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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의 지방교육자치가 30년을 맞는다. 지방교육자치는 1991년을 기점으로 실질적 교육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방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 분권과 일반행정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원칙으로 하여, 교육자치구 내의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무에 대해 주민의 참여를 보장·확대하고 주민이 선정한 자체의 전문적 기관에 의해 해당 사무를 집행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제도’라 할 수있다. 이번 호에서는 지방교육자치 30년을 맞아 우리나라 교육자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바람직안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교육자치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은 교육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아본다. 막강한 권력으로 ‘교육소통령’으로 불리우는 교육감들이 교육자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알아본다. 특히 갈수록 권한이 막강해지는 교육감의 영향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고민해 본다. 아울러 지방교육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관련, 교육지원청 문제도 짚어본다. 시·도교육청의 조직적 방대함이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는 지금, 학교교육에 대한 지원보다 통제 기능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교육현장의 시각을 담았다. 교육자치는 결국 학교자치로 귀결된다. 단위학교의 자율적이고 민주적 운영이 교육자치의 핵심인 것이다. 그러나 학교자치는 조직·인사·재정 자치권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 지방교육자치법 등에서규정되는 법정용어도 아니라는 점에서 완전한 자치일 수 없으며, 불완전한 개념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자치 30년, 학교자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끝으로 한국교육자치의 발자취를 살펴보고 지난 30년 교육자치를 관통한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그 철학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생각해보고 앞으로 교육자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퇴직한 교육부 A한테 들은 얘기부터 소개한다. “‘경축 ○○○ 부교육감 부임’. 교육청 정문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겸연쩍었는데 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 끝까지 화환이 즐비했어요. 지역 직능단체·건설사·음식점 주인·문방구 주인…. 깜짝 놀랐죠. 몇 달 뒤엔 더 놀랐어요. 서울로 출장을 가려는 데 과장이 ‘여비에 쓰라고’ 봉투를 내밀었어요. 내용물을 보니….” 민선 교육감 시대가 열리기 전인 15년 전쯤의 일화다. 당시 남녘의 한 교육청에 발령받았던 A는 “부교육감이 그 정도였는데 교육감은 어땠겠느냐”고 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 교육계의 폐습은 이젠 말끔히 사라졌을 거라 믿는다. 사회 분위기와 민도(民度)가 달라졌고, 교육청의 행정도 맑아졌으니 말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고 교육의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교육감이다. 교육감은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전국의 교육감을 모두 주민 직선으로 뽑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은 13개 주(州)만 직선이고, 대부분은 주지사가 의회 동의로, 혹은 주 교육위원회가 임명한다. 영국은 지방의회 교육위원회가, 일본은 도·도·부·현(都·道·府·縣) 교육위원 중에서 임명한다. 그런 만큼 우리의 교육감 직선제는 자랑스러워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아야 한다. 과연 그럴까. 교육자치의 상징인 교육감은 열정과 능력과 비전을 보여주고 있을까. 어렵고 힘들었던 2020년 경자년(更子年)을 보내고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하는 우리 교육계는 교육감 문제를 찬찬히 짚어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해 교육생태계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전국의 교육감들이 어떤 철학과 열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명 교육감이 연간 예산 60조 원 쥐락펴락 교육감은 어떤 자리인가. 우선 권한이 막강하다. 권한의 힘은 돈과 인사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한 해 60조 원이 넘는다. 2021년 정부예산이 555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60조 원은 엄청난 규모다. 중앙 정부와 해당 광역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각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내려준다. 내국세의 20.46%가 교육예산 재원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순간에도 세금이 교육청 주머니로 들어간다. 출고가격이 2,000원인 맥주와 4,500원인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각각 436원과 443원이 교육감이 쓸 수 있는 돈이 된다. 애연가와 애주가들이 건강의 위협을 무릅쓰고 아이들 교육에 힘을 보탠다니, 얼마나 고마운 ‘서포터’인가. 교육청별 예산은 경기도교육청이 15조~16조 원, 서울시교육청이 10조 원 안팎이다. 교육감의 인사권은 대통령 못잖다. 교육청 직원을 필두로 공립학교 교장과 교원의 승진과 전보 권한을 가진다. 17명의 교육감이 행사하는 인사권은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원을 합쳐 대략 37만 명에 이른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할 수 있는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인사 규모는 7,000명 남짓이다. 앞서 A의 일화를 괜히 소개한 게 아니다. 인허가권과 학습조정권은 어떤가.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설립과 학군조정권은 기본이다. 학생 등교와 재택수업, 평가방식은 물론 공기청정기 설치, 교복과 두발, 휴대폰 허용 여부까지 관여한다. 그러니 장관을 지낸 인사들까지 4년 임기가 보장된 교육감직에 도전하는 게 아닐까. 교육감을 ‘교육 소(小)통령’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이처럼 권한이 막강한 교육감이 어떤 교육행정을 펴느냐에 따라 학교는 달라진다. ‘느슨한 학교와 공부하는 학교, 게으른 교사와 부지런한 교사’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교육감이 부모 마음으로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려면 모든 학생을 제 자식처럼 생각하며 균형 잡힌 ‘양 날개 교육’이 중요하다. 그러나 선거 바람에 교육이 정치에 예속되는 정치투쟁의 장이 되면서 우리 교육은 양 날개를 잃은 느낌이다. 교육 본질보다는 교육감의 성향과 이념에 따라 교육이 오락가락하고, 인사가 왜곡되고, 학생 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다시 직선제를 바꾸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과열·혼탁·고비용·이념 대립·깜깜이 투표 등 직선제의 부작용을 들여다보고, 개선을 모색하는 ‘중간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만 보더라도 직선제로 당선됐던 공정택·곽노현·문용린·조희연 등 네 명의 전·현직 교육감이 모두 이런저런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후보자 1인당 선거비용이 광역단체장보다 많이 들어 ‘선거 낭인’이 양산되고, 유권자의 관심도가 지방의회 의원만도 못하고, 진영의 늪에 갇혀 교육이 춤을 추는 부작용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행정의 이념화 문제가 심각하다. 2010년 첫 동시선거 때는 보수와 진보가 10대 6, 2014년 선거 때는 4대 13, 2018년에 선거 때는 3대 14이다. 우리 헌법 31조 4항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명시돼 있지만, 교육감을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로 선출함으로써 교육균형의 추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런 결과 또한 유권자의 선택이니 감내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선거제도의 합리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제 자식만 자식인 ‘내로남불’ … 나쁜 교육감 이와 같은 직선제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이 아이들만 바라보는 행정을 펼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러나 실상은 실망스럽다. 또 다른 일화다. “다 아시잖아요. 교환교수로 해외에 나가면 아이들이 영어 하나는 떼고 온다는 걸. 국·영·수의 3분의 1은 먹고 들어가니 조기유학 보내는 거고요. 저는 두 번 나갔어요. 굳이 디펜스하자면 애들이 외국 경험을 하다 보니 영어를 잘해 외고를 보냈을 뿐입니다. 이젠 그런 학교 필요 없습니다.” 학회 세미나에 참가했다가 교수 출신 교육감의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남의 자식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살며 자식 공부시켰던 사람이 남의 자식이 가고 싶다는 자사고와 외고 폐지가 필요하다며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제 자식과 남의 자식을 구분하는 교육감이 어디 한둘인가. 제 자식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보내놓고선 ‘고교 서열화’, ‘귀족학교’, ‘학벌사회’를 비난하는 겉과 속이 다른 교육감들 말이다. 사실 자식을 좋은 환경의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 마음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공교육 살리기를 주창하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그랬다. 두 딸을 연간 학비만 4만 달러가 넘는 워싱턴의 사립명문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보냈다.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갖춘 귀족학교다. 오바마는 솔직했다. 숨기지 않았다. 그게 부모 마음이다. 리더는 진솔해야 한다. 교육감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가면 쓴 교육감이 제일 나쁘다. 학생 실력 떨어뜨리는 平鈍化 … 이상한 교육감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학생과 학부모들은 ‘제발 우리 학교를 살려 달라’고 하는데 ‘나쁜 학교’라며 살생의 칼을 휘두르니 말이다. 학생들 성적은 또 어떤가. 세계 최상위였던 국제학업성취도(PISA) 평가는 계속 뒷걸음질하고, 국내 학업평가 성적도 떨어지고 있다.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늘어나고, 교육 디바이드(education divide)가 심화하고 있다. 다 같이 실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다 같이 하향 평준화하는 평둔화(平鈍化) 교육에 집착한다. 왜 그런지는 진보교육계 인사들이 쓴 유령에게 말 걸기라는 책의 한 대목을 보면 이해가 된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귀신에게 쫓기다 겨우 탈출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아이는 ‘이제 살았다’라고 안심하며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넌 내가 아직도 엄마로 보이니?”라는 소리와 함께 엄마의 얼굴이 서서히 바뀌는 게 아닌가.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교육에 치인 아이들의 심리를 함축한 표현이다. 참, 감성적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교육을 한쪽 눈으로만 본 것이다. 교육에는 두 가지 가치가 있다. 절대성과 상대성이다. 잘 가르쳐 학생 실력이 좋아지는 건 절대성이다. 이상적 목표다. 상대성은 학생 간 차이다. 실력이 올라가도 차이는 생긴다. 1등이 있고 100등이 있다. 경쟁의 본질이다. 교육을 두 눈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한쪽 눈을 감고 경쟁의 유령만 쫓아내겠다는 확증편향에 빠진 듯하다. 참, 이상한 교육감들이다. 제 자식이 아니어서 그런가. ‘미셸 리’ 같은 욕 먹는 개혁가 … 좋은 교육감 표(標)를 의식한 교육감의 ‘표퓰리즘’ 정책은 경계대상 1호다. 수월성 교육을 없애거나, 교사들에게 욕먹지 않으려고 평가를 하지 않거나,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복과 점심을 나눠주는 식으로 인기만 추구해선 안 된다. 좋은 교육감은 욕먹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 교육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미셸 리 전 워싱턴DC 교육감이 그 예다. 한국계인 그는 대표적인 공교육 실패지역인 워싱턴DC 교육감에 2007년 임명됐다. 재임 3년 동안 무능 교사를 퇴출하고, 정치적 이유로 결정됐던 정책을 철저히 학생중심으로 뜯어고쳤다. 문제 덩어리 23개 학교를 폐쇄하고 250명이 넘는 교사와 128개 학교 교장 3분의 1을 해임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등학생은 읽기에서 8%, 수학에서 11%의 학업성취도 향상이 이뤄졌고, 중학생은 과목별로 성적이 9%나 향상됐다. 전국 최하위를 맴돌던 워싱턴DC의 공교육 수준이 치솟았다. 당연히 교원노조의 저항은 격렬했다. 평생 먹을 욕을 3년간 다 먹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교육감 한 명이 미국 심장부의 교육역사를 바꿔 놨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했다. 물론 미셸 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독재 마녀’라는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감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보여줬다. 우리는 왜 그런 교육감이 나오지 않나. 차분히 숙고해야 할 시간이다. 교육자치 30년이 되는 2021년 신축년은 대한민국 교육에 정말 중요한 해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미래교육을 향한 단단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2022년 치러질 대선·지방선거·교육감 선거를 1년 앞둔 시점이어서 후보자들의 하마평도 무성할 것이다. 오로지 학생만 생각하는, 양 날개의 균형을 갖춘, 마음이 명징한 교육감 후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좋은 교육감·이상한 교육감·나쁜 교육감. 이 세 가지 유형에 그 답이 있다.
