 이후 3년 뒤 엔화가치는 2배가 오르고, 그때부터 수출 국가 일본경제는 30년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얼마 전 봉합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은 이렇게 다른 나라 화폐가치를 사실상 조절합니다. 전 세계 주요 자산은 달러로 표시되고, 그 가치를 백악관이 결정하는 겁니다. 그러니 미국에서 팔리는 소나타나 렉서스의 가격은 사실 미국이 결정합니다. 물론 이렇게 계속 달러화가 지구인의 화폐로 계속 남아있으려면, 전 세계에 달러가 구석구석 유통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돼야 합니다(앞에 설명한 것처럼, 한국에 달러가 넘치는 이유도 미국이 한국과 장사를 해서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적자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적자가 계속돼 달러화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지구인들은 달러의 신성함(?)을 의심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 의심을 막기 위해서 백악관은 초강대국의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외교와 국방의 힘으로 달러화의 지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초강대국이 유지돼야 달러 기축통화시대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달러시대는 이런 모순을 안은 채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를 트리핀 딜레마(Triffin's Dilemma)라고 합니다. 오늘도 지구인들은 달러를 통해 교역하고, 돈을 송금하고, 여행합니다. 그 가치는 백악관의 결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쿄에서 먹는 우동의 가격도 바르셀로나에서 구입할 Zara 청바지 가격도 여기서 결정됩니다. 다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대학원 입학 후 첫 수업 날, 지도 교수님께서 자신을 지리적으로 소개해보라고 하셨다. 그때 날 소개했던 말은 “한국·영국·미국, 3개의 국가를 이름에 품고 있는 곽영미 입니다”였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단번에 이름이 외워졌다고 말씀해주셨고, 촌스럽다고 싫어했던 내 이름이 지리교사인 내게 퍽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지는 내 이름처럼 3개의 국가를 품고 있는 곳이다. 내 짧은 경험이 그 국가를 모두 대변해주지는 못하겠지만, 학생들의 집중도와 흥미를 높이고 교과서 밖의 지식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업 중에 내 여행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북한은 여행 경험도 없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하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직접 겪고 있지 않아서 종종 그 단원의 수업이 빈껍데기 같이 느껴진다. 그 북한을 곁눈질로나마 볼 수 있다니! 날래날래 가야지~! #1. 중국 고속철을 경험하다. 비행기로만 이동해도 되지만 중국의 고속철을 타보고 싶어서 굳이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장춘 롱지아 공항에 내려 기차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우리나라처럼 공항에서 역까지 바로 연결되는 길이 없었다. 무려 10분 정도를 걸어 장춘 롱지아 역에 다다르니 홍등과 새빨간 글자들이 중국임을 실감케 해주었다. 이곳에서 바로 고속철이 출발하는 것은 아니고, 길림역으로 가서 고속철로 환승해야 하는데 공항도 아닌 기차역에서 짐 수색이 공항만큼이나 깐깐했다. 일반열차를 타고 길림에서 내려, 앞서 탄 열차의 5배의 가격을 주고 훈춘행 고속철을 탔다. 훈춘은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중국의 최동단 도시로, 만주어로 변경이란 뜻이다. 1998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중국의 고속철도는 드넓은 대륙을 포용하기 위해 스위스·독일·프랑스·일본·캐나다에서 기술을 인수하고 제휴하여 2008년에는 시속 305㎞의 베이징~텐진 고속철도가, 2009년에는 세계 최장이라는 우한~광주 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 창밖의 풍경만 조금 다를 뿐 한국의 KTX나 SRT와 다를 바 없어 큰 감흥은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줄 거리 하나는 마련했으니 그것으로 됐다. #2. 선을 못 넘는 녀석들 2012년, 태국 치앙콩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려 하는데 폭이 좁은 강이 국경이어서 배를 타고 1분 남짓 가면 됐었다. 육안으로도 라오스가 보이는데 태국 출입국 관리소에서 도장을 안 받아와서 뱃삯을 또 내고 돌아가서 도장을 받아왔던 기억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가장 강하게 국경의 힘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간과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국경이라고 하면 철저하게 막혀있는, 폐쇄적 공간을 떠올렸나 보다. 짐이나 몸을 수색하는 엑스레이도 없고, 높은 담이나 철조망도 없고, 무장한 경찰도 없는 평화로운 강가는 내게 국경의 이미지를 다시 인식하게 해주었다. 국가에 따라서는 국경이 그저 ‘선(line)’일 뿐인 평화로운 곳도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유럽 여행할 때처럼 국경의 존재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곳도 많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이 국경은 뭔가 숨 막히고 가슴 한편이 아련하게 아파지는 장소였다. 훈춘에서 버스를 타고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권하세관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국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차들이 있었다. 이곳은 북한 나진-선봉에서 약 50㎞ 떨어져 있는 국경 출입로로 육로와 해로의 이동을 모두 관장한다고 한다. 트럭에 실려 이동하는 컨테이너가 중국과 북한 사이에 무역이 활발함을 보여주었지만, 나는 저 너머에 있다는 북한을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런 상황은 방천을 지나 도문변경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폭도 넓지 않고 수심도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두만강 너머,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과 군데군데 김부자 사진과 찬양 문구가 있는 건물들이 보였다. 이 두만강 강변공원을 걷다 보면 다리 색이 반반 나뉜 도문대교를 볼 수 있는데, 주황색 부분까지가 중국이고 파란색 부분이 북한이다. ‘선을 넘는 녀석들’을 보면 프랑스와 독일 국경이 있는 다리에서 한발씩 걸쳐놓고 사진을 찍던데 이곳은 그런 행동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에 보면 중국령까지 다리를 건너보기도 하던데 이날은 문이 닫혀있었다. 우리를 향한 북한의 마음이 닫혀있듯이…. #3. 한눈에 삼국을 바라보다(一眼望三國) 훈춘역에 내리자마자 붉은색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중국어도 모르는 내가 이 글자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한글·영어·러시아어로도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는 모든 간판에 한글을 위(왼쪽)에, 한자를 아래(오른쪽)에 쓰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러시아어까지 3개 국어로 써진 간판들이 정말 많다. 아무리 국경이라지만 왜? 이유는 바로 저렴한 물가였다. 러시아인들이 훈춘시에서 싸게 생필품을 구입해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러시아풍 건물로 가득 찬 러시아 거리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한글과 한자가 같이 쓰여 있어 외국인 듯 한국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씨뿐 아니라 삼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방천이다. 방천은 사구 사이에 둑을 만들어 길을 냈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며 중국·북한·러시아의 국경이 만나는 곳이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서자 중국·북한·러시아의 국기와 물건이 모두 있어 지금 어느 나라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기념품 가게를 나와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용호각으로 이동했다. 용호각의 원래의 이름은 망해각이라고 한다. 1886년, 청과 러시아 국경문제 협상 당시 청의 대사였던 오대징이 과음하는 바람에 협상에 패하여 중국 영토를 표시하는 토자패가 동해까지 닿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5㎞ 앞두고 동해를 차지 못한 만취의 슬픔을 가진 용호각에 오르면 벽에 써진 글자처럼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할 수 있게 되는데, 삼국 국기가 있는 곳에서 보이는 중앙의 흰 건물까지가 중국 영토, 왼쪽의 호수와 평원은 러시아 영토, 오른쪽의 두만강을 통해 러시아의 핫산과 연결되는 철교 너머는 북한 영토이다. 삼국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이름의 특성과 비슷해서일까,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4. 장백산? 백두산! 백두산은 동서남북 방향으로 동파·서파·남파·북파 코스가 있다. 동파와 남파 코스는 북한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개다. 백두산에 오르려면 연길에 숙소를 잡는 것이 보통인데, 숙소에 백두산 예약을 부탁하면 한자가 가득한 버스 타는 곳 확정 문자를 받을 수 있고,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에 머무르면 한국어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서파 코스는 많이 걸어야 하는데다가 무려 1,442개의 계단이 있다고 해서 연길에서 이도백하로 이동 후 천지 가까이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북파 코스를 택했다. 이른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백두산 중국식 명칭인 장백산이 크게 적힌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뒤 줄 서서 기다리면 큰 버스를 타고 산 초입까지 이동할 수 있다. 나는 대략 20분 정도 기다려서 버스를 탔는데, 인구대국 중국인들의 단체관광과 운 나쁘게 겹치면 4~5시간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단다. 대형 버스에서 내리면 다시 표를 구입해서 하얀 봉고차로 환승 후, 천지 입구까지 이동하는데 다들 알다시피 높은 산을 올라가는 도로는 구불구불! 그런데 허술한 도로 가드레일 옆 아찔한 낭떠러지가 보이고, 웬만한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 식의 노브레이크 커브 운전에 몸이 막 흔들리는데, 기사 아저씨가 1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운전하시는 게 아닌가! 덕분에 고도에 따라 변하는 백두산 식생의 모습은 제대로 눈에 담지 못하고 비명으로 가득 채웠던 봉고차와 이별했다. 봉고차에서 내려 마치 제주 올레길 같은 나무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탄성을 자아내는 천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지를 보기엔 7~8월이 적기이지만 백두산 날씨는 워낙 변덕스러워서 산 밑에서의 날씨로 산 위의 날씨를 예측할 수 없는데, 운이 좋았는지 맑고 눈부시게 푸르른 천지가 날 반겨주었다. 추울까 봐 챙겨간 등산 점퍼가 무색하게 날씨가 따뜻했고, 화산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운 천지 부근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의 차가운 촉감이 꿈이 아님을 실감케 해주었다. 좁은 천지에 가득한 사람 때문에 급하게 사진을 촬영하고 북한 쪽 백두산도 열심히 눈에 담았다. 북한은 천지의 물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인지 천지로 향하는 계단이 눈에 띄었다. 제한속도 30㎞를 지키는 것이 맞는 것인가…. 봉고차를 타고 하산하면서 심한 멀미에 시달렸다. 유황의 매캐한 냄새와 삶은 달걀의 비릿한 냄새가 가득한 온천 지대를 지나 장백폭포에서 백두산 물의 기를 받는 것으로 백두산 관광을 마무리했다. #5. 남쪽 동무, 반갑습네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 이후 여파가 있을 만도 한데 연길에는 여전히 영업 중인 북한 식당이 꽤 있었다. 천지의 감흥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북한 식당을 방문했는데 정말 남남북녀인 것인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어여쁜 북한 여종업원들이 인사를 해주니 신기함에 피곤이 사르르 녹았다. 음식도 생각보다 큰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맛있었다. 기름진 중국식 음식을 먹다가 북한 식당에 오니 긴 외국여행 끝에 한식당을 찾아온 느낌이었다. 종업원들이 ‘동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이 신기해서 음식보다도 그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사진도 찍었는데, 결국 “사진은 찍지 마시라요”라는 날카로운 책망을 들었다. 다른 외국인에게는 대화도 좀 후한 것 같은데 남한 사람인 나에게는 말도 아끼는 것 같았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 철수 시한이 임박하여 중국에 문 닫는 북한 식당들이 많다고 하던데, 잘 있으려나 궁금하네. 북쪽 동무! #6. 중국의 학교 탐방 연길의 북한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룡정중학교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직업병(?)이 발동하여 운동장 밖에서 학교를 살펴보았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가방을 메고 교문을 빠져나오곤 했었다. 교무실로 보이는 ‘교수 청사’라는 건물이 하나 따로 있었고, 퇴근하신 선생님들도 계시는지 불 꺼진 곳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교 외벽 게시판에 있는 ‘우수교사 풍채’였다. 중국은 무슨 기준으로 우수교사를 선정하는지, 그리고 그들도 초상권이 있을 텐데 이렇게 사진을 공개적으로 붙여놓아도 되는지 궁금했다. 다음날은 중국의 대학 캠퍼스를 거닐어보고 싶은 생각에 연변대학을 방문했다. 연변대 정문 맞은편에 대학가 상점들을 집대성한 듯한 ‘대학성’이란 건물이 재밌었고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많이 보였다. 