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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오래된 일이다. 회식 자리에 부하 직원들과 술잔을 나누던 나의 부장님은 약간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더러는 진지한 톤으로, 더러는 유머러스한 어조로 말을 했다. “다들 알잖아. 우리 부서는 단결이 잘 되는 부서야. 오늘 기분이 좋다. 나, 여러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야, 박 선생, 너 내 마음 알지? 말 안 해도 알지 응? 좀 잘해 봐. 잘해 보자고!” 평소의 쫀쫀함을 버리고 부장님은 대화의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회식 자리의 대화처럼 대화의 현재성 즉, ‘지금 여기’의 현재성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대화 장면이 있을까. 현재성? 그게 무슨 말인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 내가 무언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지금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느낌, 그것이 바로 현재성의 실체이다. 현재이므로 느낄 수밖에 없는 각별함이야말로 현재성의 요체이다. 부장님은 부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계속했다. 우리는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불만 담긴 건의를 하기도 했다. 부장님은 해명성 답변 속에 자신의 불만도 피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부장님은 미안하지만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했다. 누군가 부장님을 택시 태워서 보내 드리고 들어왔다. 해방의 분위기가 되었다. 업무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하고, 부장님의 지도력(leadership)을 비판도 했다. 회식 뒷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 아닌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부장님이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먼저 일어섰던 그가 30분쯤 뒤 다시 부하들의 회식 자리로 돌아왔다. 왜 다시 오셨냐고 묻자, 그는 씩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자네들 말이야, 나 없으면 내 욕하려고 그랬지? 그럴 거 같아서 다시 왔지. 하하 농담이야.” 우리는 박장대소했지만, 속을 들킨 거 같아서 찜찜했다. 나는 여기서 부장님의 성격이 어떻다는 둥, 그의 본심은 무엇이라는 등, 그런 걸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대화의 현재성’을 말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화 중인 대화’가 발휘하는 힘을 말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화 중인 대화’는 기묘한 힘을 가진다. 이 힘은 합리적 추론도 무너트린다. 친목회 회장 뽑을 때, 참석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뽑자고 제안하여, 그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현재 대화 중인 사람들만이 결정한 그 나름의 불합리한 합리성이다. 더러는 도덕적 판단도 잠시 밀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대화의 현재성’이 만드는 사랑의 언약이야말로 허술함을 타고난다. 그 맹세가 훗날 배신이 되는 것은 현재성이 지닌 취약함 탓이다.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당도 할 수 없는 약속 즉,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겠다고 한 것도 ‘대화의 현재성’에 빠져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대화의 현재성은 ‘참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강화하기도 한다. 부장님이 회식 자리로 되돌아온 것도 ‘대화의 현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부장님은 회식 자리 대화를 벗어나는 순간 미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그의 마음은 ‘현재의 대화(조금 전까지 행했던 대화)’에 아직 머물러 있는데, 몸이 그 현재를 떠난다. 순간, 그는 자기 존재의 단절이라고나 할까, 정서의 허전함을 느낀다. 대화의 현재성이 가지는 강한 구심력에 끌려 이내 다시 회식 장소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02 그날 회식을 마치고 나는 합승 택시(가는 방향이 같은 승객을 여럿 태우던 택시)를 탔다. 차 안에는 세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다들 나처럼 모임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듯했다. 승객 중 누군가 내게 행선지를 물었다. 내가 가장 멀리 가는 승객인 줄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가 행선지를 묻고, 말문을 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택시 기사의 나이를 묻자, 금방 나이들이 오간다. 형뻘이 된다는 둥, 동생뻘이라는 둥 하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직업에 불만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하는 일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사는 일의 고단함을 말하면, 공감의 맞장구가 이어진다. 한때 잘 나가다가 망한 이야기, 새로운 시도를 희망 섞어 말하는 이야기도 나눈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끼리 만나 우정이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이다. ‘대화의 현재성’ 때문일까. 나도 대화에 잘 끼어든다. 아주 짧지만, 역동적인 대화 공동체가 만들어진 셈이다. 첫 번째 승객이 내렸다. 주말에 복권 사보는 재미로 지낸다고 했던 사람이다. 남은 승객 중 누군가가 그를 가볍게 비난한다. 그런 요행수나 바라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나. 뭐 그런 비판이다. 나머지 두 승객도 조심스레 그 비난에 동조한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저 사람 가족들 진짜 힘들겠다는 둥, 톤을 높여 그를 욕한다. 우리는 ‘대화의 현재성’에 깊숙이 참여한다. 대화의 주체임을 과시한다. 두 번째 승객이 내렸다. 누군가 그의 흉을 본다. “돈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너무 잘난 척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자기 잘난 줄만 아는 사람은 정말 밥맛없다.” 기사가 슬쩍 동조하며 끼어든다.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냥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유식하다는 듯이 말한다. “과도하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마음에 열등감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대화의 현재성’ 안에서 의기투합(意氣投合)이다. 세 번째 승객이 내렸다. 택시 안은 기사와 나, 둘만 남았다. 기사가 나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듯 말한다. 잘난 척하기는 지금 내린 양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겠네요. ‘대화의 현재성’이 나를 대화에 가담하도록 부추긴다. 내가 말한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조금도 못 봐주는 마음, 그게 바로 더 잘난 척하는 마음인데, 참 고약한 거지요.” 이러는 나야말로 잘난 척하는 거 아닌가. 