01 40년도 더 지난 이야기이다. 약수동에 있는 초임지 장충여자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나는 20대 중반의 풋풋한 청년 교사이었다. ‘청년 교사’란 말은 ‘교사의 젊음’에서 순수와 열정을 바라는 기대가 담긴 말이다. 그런 덕성을 향하도록, 듣기 좋게 부각한 표현이다. 말과 실제가 똑같지는 않다. 나를 두고서만 보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경험 미숙한 총각 선생이란 설명이 나의 실제에 더 맞았을 것이다. 신학기로 분주한 3월 중순, 최옥려 교장선생께서 나를 교장실로 부르셨다. 사정은 이러했다. 시내 인문계 K고등학교에 갑자기 국어교사 결원이 생겼다. 정규 인사이동은 이미 다 끝났고, 새 학기 학사일정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다른 고등학교에서 K고등학교로 올 수 있는 선생님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형편이 급하여, 적절한 사람을 중학교 교사 중에서 추천받고자 하는데, 그 추천 요청이 우리 최 교장 선생님에게 온 것이다. 최 교장 선생님은 나를 추천했노라고 하며, 공식 인사발령이 나는 대로 고등학교로 옮겨 갈 준비를 하라고 하신다. 배려해 주신 것이 틀림없는데, 무어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몰라 그냥 우물쭈물했던 것 같다. 마음과는 달리 반듯한 감사의 인사말이 나오지 않았다. 며칠 후 교장선생님은 다시 나를 불러, 전출 인사명령이 났음을 알려 주신다. 고등학교로 가서도 열심히 성실하게 할 줄 믿는다면서, 가능하면 대학원 공부도 하여서, 자기계발에 힘쓰라고 하신다. 당시에 젊은 교사들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장하는 교장은 거의 없었다. 교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교장선생님이 다시 나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K고등학교에 공식 출근하기 전에, 박 선생을 선택하여 전출 제청을 해 주신 K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도록 하세요. 그게 다 사람 사는 인사 예의(禮儀)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답을 마치고 돌아서서 다시 교장실 문을 나서는데, 교장선생님은 또 나를 부른다. “찾아뵐 때, 그냥 빈손으로 가지 말고, 동네 정육점에 들러서 쇠고기 두 근만 사서 가세요. 박 선생 왠지 그런 거 잘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공연한 노파심을 냅니다.” 최 교장선생님은 회갑을 앞둔 여자분이셨다. 학교경영이 반듯하고 학생들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한신 분이었다. 자상함이랄 수도 있지만, 내 미숙함과 다듬어지지 못한 촌스러운 태도를 은연중에 걱정하신 것이었다. 실제로 최 교장선생님의 그 쇠고기 말씀이 없었다면 나는 어떠했을까. 아마도 빈손으로 갔거나, 최 교장선생님이 말한 ‘인사 예의’에 값하는 것을 제대로 챙겨서 갔을 것 같지 않다. 그 나이에는 그런 인사가 왠지 낯설었다. 시대가 궁핍했던 탓일까. 뭘 사서 들고 인사를 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최 교장선생님의 노파심은 ‘공연한 노파심’이 아니었다. 삶의 전체성 속에서 ‘인사의 반듯함’을 생활교양으로 감득하지 못한, 나의 미숙을 헤아려 보신 거였다. 나는 ‘인사를 차린다는 것’이 외워서 알게 되는 지식이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지혜에 속하는 것이다. 그때 내가 행한 인사가 반듯한 예의가 되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일로 인하여 나는 인사에 대한 나의 판단 역량이랄까 감수성이랄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나의 인사성 전반에 대해서 약간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일이 머리 속에 강하게 남아 있음을 보면, 나로서는 상당히 의미 있는 학습을 한 것이리라. 02 글자 뜻 그대로만 보면, ‘인사’는 ‘사람 인(人)’자와 ‘일 사(事)’자로 되어 있으니, ‘사람의 일’이란 뜻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에 그런 ‘인사(人事)’의 뜻이 잘 나타난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그런 뜻이니,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 ‘인사’인 것이다. 이 ‘인사’가 만나는 사람에게 기꺼이 아는 체하며, ‘안녕’하고 말을 건네는, 바로 그 일상의 ‘인사(人事)’와 같은 글자로 표기된다니, 생각해 보면 의미가 깊고 또 깊다. 우리가 항용 나누는 인사, 바로 이 인사야말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고, 살아가는 데에 중심을 이룬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니 그 뜻이 어찌 깊지 아니한가. 몸으로 표현하는 인사도 많다. 나는 혼인 예식에서 신랑 신부 맞절처럼 아름답고 소중해 보이는 인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례를 볼 때 맞절 순서에서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상대의 존재와 인격을 향하여 최고의 존경을 담아 맞절을 해 주세요. 상호공경의 최경례(最敬禮)입니다. 살면서, 해마다 결혼기념일에 부부가 꼭 한번 맞절하시기를 바랍니다. 자녀들 앞에서 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인사는 글로도 전해지고, 선물이 인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음이 담기지 않는 인사는 인사치레가 된다. 상대가 인사치레인 줄 알아차리면, 그 인사는 하지 않음만 못할 수도 있다. 인사는 어렵다. 사전에 나타난 ‘인사’의 뜻은 넓고 다채롭다. 안부를 묻거나 공경하여 예를 표하는 것을 인사라고 한다. ‘어른께 인사를 여쭙는다’가 바로 그런 인사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성명을 통하는 것은 가장 생생한 인사 광경이다. 이걸 못하면 사회성 없는 사람이 된다. 인사를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로 보는 것은 동서양이 다 마찬가지이다. 이런 인사와는 결이 다른 인사도 있다. 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일도 ‘인사’라고 한다. 인사관리니, 인사발령이니, 인사문제니 할 때, ‘인사’란 다른 의미를 보인다. 인사성이 좋은 사람이 인사발령에서 이득을 본다면, 그 ‘인사’와 이 ‘인사’ 사이에 서로 통하는 데가 있기 때문일까. 사람을 대할 때의 인사나, 조직에서의 인사 관리나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사가 만사이다’라는 말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공평하게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강조하는 말이다. 인사에 해당하는 영어를 찾으면 다양한 어휘들이 우리 말 ‘인사’에 대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로 하는 인사는 ‘Hello’, 몸으로 구부리는 인사는 ‘bow’이다. 안부를 묻는 인사는 Greetings이고, 경례의 의식이 담긴 인사는 Salute이다. 인사관리의 인사는 Personal이라고도 하고, Human Business라고도 한다. 공적차원의 인사는 정중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a visit of courtesy’를 ‘인사차 방문’으로 번역하는 데서 그런 흔적이 보인다. 번거로워 보이는 인사에는 정중함의 코드가 숨어 있다. 그것은 문화이다. 여기에 이르려면 인사는 인생사 전반에 관여하고, 끼어들지 않는 데가 없다. 그래서 인사는 어렵지 않을 수가 없다. 03 흥선대원군의 권세가 대단하던 시절이었단다. 대원군이 있는 운현궁에 시골 선비가 찾아와, 사정을 호소하고, 일자리를 부탁하려고 했다. 마당을 돌아가다가 갑자기 대원군과 마주쳤다. 대원군이 행색 초라한 시골 선비를 수상히 여겨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엉겁결에 대원군을 맞닥뜨린 시골 선비는 놀라 정신이 아득해져서, 땅에 엎드려 고개를 처박고 연거푸 두 번이나 절을 했다. 대원군이 다시 호통을 친다. “네 이놈! 네가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하느냐? 어찌 산 사람에게 두 번 절을 하는고? 나를 이리 능멸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시골 양반은 기가 찼다. 부탁을 꺼내기도 전에, 벌로 매를 맞아 죽게 생겼다. 그 경황없는 와중에도 그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올린다. “대감님,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소생 두 번 절을 올렸으나, 앞에 올린 절은 대감님을 처음 뵙는 인사로 올린 절이고요, 뒤에 올린 절은 물러간다는 하직 인사로 올린 절입니다. 굽어 살피시옵소서.” 대원군은 그에게 어떤 처분을 내렸을까. 말장난한다고 벌을 내렸을까. 임기응변의 재주를 인정하여 벼슬자리를 주었을까. 어느 쪽도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인사로 맞닥트리는 삶의 장면들은 늘 역동적이고, 그 역동에 맞추어 인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새해 인사들이 넘쳐난다. 대량 복제된 인사 메시지들이 말로, SNS로, 선물로 발송되고 수신될 것이다. 인사야말로 사람을 목적으로 대하는 일, 그래서, 인사(人事)이지 않았던가. 새해에는 복제된 상투적 메시지에 휩쓸리지 말고, 나의 메시지로 인사할 일이다.