자매결연을 한 것인지 서울대학교 정문이 새겨져 있는 연변대 정문을 지나 지리과가 있는 건물도 찾아보고 학생식당에 들러 음료수도 사 먹어 보며 캠퍼스 투어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에필로그 여태까지 다녀온 여행지 중 글을 쓸 장소를 정하고 집필을 반 정도 했을 때 우한 폐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시의적절한 것인지 하필 중국 여행기를 쓰고 있을 때 중국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서 마음 아프긴 하지만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가치가 충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연변 조선족자치주 일대만 둘러봤는데, 역시 대국은 대국이다. 중국 지도를 펼쳐보니 이번 여행지가 어찌나 조그마한지!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 19로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EBS와 KERIS, 각 시‧도교육청들이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 온‧오프라인 교육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EBS는 온라인에서 수업을 구성하고 들을 수 있는 ‘EBS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를 2일부터 시작했다. 교사가 학급, 학년, 과목 단위로 자유롭게 클래스를 구성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학업 진도 체크를 포함한 효율적인 학급관리가 가능하다. 2만8000여 개의 학습콘텐츠를 활용해 온라인상에서도 학년별, 학급별,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선생님이 클래스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가입 및 최종 승인을 받으면 즉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KERIS는 온라인 학습서비스를 활용해 가정과 학교에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습 대응반’을 구성했다. e학습터(cls.edunet.net)에서는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육과정과 관련된 교과 주제별 학습자료를 제공한다. 디지털교과서(webdt.edunet.net)는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사회, 과학, 영어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제공한다. 여기에 멀티미디어 자료와 평가 문항 등을 추가해 학생 스스로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위두랑(rang.edunet.net)은 학급 단위 온라인 커뮤니티로 교사가 학급을 개설해 자료를 공유하고 과제, 질의응답, 토론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독서‧토론교육을 활용한 ‘집콕 독서’를 운영한다. 집에서 독서활동을 통해 개학 이후의 교과수업의 본격적인 진행을 준비하는 학생 재택 독서 프로그램이다. 교사는 교수학습 내용 중 가정학습이 가능한 부분을 모색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연간 교과 수업 계획을 재조정한 후 독서활동 과제, 플립 러닝 등을 구성한다. 학교에서는 홈페이지와 모바일 가정통신문 등을 활용해 자료를 제공하고 중간 결과물을 점검하고 피드백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초등 원터치 공부방’을 운영한다. 부산e-학습터를 기반으로 학년별 주간학습 계획안을 제공하고 학생들은 가정에서 학습주제 중 자신이 원하는 과목의 학습주제별 주소를 선택해 학습할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 교육부가 전국 유·초·중·고교의 개학을 23일로 2주간 추가 연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일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 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19세 미만 미성년 확진자 수가 200명이 넘어가면서전국의 모든 유·초·중·고교의 신학기 개학일을 9일에서 23일로 추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확진자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외부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학생 감염을 방지하고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학교는 휴업일 실시에 따라 여름·겨울방학을 우선 조정해 수업일수를 확보하며, 이후 추가 휴업이 발생하는 경우 법정 수업일을 10%(유치원은 18일, 초·중·고는 19일) 범위에서 감축한다. 개학 연기에 따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학교와 협력해 학생 학습지원과 생활지도, 긴급 돌봄서비스 등 후속 지원방안을 시행한다. 우선 3월 첫 주에는 담임 배정과 교육과정 계획 안내를 완료하고 디지털 교과서 e-학습터, EBS 동영상 등 자율형 온라인 콘텐츠를 초·중·고 학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3월 2주부터는 디지털 교과서 e-학습터, 위두랑, EBS, 클래스팅, SNS 단체방 등에 개설된 온라인 학급방을 통해 예습 과제와 학습 피드백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동영상 자료와 평가 문항 등을 포함ㅁ한 교과서를 온라인으로 미리 볼 수 있도록 한다. 교과서는 초등 국정교과서와 초·중등 디지털 교과서(사회, 과학, 영어 등)를 제공한다. 긴급돌봄은 추가 수요조사에 따라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를 원칙으로 운영한다. 또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범부처 협력을 강화해 학부모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가족돌봄이 가능하도록 유연근무제와 가족돌봄 휴가제 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아이돌봄서비스도 제공한다. 학원 대책은 휴원 권고를 다시 한 번 적극 실시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합동 현장점검을 지자체 등을 포함해 강화할 예정이다. 학원 휴원 후 개원 시 방역·소독비 지원 방안 마련과 장기 휴원으로 인한 영세학원을 위한 지원도 협의 중이다. 앞서 대구시교육청은 29일 선제적으로 개학 연기를 2주간 추가 연기했다. 첫 개학 연기 때도 피해자가 가장 많은 대구시교육청의 개학 연기에 결정 사흘 후 개학 연기가 전국으로 확대된 바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진로와 적성에 맞춰 교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을 성취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교육제도이다. 이미 미국·유럽의 주요 국가·호주·뉴질랜드 등 서구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중국·홍콩·일본이 시행 중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교학점제에 회의적이든, 공감하든 대부분 교사는 시행착오를 걱정한다. 해방 이후 내려온 고교 교육과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경제 및 사회·문화적 측면과 연관되어 있으며, 쟁점에 합의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까닭이다. 더구나 시행 시기에 급급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지지자와 수능 정시 지지자 간에 일어났던 갈등보다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즉,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변경에 그치지 않고 대학 서열화가 뚜렷한 교육현실에서 개인의 지위 및 가족 이동과 소비패턴까지 바꾸는 사회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나 교육청 등 정책당국은 고교학점제의 당위성만 말할 뿐 적극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등 여러 계층이나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교육청 일각에서는 아직 고교학점제가 확정되지 않아 기괴한 ‘교육적 괴물(monster)’이 될 수 있는데도 특정한 방식을 선호하는 듯하다. 교사들의 우려는 지나친 것일까 다수의 교사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식이 낮고, 반대하는 교사도 상당하다.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에 일반고와 자율고의 재직 교원 1,461명에게 찬반 의사를 물었는데, 반대는 36.1%였고 찬성은 25.9%였다. 유동적 응답자인 보통은 38.0%였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인지도’도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는 제도로만 단순하게 알고 있거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자도 34%에 달했다. 특히 찬성하는 교사들도 교과 강사의 충원 및 시설 인프라는 그만두고라도 ‘성취평가제’, ‘이수학점 요건’, ‘대입 수능의 연계’ 등의 이유를 들어 ‘2025년 전면 시행’에는 회의적이었다. 교사들의 우려는 지나치지 않다. 물론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자유로운 과목선택이나 성취평가제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학 서열화가 여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크며, 수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는 한 갈등의 소지가 크다. 즉, 고교학점제 틀에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의 욕망과 그 기대를 채워주고 싶은 부모의 열망을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향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올해부터 전국 마이스터고 51곳에 처음 도입되는 데서 그 윤곽을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교과이수 단위는 총 180학점으로 지금보다 대략 10% 정도 줄어든다. 그 점은 큰 무리가 없다. 성취수준은 절대평가로 각각 20%인 A·B·C·D·E 5등급으로 구분하여 가장 낮은 수준인 E를 낙제수준으로 정해 재이수를 열어두었다. 문제는 기초학력수준인 성취수준 하위 20%를 이수기준으로 정한 데 있다. 그 기준의 근거가 합리적이지 않다. 즉, 고교학점제를 도입했을 때 예상되는 여러 문제를 보면 그처럼 기준을 쉽게 정하지 못한다. 굳이 2025년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 학교에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인 학생이 적지 않은데 학력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격차의 간극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평가원 노은희 연구팀은 고교학점제에서 교과이수는 무엇을 기준으로 하나 연구보고서(2019)에서 이수기준을 40%∼60% 성취수준인 보통 학력수준으로 제시한다. 즉,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재이수·유급·미졸업을 염두에 둔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교과마다 성적 부풀리기가 성행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더구나 한국의 교육문화에서 어떤 학부모가 자식의 유급이나 미졸업을 쉽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러니 교사는 학교의 위상이나 학부모의 민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의 취지를 왜곡하여 난이도가 낮은 문제로 평가하거나, 점수를 후하게 주기 위해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을 느슨하게 정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전 고교에 확산될 가능성이 커 ‘도덕적 위험(moral hazard)’도 피할 수 없다. 또한 대학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에 의존하게 되면 학생부 ‘교과별 세부능력특기사항’ 등 교사의 정성적인 기록이 중요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식이 학점만 이수하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에 더욱 학원으로 몰리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역선택이 가속화될 위험이 큰 것이다. 즉, 과목이수를 위한 사교육은 더욱 성행할 것이고, 그 대가를 학생부 기록으로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더욱 의심해봐야 할 절박한 문제는 사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이나 도서벽지학교 학생들의 결핍을 해소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또 학교는 학생들에게 더욱 쉬운 문제로 평가할 수 있어 학력저하의 악순환은 저소득층과 도서벽지 학생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결국 기존에도 심각한 교육문제였던 ‘수포자’,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 ‘창의성 저하’ 등의 문제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마저도 사교육에 접근할 기회가 많은 학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교육격차의 간극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이러한 기우는 지나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이명박 정부부터 실질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시행하였고, 그 취지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살리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선의였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19년에는 대입에서 학생부전형이 70%가 넘는데도 초·중·고 학생의 2018년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인 29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초·중·고생 모두가 증가했으며 고등학생은 32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12.8% 증가했다. 하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은 많은 국민들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쟁점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가급적 빠르게,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장밋빛 의지만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과연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가고 있나?”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미국·핀란드·싱가포르·캐나다·프랑스·영국은 지금 우리의 고교학점제 구상과 다르다. 성취평가제를 하지만 학점이수에 매우 엄격하다. 노은희 연구팀의 권고처럼 이수기준은 일반적으로 일반적으로 ‘보통’ 학력수준이다. 