물론 이건 나중에 든 판단이다. ‘대화의 현재성’이 이런 판단을 밀려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내렸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총총했다. 무언지 설명할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쯤 택시 기사가 나를 흉보고 있을 것 같았다. ‘대화의 현재성’은 그 뒤에 오는 다른 대화의 현재성에 의해서 금방 대상화되어 밀려난다. 나는 택시 안 대화에서 무슨 말들을 지껄였던가. 무엇에 홀린 듯했다. 03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화’는 은연중에 사람을 빨려들게 한다. 마력이다. 그것은 물의 소용돌이와도 같다. 아예 참여를 안 하면 모르지만, 참여하게 되는 순간, 그 대화를 역동하게 하는 한 축으로서 구실을 아니 할 수 없다. 만나서 대화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동의해 주지 않았을 일인데, 어찌 이야기하다 보니, 반승낙을 해 주게 되는 경우를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헤어져 돌아오면서 후회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이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하다. 현재의 대화 상황에서는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보다 더 중요한 사람도, 지금의 대화 장면에서는 나와 상대방에 의해서 대상화된다. 예컨대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와 내 부모님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었는지 생각해 보라.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대에게(그러나 왠지 마음이 끌리는 상대에게),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약간은 흉보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부모님이 소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지금 대화 상황에서는 나와 상대방만이 주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은 아무리 소중해도, ‘대화 주체인 우리’가 대화에서 다루는 대상에 불과하다. 현재는 언제나 절박하고,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래서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하고 옆에서 소곤거리면 귀가 그리로 쏠린다. 시공간적으로 가까우면 같은 편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현재성으로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일을 함께 모의했다가, 다시 뒤에 누구를 만나, 그 모의를 번복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현재의 밖’을 보지 못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없다. ‘대화의 현재성’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교육적으로 유용한 시사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친화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선생님과 나, 둘이서 ‘우리’가 되는 경험을 갖는 것이다. 학부모와도 ‘대화의 현재성’을 최대한 살려 본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우리’가 되어, 칭찬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대상을 공유하여, ‘대화의 현재성’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친밀과 신뢰를 미리 벌어두면, 이보다 더한 소통의 지혜도 없다. 협상에 능한 사람은, ‘대회의 현재성’이 주는 효과를 잘 살리는 사람이다.
2018년 우리나라 초·중·고생 희망 직업 순위 10위권 내에 새로 등장한 직업이 있다. 바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유튜버)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20위권 밖이었지만 1년 새 순위가 급등한 것이다. 이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자란 요즘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튜브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세대를 일컬어 ‘유튜브 네이티브(Youtube Nativ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이제 유튜브는 단순히 한 종류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교사의 유튜버 활동은 겸직 금지 위반일까?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학생들만의 모습이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알리고자 하는 교사들도 앞다퉈 유튜브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4월 교육부에서 실시한 ‘교원 유튜브 활동 관련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 934명의 교사가 유튜브 계정 976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자 수에 있어서는 1천 명 미만이 879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만 명 이상도 1명으로 집계되었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이 있는 교사는 24명으로 17명이 월 10만원 미만이고 월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1명이 있었다. 이와 같은 교사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교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다’, ‘겸직 금지에 따른 공무원 복무에 위배된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반대로 ‘유튜브 활동의 목적이 수익창출보다는 개인의 취미생활이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하거나 교육 콘텐츠 제작과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들의 교육적 활동에 대해서는 장려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한 복무지침을 마련 중에 있다. 교사 유투버의 목적은 수익창출이 아니다 ‘유튜브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어찌 보면 유튜브라는 미디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직접 유튜버로서 활동하려는 노력은 필연적인 시대적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시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찾아보게 돼요. 선생님이 직접 올린 영상을 보며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편리하고 좋아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사가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학생들에게 또는 그 외의 대상들에게까지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대표적인 교사 유튜버의 채널이다. 