2021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하얀 소를 뜻하는 ‘신축년’을 맞이한 것이다. 소는 전통적으로 우리의 의식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논과 밭을 갈며 부지런하게 일을 하는 이미지를 가진 대표적인 동물이다. 그래서 소띠는 기본 성품 자체가 어질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자신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고 한다. 이렇게 새해엔 우리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2020년의 기억을 뒤로 한 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하고 그로부터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여유 있게 그리고 건강한 삶으로 각자의 길에 희망의 새 빛이 밝게 비추길 소망한다. 돌이켜보면 2020년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길을 가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새해 벽두에 미국의 민중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 Frost, 1874~1963)가 쓴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의 시구가 문득 떠오른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해 안타까워했습니다. 결국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평화와 안정을 잃고 우리가 선택한 길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길은 과거의 익숙한 길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모든 것이 상상 이상의 시행착오를 일으켰다. 하지만 버티고 인내해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앞으로도 온갖 험로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왜냐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길을 가야만 하는 국내·외 위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파란만장한 파도를 넘어왔다. 구한 말 쇄국정책으로부터 국가의 문을 개방하였으나 강대한 이웃 국가들의 이권 쟁탈전에 속수무책으로 안방을 내주고 급기야 나라를 잃는 치욕의 삶을 살았다. 그 속에서도 선각자들은 교육에 헌신하여 무지한 국민들을 일깨웠다. 해방 후 분단된 조국엔 동족끼리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운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로부터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속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라는 조롱 섞인 설움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피난처에서도 천막을 지어 배움은 계속되었고, 국민소득 60불의 세계 최고 빈곤국에서 이젠 경제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강국이 되었다. 일찍이 이와 같은 기적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고, 여기엔 교육의 역할이 1등 공신이었다. 짧은 부흥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화·민주화·정보화·디지털화를 이루어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선보이는 최첨단기술을 보유한 막강한 국가가 되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가능했을까? 교육의 새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영어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고 했다. 우리는 소처럼 우직하게 성실하고 부지런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높은 교육열로 국가백년대계를 이끌었다. 오죽하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의 교육을 보라”며 우리의 교육과 교사의 수준을 한껏 부러워했을까. 스스로의 노력과 하늘의 도움에 힘입어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역사를 새롭게 썼다. 이런 이면엔 늦은 밤까지 전등불을 환하게 밝힌 대한민국 학교의 전경이 서방 선진국에 특집 기사로 소개돼 그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고 신비로운 기적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엔 인권유린이란 서구의 부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그렇게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운 우리의 교육이 아니던가. 그러나 화려한 영광의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전 세계가 21세기에 국가의 운명을 걸고 빅 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AR 기술·VR 기술 등으로 특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헤게모니 쟁탈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은 아직도 과거에 익숙한 산업화의 방식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그중에서도 변화를 꺼리는 보수의 선두에 서있다. 이제 우리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교육의 새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 이는 국가적 생사가 걸린 과업이자 의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응답하라, 2021 교육 첫째, 정부의 확고한 교육철학의 정립이다. 정부는 그동안 어렵게 정착되어 온 수시전형에 모반을 꾀했다. 교육의 공정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한순간에 공든탑을 무너뜨렸다. 정시에 서울과 수도권 대학은 수능을 30% 이상 반영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이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행을 앞두고 전혀 이율배반적이다. 한마디로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치행위가 상위 10%를 위한 경쟁교육으로 나머지 90%를 압도하고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철학 없는 개인의 삶이 없듯이 하물며 국가의 교육철학은 말해 무엇하랴. 둘째, 학교의 공간혁신사업의 전면 확대다. 현재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을 주요 대상으로 하지만 이는 군대식 막사나 공장과 같은 일제식 학교건물을 21세기 아이들의 창의적 배움터로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이 눈뜨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 재미있고 성장하는 배움이 충만한 학교가 되려면 지금의 교도소와 같은 학교 시설과 시스템은 완전 혁신을 해야 한다. 다행히 2020년 정부의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셋째, 교사의 본연의 역할과 교육권의 보장이다. 오늘날 교사는 고달프기 짝이 없다. 교육부·교육청·지자체로부터 내려오는 각종 공문은 수업보다는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는 시간이 압도적이다. 교실엔 20명 이하의 학생으로 편성하여 교사가 개인별 맞춤형 수업과 생활지도에 보다 충실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성과는 교사가 학생과 함께 하는 시간에 정비례한다. 지금의 상황은 많은 학생이 하루 종일 한 번도 담임교사로부터 이름을 불리지 못하고 하교한다. 교사가 학생 교육에만 전념하도록 과감하게 교육과 행정업무를 분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교원평가를 보다 실질적으로 실시하여 교원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넷째, 교육불평등 해소다. 학생은 적어도 배움의 의지가 교육환경의 미비로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컴퓨터 환경을 구축하지 못해서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평생교육시대의 기반이 되는 대중무료공개강좌(K-MOOC)를 비롯하여 각종 국내외 유명대학의 인터넷 기반 공개강좌에 접근하지 못해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인 비극이다. 적어도 교육은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청년고용의 확대다. 현재의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각종 스펙으로 실력을 갖춘 세대는 유사 이래 없다. 사교육비는 이미 2019년 21조 5,000억 원을 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대학에 가지 않고도 취업하여 일정량의 노동으로 행복하게 사는 데 지장이 없도록 고졸자에 대한 취업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이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도 연계된다. 대한민국은 미국 다음으로 대학교육비가 비싼 나라다. 유럽처럼 무료로 대학교육을 실시하든지 아니면 고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해서 원만하게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다수 특성화 고교의 졸업생 60%가 대학에 진학하는 오늘날의 교육정책은 악순환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시급한 혁신을 통해 교육을 지금의 비정상에서 선진 교육문화로 나아가, 생각하는 역량을 기르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신축년에는 보다 창의적인 교육으로 온 국민이 신뢰하고 희망이 함께 하는 큰 교육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지난해 11월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부제와 함께 ‘미래의 길을 비추는 인재, 신산업 성장 가속화에 기여할 인재, 그리고 절대다수의 평범한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도 첨언된 채 말이다. 보고서 앞 절에도 제시되어 있듯이 뭔가 두드러지는 성과지표를 앞세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미래교육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토대로 인공지능시대에도 본질적으로 중요한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 자기주도적 태도 등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하는 교육철학을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다. 본 필자 역시 학교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육자로서 한마음, 한 뜻을 가지고 어떤 교육적 물음과 비전이 이 속에 녹아있는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자 한다. 교육정책의 세 가지 키워드 본 보고서에서는 교육정책 방향을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감성적 창조. 둘째, 초개인화 학습환경. 셋째, 따뜻한 지능화 정책이 그것이다. 첫째, 감성적 창조는 ‘어떤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많은 전문가가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간의 지적활동과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사회는 인간과 기계와의 소통 즉, 인간과 인공지능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대두될 것이며, 인공지능이 바꿔 갈 미래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다양한 철학적 사유에 대해 고민해가는 인문학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틀을 넘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는 창의력과 인간 감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오직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으므로 ‘인간’에 집중하는 교육,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교육은 당연한 것이라 보여진다. 둘째, 초개인화 학습환경은 ‘학습환경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2020년 코로나19는 학교라는 공간의 존재론적 의미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원격수업과 AI 기술을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은 학습환경의 자유도를 더욱 높게 만들 것이며 이는 결국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력이 학력격차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단순히 교육이 일어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대한 목표를 찾고, 의지와 끈기로 학습문제 설정과 이를 해결해 가는 경험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태도 즉, 자기주도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자기주도성은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소통과 협력 속에서 자신의 성장과 타인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따뜻한 지능화정책은 ‘미래교육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빅데이터 시대는 결과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정책결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예측과 판단을 토대로 더욱 공정한 사회 실현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를 위한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착안해 볼 때 다방면의 교육데이터 축척과 연계는 다양한 포용정책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격차가 학생들의 인생격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데이터 연계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말 그대로의 ‘따뜻한 지능화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인공지능교육이 실제 현장에서 발 디딜 틈이 있을까 이렇게 간단하게 살펴본 것처럼 이번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는 대한민국 미래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교육 혁신의 신호탄이 되어 새로운 교육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다만 몇 가지 구체적인 세부방안에서 현장의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유·초·중·고에 ‘인공지능교육’을 도입한다는 부분이다. 인공지능시대를 잘 살아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공지능교육을 도입한다는 취지는 당연한 정책의 귀결이라 생각된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육에 기반한 인공지능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설정능력과 창의력을, AI의 기초원리 및 AI 활용과정에서 의사소통과 협업능력을, AI 윤리교육을 통해 비판적사고능력을 함양한다 하니 미래사회의 핵심인재를 키우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역량을 두루 갖추도록 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 다만 걱정이 된다면 이러한 훌륭한 취지로 도입되는 인공지능교육이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발 디딜 틈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먼저 초등의 경우 ‘정보’교과가 없다. 교과가 없다는 것은 해당과목을 혹은 해당교육을 배울 시간이 없다는 말과 같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도입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되었지만, 의무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교육 시수는 6년 과정 내내 단 17시간이다. 국어는 5~6학년 2년 동안에만 무려 408시간을 배운다. 영어가 처음 시작되는 3학년, 그리고 4학년 2년 동안에 136시간을 배우고 5~6학년이 되면 그보다 많은 204시간을 배운다. 즉, 초등학교에서 영어만 4년 동안 340시간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되었다는 초등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소프트웨어 교육시간은 6년 내내 17시간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인재를 키운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이다. 이런 시점에 인공지능교육이 도입된다 한다. 역시나 ‘정보’교과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일까. 보통 이렇게 이야기한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을 활용하거나 타 교과와 연계한 융합교육으로서 인공지능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실용성이 없는 말인지는 학교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창의적체험활동시간은 크게 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으로 구성된다. 이 시간에 다뤄야 할 범교과 주제는 다시 안전/건강교육·인성교육·진로교육·민주시민교육·인권교육·다문화교육·통일교육·독도교육·경제금융교육·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으로 범주화된다. 이 시간들이 다들 쪼개지고 또 쪼개져 학교교육과정에 반영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상황에 따라 또는 교육철학에 따라 모든 교육활동내용과 시수가 결정되기에. 창의적체험활동시간에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타 교과와 연계한 융합교육 역시 기존의 정해진 타 교과 시수에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따로 확보하여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된다. 말 그대로 이 경우는 교사의 의지에 따라 좌우가 된다는 의미이다. 얼마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보’교과를 마련하고 인공지능교육 시수를 정확하게 확보하지 않은 이상 초등학교에서부터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한다는 거창한 말 뒤로 6년 내내 17시간이라는 결과물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인공지능교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훌륭한 인공지능교육 보조교재를 백날 만든 들 무엇 하랴, 그것을 교육할 시간이 없는 것을. 학교현장에 온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다음으로 살펴볼 부분은 내년부터 공교육 질 개선과 교육문제 해소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지능형 교육 3대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내용인즉슨 학습자 중심 환경을 위해 AI 기반 교과학습 플랫폼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4세대 나이스 구축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AI의 뛰어난 기술을 교육에 접목하고자 하는 노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연한 과제이고 해야 할 일이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제약 없이 개별화 수업 및 수준별 수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AI 기반 교과학습이나 4세대 나이스 구축과 같은 노력은 교사의 행정업무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측면과 학생들의 누적된 학습데이터를 토대로 이를 처리·분석하는 과정의 자동화를 통해 교사에게는 더욱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학생에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인공지능활용 초등수학 수업지원시스템인 ‘똑똑 수학탐험대’가 공개되었을 때 교육현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인공지능활용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서비스되고 있는 수많은 IT 기반 학습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타 사교육에서 제공하는 AI 플랫폼보다 우수한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그에 따른 교육적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이는 EBSi 인공지능 단추에 큰 기대를 가지고 접근했다가 실망만 했다는 이야기처럼 플랫폼 사업에 드는 막대한 예산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미비하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그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였기 때문에 돈 먹는 하마인 줄 뻔히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속해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일이 비단 이번에만 있었던 일인지, 교육계 폴랫폼 사업에서 매번 보였던 고질적인 문제는 아닌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이번 보고서를 들여다보면서 낱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분의 고민과 땀방울이 묻어나는지 엿볼 수 있었다. 