국민의 교육받은 권리를 단순히 ‘교육기회 보장’이 아닌 실질적 학력수준을 갖추도록 책임지는 ‘실질적 평등’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이수 프로그램을 통해 엄격하게 재평가하거나, 그래도 이수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유급을 시켜서라도 일정한 학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처럼 필수과목을 영어만 하거나, 영국의 GCSE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처럼 영어·수학·과학 3과목을 필수로 하고, 20개가 넘는 선택과목 중 2과목을 선택하여 최소 4과목이 40% 성취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아비투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핀란드 일리오필라스툿킨토처럼 언어·외국어·수학·사회·과학을 개별적 또는 통합적으로 치루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고교졸업고사는 우리나라 수능과 비교할 수 있다. 객관식은 수능보다 쉽다고 할 수 없지만, 분절적·사실적 지식을 평가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념적 사고를 묻는 서술형·논술식 문제가 위주이다. 독일은 국가교육과정이 없어 각 주가 주관하는 논술식 아비투어 시험에서 300점 만점에 최저 150점을 받아야 대학에 응시할 수 있다. 이처럼 각 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제도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고교학점제의 교과별 이수학점 기준을 성취수준의 하위 20%로 정하겠다’는 발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짐작하건대 2025년에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는 ‘공정성 시비’를 더욱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수시 학생부전형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장단점을 가진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고교학점제를 ‘학생의 흥미와 진로를 살리는 유일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생의 진로가 고등학교 때 정해져야 한다’는 논리도 절대적이지 않다. 고교학점제도는 장단점을 가진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교육부나 교육청이 시행을 몇 년 앞두고 시범학교 운영·강의실 확충·진로교사 충원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차라리 전면 시행을 미루더라도 공개적 논의를 통해 폭넓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더구나 교육청 일각에서 나도는 소문을 종합하면 현재 우리의 고교학점제는 교육선진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의 모습과 다르다. 고교학점제가 귤화위지(橘化爲枳) 즉, 귤이 위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상황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공개적 논의와 깊이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졸업고사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지도 않은 채, 이수학점에서 필수와 선택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도 없이, 또 수능을 학생들의 고등사고력을 키우고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서술형이나 논술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서 시행만 서두르는 것은 잘못이다. ‘오로지 학점이수로만 고교학점제를 채우겠다’는 것은 결국 ‘대학진학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주도하며, 평가요소는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결정은 옳지 않다.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큰 파문을 일으키며 국민 대다수가 불신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속내가 어떻게 국민의 의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 윤곽을 재검토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윤곽을 재검토해야 한다. 선진국 대다수처럼 낙제기준 등급을 E등급인 성취수준 하위 20% 비율보다 상향하여 보통학력 수준인 C등급으로 하고, 학력저하를 막기 위해 재이수자의 성적부진 원인을 찾아내 ‘개별화 맞춤형 학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실질적 고교졸업의 효과를 도모하고 학교 간 편차를 막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인 졸업시험으로 전환하고, 서술식·논술식 고사로 문제유형을 바꿔서 고교학점제가 고등사고력을 키우는 교육과정이 되게 해야 한다. 당장 수능 출제 유형을 바꾸기 어려우면 과도기를 두고, 우선 대학별 논술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여 완충하겠다는 발상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교육당국은 고민을 하지 않고 있는지, 아니면 하더라도 공개적이거나 공식화할 수 없는지를 다수의 국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뿐아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확대된 학생부종합전형을 처음 도입할 때,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교육’, ‘잠자는 아이들’, ‘수포자’ 등 여러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신약(神藥)처럼 홍보하던 기억이 데자뷔 되어 몹시 우려스럽다. 지금부터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국민에게 외국에서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의 보편적 구조 및 장단점을 사실적으로 설명하고 한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인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교육전문가를 비롯해 각계각층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것만이 지금으로써는 교육적 갈등과 혼란을 줄이고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월 9일 밤(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뿐이 아니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상 수상이 유력시되었던 ‘1917’의 3개 트로피보다 많은 4관왕 영화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는 지난 해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제72회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7월 21일 국내 관객 천만 명 돌파에 이은 쾌거다. 그야말로 세계영화사를 새로 쓴 ‘기생충’이다. ‘황금종려상 수상의 천만영화 기생충’이란 글을 이미 쓴 바 있지만, 박수나 치며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건 그래서다. 잠깐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의미부터 정리해보자. 먼저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이다.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건 한국 영화역사 101년 만에 처음이다. 스포츠서울(2020.2.11.)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꾸준히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했지만, 수상은커녕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외국어영화상 부문 출품작은 ‘춘향뎐’(2000)ㆍ‘오아시스’(2002)ㆍ‘봄 여름 가을 그리고 봄’(2003)ㆍ‘왕의 남자’(2006)ㆍ‘밀양’(2007)ㆍ‘마더’(2009)ㆍ‘피에타’(2012)ㆍ‘사도’(2015)ㆍ‘택시운전사’(2017)ㆍ‘버닝’(2018) 등이다. 문소리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오아시스’, 전도연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도 맥을 추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의 또 다른 작품 ‘마더’나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피에타’, ‘왕의 남자’ㆍ‘택시운전사’ 같은 천만영화도 아카데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6년 백인들만의 잔치라며 보이콧운동이 벌어진 이후 있어온 아카데미의 변화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만큼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이 새삼 의미있게 와닿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작품상과 국제영화상 동시 수상도 최초이다. 각본상 역시 2003년 스페인어로 된 ‘그녀에게’(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받은 바 있지만 아시아 감독ㆍ영화로는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1956년 미국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다. 감독상도 대만 출신 리안 감독에 이어 아시아인 두 번째 수상이다. 단순히 한국뿐 아니라 세계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로 생각되는데, 봉감독 말처럼 로컬(지역)영화제일 뿐인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에 지구촌이 들썩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세계 영화산업의 본산이자 중심이라 할 미국 할리우드에서 개최되기 때문일 것이다. 수상자 선정 방식도 아카데미 시상식에 권위를 더한다. 아카데미는 소수의 심사위원들만 참여하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된다. 회원들은 제작자ㆍ감독ㆍ배우ㆍ스태프 등 영화인들이다. 기자나 평론가는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 해 12월 기준 AMPAS 회원은 40여 명의 한국인 포함 9537명이다. 이번 시상식에선 8469명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기생충’은 세계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모두 163개의 트로피를거머쥐었다. 한겨레(2020.2.11.)에 따르면 ‘기생충’은 “57개 영화제와 61개 시상식에서 각각 19개와 144개 상을 받으며 세계영화사에 그 존재감을 뚜렷히 새겼다.” 이런 인정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수상으로 이어졌고, 세계영화사를 새로 쓴 동력이 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박혜자·이하 KERIS)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개학 연기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 대응반’을 구성, 운영한다. 온라인 학습 대응반은 가정과 학교에서 KERIS가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KERIS는 e학습터, 디지털교과서, 에듀넷, 위두랑 등을 운영하고 있다. e학습터(cls.edunet.net)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교육과정에 포함된 교과 주제별 학습자료를 제공한다. 교사가 학급을 개설하고 학습 과정을 구성할 수 있어 학습 결손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webdt.edunet.net)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사회, 과학, 영어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제공한다. 여기에 멀티미디어 자료와 평가 문항 등을 추가해 학생 스스로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게 돕는다. 에듀넷(www.edunet.net)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교육과정과 관련한 교과 주제별 학습 동영상과 평가 문항을 제공한다. 위두랑(rang.edunet.net)은 학급 단위 온라인 커뮤니티다. 교사가 학급(클래스)를 개설하면 학생들과 학습자료를 공유하고 질의응답, 토론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박혜자 KERIS 원장은 “국가적으로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KERIS도 학생의 학습 결손 방지와 생활지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학습서비스 이용에 대한 문의는 0079에듀콜센터(1544-0079)로 하면 된다.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원교총과 강원도교육청은 학생이나 학부모에 의한 수업방해나 교권침해 발생 시 도교육청이 대응 및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안내하기로 했다. 학교를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 도교육청 법률대리인이 적극 대응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강원교총은 18일 강원도교육청 2층 대회의실에서 도교육청과 2019년도 교섭·협의 합의서 조인식을 개최했다. 이날 강원교총 서재철 회장, 도교육청 민병희 교육감 등 양측 교섭·협의위원 각 8명씩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강원교총이 지난해 8월 12일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섭·협의를 요구한 뒤 5개월여 간 실무협의 두 차례, 본교섭 협의위원회 두 차례, 교섭 협의소위원회 여섯 차례 등 과정 끝에 이뤄졌다. 강원교총이 요구한 교섭·협의과제는 교육 및 학교행정개선과 교원복지 증진, 근무 부담 경감, 교원인사제도의 합리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다. 교원단체 발전을 위한 도교육청의 지원을 얻어내는데도 노력했다. 이를 토대로 강원교총이 요구한 총 72개 안건 중 전문, 본문 35개조, 보칙 2개조, 총 60개항 대해 양측 간 합의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합의사항은 △학교시설물(토지) 재측량 및 사용료 부과업무 교육청 이관 △각 급 학교 내 교사 개인사물함 비치 △교직원 특별건강검진비 확대 지원 △보건교사 근무환경 개선 △지역별 보결강사 확충 △유학휴직 허가 기준에 IELTS점수 포함 △각종 예체능 및 행사 운영 개선 △에듀버스 교육활동 지원 △초등 1학년 교실 용역청소 이행 △과도한 민원 대처방안 마련 △학교 행정심판, 행정소송 업무 지원 △수업방해 대응 방안 수립 등이다. 교섭 합의서의 구체적 내용으로 우선 교권 신장과 관련해 양측은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도교육청이 적극 개입·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또는 학부모에 의한 수업 방해 및 교권침해 시 도교육청이 구체적 대응 및 학교 지원 방안을 수립해 안내해야 한다. 