모두 담겨지진 않았지만, 행간에서 느껴지는 그분들의 노고와 고심의 흔적들이 함께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들이 학교현장에 온전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보인다. 꿈꾸는 이상이 이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세심하면서도 끊임없이 소통으로 한발씩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라고 함)은 2020년 11월 19일 실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서 2020년 12월 3일 치러졌다. 과거에는 대학 입시 대부분을 수능 성적이 좌우하여 수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수시가 대세가 되면서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능 위주인 정시는 24.3%에 불과하고 수시가 75.7%라고 한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수능이 갖는 위상과 상징성은 지금도 여전하다. 수능과 관련한 소송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선생님들이 수능 감독 등의 업무를 하는 데 참고가 되길 바란다. 불수능으로 인한 민사소송 2019학년도 수능은 언어영역이 특히 어려운 소위 불수능이었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가 정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청구 이유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넘어 출제하여 공교육정상화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1심과 2심은 모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이 아니라며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학부모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제오류로 인한 행정소송 및 민사소송 2014학년도 수능은 세계지리 8번 문항이 문제가 됐다. 지문에서 A는 유럽연합, B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다. ㉠은 명백히 옳고, ㉡과 ㉣은 명백히 틀린 지문이다. ㉢이 문제가 되는데 지도의 우측 하단에 표시된 2012년을 기준으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유럽연합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므로 ㉢은 틀린 지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과서에는 2007년을 기준으로 유럽연합이 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액이 크다고 기재되어 있다. 따라서 최신 자료에 따르면 ㉢은 옳은 지문이지만, 교과서에 따르면 ㉢은 틀린 지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은 명백히 옳고 ㉡과 ㉣은 명백히 틀린 지문일 때, ㉠이 포함되고 ㉡과 ㉣이 제외된 지문은 ②번 밖에 없으므로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통해 ㉠, ㉡, ㉣지문의 옳고 그름을 배운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서는 이 사건 문제의 답항을 ②번으로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며, 이 사건 문제의 정답률은 49.89%에 이르는데 등급이 높은 수험생일수록 이 사건 문제의 정답률이 높았고, 문제에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총생산액의 규모를 비교해야 하는지 불명확한 점이 있으나 교과서의 기재 내용을 보면 위 지문이 틀린 지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세계은행과 유엔 등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시기에 따라 총생산액 규모가 큰 쪽이 달라질 수 있어 이 사건 지문은 시기에 따라 옳은 지문이 될 수도 있고 틀린 지문이 될 수도 있을 뿐이지 어떤 경우에도 틀린 지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지도 우측 하단에 ‘2012’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2012년을 기준으로 문제를 풀라는 의미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문제에 오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3구합29124 판결).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항소심에서 출제의도에 의하여 정답으로 예정되었지만, 진실에는 부합하지 않는 답항뿐만 아니라 객관적 사실 즉, 진실이 기재된 답항도 함께 정답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객관적 사실 즉, 진실이 답항으로 구성되지 않는 경우에는 출제의도에 의하여 정답으로 예정된 답항만을 정답으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지도에 표시된 ‘2012’는 2012년을 기준으로 각 지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라는 의미로 보아야 하는데 ㉢지문은 틀린 지문이므로 이 문항의 정답은 ‘없음’이라고 판단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누40724 판결). 이에 교육부는 상고하지 않고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1만 8,884명 학생의 성적을 정정하고, 대학별로 2014학년도 대학 입시 전형결과를 재산정하여 4년제 대학 430명, 전문대학 199명의 추가합격 대상자를 발표하였다. 문항 오류로 인해서 점수가 변동되고, 불합격이 합격으로 바뀐 학생들이 국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은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부산지방법원 2015가합659). 하지만 항소심은 문제출제단계에서 출제위원들의 주의의무 위반, 이의처리 과정에서 평가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여 평가원과 대한민국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문항 오류로 인하여 불합격한 수험생은 위자료로 1,000만 원, 성적이 바뀐 학생들은 위자료로 200만 원이 인정되었다. 부산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평가원과 대한민국이 모두 상고하였고,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대법원 2017다233061). 시험장 관리·감독 소홀로 인한 민사소송 ● 듣기평가 방송시설 고장 2010학년도 수능 3교시 영어 듣기평가 도중에 방송시설 고장으로 지필평가를 하다 중간에 듣기평가를 실시하게 되었다. 어떤 수험생이 이에 당황하여 3교시와 4교시 시험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였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서울시는 방송시설을 사전에 점검해 공정하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할 주의의무에 소홀해 응시생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게 했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험생에게 200만 원, 부모에게 각 5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 디지털시계를 제출하라는 안내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1교시 시험시작 전에 감독관이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점을 알리려다가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자 ‘잔여시간이 카운트되는 시계는 반입이 안 된다’는 취지로 안내하였다. 그러자 디지털식 시계를 가지고 온 수험생이 감독관에게 이 시계를 제출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감독관은 기능이 있으면 제출해야 한다고 하였다. 수험생은 시계를 제출하였고, 시험장에 별도의 시계가 비치되어있지 않아 수험생은 시계를 소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다. 이에 수험생은 감독관의 잘못된 안내로 시계를 소지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름으로써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과 감독관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50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수험생이 시계의 정확한 기능을 알리면서 소지 가능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시계가 어떤 기능이 있으면 제출하여야 한다는 감독관의 말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시계를 제출한 점, 시계의 외관만으로는 시험장에 반입 가능한 물품인지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없는 점, 시계를 제출한 수험생은 1명뿐인 점 등을 고려하면 감독관에게 고의·중과실은 인정되지 않으므로 감독관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배상책임만 인정하였다. ● 시험시간을 착각하여 시험이 조금 지체됨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1교시에 감독관이 시간을 착각한 사고가 있었다. 8시 25분 예비령이 울리면 답안지를 배부하여 인적사항을 기입하도록 하고, 8시 35분 준비령이 울리면 문제지를 배부하여 인쇄상태와 면수 등을 확인하도록 하고, 8시 40분 본령이 울리면 시험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런데 감독관이 8시 40분 본령이 울릴 때까지 문제지만 배부하고 답안지는 배부하지 않았다. 심지어 본령이 울린 후에도 수험생들이 문제지를 보지 못하게 제지하였고 한 수험생으로부터 시험 시작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듣자 비로소 문제를 풀도록 허용하였다. 이에 수험생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학생에게 200만 원의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 문제지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인적사항을 작성하도록 안내함 2019학년도 수능에서 수험생이 수학영역 문제지에 샤프로 성명과 수험번호를 기재하자, 감독관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기재하라고 안내하였다. 해당 수험생은 문제지에는 성명과 수험번호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만 적을 수 있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사전 안내 없이 수험생에게 문제지 인적사항을 수정하도록 지시하여 수험생이 수학영역에서 평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와 대학에서 불합격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감독관이 수험생에게 강압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인적사항을 수정하도록 하지 않아 과실 또는 법령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초·중·고가 대학 입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학생들 대부분에게 대학 입시는 학창 시절의 절대 목표이다. 요즘은 과거와 달리 수능만으로 대학 입시가 결정되지는 않으나 수능이 주는 위압감·중압감은 여전하다. 수능 시험과정에서 감독관의 사소한 언행, 돌발상황이 수험생에게는 치명적인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시험 결과에 대한 원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수능 감독을 하는 교사는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새해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신축이 의미하는 ‘흰 소’는 전통적으로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의 해처럼, 우직(愚直)하고 근면하면서도 상서로운 기운이 우리 교육에 널리 퍼지길 기대해 본다. 스티브 잡스가 생전 스탠퍼드대학 졸업 연설에서 “항상 갈망하고 우직(foolish)하라” 했던 말은 명언으로 회자 된다. 영어의 ‘바보 같은’(foolish)을 우직으로 번역했지만 ‘우직(愚直)’이란 단어는 어리석을 정도로 바르다(honesty)는 의미다. 어리석음이 아닌, 바름에 방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혹세(惑世)하는 기교 없이 바른 정도의 길을 간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어둠 속 미로를 걷는 듯한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초유의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반복하며 방역 안전까지 최소 1인 3역이 필요했다. 선생님 누구도 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 밖 여기저기서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정착 우리 선생님들은 꿋꿋이 학교와 아이를 지켜냈다. 새해를 맞은 이 순간까지도 바보 같을 정도로 솔선하고 집단 지성을 발휘하며 난제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학교를 셧다운(shutdown)하고, 대학 등 상급학교 입학을 위한 성적도 코로나19 이전까지의 점수를 환산하는 쉬운 길을 택했다. ‘케이 에듀(K-edu)’로 칭해지며 세계적인 이슈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교사는 등교 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학생 방역까지 도맡아 가며 우직하게 본분을 다해왔다. ‘방역 수능’까지 잘 치렀다. 정말 속임 없이 정직하게 맡은 소임을 다했다. 문제는 교육 위정자(爲政者), 그리고 이와 결탁한 세력이다. 정부와 정치권, 교육행정기관, 교육집단 간 정파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사사로운 이익을 계산하는 지금의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 국가의 교육 거버넌스(Governance) 마저 이념적 동질성을 집단 간의 교육카르텔(Cartel)이 대한민국 교육을 오로지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외형적으로 공정, 평등, 인권 등을 내세웠지만 이는 언어유희에 가까운 기교이자 혹세였다. 유능한 인사의 공모라는 미명 아래 계속해 자기 사람만을 교장 등 주요보직에 앉혔다. 자기 자녀들은 특목고에 보내놓고 귀족학교로 폄훼하고, 평등이란 이름으로 폐지했다.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문제를 인권으로 포장해, 비뚤어진 인권 의식만 양산했다. ‘혁신학교’만이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절대적 지향점이 됐다. 이 사고의 범주에 있는 자와 집단들이 교육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화합과 통합이 아닌 갈등과 반목이 이들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이자 생존 전략이다. 교육은 특정 정파와 이념이 아닌 사회적 컨센서스(Consensus)가 교육과정, 즉 교육내용이 되어야 한다. 비뚤어진 또는 한쪽을 가린 시각으론 교육 본질을 교육과정에 그려낼 수 없다. 화려한 교육 현상(現像)에 숨어 있는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과 교육을 어지럽히는 교조주의(敎條主義)를 이길 수 있다. 말이나 행동에 그럴싸함이 없는 순진함과 정직함으로 우리 교육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껍데기가 알맹이 인척, 위선이 판치는 교육 세상을 바로 잡자.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최근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되면서 코로나종식 이후를 대비해 다양한 ‘등교 적응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 지연, 코로나19 3차 대유행 등의 문제로 종식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올해 중반 백신이 대규모로 확보되고 치료제 개발, 방역대책 준수가 잘 이뤄지면 어느 정도의 복귀는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자들 사이에서 “코로나종식 이후의 교육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이전과 달라진 학생을 맞으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비대면교육 장기화로 인해 학생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과거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히 학교로 향했다. 그러나 요즘은 온라인등교로 인해 학생들은 등교 체크 후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정상등교가 시작되면 근태문제는 물론 엎드려 자는 학생, 선생님을 모니터 바라보듯이 멍하게 바라보는 학생, 보건실 이용 학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통능력 저하에 따른 학생·교사와의 갈등, 학교폭력이 급증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으며, 오히려 코로나19를 그리워하는 집단이 될 위험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한 대응적 차원에서 이전과 달라진 학생에게 적합한 학교생활 지침, 교수법, 생활지도법 등을 미리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교육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등교 적응 재활 관련 프로그램, 교사의 대면 수업 역량 강화를 들고 있다. 박 교수는 “다양한 등교 적응 재활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부모와 소통 하에 학생들이 규칙적 생활 습관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교실 수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체력 단련, 마음 수련 등을 늘려가고 소통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보다 대면학습을 힘들어할 학생에게 정적이고 교사 주도적 수업은 적합하지 않다. 5분 단위 수업 장면 전환, 학생 참여, 첨단 에듀테크 활용 등을 통해 흥미 있는 개인 맞춤형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하더라도 대면수업 시간표와 동일하게 이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이처럼 운영한 학교는 학력 저하가 거의 없었다는 증거가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학 연기가 시작된 이후부터 줄곧 실제 시간표와 동일하게 원격수업을 진행한 서울 공릉중은 학력이 ‘현상유지’를 이뤘다. 최근 전체 평균을 낸 결과 전년도인 2019학년도에 비해 0.2~0.3점의 하락에 그쳤다. 과목별로 수학, 영어, 기술·가정, 과학 등이 소폭 상승한 반면 국어, 역사 등은 소폭 하락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해도 무방하다. 2학년도 마찬가지다. 과목별 차이는 있지만 평균은 거의 비슷했다. 경기 서호중은 지난해 2학기부터 시간표와 동일하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력을 유지하고 있다. 서호중은 11월 온라인수업 전문 학습기관 ‘아랑학교’와 협약을 맺고 미 등교 일에도 등교와 가까운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강화하고 있다. 이종석 교장은 “지난해 1학기 후 선생님들과 협의 하에 유휴교실을 활용해 1인당 각 1실을 마련해 안정적으로 실시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결과 학력 유지에 도움이 됐다”면서 “아랑학교와 협약을 통해 대면효과를 높일 수 있어 더욱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온라인 수업부터 과제까지, 학부모가 직접 챙겨야 할것이 많아졌다. 학교에 나가지 않다보니, 자녀의 학습 능력 저하도 걱정이다. 마냥 상황이 안정되길 기다리기에는 불안하기만 하다. 집에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그 마음에 공감해 현실적인 엄마표 학습 지도법을 제시하는 '영어독서코칭-입문·심화'이 출간됐다. '엄마표 엉어'의 기본으로 꼽히는 영어 독서 지도법을 책 두 권에 담아냈다. 이기택 사이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겸임교수와 박원주 교육 칼럼니스트(전 영어 교사) 등이 공동저자로 나섰다.엄마표 학습을 처음 시작하는 학부모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영어원서 읽기 지도 노하우를 소개한다.원어민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을 중심으로 미디어 교육자료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입문편에는 미국 기준 2학년 이하를 대상으로 한 영어 독서 지도법을 알려준다. 그림책 고르는 법, 메타인지 파닉스 지도법, 낭독과 리텔링 지도법에 대해 설명한다. 심화편에서는 생각과 토론을 이끌어내는 독서 지도 방법론에 대한 정보와 문해력을 중심으로 이해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메타인지 독서 지도의 핵심인 리딩 전략을 제시해 영어 말하기, 쓰기와 연계한 읽기 훈련법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영어 동화책과 미디어 교육자료를 활용해 원어민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는 방식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면서 "재미는 물론 영어 실력까지 높이는 것이 결국 '엄마표 영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형설미래교육원 펴냄.
수원시교육지원청 소속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는 10월 23일부터 12월 18일까지 4, 6학년을 대상으로 CCAP(외국인과 함께하는 문화교실)을 진행하였다. 유네스코에서 진행하는 본 프로그램은 본래 각 나라의 외국인 선생님이 학교 방문 수업으로 진행하던 것을 코로나로 인하여 유네스코에서 제작 동영상을 제공하였고, 선생님이 구글 사이트로 수업의 전체 흐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CCAP 수업이 진행된 4학년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제를 선정, 프랑스에 대한 문화를 다루는 1차시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5번 성평등을 공부하는 2차시로 총 2회분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에 참여한 친구들의 반응은 꽤나 뜨거웠다. “프랑스어를 프랑스 말고 다른 나라도 쓴다는 것이 기억 남아요.”, “아프리카의 나라들도 프랑스어를 쓴다는 것이 신기해요.”, “봉주르 외에 쿠쿠 살룻을 배워서 기분이 좋았어요.”, “원래 프랑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수업을 통해서 프랑스의 음식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프랑스의 인사법 중 볼을 맞대는 인사(비쥬)를 남녀 모두 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다음 수업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남겨주었다. “구글 설문지를 적은 것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라는 후기를 남겨주기도 했다. 6학년은 페루 3차시, 일본 2차시, 한국 2차시(권선초 자체제작)로 총 8차시로 진행되었으며,4학년에 비해좀 더 심도 있게 수업이 구성되었다. 첫 OT 수업에서 각자의 세계시민지수를 체크하고, 우리 스스로가 세계시민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심이 이어지도록 하였다. 모든 수업은 구글 사이트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쌍방향으로 원격수업이 실시되었으며, 마지막 8차시에는 6학년 모든 친구들이 자신만의 주제를 선정해 실천 계획서를 작성하는 시간으로 의미 있게 마무리되었다. 본 수업을 진행한 영어 교사 김○○은 유네스코에서 제공한 컨텐츠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SDGs(지속가능발전목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어 교육자로써 대단히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말을 남겼다. 6학년 3반 정○○ 학생은 지속가능발전목표 우수사례 수원시편 공유냉장고를 본 뒤, “우리 마을에 공유 문구점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학용품을 사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학용품을 기부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설문지에 남겼다고 하시면서, 이 아이디어는 정말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함께 남겨주셨다. 어느덧 12월 말 교육과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의 위기를 기회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발전해 나가는 길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꿈꾸어본다.
고교 교사일 때는 아이돌이나 걸그룹의 댄스 음악 히트곡들을 곧잘 들었다. ‘SBS인기가요’나 MBC ‘쇼! 음악중심’ 등 10대 청소년들이 즐기는 TV프로들을 애써 챙겨보곤 했는데, 좋아해서라기보다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이유가 더 크다. 나는 내 차로 백일장이나 취재차 가는 현장 르포때 아이돌이나 걸그룹 노래가 녹음된 CD를 학생들 들으라고 틀어주곤 했다. 운전하면서 막내딸이 녹음해준 댄스음악 CD를 틀면 제자들은 기함할 정도였다. 가령 티아라의 ‘롤리 폴리’와 ‘크라이 크라이’, 시크릿의 ‘사랑은 Move’ 등이 이어지는 걸 들은 어느 제자는 “어머, 선생님 신세대시네요. 와! 짝짝짝-” 박수까지 쳐대며 신기해 했다. 또 어느 제자는 “헐, 선생님 짱이신대요!” 엄지 척을 해보이며 날 추켜 세웠다. 나는 괜히 우쭐해지곤 했는데, 내가 사제동행으로 백일장이며 현장 취재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다녔던 이유중 하나라 해도 무방하다. 내가 막내딸을 시켜 녹음한 CD에는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 노래들도 여러 곡 들어 있다. ‘불타오르네’ㆍ‘Run’ㆍ‘쩔어’ㆍ‘Danger’ㆍ‘상남자’ㆍ‘진격의 방탄’ 등인데, 이때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은 그냥 일개 아이돌 그룹일 뿐이었다. 퇴직과 함께 아이돌이나 걸그룹의 댄스 음악 녹음 및 보기가 시들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는 사이 ‘지금까지 이런 그룹은 없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바로 방탄소년단 이야기다. 방탄소년단이 신곡 ‘라이프 고즈 온’으로 또다시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또다시’란 수식어 사용은 이전에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방탄소년단은 9월 5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디지털 싱글 ‘Dynamite’로 처음 1위를 거머쥐었다. ‘다이나마이트’는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한국 가수 최초’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피처링에 참여한 ‘Savage Love’ 리믹스 버전으로 10월 17일자 ‘핫100’ 차트 1위를 또 차지했다. 그런데 ‘라이프 고즈 온’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는 이전에 이룬 것과 의미가 남다르다. 11월 20일 발표한 새 앨범 ‘비(BE)’의 타이틀곡으로 후렴을 뺀 대부분의 노랫말이 한국어로 된 ‘라이프 고즈 온’이어서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를 보여주는 ‘핫100’ 차트에서 한국어 가사의 곡이 1위를 차지한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앞서 한국어 노래가 이룬 최고 기록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이 곡은 2012년 7주 연속 ‘핫100’ 2위에 올랐다. 그런 덕분인지 애나 어른 할 것 없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했던 그 시절 이런저런 모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무튼 ‘라이프 고즈 온’에 대해 “언어의 장벽도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막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한겨레(2020.12.12.)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새 앨범과 수록곡으로 각각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를 동시에 석권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라이프 고즈 온’이 타이틀곡으로 담긴 ‘비(BE)’는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에 데뷔와 동시 1위곡이 되었다. 지금까지 ‘핫100’과 ‘빌보드200’에서 진입과 동시에 모두 1위를 한 가수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방탄소년단뿐이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다이너마이트’로 핫100 1위에 올랐을 땐 영어로 된 노래 힘이 컸다는 등의 분석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방탄소년단은 언어나 노래 장르, 스타일을 떠나 그들의 이름만으로 ‘넘버원’에 오를 정도로 절대적이고 독보적인 힘을 갖고 있다”며 “미국 팝 역사상 외국 그룹 가운데 이런 그룹은 없었다”(한겨레, 2020.12.2.)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는 “‘다이너마이트’가 밝고 경쾌한 톤의 ‘힐링송’이라면, ‘라이프 고즈 온’은 서정적인 분위기로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곡이라며 방탄소년단의 진짜 성공 비결로 “독보적 음악과 퍼포먼스, 팬덤 ‘아미’의 힘 등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세상에 전한 ‘위로’와 ‘희망’을 꼽고 싶”(한겨레,20201.12)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미국 나아가 세계 가요계를 정복했다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일군 것과 같은 세계 제패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청년들이다. 얼마나 대단하면 병역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그들의 왕성한 활동 시한을 만 30세까지로 늘려 주었을까. 개인적으론 이제 더 이상 제자들에게 녹음 CD를 틀어줄 수 없음이 쓸쓸하지만, 장하다 방탄소년단.
디지털교과서의 활용 방법을 공유하고 발전적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비대면 간담회가 열렸다. 교육부는 11일 이같은 내용의 온라인 토크쇼를 개최했다.사전 신청한 교원·학생·학부모·예비교사 등 200여 명이 실시간 화상을 통해 비대면 간담회에 참여했다.1부에서는 디지털교과서 내려 받기, 녹음, 외부자료 연결 등 학습자와 상호작용하는 디지털교과서의 다양한 활용 방법과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우수 수업 사례(경기 숲속초 등)를 공유했다.2부에서는 디지털교과서의 변화 방향과 개선 사항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수렴된 디지털교과서 개선을 위한 현장의 의견은 향후 디지털교과서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행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초・중학교 사회, 과학, 영어 교과와고등학교 영어 교과목 등 총 134종이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디지털교과서는 교과 내용에 다중매체(멀티미디어) 자료, 평가 문항, 보충·심화 학습 자료, 용어 사전 등 다양한 학습 자료와 학습 지원·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교과용도서로서 2014년 연구학교 대상으로 시범 적용을 거쳐 2018년부터 일반학교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그래픽 참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 확대로 디지털교과서내려 받기 건수가 지난해 396만여 건에서 올해 1612만 여 건으로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디지털교과서가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디지털교과서의 혁신과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지지 및 활용을 바탕으로 교육의 디지털화에 기여할 수 있는 관련 정책을 두루 살펴보겠다”며“지식의 짧은 생성주기와 폭발적인 생산량을 특징으로 하는 미래 사회에서 디지털교과서가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미래형 학습매체로서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친한 선배님께 전화가 왔어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셨대요. 제가 승진될지, 안 될지 말이지요. 고민해 본 결론은? ‘승진이 힘들다.’ “넌 승진이 안 돼. 얼른 장학사 시험 봐.” 일반 승진은 안 될 것 같으니 전문직 시험을 보라는 선배님의 말씀. 혼자만 알고 있을 때는 별 생각이 안 드는데 누군가 사실을 말해주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열심히 했었어요. 피겨스케이팅 점수처럼 쪼잔한 한 달 0.012점의 승진 가산점 받으려고 영재학급도 열심히 했지요. 연구학교를 하면서 매일 4~5시간 자면서 영어 교재도 만들고, 교육청에서 부르시면 마다하지 않고 무엇이든 열심히 일하곤 했어요. 그래서 내심 승진이 빨라질 줄 알았어요. 혼자 생각에만요. 그런데, 웬걸? 승진 규정이 바뀌어버렸어요. 그것도 작년에 말이지요. 그동안 열심히 달렸었는데, 모아 놓았던 피겨스케이팅 점수는 한순간에 쓰레기통으로 직행. 청약에 비유하자면 가점을 열심히 모았는데, 가점제가 달라져서 분양은 남의 일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승진도 분양처럼 약간(?)의 운이 작용해 주어야 해요. '될놈될'(될 놈은 뭘 해도 된다)의 세계, 바로 승진의 세계가 아닌가 싶어요. 선배님의 전화를 받고 ‘장학사 시험 준비를 해야 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말았어요. 시험공부를 하느라 퇴근 후에 공부해야 하고, 만약에 합격하게 되면 5년을 교육청에서 보내야 하죠. 거의 7~8년은 힘든 생활을 해야 해요.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어요. 승진을 안 해서 나중에 누군가 '나이 먹은 선생님'이라 싫어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서 자존감을 키우기로 마음먹어요. ‘스스로 떳떳하고 자신 있다면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으니까’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데 그게 될까 싶기도 해요. 모르겠어요. 나중 일은 나중에. 지금을 즐겁게 살고 싶어요. 학교에서도 마음 편하게 할 말 하고, 집에서도 아이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그럼,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 앞날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안개 속을 바라볼 수 없듯 앞날도 바라볼 수 없으니까요. 안개 속에서 웃고 있을지, 울고 있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그냥 웃으며 살고 싶어요. 그런 지금이 모인다면 안개 속에서도 웃게 되지 않을까요? 알려고 묻지 말게, 안다는 건 불경한 일 신들이 나에게나 그대에게나 무슨 운명을 주었는지, 레우코노에여, 점을 치려고도 하지 말게. 더 나은 일은, 미래가 어떠하든, 주어진 대로 겪어내는 것이라네. 유피테르 신께서 그대에게 주시는 게, 더 많은 겨울이든, 마지막 겨울이든. 지금, 이 순간에도 티레니아해의 파도는 맞은 편의 바위를 깎고 있네. 현명하게나, 포도주는 그만 익혀 따르고, 짧은 인생, 먼 미래로의 기대는 줄이게.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인생의 시간은 우릴 시기하며 흐른다네 제때에 거두어들이게(Carpe Diem), 미래에 대한 믿음은 최소한으로 해두고. - 호라티우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처럼 포도주는 익혀 따르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일단 지금에 만족하는 것. 그것이 가장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승진은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승진이 어떻게 되든, 오늘에 충실한 마음은 우리를 조금 더 충만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학교법인 숭실대학교(이사장 박광준)는 장범식(사진) 교수를 제15대 총장으로 내정했다고 10일 밝혔다. 1957년생인 장 총장은 서울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 석사, 텍사스주립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1995년부터 숭실대 교수로 재직하며 경영대학원장 겸 노사관계대학원장, 학사부총장, 한국증권학회 회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장관급)을 역임했다.현재 서울 아이비포럼 이사장, 금융위원회 금융옴부즈만 위원장, 서울시 금융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 삼성증권 사외이사, 금융위, 기재부, 한국은행, 산업은행 기업유동성 지원기구(SPV) 투자관리위원회 위원장, 금융투자협회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 국회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 실무위 위원장, 코스닥협회 자문위원, 금융투자협회 공익이사를 맡고 있다. 신임 장 총장은 내년 2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며 임기는 4년이다.