도교육청은 상세 이행 계획을 곧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학교를 대상으로 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이 제기된 경우 법적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교육청 법률대리인이 답변서 작성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추후 학교 담당 법률대리인을 추가 채용하는 등의 지원이 따를 전망이다. 이 같은 합의는 지난해 한국교총 주도로 이뤄진 ‘교권 3법’의 영향이기도 하다. 특히 개정 교원지위법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침해당할 경우 관할청이 고발 및 법적 지원, 교원 치유 및 회복 등에 의무적으로 나서야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인사제도 개선 조항으로는 유학휴직 허가 기준에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점수 포함’이 신설됐다. IELTS는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나 이민,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영어사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1989년 개발된 국제공인 영어능력 평가시험이다. 현재 전 세계 140개국 1200여 센터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1만여 개가 넘는 교육기관, 기업체, 정부기관 및 단체 등이 영어실력 측정의 지표로 활용될 정도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교원 유학 관련 허가 기준에 신설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교원 근무부담 경감에 대한 조항으로 도교육청은 학교장과 지역사회와의 마찰과 갈등을 최소화를 위해 학교시설물(토지) 측량 및 사용료 부과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역개발 등의 이유로 학교 부지 측정이 필요한 때 학교는 이에 대한 예산이 없어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관행적으로 지역민들이 활용하던 학교 부지를 학교가 사용하게 되는 때, 또는 반대되는 상황에서 갈등요소가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교육청 차원의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건교사의 근무환경도 개선된다. 보건교사의 병가, 연가, 특별휴가 등이 발생할 경우 각 교육지원청 인력풀제 운영으로 학교 보건실의 원활한 운영을 돕는다. 또 수요가 많은 지역의 보결전담강사 채용 인원 확대도 교육청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교원 복리후생 증진에 대해 도교육청은 각 급 학교 내 교사 개인 사물함이 비치될 수 있도록 권 장하게 된다. 또 교직원의 특별건강검진비를 2년 주기로 건강검진년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건강검진비가 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합의 내용도 담겼다. 교육 및 학교행정 개선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지원청이 주관하는 각종 예체능 및 행사 추진 시 수 시간 소요되는 학생의 행사 참여가 예상될 경우 학사일정 및 학생의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육지원청이 개최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2017학년도부터 전면 시행된 에듀버스의 활용 또한 현장학습 등 학교교육활동에 더욱 지원되도록 하며,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및 일상청소가 어려운 장소에 대해 청소 용역비가 편성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합의에 대해 강원교총 서재철 회장은 “교원들의 근무여건과 권익 및 전문성이 보다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도교육청은 합의된 교육정책 개선과제들이 학교현장에 잘 안내되고, 정착돼 현장의 선생님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합의사항 안내 및 이행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카톡-’ 나른한 주말, 가을 햇살을 받으며 거실 쇼파에 누워있는데, 메시지가 왔다. 작년에 졸업한 제자, 마이크다. 「필승-! 해병 김마익! 쌤- 저 뉴스에 나왔어요 한번 보세요」 첨부한 뉴스 링크를 확인한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외국인 화제’란 기사 그 속에 피부가 유달리 까만 그 아이는 ‘김마익’이란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뀐 이름표를 달고 군복을 입은 채 환히 웃는다. 이제 교정기도 뺏나 보구나. 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삼 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군대를 갓 제대해서 복직했던 내가 너와 처음 교실에서 마주했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석으로 부르려 하는데 유달리 낯선 이름이 있었다. ‘Mike Maurice Gabin’ 그게 너의 이름이었다. 프랑스 선교자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의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너는 유달리 모계의 혈통을 받아서인지 피부는 까맣고 쌍꺼풀은 매우 짙은 전형적인 필리피노였다. 이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순간 아득했다. 그때 넌 손을 맞잡듯 내 눈을 붙잡으며 서글픈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저의 이름은 마익크 몰리쓰 가뱅이무니다.” “뭐라구...?” 당황에 빠진 초보 교사를 두고 넌 더욱 어리둥절해 하며 “써,썬생님? 아론노 한쿡말 좔 뭘라.” 난관에 봉착했다. 첫 시간 카리스마 있게 학생들을 휘어잡자며 교단에 섰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때 넌 환히 웃으며 말했다. “하하 농담이에요 쌤, 그냥 마익이라고 부르세요”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교회 전도를 위해 한국에서 살아서인지 그는 웬만한 한국인보다 우리말에 능통했다. 허나 유달리 튀는 외모 덕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고, 아직은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에 의해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익이는 그때마다 허허 웃으며 그들을 포용하곤 했다. 넉살 좋은 다문화 학생, 그게 너의 첫인상이었다. “선생님이 군함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이따만한 돌고래가~” 특히 모국에는 없는 한국 특유의 허풍 섞인 군대 이야기와 그 병영 문화를 말해줄 때면 입이 헤벌어진 채 집중하곤 했고, 비록 의무복무였지만 군대를 다녀온 나를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 한국말과 영어 및 필리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기에, 학교 교육과정에 따른 다양한 심포지엄 및 웅변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익이는 운동신경이 뛰어났고 특히 배드민턴에서 발군의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한국어 쓰기 능력에는 취약했기에 난 너의 국문법 코치가 되어주었고, 너는 나의 배드민턴 강사가 되어줌으로써 우리는 교총 사제동행 대회도 참가하며 교학상장을 이루어 나갔다. 그렇게 네가 고3이던 어느 날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옆 반 선생님이 창백한 얼굴로 마익이를 찾았다. 예감이 안 좋았다. 마익이의 어머니가 타지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과속으로 뒤따르던 트럭과 추돌사고가 났고, 화재가 발생했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셨다고 했다. 죽음에 경중이 있겠느냐마는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하필이면 프랑스인 아버지는 선교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 계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때였다. 문득 수만 모금 서글퍼졌다. 병원이 낯선 그 아이는 나를 보고 더욱 울었다. 나 역시 비어져 나오는 설움으로 마익이를 달래줬다. 하지만 한국식 장례문화는 그에겐 생소하기만 했다. 담임인 내가 발인까지 동행하는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교무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은 성금으로 장례식장을 정하고 삼일장을 진행했다. 그에게 향을 피우는 것과 헌화하는 것, 손님에게 맞절하는 것 등 장례 절차를 알려줬다. 틀린 게 아닌 다를 뿐인 외모에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이리저리 수군댔고, 그럴수록 마익이는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인 날, 어머니의 유골이 재가 되어 나오던 화장터에서 아이 같던 마익이는 어른처럼 곡을 했다. 그리고 마익이는 달라졌다. 학교에 매번 지각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없는 무단지각이었다. 그러던 하루는 아예 오지 않았고, 그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엄습한 불길함에 프랑스인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눈 끝에 마익이가 이틀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문득 짐작되는 곳이 있었다. 나는 혈기왕성한 남고생들의 담임이기에, 그 열기를 분출시키고자 체험학습 날을 이용하여 학교 근처의 갑천 축구장을 종종 찾는다. 그곳에서 축구 같은 다양한 종목의 우리 반 올림픽을 하곤, 삼겹살을 구워 먹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고, 한국문화 골든벨을 하며 한국 사람들의 정을 공유하곤 했다. 한층 흥겨웠던 마익이는 같이 뒷정리를 하던 도중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쌤, 전 그냥 여기 살고 싶어요.” 그곳엔 마침 누울만한 벤치도 있고, 밤마다 길거리 공연도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이런 한국의 거리문화가 맘에 들었나 보다. 처음엔 헤픈 소리로 여겼지만, 혹시... 차를 타고 가보았다. 그 끝엔 잠바로 꽁꽁 싸매고 벤치에 웅크린 마익이가 있었다. 힘들기도 힘들고, 지치는 것도 지친 너와 함께한 그 날 밤은 굉장히 길었다. 마익이는 죽고 싶다 했다. 전에는 이국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살고 싶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외모를 놀리는 학교도 가기 싫고 죽고 싶다 했다. 딱지가 채 아물지도 않은 손목의 자해 흔적도 보여주었다. 프랑스인 아버님과 같이 살긴 하지만, 어머님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우울증에 빠지셨고 어머님을 유난히 빼닮은 자신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워한다 했다. 집은 안식처가 아닌 상처의 진열장으로 돌변하였고, 돌연변이 같은 자신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라 했다. 아니야, 그건 아니란다. 너를 응원하지만, 자살을 응원하진 않는다. 자살은 세상에서 너를 지우는 일이야. 선택은 될 수 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다. 비록 당장은 어두운 밤이지만, 이제 곧 말이야 해가 뜰 거다. 원래 멋진 일은 후반부에 일어나거든. 하지만 이런 조언도 삶의 바닥에 선 마익이에겐 그리 와닿지 않는 듯했다. 어쩌다 네 삶은 이토록 여윈 거냐- 잡아줄 손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우울증에 빠진 마익이의 그루터기가 되어주기로 했다. 절망뿐인 네게 희망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처참한 마익이의 마음을 보듬어주었다. 그러던 사이 대입 시즌이 다가왔다. 시선을 한 서린 내면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수많은 선택 중 하필이면 자살을 시도했던 이유는 뭘까. 바로 기댈 곳과 목표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기댈 곳을 조금은 마련해주었으니 이제 삶의 방향을 찾아줄 차례였다. 그날부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진로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학교에서 실시한 홀랜드 전공 탐색 검사가 유용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마익이의 적성을 파악하고, 장점을 공유했다. 크게 두 가지로 진로가 좁혀졌다. 마익이의 관심과 흥미를 고려한 군사학과와, 신체 능력이 우수하며 배드민턴 및 태권도 등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한 체육대학이었다. 우선 군사학과는 학기 중에 훈련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현장체험학습 신청 후 학부모님 중 현역 육군 간부로 계신 분과의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었고, 군부대에 면회를 신청해 병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실제 군인의 모습을 보았다. 체육대학의 경우 학교에 계신 체육 선생님을 통해 체대의 정확한 입시 과정과 졸업 후 다양한 진로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특히 학교 커리큘럼 상 직업인 체험학습이 있었는데 진로 담당 선생님과 협력하여 효율적인 견문이 이루어졌으며, 마익이는 직업군인과 체육지도자 두 가지를 신청하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 결과 가능성을 폭을 넓혀 다문화 학생이라도 군대는 자원입대가 가능하니, 타고난 운동 신경 살려 체육대학에 진학하여 다양한 언어능력을 십분 발휘해 외국인 선수들도 포괄하여 지도할 수 있는 체력 운동 관리자가 되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를 위해서는 수능에서 독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탓에, 시험이 있는 정시전형 대신 수시 전형 중 마익이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곳을 샅샅이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외국인 전형으로 면접과 생활기록부만으로 갈 수 있는 학종 전형을 가진 체육대학 운동 건강 관리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울음을 딛고 대입을 위한 필승 전략을 짜고 계획을 실행하였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과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동아리가 없다는 점에 한계를 느끼고, 필자를 지도교사로 한 자율동아리를 조직하였다. 