최근 들어 우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는 교사, 학생과 학부모에게 시달리고 교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감에 빠진 교사들의 호소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사실 교사의 우울은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서 꽤 높다. 전체 교사의 28.0%가 유력우울증, 11.9%가 확실우울증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20대에서 50대 일반인은 7.6~10.1%가 확실우울증인 반면, 교사는 9~15.6%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20대 교사 우울증이 가장 높다(15.6%)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교사 중에서 가장 우울한 집단도 시사적이다. 기간제교사, 고3․중2 담임교사들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사들의 우울감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사들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비일상적 수업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경험은 여교사가 남교사 보다 컸고, 직업만족도와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교사들의 불안과 우울을 단순한 개인적 질환으로 치부하기보다 교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견디지 못해 우울증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폭언 등에 시달리다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다면 이는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선고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동료교사․사회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지만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고립되는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은 데다 행정 업무까지 겹치다 보니 자신을 살피기가 쉽지 않아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교사 우울감을 다룬다.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교육과 방역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교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또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에게 우울감을 안겨주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현장 교사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고 정신과 전문의와 함께 바람직한 극복 방안을 찾아본다. 아울러 우울감에 시달리는 교사들에 공무상 재해 인정 등 법적으로 보호 ․ 보상 받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탐색해 본다. 대한민국의 꿈나무인 우리 아이들을 나만의 교육철학으로 바르게 꽃피워보겠다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교사가 되었다. 지방교대에서 서울로 임용을 준비하면서도 교사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 임용시험 최종 합격을 확인한 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던 행복감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 나는 이제 교사가 되었고, 우리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친절하고도 단호한 교사로서 교육신념을 펼칠 것이라 다짐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날인 개학식 하루 전날, 설렘 반 걱정 반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학교에 갔다. 3월 한 달이 1년을 결정한다는 선배교사들의 조언을 듣고 매일 다음 날 수업연구를 했다. 초과근무의 연속이었고,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여 교실정돈을 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물론 힘든 일도 있지만,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게 보였다. 어느덧 신규교사의 신분을 벗어나 8년 차 교사가 되었다. 어느 정도 학교에 적응도 했고, 나만의 교육 스킬과 노하우도 생겼다. 그런데 이상하다. 첫해에 느꼈던 아드레날린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교직에 안착해서 그런 걸까? 그럼 오히려 안정된 지금 더 행복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성격이 예민하고 우울해졌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인 내가 우울하다고? 교사는 전지전능한 어벤져스가 아니다 교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항상 카리스마를 지니고 어느 돌발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아니다. 하지만 교사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그렇지 않다. ‘교사가 그래도 되느냐, 교사는 이래야지’ 등 교사에게 전지전능한 어벤져스의 모습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면서 관련된 이슈나 뉴스가 나오기라도 하면 모든 것을 교사 탓으로 돌리며 질책하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왜 교사를 보는 외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까? 아마도 교사를 ‘철밥통’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공무원이고 안정적이라는 뜻에서다. 거기에 남들보다 이른 퇴근시간과 일반 회사원들에게는 없는 방학이 있기 때문인 걸까? 심지어 교사가 아닌 친구들과 친척·가족까지도 교사를 안정적이고 편한, 소위 ‘꿀 빠는 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방학 때마다 월급 받으면서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팔자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처음에는 열변을 토하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니 왜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교사가 되었는데, 내 직업에 대해 남들한테 해명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함과 허무감이 몰려왔다. 흔히들 요즘 세대를 ‘포노사피엔스’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을 보물처럼 여기는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하려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작년엔 유튜브도 시작했다. 유튜브 겸직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자 꽤 많은 능력자 선생님들이 비슷한 시기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교사 브이로그부터 임용고시 조언 관련 영상, 수업실연 영상 등 다양한 교육콘텐츠가 생겼다. 그중 몇 분은 유튜브 알고리즘의 수혜를 받아 영상 한 개만으로 조회수가 폭발해 단숨에 스타 유튜버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교사 관련 기사에 악플을 달던 악플러들이 유튜브로 이동한 것이다. “교사가 왜 유튜브를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졌고, 하루에만 민원을 2건이나 받은 선생님도 있었다. 나 역시 이런 악플을 받은 경험이 여럿 있다. 수업실연 영상이었는데, “왜 교사가 풀메이크업 화장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또 주말에 취미로 운동하는 영상을 올렸더니, “교사가 주말에 수업연구를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개인공간인 SNS에서 일상에 대한 간섭과 사생활 침해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교사를 ‘방학이 있는 철밥통’이라며 직장인 취급을 할 때는 언제고 이럴 땐 본인들이 생각하는 완벽한 교사의 프레임을 씌우며 끼워 맞춘다. 이럴 때마다 무력감과 우울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교사가 그래도 돼?” 코로나19로 교육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되고 복작복작했던 교실이 텅 비었다.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이 그립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많다. 때로는 천사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악마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교사도 사람이다 보니 감정기복이 심해지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인가?’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로 인해 상처받은 교사의 마음은 어떻게 누가 치유해 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로 인한 상처는 아이들로 인해 치유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내가 교사로서 이 직업을 하는 동안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대면학습에서 비대면학습으로의 전환으로 온라인학습이 활성화되고 있다. 아이들과 학부모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교사가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여 인터넷 강의를 만들고 있다. 나 역시 영어교과 학습자료를 제작해 개인 유튜브 채널에 주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있다. 수업자료를 준비하여 대본을 쓰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평소 대면교육 때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제작한 영상자료로 즐겁게 학습하고 영어가 재미있어졌다는 아이들의 댓글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두가 처음 겪는 변화임에도 화살이 교사한테 날아오는 듯하다. 가정에서 온라인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교사한테 돌리는 경우이다. 가정에서 지도해야 할 부분과 학교에서 교사가 지도해야 할 부분은 다르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잔소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이들이 학교에 안 오니 일도 안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삶을 옭죄는 교사라는 올가미 현직교사로 몇 년째 이런 우울감이 지속되다 보니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으로 바꿔야 하나? 하는 내적갈등이 끊임없이 들었다. 동료교사들 중에서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교사는 소위 말하는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일반 회사 직장인들처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는 길이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묵묵히 ‘버티며’ 사무적으로 출퇴근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우울감으로 인해 병휴직에 들어간 선생님도 여럿 보았다. 혹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에 다니고 약을 복용하는 선생님도 더러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아침에 학교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눈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도 있었고, 불면증으로 날 밤을 눈뜬 채 보낸 적도 많았다는 분도 있었다. 누군가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혼자 방구석에 박혀 지낸다고 했다. 가족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묻기도 하고 대화를 건네지만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행복할 줄만 알았던 교직생활이 어느 순간 올가미가 되어 삶을 옭죄는 나날이 계속된다. 교사 우울감은 여러 요인에서 기인한다. 개인상황에 따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울감을 겪는 교사가 위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우울감과 무력감이 지속되다 보면 아이들에게 웃음 지어줄 여유도 사라진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 교사를 단순히 ‘철밥통 직장인’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이끌어나가는 스승으로서 존중해주는 사회·문화적 시선이 절실하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육 희망사다리’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이 교육시민단체와 언택트 시대 새로운 대안 교육 생태계를 구축했다. 지난달 28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교연넷, 대표 구자송)는 한국교총과의 협업을 통해 설립한 온라인수업 지원 마을학교 ‘아랑학교’ 개소식을 개최했다. 경기 수원 소재 ‘1호 학교’에서 열린 이날 개소식에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이재준 수원도시재단 이사장, 김직란 경기도의원, 정진석 수병원 원장, 김시헌 전 수원미술관장 등 명예교사를 포함해 1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하 회장은 아랑학교 제1호 명예교사 위촉장을 받았다. 하 회장에게 ‘1호’ 수여는 교육계 대표이자 아랑학교 설립에 있어 지대한 공로 인정의 의미다. 아랑학교 학생들은 본 학교의 미 등교 날 집이 아닌 곳에서 온라인수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 퇴직 교사들에게 학습 지원도 받게 된다. 언택트 시대에 점점 끊기고 있는 학생들 간 사회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적정인원 수용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학력과 인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랑학교 1호점에는 4개의 교실이 갖춰졌다. 같은 반 학생이라면 대형TV 화면으로 공동 수업이 가능하고, 다른 학교·반 학생이라면 개별 공간에서 PC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아랑학교만의 특별 수업도 마련된다. 미술·음악 심리치료 등 창의적 예술융합 수업, 다문화 학생을 위한 ‘콩글리쉬 영어 꿈 마을 학교’도 진행된다. 중식과 간식도 지원된다. 아랑학교는 인접 서호초, 서호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 등교 학생들 중 원하는 이들에 한해 온라인수업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이 안전한 장소에서 안정적으로 공교육 지원을 받게 된 만큼 교육 구성원 모두 만족하고 있다. 아랑학교는 경기도교육청 대안학교 인가를 받은 곳으로, 10여 년 간 학교폭력 특별교육과 자문 등 역할을 해온 구자송 교연넷 대표가 1호점을 직접 운영한다. 구 대표는 추후 도내 31곳 자치구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책임 운영이 가능해야 하기에 엄격한 심사가 따라야 한다는 게 구 대표의 구상이다. 구 대표는 “언택트 시대 정규 온라인수업을 지원하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시키려 노력하다 한국교총으로부터 협력관계를 맺고 자문을 받아 이 같은 교육시설을 구축하게 됐다”며 ”자생력을 갖춰 사명감을 갖고 운영할 수 있는 곳에 한해 추가 참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교총은 교육 희망사다리 사업으로 아랑학교에 공교육 관련 자문, 퇴직교원 지원 등에 협력하고 있다. 아랑학교 제1호 명예교사로 위촉된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은 “언택트 시대에 학력 저하 문제를 겪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 아랑학교는 학생들의 교육 희망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다른 명예교사인 김직란 도의원은 “어린 시절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 꿈을 이뤘다”면서 “아랑학교가 새로운 교육 가치를 실현해 줄 것으로 믿고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평론집 등 총 48권(편저 4권 포함)째 저서인 ‘미국영화 톺아보기’라는 책을 최근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영화 톺아보기’ 출간 6개월 남짓만에 펴낸 또 한 권의 영화 이야기 책이다. 이렇게 빨리 ‘미국영화 톺아보기’를 펴내게 된 건 순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예술인재난극복지원사업에 선정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미국영화 톺아보기’는 영화 이야기로만 국한하면 12번째 장세진 지음의 책이다. 직전 펴낸 ‘한국영화 톺아보기’와 짝을 이루기 위해서 제목을 ‘미국영화 톺아보기’라 했을 뿐 미제(美製)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런 따위와는 단 1도 관련이 없다. 책 제목에 ‘미국영화’가 들어간 것은 2005년 ‘미국영화 째려보기’에 이어 15년 만의 일이다. 굳이 밝히자면 1992년부터 펴내기 시작한 12권의 장세진 영화평론집중 이번이 두 번째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제 더 이상 옛날처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싹쓸이하는 한국 영화시장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한국영화가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는 얘기다. 책 제목이 ‘미국영화 째려보기’에서 ‘미국영화 톺아보기’로 변한 이유라 할까. ‘미국영화 톺아보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지만, 사실 나는 과거 운동권으로서의 반미(反美)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을 탐탁찮게 여겨온 국수주의자라 할 수 있다. 문화면에서 그런데, 이른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세계영화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미국이라서다. 오죽했으면 첫 영화평론집 제목이 ‘우리영화 좀 봅시다’(1992년)였을까! 응당 이 책은 한국영화만 수록한 평론집이다. 이후에 펴낸 평론집도 한국영화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영화 씹어먹기’(1995)ㆍ‘한국영화산책’(1996)ㆍ‘한국영화를 위함’(1999) 등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미국영화를 책에 싣기 시작한 것은 ‘영화읽기 프리즘’(2001)부터다. 여기저기 연재한 글을 싣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을 비롯한 외국영화들까지 담는 책이 되었다. 지난 4월 펴낸 ‘한국영화 톺아보기’는 한국영화만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1990년대와 같은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단순히 원고 분량이 700쪽 넘게 나와 한국영화만을 우선 세상과 만나게 했다. 다행스럽게도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지원이 있어 ‘한국영화 톺아보기’에서 빠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외국영화들을 360쪽짜리 ‘미국영화 톺아보기’로 낸 것이다. 내친김에 하나 더 말할 게 있다. 바로 ‘영어 광풍’이다. 일례로 나는 조정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의 가히 역대급이라 할만한 영어 광풍에 대한 고발을 공감하고 지지한다. 이른바 ‘세계화’에 목맨 김영삼 정부의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가르치기부터 이명박 정권의 ‘오륀지’ 파동까지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신랄한 고발이 그것이다. 소설은 아예 ‘자발적 문화식민지1, 2’란 꼭지를 통해 영어에 환장한 이 땅의 성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다름 아니라 여대생 남온유가 원어민 강사 포먼의 아이를 일부러 임신하여 자발적 문화식민지 일원이 되고자함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오래 전 속언이 스멀스멀 기어 나올 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일식집을 ‘왜식집’이라 부르는 작가의 대일본관과 함께 이러한 미국 인식에 너무 공감한다. 무릇 책읽기에서 감동 받지 않으려고 애쓰는 평론가인 나를 조정래 팬이 되게 만든 이유의 전부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민족주의라 할까. ‘우리것은 소중한 것이여’를 너무 심하게 신봉해서 그런 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어 본토 발음을 내려고, 맙소사! 어린이 혀까지 수술해대는 ‘어리석고 서글픈 한국적 코미디’의 나라라니, 할 말을 잃는다. 지금은 미국에 대한 국수주의적 생각이 많이 완화되거나 엷어졌지만, 영어는 그걸로 밥 벌어 먹고 살 사람들만 열심히 하면 될 외국어다. 48권의 책을 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발간에 부쳐’를 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확진·격리 수험생은 교육청에 반드시 신고 ◈ 6시 30분부터 출입, 8시 10분까지 입실 완료 ◈ 마스크 의무 착용, 감독관 신분확인 적극 협조 ◈ 반입금지 및 휴대 가능 물품, 응시방법 숙지 ◈ 시험 전, 당일, 시험 후 방역 수칙 준수 철저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교육부는 25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수험생들이 원활하게 응시할 수 있도록 ‘수험생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올해는 방역 관리를 위해 새로운 준수 사항이 추가됐고, 필요한 경우 수험생이 직접 조치해야 하는 사항도 있으므로, 수험생들은 관련 내용을 명확히 숙지해야 한다. 수험생은 12월 2일에 있는 예비소집에 반드시 참석해 수험표를 받고, 시험 당일 시험장을 잘못 찾는 경우가 없도록 시험장 위치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비소집일에 시험장 건물로 입장은 금지되며, 확진·격리 수험생은 직계 가족 또는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지인 등을 통해 수험표를 대리로 받을 수 있다. 확진 수험생은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수험생은 별도 시험장에서 각각 응시하게 되므로, 시험 전 코로나19 확진이나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수험생은 유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우선, 보건소에 수능 지원자임을 밝히고 관련 안내를 받은 후 관할 교육청에 격리 또는 확진 사실과 수능 응시 여부 및 본인 연락처 등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격리자는 시험 당일 자차 이동(보호자·지인 등) 가능 여부, 확진자는 안내받은 입원 예정 병원(또는 생활치료센터)명도 함께 신고한다. 아울러, 수능 전날인 12월 2일 보건소는 수험생에게 우선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므로, 진단검사를 희망하는 수험생은 병원(선별진료소)이 아닌 가까운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수험생은 반드시 방문한 보건소에 수험생임을 밝히고 진단검사를 받은 후 관할 교육청에 진단검사를 받았음을 신고해야 한다. 교육청은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수험생에게 별도 시험장 위치나 시험 응시를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안내하게 된다. 확진·격리 수험생은 별도로 안내받은 시험장이 아닌 다른 시험장에서는 응시가 불가능하고, 다른 시험장에 진입할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유념해야 한다. 교육부는 코로나19 관련 확진·격리 수험생 준수 사항을 26일과 12월 1일 2회에 걸쳐 모든 수험생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안내할 예정이다. 시험 당일에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험장 출입이 가능하고 오전 8시 10분까지는 지정된 시험실에 입실해야 한다. 시험실 입실 전에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며, 발열 등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체온을 측정하는 관계자에게 미리 증상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수험생은 시험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분실·오염·훼손 등에 대비해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해 오기를 권장한다. 망사 마스크, 밸브형 마스크와 같이 침방울(비말) 차단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착용하지 말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시험장 관계자에게 요청하면 마스크를 지급받을 수 있다. 1교시(국어)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도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하여 감독관으로부터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를 지급받고 유의사항을 안내 받은 후, 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대기실로 이동한다. 수험표를 분실한 경우에는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동일 원판으로 인화한 사진 1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시험장에 설치된 시험관리본부에 신고하면 재발급이 가능하다. 특히 올해는 수험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책상 칸막이 설치 등으로 신분 확인 절차가 더욱 철저하게 진행되며,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므로 수험생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수험생은 감독관의 신분 확인 요구에 마스크를 잠시 내려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하며, 칸막이를 활용해 시험 내용을 적어 두거나 손동작을 하여 부정행위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칸막이는 시험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견고하게 제작하여 설치되지만, 외부의 강한 충격에는 파손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험 당일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에 반입할 수 없으므로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은 집에 두고 오는 것이 최선이며, 시계는 통신·결제기능(블루투스 등)과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없는 아날로그 시계만 허용된다. 만약 미처 두고 오지 못한 전자기기가 있다면 1교시 시작 전까지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즉시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올해는 수험생의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분실·오염·훼손 등으로 시험 중 마스크 교체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험실 휴대가능 물품에 마스크도 포함됐다. 시험 중 휴대가능 물품 이외의 모든 물품은 휴대하거나 휴대하지 않더라도 감독관의 지시와 다르게 임의의 장소에 보관하는 경우부정행위로 간주된다. 단, 개인의 신체조건이나 의료상 휴대가 필요한 물품(보청기, 혈당측정기 등)은 교육청의 사전 확인을 거친 후 휴대할 수 있다. 4교시 탐구영역 응시방법도 명확히 숙지해야 한다. 지난해 2020학년도 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253명의 수험생 중 4교시 탐구영역 응시방법 위반자가 106명(약 42%)으로 가장 많았다. 탐구영역 시험 시간에는 선택과목에 해당하는 문제지만 봐야 하지만, 해당 선택과목이 아닌 다른 선택과목의 문제지를 보거나 동시에 2개 과목 이상의 문제지를 보는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답안지는 필적확인란을 포함해 지급되는 컴퓨터용 사인펜으로만 표기해야 하며, 연필이나 샤프 등으로 기입하지 않도록 한다. 답을 잘못 기입한 경우에는 답안지 교체나 수정테이프를 사용하여 수정할 수 있지만, 4교시 답안지의 경우 한국사와 탐구영역 각 선택과목의 답란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종료된 과목의 답란은 절대 수정하거나 기입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 과목 시간에 앞서 끝난 한국사 과목의 답을 기입하거나 수정하면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답안지는 ‘이미지 스캐너’로 채점을 하므로, 답안지에 예비로 표시(예비마킹)한 것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면 중복 답안으로 채점돼 오답 처리될 수 있으므로 수정테이프나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한다. 2교시 수학영역은 유형(가형/나형)과 문형(홀수형/짝수형)이 구분되고 1교시 국어영역, 3교시 영어영역, 4교시 한국사영역은 문형(홀수형/짝수형)만 구분된다. 문제지를 받으면 책상에 부착된 스티커에 표기된 자신이 선택한 유형(가형, 나형) 또는 문형(홀수형, 짝수형)의 문제지가 맞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수험번호 끝자리가 홀수이면 홀수형을, 짝수이면 짝수형 문제지를 받아 풀어야 한다. 이외, 4교시 탐구영역과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유형 및 문형의 구분이 없으며, ‘시험편의제공대상자’에게는 홀수형 문제지만 배부된다. 매년 답안지에 문제지의 문형 또는 수험번호를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므로, 답안지 작성 시에는 문제지의 문형과 수험번호를 제대로 기입했는지 재차 확인이 필요하다. 모든 수험생은 시험 전과 당일, 그리고 시험 후에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안전한 수능을 위해 19일부터 수능 당일까지 수능 특별 방역 기간이 운영되고, 수능 1주 전인 26일부터는 전국의 고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므로, 모든 수험생은 기간중에 불필요한 외출이나 밀집 시설 이용 등을 자제해야 한다. 수능 당일에는 실내에서 오랜 시간 동안 시험이 치러지므로, 손 씻기, 손 소독하기, 거리 두기, 기침 예절 지키기 등 시험장 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 서로 모여 있거나 대화하는 것을 자제하고, 점심시간에는 본인의 자리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해야 한다. 시험장에는 정수기 등 음용 설비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개인이 마실 물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매 교시 종료 후 모든 시험실 마다 환기를 실시하므로 실내 온도를 고려해 외투를 입는 등 보온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으며, 화장실은 바닥에 표시된 지점에서 대기하며 이용해야 한다. 시험이 모두 끝났을 때에도 안내방송과 시험장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개인 간 거리를 유지하며 퇴실하도록 한다. 수능 이후에도 대학별 전형이 계속 이어지므로, 감염병 안전을 위해 지 수험생 유의사항 관련 자료와 자세한 내용은 교육부(www.moe.go.kr)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www.kice.re.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각 학교에, 배포된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험생에 대한 사전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요청하고, 수험생들이 유의사항을 명확히 숙지한 후 시험에 응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 △휴대전화 △스마트기기(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카메라 △전자사전 △MP3 플레이어 △카메라펜 △전자계산기 △라디오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통신·결제 기능(블루투스 등) 또는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있는 시계 △전자담배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 등 모든 전자기기 시험 중 휴대 가능 물품 △신분증 △수험표 △검은색 컴퓨터용 사인펜 △흰색 수정테이프 △흑색연필 △지우개 △샤프심(흑색, 0.5㎜) △시침·분침(초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로 통신·결제기능(블루투스 등) 및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가 모두 없는 시계* △마스크(감독관 사전 확인 필요) 등 * 통신·결제기능(블루투스 등) 또는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 등)로 표시하는 기능이 포함된 시계는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휴대 불가