동아리 이름은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로 인기리에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티브를 얻어 조직하였으며, 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한국문화 및 한국 언어의 전수에 노력하여 리더십 및 진로를 위한 노력 분야에서도 좋은 인상을 얻고자 하였다. 이러한 학생부 내용 등을 기본으로 기출문제를 가미한 면접 준비를 하였다. 바야흐로 면접 날, 교복이 턱도 없이 작아진 마익이에게 선배들이 놓고 간 말끔한 교복을 드라이클리닝 하여 입혀주었고, 한국 사람들의 인사 문화와 예절에 대해 다시금 알려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쌤 저 합격했어요!” 그렇게 마익이는 어엿한 체대생이 되었다. 그것도 본인이 꿈꾸었던 명문 체대에 말이다. 비록 손목에 자해의 흔적이 바코드처럼 새겨진, 믿었던 어머니마저 잃고, 뒤늦게야 찾아온 프랑스인 아버지는 우울증에 빠진 그런 위기의 아이였지만, 이제 그 누구보다 멋진 삶을 시작하고자 한다. 졸업식 날, 마익이와 사진을 찍으며 아버진 눈물을 보였고, 마익이는 예전의 철부지가 아니라며 그를 닦아드렸다. 그렇게 흘러흘러 오늘이 되었다. 밖에 널린 단풍잎이 작년 그 계절임을 알려준다. 외국에서 겪었을 그 아이의 서러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대학교까지 갔고, 그곳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군대에 자원입대함으로써 한 서린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그는 나의 자랑이 되었다. ‘한 시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일생을 행복하려면 타인을 도와라’는 중국 격언이 있다. 내 삶에 회의가 들 때, 마익이를 도우니 절로 그 아이가 나의 삶을 지켜주었다. 누군가 교직 생활에서 가장 뜻깊었던 제자를 꼽으라면 주저 없는 마익이를 꼽을 것이다. 폰을 들어 그에게 답장을 보낸다. ‘마익아 이제 우리 같이 살자, 너야말로 진정한 한국인이며 나의 자랑이다, 사랑한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금상 수상 소감 바람이 불어옵니다. 한숨 자고 나니 겨울이 왔어요.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에 출근길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며칠 전 저의 생일이었습니다. 아내가 차려준 미역국을 먹으며 이렇게 세상을 더 살아가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뀌는 계절만큼 제 교직 생활도 늘어만 갑니다. 임용을 준비할 때의 패기와는 달리, 점차 현실에 순응하고 나른해집니다. 사명감이 스러진 제 모습에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동료 교사들에게도 염치없습니다. 아쉬움과 자조로 점철된 제 교단에서의 일들 중 유달리 파도가 거셀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일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매번 교무실로 교육신문이 올 때마다 이런 글들은 누가 쓰나- 진정한 참 교사분들이시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수상소감을 쓰고 있네요. 상금으로 장 건강에 좋다는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나 돌려야겠습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교육 가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지요. 급식 짜게 드시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있어 줬던 제자들, 그리고 동료 교사분들. 힘내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모든 게 잘될 거야 아마두~
전북 완주군에 있는 이곳에는 사계절 꽃이 핀다. 아이들이 시간 날 때마다 머무르는 텃밭에는 감자, 상추 등이 자란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을 은행나무 여섯 그루는 ‘밧줄놀이터’가 돼준다. 하모니카, 우쿨렐레, 기타… 악기 연주 소리, 친구들과 뉴스포츠를 즐기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 더 놀고 싶어요. 늦게 데리러 오세요!” 학생들이 사랑하는 학교, 전북 봉동초 양화분교장(이하 양화분교)이다. 양화분교는 지난해 교육부장관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농·산촌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질 높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규선 양화분교장(교감)은 “장관상을 수상한 양소미·이해영 교사를 주축으로 모든 구성원이 학교를 열심히 가꾼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화분교의 교육 프로그램은 여느 도시 학교 못지않다. 예체능부터 영어, 중국어, 코딩까지 다채롭게 운영된다. 전교생이 기본적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1·2학년은 하모니카, 3·4학년은 우쿨렐레, 5·6학년은 기타를 배운다. 동·서양 음악을 모두 섭렵하는 셈이다.특히 사물놀이 실력은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체력을 키우는 데도 소홀함이 없다. 1·2학년은 발레, 3·4·5·6학년은 검도를 배우고 체육수업은 전 학년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입학하면 가장 먼저 자전거를 배운다. 집에 있는 자전거를 학교에 가져다 놓고, 교직원들의 도움으로 차근차근 배워나간다. 장 교감은 “모든 프로그램은 감성과 힐링에 초점을 맞춰 운영된다”며 “스트레스를 날리면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 미술 수업도 단순히 그림 그리기에만 국한하지 않았어요. 이왕이면 스트레스도 풀고 학교 분위기도 바꿔보자, 했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벽화를 그렸습니다. 벽화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색감을 배우고 미적 감각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눈높이를 높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우리만의 방법인 셈이죠.” 학교 환경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소규모 체육관과 돌봄교실, 급식실을 만들었다. 돌봄교실에는 책상을 없앴고 바닥 난방장치를 설치했다. 아이들이 언제든 편하게 쉴 수 있는 장소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놀이기구가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위한 ‘밧줄놀이터’도 만들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에 밧줄을 엮어 완성했다. 장 교감은 “교사들이 자진해서 ‘숲 놀이 연수’에 참가해 놀이터를 조성했다”며 “종만 치면 아이들이 뛰어나온다”고 귀띔했다. 적은 예산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건 교사들의 열정 덕분이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했다. 장 교감은 “이곳에 부임해 2년 동안 힘을 보태준 선생님들이 있어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이런 분들을 만난 건 우리 아이들의 복”이라고 했다. “한여름에는 돌봄교실에 에어컨을 켜도 무척 더웠어요. 현대자동차와 전북 생명의 숲에서 ‘우리 학교 초록 더하기 사업’을 공모했습니다. 덩굴 식물을 길러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할 기회였고, 우리 분교가 선정됐어요. 작두콩, 여주, 수세미를 다 함께 심고 환경교육도 진행할 수 있었죠.” 양화분교 이야기는 지역에 소문이 자자하다. 소문을 듣고 인근에서 전학 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 교통이 불편해 매일 자녀의 등·하원에 나서야 하지만, 기꺼이 감수하는 학부모도 여럿이다. 현재 재학생 수는 31명이다. 장 교감은 “올해는 학생 자치활동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며 “모든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원하는 것을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과 토론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교육입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는 건 맞지 않아요. 아이들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알려주면 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다면 집중할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의 진가는 중학교에 가서 나온다고들 하더군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학교의 역할입니다.” 분교 홈페이지에 쓰인 6학년 학생의 학교 소개 글이다.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서 상상했던 모든 걸 거의 다 시도해 봤어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2 : 중·고등 편 (전보라·김담희·박민주·김다정·유병윤·심은화·박예진·문다정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92쪽, 1만7000원)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협력 수업사례를 엮었다. 중·고등학교의 수학·음악·미술·영어·가정 등 여러 교과와 연계한 실제 수업사례가 들어있다. 또 1~2차시 안에 가볍게 해볼 수 있는 것부터 4차시 이상의 프로젝트 수업까지 여러 형태의 수업방법을 담았다.
생각하지 않는 독서는 위험하다 -쇼펜하우어 스위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나 산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가만히 앉아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 줄 서기,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 같은 것을 배운다는 것.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는 장래 희망을 이야기할 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패자에게 벌을 주지 않는 북유럽 사회의 모습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뭐든지 따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취사선택은 할 수 있으리라. 지난 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며 청와대 청원 글을 올린 선생님의 이야기에 한숨이 나온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것도 학생보다 학부모 민원이라고 하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양면성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도덕률이나 인간다운 자세만은 그곳이 어디든 지켜져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 인용한 스위스 유치원 교육의 모습이나노르웨이 교육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요즈음이다.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얼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여서다. 대단한 독서가였던 쇼펜하우어는 독서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독서는 다른 사람의 머리로 사고하는 것이므로 바보가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 교양을 위한 독서, 공부를 위해서 독서를 강조하는 독서는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새겨 들을 경구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읽음이 읽지 않음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 아니 읽은 것만큼 이해할 수 있다. 읽을수록 모르는 세계가 더 많다는 것, 알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얼마나 많은지 읽을수록 부끄러워지는 얕은 지식의 한계 앞에 서게 된다. 그러니 쇼펜하우어의 경고 단계에는 평생 이르지 못할 것 같아 조바심이 생겨 자꾸만 욕심을 내어 책을 찾는다. 읽을수록 내 무지의 벽을 만난다. 그러다가 어느 한 구절 내 식대로 읽은 다른 책에서 만난 부처의 일갈에 위로를 받기도 하니 이럴 때의 책은 최상의 친구다. 부처에 따르면, 생에는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를 만들 필요도 없다.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집착과 공허한 현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데서 비롯되는 고통에서 해방되면 된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사람들의 물음에 부처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 절대로 아무것도." - 유발 할라리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459쪽에서 우리의 삶에 의미가 없다는 부처의 일갈을 피부로 느끼는 요즈음이다. 일하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학교를 떠나면 어떻게 살지 걱정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살고 있는 나를 본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내 존재의 특별함을 생각하면 의미가 크지만 장대한 우주 역사에 비하면 한 점 티끌보다 못한 일반적인, 길 가의 이름 없는 풀꽃과 다름없는 의미 없음을 깨닫는 중이라서 노자의 인문학에 더 공감이 가는 것이리라. 어쩌면 나와 풀꽃은 동등한 존재다! 이 책은 노자와 공자를 대비시키며 인문학을 펼친 최진석 교수의 강의다. 이 책을 읽고 난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면, 공자의 사상은 본질과 채움, 노자의 사상은 비움과 무위다. 아무래도 저자의 생각은 노자 쪽에 힘이 실려 있다. 인과 예, 본질을 중시하는 공자의 사상은 출발부터 인간의 틀을 맞추고 배움을 중시한다는 것. 그에 비해 노자는 유무상생과 자연에 가치를 두고 있어서 오히려 현대적이라고 해석하여 눈길을 끈다. 첫 장부터 배움(學)으로 시작하는 공자의 사상은 철저히 채움의 철학이다. 개인의 修身을 넘어 가정과 사회를 거쳐 세상까지 다스리는 習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니 그 숨 막히는 여정은 대다수의 사람이 실패자로 자인하게 만드는 무한경쟁의 철학일지도 모른다. 정상에는 언제나 자리가 있지만 오를 수 있는 사람은 한정 되어 있으니 비교와 경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양산하는 철학은 아닐까. 꼭 그래야만 하는 당위의 가르침으로 채찍질하는 모습은 길을 정해놓고 한 곳으로 몰고 가는 목동의 행위처럼 답답하다. 아니,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정해진 길을 가야 하는 공교육의 모습과 닮았다. 道로 시작하는 노자의 철학은 채움 다음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해석하니 두 성인의 가르침이 서로 다른 게 아닌 같은 길로 귀결됨을 깨닫는다. 