한국교총은연말을 앞두고 '2020 연말 대박이벤트'를 진행한다. 교총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번 이벤트는 오는 30일부터 교총 복지플러스(www.kftaplus.com)에서 선물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대박이벤트는 쿠폰·초대권 증정 이벤트와 특별 할인 이벤트로 구성됐다. 증정 이벤트에는 겨울에 꼭 필요한 전기 히터부터무료 숙박권, 놀이공원 이용권, 마스크팩, 영어 강의 수강권, 커피 쿠폰 등을 제공한다. 교총 협력업체인 LG전자, 리솜리조트,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 엘도라도 리조트, 부산골든튤립호텔, 오스바이오, 웰메이드, 서울랜드, 키자니아, 넥센타이어, 동춘상회(코코로박스), 브랜트 옥스폰, 플라워 마스터, 아토제이드 등이 참여한다. 교총 복지플러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댓글 이벤트에 참여하면 된다. 교총 회원 할인가에 더해 한시적 추가 할인 이벤트도 진행한다.▲여행·레저▲문화▲건강▲놀이시설▲미용▲쇼핑·생활 부문으로 나눠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엘도라도 리조트는 최대 70%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코모도호텔은 최대 60% 할인, 리솜리조트, 부산골든튤립 호텔과 엘리시안 강촌리조트도 교총 회원 특별 할인을 진행한다. 밝은세상안과(서울·부산점)는 라식, 노안 특별가 혜택을, 밝은성모안과 강남점에서는 노안교정 검진(8만 원)을1만 원에 받을 수 있다. 밝은성모안과 전 지점에서는 라식·라섹 프리미엄 이상 진행 시추가 5만 원을 할인해준다. ▲키자니아 본인 포함 5인까지 35% 할인▲서울랜드 파크이용권(종일권) 1만 3000원 적용▲롯데월드, 서울스카이, 아쿠아리움 본인 포함 5인까지 교총 회원 특별가▲플레이아쿠아리움 교총 회원 동반 3인까지 1만 원 ▲목포해상케이블카 교총 회원 동반 3인까지 20% 할인 ▲오스바이오 캡슐마스크 62.5% 할인▲웰메이드 특별 할인 쿠폰 증정▲넥센타이어 최대 44% 할인 등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교총 복지플러스 확인. 문의 한국교총 교원복지국 02-570-5563
남양초등학교(교장 김승열)은 코로나 19로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힘들어지면서 학력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초학력보장을 위해 온오프라인 맞춤형 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기초학력격차 해소를 위해, 본교 교원과 기초학력, 다문화, 한국어 강사와 긴밀한 협조하에 학습에 어려움을 갖는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교실 4개반,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어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교실 1개반, 한국어교실 1개반을 올해 4월부터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 해당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원격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일대일, 소그룹 형식으로 지도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한국문화와 학교 적응, 학습에도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여 학년과 수준을 고려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어기초학습을 위해서 3,4학년 대상으로 영어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협력하여 파닉스클럽, 리딩클럽, phone english 화상 영어를 진행하여 영어학습에 뒤처지지 않도록 학기초부터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교육활동들은 예산 사용, 강사 관련 업무 및 관리, 학급관리 등에 업무가 더해지고 힘들어져 기피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관리자나 교육청 지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사들의 자율적인 교육활동계획이나 열정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는 것이 남양초등학교 교육활동의 큰 특징이다. 남양초등학교 김승열 교장은 “코로나19로 온오프라인에서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있지만 특히, 학습지원대상 학생에 대한 초기밀착지원과 학력격차, 정서격차, 교육불평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남양교육을 구현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집단지성과 협력으로 학습격차를 줄여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난독과 경계성 지능,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교실 속 ‘외로운 섬’과 같은 존재다. 교사들 역시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한계에 종종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일년 내내 붙잡고 씨름을 해도 학습능력을 끌어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수업 이후 학습격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지금, 난독과 경계선 지능, 학습부진, 교육격차에 대한 교육현장이 고민을 살펴보고 그들을 위한 효과적 교수 · 학습방법을 모색해 본다. 학습장애는 지능이 정상범주에 속하지만 읽기 · 쓰기 · 수학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학습의 어려움을 크게 보이는 학생을 말한다. 즉, 지능이 IQ85 이상이지만 읽기 또는 쓰기, 수학 중 어느 특정 영역에서 자기 학년 수준보다 2학년 이상 낮은 수준을 보이는 경우다. 실제로 5학년 이지만 읽기 쓰기 수준이 3학년 수준이면 학습장애로 생각해 볼수 있다. 학습장애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기본적인 신경정보처리과정상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언어 이해 및 사용과 관련된 결함을 주고 가지고 있다. 반면 경계선 지능 학생은 기본적으로 인지능력이 평균 이하 수준을 나타낸다. 기억, 주의, 지각 등 정보처리과정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추상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경제선 지능은 낮은 지능으로 인해 모든 학습영역에서 낮은 학습능력을 보이는 학습 지진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난독과 경계선 지능 등의 영향으로 학습부진에 놓여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는 교육 현장의 오랜 과제였다. 교사들이 가장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도 이들 학생에 대한 지도법이다. 오랜시간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도 뚜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더욱 힘들어 한다. 이번 호는 학습부진 유형별맞춤식 지원, 학습, 심리·정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종합적 지원을 통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수업이 진행되면서 ‘교육격차 해소’에 대한 논의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교육과 관련하여 부모의 도움이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은 불가피하게 교육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격차 문제를 논의할 때 무슨 과목에 대한 교육격차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로 교육격차를 말할 때는 국어·수학·영어 혹은 사회·과학의 과목 등에 한정하여 논의하고 있다. 체육·음악·미술 등 예체능 과목이나 도덕 과목에 대한 교육격차 논의는 드물다. 과연 특정 교과에 대해서만 교육격차를 논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결국 학교는 ‘삶을 준비하는 장소’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란 어떤 장소여야 하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자마다 다르게 논의할 수 있지만, 학교라는 장소는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제대로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는 ‘삶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정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장소라는 편협한 정의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교육격차 해소’보다 ‘기초학력 보장’과 ‘삶을 위한 교육’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어 의미 있는 삶을 가꾸어 가고,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전체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을 준비시키는 장소가 학교이고, 이와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본질적 의미의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교육격차의 해소’라기 보다는 ‘삶을 위한 교육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이다. 교사와 학교의 존재 이유는 어느 과목의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시키도록 돕는 것에 있다. 교사가 꼭 지켜야 할 불문율 중 하나는, 지금 학생의 성적이 낮다고 해서 평생 공부를 못 할 것이라고 낙인을 찍거나 배움의 행위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성적이 낮더라도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언제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습부진 아동’이라는 용어보다는 ‘배움이 느린 아동’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교과에 대한 점수를 강조하기보다는 교과를 통해 가르치고자 했던 교육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 교육목적에 맞게 학생들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주시민이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 시험을 통해 100점을 받는 것보다는, 학생들의 삶과 생활 속에서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삶 속에서의 실천 문제를 강조해야 한다. 기초학력 보장은 삶을 준비하기 위한 기본 베이스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읽기·쓰기·셈하기와 관련된 기초학력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학생일수록 기초학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며, 공교육에서 기초학력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사회·경제적 격차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삶을 위한 교육의 기본적 토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학력 보장의 대상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실시해야 한다. 쓰기·읽기·셈하기가 시작되는 첫단계부터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큰 격차가 벌어져서 고착화되기 전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다. 한 초등학교의 경우, 기존의 3학년부터 실시하던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을 1학년부터 실시한 결과 배움이 느린 학생의 상당수가 큰 도움을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방학 기간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원할 경우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학 동안에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한 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이 모두 망각되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이를 막기 위해 방학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초학력지원 프로그램 강사의 경우 가능하면 변동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해당 학생을 지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학교현장에 적합한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력 담당교사에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과정이 꼭 있어야 한다. 또한 추가적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 교장·교감·부장교사·담임교사·학부모·교육청 등 모든 구성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1년 단위 기초학력지원 및 두드림 교육 프로그램은 바람직하지만, 몇 개월 혹은 방학 기간만 운영하는 단기성 프로그램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 하기 때문에 통폐합하여 1년 단위 프로그램의 예산을 늘리는 방안이 요구된다. 삶을 위한 교육 기초학력 보장과 삶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기보다는, 좋은 대학을 가야만 사회·경제적 배경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면, 모든 학생을 좋은 대학에 다 보낼 수 없기에 공교육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국·공립대학의 통합과 사립대학의 공영화를 통해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고, 좋은 대학을 가지 않고도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기준 점수보다 얼마나 부족한가를 따지기보다는, 학생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이며, 학생의 잠재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서 행복한 삶을 가꾸고,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인권 역시 존중할 줄 아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이 삶을 위한 교육이고,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학교 교육의 책무인 것이다. 삶을 위한 교육을 위해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천에 옮기고 책임지게 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교육은 정해진 시험이나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여 학생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도록 하였다. 교육이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수업이나 학교현장에서 학생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최근의 일부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활동 시에 선생님이 먼저 동아리활동을 조직한 후에 학생들이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먼저 동아리활동을 홍보하고 5명 이상이 모이면 선생님이 배정되어 동아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선생님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초등학교 3·4학년의 경우에도 너무나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을 여러 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았을 뿐이지, 학생들에게는 이미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학교나 교실 등 교육현장과 가정에서부터 학생들을 믿고,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책임지는 즉, 실제로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보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선생님과 부모님의 믿음과 지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위한 교육은 학생들의 미래에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강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협력하지 않으면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생명이 위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협력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의 협력 역시 중요한데, 이것은 기후온난화로 인한 폭우·가뭄 등 기상이변을 통해 겪는 현실적 고통과 피해를 통해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시민교육이야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고 강제하는 삶을 위한 교육인 것이다. 더 이상 점수를 비교하고 경쟁하는 교육에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자연환경과 사람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삶을 위한 교육이야말로 이 시대가 준엄하게 요구하는 우리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