그러니 공자의 仁은 청년과 장년의 인문학이요, 노자의 사상은 성취한 다음에 추구해야 할 가치로 보여서 노년의 인문학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 공자의 사상은 인간이 되기 위한 인문학으로 충분하고 노자의 사상은 인간을 넘어 세상 만물과 관계를 형성하는 유무상생의 철학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을 방해한다. -빅터 프랭클 우리는 습관적으로 성공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가르친다. 꿈과 희망의 종착역이 성공인 것처럼 가정에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다. 그런데 정작 성공한 뒤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서는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회악을 저지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서 실망을 안기거나 손가락질을 받는다. 왜 성공해야 하는지, 왜 그 길을 가야 하는지 알기도 전에 무조건 가야 하는 길로 이미 정해 놓고 달리게 한 결과이리라.그러니 장래 희망을 가르칠 때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함께 말하게 하는 노르웨이의 교육 방법은 참으로 올바른 접근이다. 어쩌면 성공을 화두로 삼는 자기계발은 공자의 철학과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충분히 생각하는 교육, 철저히 사색하는 시간을 건너뛰다 보니 중간에 방황하고 돌아갈 시간조차 없어 중도탈락하거나 실패의 나락으로 내몰린다. 패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다리가 여러 개 준비된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이니. 성공하고 채우려는 사람보다 비우고 나누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좋아질 것이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공자보다는 노자 쪽으로 기울었다. 오랜 동안 공자의 생각을 은연중에 가르쳐 왔는데, 제자들 곁은 떠난지금 뒤늦은 깨달음이라니. 아니, 나도 배우는 중이니 어쩌라! 이제야 바람직한 삶이 아닌 바라는 삶의 길을 찾는 중이다.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고 가르친 지식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지혜로 변하는 질적인 변화의 순간을 깨닫게 하는 위대한 방법이다. 채운 다음에야 비울 수 있으니 채움의 그릇을 키워 인간의 향기를 지니게 하는 일이다. 그러니 굳이 공자와 노자 중 선택이 아닌 통섭의 몫은 독자에게 달렸다. 저자 최진석의 생각을 그대로 따름은 위험한 독서가 될 것이니 지난 밤에 쓴 이 글의 끝맺음도 달라졌다.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 분명하다. 생물학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날마다 죽어가는 세포와 새로 생기는 세포를 인식하진 못하지만. 인문학적으로도 그러길 바라며 책을 찾는다. 바람직한 삶과 바라는 삶의 미묘한 차이는 이 책이 남긴 과제이자 남은 삶을 위한 화두로 다가섰다. 좋은 책은 늘 생각하는 힘을 단련시켜서 전두엽을 달리게 한다. 오늘 아침 산책 길의 생각할 씨앗을 품는다.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책은 답을 알고 있으니 또 찾아 나선다.
명견만리(明見萬里)란, 만 리 앞을 내다본다는 뜻으로, 관찰력이나 판단력이 매우 정확하고 뛰어남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KBS에서 미래 사회의 주요 핵심어들을 간추려 모두 두 편으로 나누어 출간했는데, 이 책은 그 두 번째 책이다. 2편에서는 윤리, 기술, 중국,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문제와 세계적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인류의 변화 속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보의 양도 무한대인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책에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라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방부에서도 이 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반드시 읽어야 할 진중문고로 선정했다. 그만큼 읽어볼 만한 책이란 뜻이다. 엄격히 말해서 민과 군은 분리되어 있지만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 있어서 민과 군은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몰아닥치고 있는지 책을 통해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 장에서는 착한 소비, 김영란법, 세계적 트렌드로 급부상한 반부패 등을 다루고 있다. 착한 소비는 이제껏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던 근검과 절약 정신을 깡그리 부정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한 푼이라고 더 저축하던 우리 부모님 세대의 경제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본의 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저축보다는 소비를, 경쟁보다는 협력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착한 소비야말로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이란 것이다. 그래야 우리 몸에 피가 돌 듯 사회에 돈이 돈다는 것이다. 돈이 돌지 않으면 돈맥 경화가 걸려 죽는 이치다. 또한 김영란법과 반부패 문제는 늘 함께 움직인다. 부패는 영어로 ‘corruption’이다. 라틴어에서 따온 이 단어는 ‘함께(cor)’와 ‘파멸하다(rupt)’가 합쳐진 단어다. 역사를 돌이켜봐도 부패 때문에 망한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인맥과 혈연으로 연줄을 맺은 사람들끼리 서로 챙겨주며 그 힘으로 유지되는 사회는 불공정의 악순환을 반복한다. 부지런하고 근면 성실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부와 권력, 인맥과 학연으로 맺어진 인간관계가 근면 성실보다 더 중요하다면 누가 땀 흘려 일하려고 하겠는가. 그런 사회는 반드시 멸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사회는 신뢰와 공정한 시스템으로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단합과 개개인의 능력을 정당하게 인정해주는 사회이다. 이런 사회야말로 국민들의 근로의욕을 자극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선순환이 반복된다. 서로 믿을 수 있어야 열심히 일할 맛이 나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둘째 장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 혁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간과 기술은 항상 공존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했던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들이 아무리 똑똑해진다고 해도 인류가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고 획득한 자유, 인권 등을 만들 수 없다. 희생, 양보, 사랑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한 정신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회사들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잊지 말고, 인간의 선한 의지로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인공지능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혁명에서 공유와 개방을 통한 창조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것을 감출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과 신뢰의 문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렇게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정점에 달할 21세기에는 발전된 기술보다는 올바른 철학과 세계관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셋째, 중국 청년 세대에 관해 다루고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생 즉 주링허우 세대가 중국의 내일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창업에 실패해도 세 번까지 회생의 기회를 주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 따라서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실질적으로 단 한 번의 기회만이 주어지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이 성공한 뒤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성공을 나눠주고 후배들을 돕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퍼진 중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나라처럼 무한 경쟁에 내동댕이쳐져 자기 것만 움켜쥐고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마인드로는 절대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고 협업하고 상생하는 문화를 유도하고 교육제도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물꼬를 틀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도 도전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용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지금 백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이유를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넷째, 미래의 교육은 융합교육 시대란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필요할 때 원하는 지식을 그때그때 찾아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선 각 교과목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목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교육은 한 교과목에서 배운 내용이 다른 과목과 어떻게 연결되고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미래 시대에 맞는 교육 프레임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결과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시대에 맞는 키워드는 공존이다. 더 이상 혼자만 잘 사는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하면 서로가 행복하고 상호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명견만리의 통찰력으로 숙고해야 한다.
성큼 다가온 AI시대, 교육도 비켜갈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이제 인공지능은 교과교육과 연계하고, 융합교육을 확산시켜 나가는 미래교육의 중요변수로 떠올랐다. 교육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한층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준비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물리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공교육에서는 인공지능 학습의 기반이 되는 학습데이터가 전문한 실정이고 인공지능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도 미흡하다. 이뿐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과 서구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초·중·고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지만 우리는 교과서 개발조차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교사 양성 역시 교육대학원을 이용한 단기 대책만 있을 뿐 구체적인 플랜이 없다. 인공지능 경쟁력이 미래 국가경쟁력이라고 한다. 미래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AI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AI 교육이 그려낼 세상과 이것이 교육현장에 구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과정이 필요한지 모색해 본다. 또 인공지능 교육이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얼마 전부터 나의 눈길을 끄는 TV 광고가 있다. 여자 주인공은 외출 준비를 하면서 스피커에 자동차 시동을 걸어달라고 명령하고, 차에 탑승하고는 거실 에어컨을 꺼달라고 명령을 한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낯설어서...” 여자는 남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이렇게 반문한다. “집에서 차 시동 거는 거? 아니면 차에서 집 에어컨 끄는 거?” 이것은 모 통신회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서비스에 관한 내용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TV 광고에서 보여준 세상처럼 모든 기계가 연결되고, 지능을 가지도록 변화하게 될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기술의 전문가들은 높은 연봉으로도 모시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회적·산업적 요구가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인재로 키워나가야 할까?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은 무엇? 먼저 인공지능·머신러닝·딥러닝이 무엇인지, 어떠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인공지능은 시스템에 의해 인공으로 만든 지능이란 뜻이다.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이것은 ○○이다”라고 학습시키듯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지능을 만드는 것이다. 머신러닝은 무엇인가? 기계가 학습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딥러닝은 무엇인가? 기계가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더 깊게 학습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복잡하다.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기계를 어떻게 학습을 시킬 것인가? 만약에 동물을 구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가정하자. 각 동물 이미지에 데이터를 설명하는 라벨을 붙인다. 예를 들면 A 이미지는 호랑이다. B 이미지는 사자다. 만약에 새로운 이미지가 입력된다면, 기계는 기존의 데이터 라벨로부터 확률을 계산하고 결과값을 도출할 수 있다. 새로운 이미지가 입력되었을 때, ‘몸에 무늬가 없고 얼굴에 갈기 같은 것이 있으니 사자와 90% 이상 같다’라고 말이다. 전통적인 컴퓨팅에서는 입력과 처리과정을 정의하였다면, 머신러닝에서는 다량의 입력으로 결과가 예측되고 처리과정을 기계 스스로 추론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컴퓨팅사고기반의 논리적 사고력이 키울 수 있다. 딥러닝은 머신러닝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다. 머신러닝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제공되어야 하고, 제공된 데이터로부터 모델을 적용하라고 지정한다. 이때 다양한 모델의 종류가 존재하는데, 그중에 인간의 뇌의 모습을 본뜬 구조를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라고 한다. 이것은 굉장히 작은 처리 단위로 신경망처럼 네트워크가 되어 있는 형태이다. 뉴럴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하여, 머신러닝을 수행하는 것을 딥러닝이라고 한다. 이를 활용하여 입력된 수만 개의 데이터로부터 결론을 추론할 수 있다. 딥러닝의 아이디어는 1960~70년 즈음에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빅데이터와 컴퓨팅시스템의 발전으로 인하여 실현 가능하게 되면서 아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딥러닝은 구글·아마존·넷플렉스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기업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컴퓨팅 사고를 내재화 화여 창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미래 경쟁력은 기계와 소통능력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이란 어떤 것일까?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가 요구하는 직무 역량에 변화가 있으리라 예측하였다. 그리고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능력, 이를 뒷받침할 역량, 프로세스 역량을 핵심으로 제시하였다.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어 공부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고, 영어가 능숙한 사람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라고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기르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와 능숙하게 소통하는 능력과 이를 활용하여 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교육은 자신의 영역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컴퓨팅으로 내재화하여 기계에게 학습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것이 바로 미래의 글로벌 경쟁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영어를 학습하고, 공인된 영어 시험에 응시하여 정량적인 점수를 획득하여 영어 실력을 인정받는다.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영어를 학습할 때 문법과 단어를 외우는 데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공지능 교육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흔히들 인공지능을 학습하기 위해 주로 파이썬(Python)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와 같은 프로그래밍의 문법이나 간단한 예제를 실행해보는 일을 가장 먼저 한다. 물론 처음에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코드를 실행해보는 일부터 시작되어야겠지만, 무조건 문법에 맞는 프로그래밍을 하고 오류 없이 실행해보는 타자연습식 코딩은 인공지능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 인공지능 툴을 이용하여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아야 한다. 직접 해결해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교육 깊숙히 자리잡은 선진국의 AI 활용교육 머신러닝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파이썬을 배우는 일이다. 파이썬은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만약에 파이썬을 사용할 수 있다면, 텐서플로우(Tensor Flow) 사용하면 된다. 텐서플로우는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이며, 파이썬과 자바스크립트로 구현되어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위한 모든 코드와 딥러닝을 위한 뉴론 네트워크를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에 거주하는 개발자들이 활동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인공지능을 위한 오픈소스들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개발이 완료된 소스를 가져다가 적재적소에 활용하면 된다. 간단히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공지능을 실현하기 위한 툴의 사용법이 비전공자들도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해 지고 있다. 때문에 인공지능을 직접 다뤄보고 싶다면 텐서플로우 공식문서에서 제공하고 있는 예제를 실행해보고, 그다음에 실제 문제에 적용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달성하기 위해 직접 코드를 만들어보거나 실행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다. 미국에서는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산업계가 세계 인공지능 관련 시장의 선두로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팀즈(Teams)의 경우 공동작업을 위해 개발되었으며 수업시간에도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과학기술이 경제와 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초·중등 교육단계에서 STEM 교육(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3년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컴퓨팅 과목의 교육과정을 강화하였다. 기존 ICT 교과를 개정하여 초등학교부터 중등학교까지 컴퓨터 교과를 의무화하고, 실습을 통해 분석적·문제해결적·디자인적·컴퓨터적 사고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 MINT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MINT란 수학(Mathematik)·정보학(Informatik)·자연과학(Naturwissenschaften)·기술(Technik)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용어이다. 독일은 2015년부터 MINT 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엄격한 인증 절차와 기준을 통해 MINT 우수학교를 지정하여 유명 대학과 힘을 합쳐 영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인공지능 의존보다 활용에 중점 둬야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단국대학교와 KT가 협력하여 국내 대학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교육지원시스템인 ‘단아이(DanAI)’를 도입하였다. 수강신청·교과목 정보·취업정보 등과 같이 학생 스스로 찾아야 하는 했던 학사 시스템의 전반을 인공지능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개인의 상황과 적성에 따른 맞춤 상담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으며,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객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수동 학습’에서 벗어나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인공지능 교육이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여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생활의 문제와 연결하고 이를 창의적인 문제 해결책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의·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교육의 주요 방향은 언어 자체를 학습하는 것보다 인공지능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은 매우 높은 편이며, 미국·영국·독일 등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국가의 경쟁력이 됨을 물론이고, 개인의 글로벌 경쟁력이기도 하다.
윤대녕의 중편소설 천지간(天地間)은 생면부지 여자를 뒤따르는, 그것도 폭설이 내리는 길을 세 시간 넘게 걸어 뒤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이 문상가는 길에 광주(光州)터미널에서 만난 여자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었다. 여자가 이른 곳은 전남 완도군 구계등(九階嶝)이었다. 파도에 밀려 자갈밭이 아홉 계단을 이루었다고 구계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활 모양의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해안선, 그 뒤로 병풍처럼 둘러 있는 상록수 방풍림에 동백나무들이 있었다. 소설은 구계등과 인근 여관을 겸한 횟집을 배경으로, 삶을 버리려는 여자와 이를 막으려는 남자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구계등 동백꽃은 막 꽃봉오리가 맺힌 상태에서 마침내 개화하기까지 이 소설 전개와 흐름을 같이하면서 긴박감을 불어넣고 있다. 초반부 남녀가 해변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할 때 동백이 나오고 있다. 여자가 내게로 고개를 비트는 것 같아 나는 푹 숨을 내쉬며 대각선 방향으로 그녀를 비껴 동백을 찾아볼 양으로 숲으로 들어갔다. 동백은 무수한 꽃봉오리를 매단 채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중이었다. 양달쪽으로 가지를 뻗는 것들은 아닌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사이에 봉오리 끝이 빨갛게 터질 것 같았다. 이어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나 놀라 한밤중에 숲속에서 여자를 찾는 장면에서 동백이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사위는 아직 어두웠다. 네발짐승처럼 민첩하게 돌밭을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가는 사내의 뒤를 나는 미처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사내가 정신없이 휘두르고 있는 전짓불 속에서 검자줏빛의 동백꽃 무리가 꿈속에서처럼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마지막 부분도 동백으로 맺고 있다. 여자가 새로운 삶을 찾아 먼저 떠난 아침, 주인공은 횟집 주인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동백이 피었나 한 바퀴 돌아보고 가시죠. 오늘쯤엔 봉오리가 터졌을 텐데요.” 동백. “그냥 가겠습니다. 어쩌면 본 것도 같으니 말입니다.” 아리송한 얼굴로 사내가 나를 쳐다보았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동백이 피어나고, 마침내 동백꽃이 피면서 긴장이 해소되는 것이 이 소설의 구조다. 붉은 꽃 전체가 ‘툭’ …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의 상록교목이다. 소설에선 폭설이 내린 겨울인데도 동백 꽃봉오리가 터지려고 하는 것에 대해 ‘중부지방으로 치자면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빠른 개화’라고 했다. 그러나 동백꽃은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피는 겨울꽃이다. 완도 같은 남부지방이라면 폭설이 내리는 한겨울에 피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분포하고, 서해안을 따라 백령도 바로 아래 대청도에서까지 자란다. 동백나무가 한겨울에 꽃을 피우는 것은 곤충이 아닌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돕기 때문이다.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먹는 과정에서 이마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나른다. 동박새는 워낙 작고 날쌔 실물을 보기가 참 힘든 새다. 동백꽃을 보러 갈 때마다 동박새를 담아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동백나무 사이에서 새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동박새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동백꽃은 꽃이 지는 방식이 독특하다. 꽃잎이 한두 장씩 떨어지지 않고 꽃 전체가 통째로, 싱싱한 채로, 심지어 노란 꽃술까지 함께 툭 떨어져 버린다. 꽃이 진 후에도 나무가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해인 수녀 시집 중에 제목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이 있을 것이다. 동백꽃 이외에도 능소화, 무궁화도 통째로 떨어지는 꽃이다. 붉은색에다 통째로 떨어지는 점 때문에 동백꽃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배신당하는 여인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노래 ‘동백아가씨’가 대표적이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맺히는데, 지름 3∼4cm 크기로 사과처럼 둥글게 생겼다. 씨로는 기름을 짜 옛날 부녀자들이 머릿기름으로 썼다. 동백나무가 자라지 않는 중부 이북에서는 생강나무 열매로 동백기름을 대신했다고 한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꽃이 붉은색이 아닌 ‘노란 동백꽃’인 이유다. 드물게 하얀 꽃이 피는 흰동백나무도 있다. 꽃잎이 활짝 벌어지고, 어린 가지와 씨방에 털이 많이 나 있는 것은 일본 원산의 애기동백나무다. 동백꽃은 벌어질 듯 말듯 중간쯤만 벌어지기 때문에 꽃잎이 활짝 벌어져 있으면 애기동백나무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백꽃은 절 주변에서 숲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창 선운사, 강진 백련사, 광양 옥련사지 등에서 동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절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은 것은 두껍고 늘 푸른 동백나무 잎이 불에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산불이 났을 때 방화수(防火樹) 역할을 하라고 절 주변에 심은 것이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 2019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동백앓이’ 천지간은 윤대녕의 다른 소설처럼 여행 중 겪은 이야기이고 여인과의 인연이 등장하고, 시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다 섬세한 감수성을 드러낸 점까지 윤대녕 소설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199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윤대녕의 소설 중에서 3월의 전설이 이야기 전개 과정과 분위기가 천지간과 비슷하다. 3월은 전설은 초봄이 배경이라 동백꽃 대신 구례 산수유마을 산수유, 화개 벚꽃, 섬진강 매화가 등장하는데, 화려하게 펼쳐지는 봄꽃들을 감상하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우리나라에선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를 한동안 ‘춘희’라고 번역했다.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일본이 이 소설을 번역하면서 ‘동백아가씨’ 정도를 뜻하는 ‘춘희(椿姬)’로 번역했는데, 우리가 한때 그대로 받아들여 쓴 것이다. 2019년 하반기(9~11월) 많은 사람이 ‘동백앓이’를 했다. 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때문이었다. 동백이가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 ‘Camellia’였는데, 카멜리아는 동백나무의 영어 이름이자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의 속(屬)명이다. ‘Camellia’는 17세기 필리핀에 머물며 동아시아 식물을 연구한 체코 출신의 선교사 카멜(Kamel)의 이름을 딴 것이다. 마침 남녘은 지금 동백꽃 필 무렵이다.
경천애인, 110년 전통의 민족 사학 제주 신성여고의 건학이념이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일평생 가톨릭 수도자로 살다간 독립운동가 최정숙 선생이 세운 학교답게 경건한 학풍을 자랑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믿음이 가는 학교’, ‘희망으로 충만한 학생’, ‘사랑으로 가르치는 교사’, ‘소통하는 학부모’를 교육 이상(理想)으로 내걸고 건학 이념을 실천해온 신성여고. 민족혼과 신앙심에 기초한 공동선인·창조인·자주인·영성인을 양성하는 제주 최고의 명문교로 손꼽힌다. 신성여고는 종교 사학답게 공동체 의식을 강조한다. 인재 양성의 최우선 목표를 공동선인에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랑·봉사·협력·연대의 공동체문화를 내면화한 창조적 인재 양성에 교육활동의 포커스를 맞췄다. 공동체의식을 갖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 첫 번째 덕목인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성여고는 공감능력를 기르고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활동에 주력한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사제동행 프로그램 ‘공감사색 북콘서트’와 국제 봉사활동이 대표적이다. 공감사색 북콘서트는 1~3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신청 받아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5학기 동안 운영되는 독서프로그램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예술 등 각 분야별 도서를 선택한 후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가는 활동이다. 정규 수업시간에는 나눌 수 없었던 깊이 있는 대화가 가장 큰 장점이다. 이뿐 아니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교육을 목표로 운영되는 ‘신성 리버럴 아츠 스쿨’은 독서교육 활동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기본과정·심화과정·전공과정 등 3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과정은 인문·사회·과학·기술(인공지능) 등 네 분야의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으로 운영된다. 심화과정은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국·영·수 등 주요교과와 사회·과학·체육·예술 등 정규교육과정에 개설된 분야를 학기당 1과목씩 선택해 심화학습을 한다. 3학년 전공과정은 인문학부터 의약학까지 희망전공별로 K-mook 강의·테드 강연·학술논문 서비스 등 전공 탐색과정이다. 이외에 다양한 스포츠클럽활동과 문화예술동아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등은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나눔 실천 위해 몽골로 봉사활동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학 생들은 지난해 7월 몽골 에르산덴트 지역을 찾아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학생들은 몽골 올란바트로 외곽에 위치한 이곳에서 아무데나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한군데 모아 처리할 수 있는 울타리 설치 작업에 일손을 보탰다. 작업 후에는 몽골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티셔츠에 물감으로 글자나 그림을 새겨 넣어 나눠주며 우의를 다졌다. 이와 함께 제기차기·윷놀이·공기놀이 등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의 벽을 허물고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았다. 학생들과 봉사활동을 다녀온 권진숙 수녀는 “우리 학생들이 부채춤을 추면 몽골 학생들이 전통춤을 선보이는 등 문화 예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특히 말이 안 통해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지만, 서로를 향한 우정과 사랑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학교에서 봉사부 학생들이 중심돼 수집한 학용품과 의류 등 푸짐한 선물을 전달해 현지 어린이들을 즐겁게 했다. 봉사활동 참가 경비는 학생들이 평소 용돈을 모으거나 천연비누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으로 항공료 등 경비 일부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성식 교감은 “학생들의 해외봉사활동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눔의 가치를 몸소 느끼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며 “참가 학생들의 반응이 갈수록 좋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 실시할 것이며 그 무대도 다른 국가로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글로벌 연대 자원봉사활동인 ‘세상을 잇는 그림책다리’ 행사도 신성여고의 오랜 전통.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그림책다리 활동은 한국의 정서와 문화,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을 학생들이 영어로 번역해 가난한 지역이 어린이들에게 선물로 보냈다. 지난해 6월 학생 1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그림책다리 행사에서 번역된 동화책은 교내 봉사활동 동아리인 비데스가 몽골 봉사활동 때 가져가 그곳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국내 한 출판사가 책을 반값에 판매함으로써 구매비용을 절약,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스튜디오 만들어 온라인공동교육과정 운영 신성여고는 또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3월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신성여고를 지정했다. 이로써 앞으로 3년간 교육과정 모델을 발굴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실천하게 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교는 영역별·단계별 선택이 가능한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되고, 학생은 학년 구분 없이 과목을 선택 수강할 수 있다. 수업과 연계한 과정중심평가와 성취평가제가 적용되어 과목별 성취기준을 도달하면 학점을 이수하게 되고, 미이수한 경우에는 보충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이를 위해 신성여고는 학교 내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교실 절반 크기의 스튜디오에는 심플한 첨단 방송시설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방송 현장을 보며 공부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도 배치했다. 신성여고가 선도적으로 실시하는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소인수 심화과목을 대상으로 여러 학교 학생들이 수강하는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교육과정이다. 실제로 지난 2학기부터 ‘국제정치’, ‘물리학Ⅰ’등 2과목을 개설, 11개교 101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박흥률 교장은 “온라인공동교육과정 운영은 선택교과목 개설이 어려운 읍·면 지역의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과목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개인의 소질과 적성·진로에 맞는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신성여고는 또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으로 21세기형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학·과학 능력 우수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교육을 하는 ‘특별과학반’, 일반 물리학을 주교재로 전자기학·양자역학 등 주요 의제 중심으로 그룹 스터디를 하는 ‘물리학 스터디’ 등이 눈길을 끈다. 물리적 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원인과 결과를 밝혀내는 ‘물리2 아카데미’도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성여고하면 민족사학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설립자 최정숙 선생은 제주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이다. 지난 1909년 신성여고의 전신인 신성여학교 1회 졸업생이기도 한 그는 1919년 3.1운동에 참가했다가 투옥된 이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이후 1946년 신성여중 교사로 교육자의 길에 들어선 이래 1953년 6.25전쟁의 상처가 아물 무렵인 1956년 신성여고를 설립한다. 그는 특히 제주도 초대 민선교육감을 지냈으며 동시에 국내 1호 여성교육감이기도 했다. 신앙인으로 교육자로,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최정숙 선생의 염원이 깃든 신성여고. 초겨울 첫추위가 매서운 12월. 학교를 찾았을 때 교실에선 수능 성적표가 나눠졌다. 성적이 적힌 하얀 종이를 든 채 교문을 빠져나오는 학생들. 그 씩씩한 발걸음 뒤로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겨울방학을 맞아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새 학년을 준비하는 교원이 적지 않다. 더 나은 수업 방법과 지도법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교사가 직접 실천하고 기록한 수업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책 쓰기 수업=초등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저자들이 교과 수업과 연계해 어린이 작가를 배출한 경험을 담았다. 이들은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에 특별한 재능이 없는 아이들도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읽기에 관심 없고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도 놀이처럼 접근할 수 있는 저자들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나’ ‘너’ ‘세상’ 들여다보기를 통해 글쓰기 재료를 모으는 방법, 이야기 구성 방법, 글감 다듬기, 삽화 그리기 등 구체적인 지도법을 소개한다. 동화작가인 저자들이 귀띔하는 작가의 비법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인쇄용 파일을 만들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제작, 출간하기까지의 과정도 담았다. 이야기 중간중간 저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코멘트를 곁들인 점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책 한 권을 출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니다. 저자들은 “아이들이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고 작가처럼 생각하고 창작해 책을 완성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주변, 세상을 보는 안목이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2: 중고등 편=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협력 수업 사례를 엮은 두 번째 이야기다. 정보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거듭난 학생들을 위한 정보활용교육과 사서교사와 교과교사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도서관 활용 수업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도서관 활용 수업은 교육 효과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성적과 입시 부담이 큰 중·고등학교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두 명의 교과교사와 여섯 명의 사서교사는 보란 듯이 방법을 제시한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학년의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수학, 영어, 가정, 미술, 음악 등 여러 교과에 적용된 실제 사례와 함께 인포그래픽, 비경쟁토론, 그림책, 논문 읽기 등 수업의 결과물도 보여준다. 도서관 활용 수업의 실패와 시행착오도 그대로 담아 개선점도 제시한다. 대표 저자인 전보라 서울 신목고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은 이상적 학습자뿐 아니라 자료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 정보에 소외된 학생들을 품어가며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사서교사와 교과교사는 완벽한 수업을 위해 뜸을 들이기보다 과감히 도서관 활용 수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