이와 같은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꿈선(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현직 교사들의 모임)’에서 운영하는 ‘초등 3분 과학’ 채널은 학생들에게 지역에 따른 교육인프라 불균형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픈 플랫폼인 유튜브를 선택하여 초등 과학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한 수익창출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기로 한 교육부의 결정과도 맞아떨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이 시대의 필연적 교육 그렇다면 학생들의 유튜브 활용, 또는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유튜브에는 사실 교사들이 올린 유익한 콘텐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건전하고 비교육적인 콘텐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학생들에게는 유튜브의 활용을 제한해야 할까? 또한 자극적인 영상으로 단순히 조회 수 올리기에 급급한 초보 유튜버들을 규제해야 할까? 그에 대한 대답은 단순히 ‘YES or NO’ 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대한 대답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Media Literacy Education)’에서 찾을 수 있다. 일찍이 해외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공교육에 반영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일례로 유네스코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MIL)’의 개념을 정립하고 ‘선생님을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과정’ 문서를 발간한 바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들에게 미디어/정보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 시행을 당부하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방법, 청중이란?, MIL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법, 광고, 미디어의 언어와 표현’ 등 실제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영국 BCS(British Computer Society, 영국컴퓨터협회)에서도 ‘컴퓨팅 기초 다지기’라는 교재 보급을 통해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다루기, 저작권, 정보 검색, 미디어 정보의 제작 공유 평가 등을 학습하여 디지털 사회에서 미디어 정보에 대한 바람직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하였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고력과 소양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유튜브로 대표되는 미디어 정보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 제작과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은 제한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필수가 될 소프트웨어 교육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초등 실과나 중등의 정보교과 이외 모든 교과교육의 내용에서 포함돼야 하지만 보다 명확한 시수 확보를 통한 집중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유튜브 바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시 유튜브 이야기로 돌아오자. 과연 학생들의 유튜브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이제 대답은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니다!’ 열려 있는 유튜브 세상을 교육적 측면에서만 제한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보다 실제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건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활용하고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미래 직업으로 유튜버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희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점 즉, 컴퓨팅 사고력의 중심도 단순한 코딩 능력이 아닌 무언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나 피지컬 컴퓨팅 도구 등으로도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기를 수 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도 넓은 의미에서 미래 사회 역량으로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르는데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현장에 부는 유튜브 바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교사들의 유튜버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앞으로 희망하는 교사들에 대하여 관련 교육 연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주로 20∼30대 교사들이 활동하는 미디어 정보 콘텐츠 세상에서 교사라면 세대를 초월하여 활동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사들에게 미디어 정보는 영상 친화력이 높은 우리의 초·중등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미디어 정보 콘텐츠 제작 및 공유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여야 한다. 교사 유튜버의 경우 이미 교육청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여 올 하반기 적용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미디어 정보 콘텐츠를 제작, 공유, 활동하는 학생에게 있어서도 적절한 정도의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보급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모든 교과 교육의 기반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게 함은 물론 현재 실과와 정보교과에 편제된 시수 이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교육 시수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옛말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 생활 속 유튜브 바람도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므로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 번째 만남 _ 당신의 교실에도 있는 아이 2016년은 특별한 만남이 있던 해였다. 국어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책을 돌아가며 읽을 때였다. 영주의 차례가 되자 힘겹게 한 글자씩 읽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글자를 빼먹거나 이해되지 않는 소리로 읊을 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영주를 향했다. 다른 아이들은 영주와 나를 번갈아 살피며 내 반응을 기다렸다. 5학년이나 되었는데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가 당황스러웠다. 그만두게 해야 할지, 천천히라도 읽어보라고 격려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색한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읽지도 쓰지도 못하니 5학년이 수행해야 할 모든 과제가 영주에겐 버거웠다. 또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영주를 아이들이 따돌리거나 무시하지 않을까 늘 경계했다.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이 오로지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열정만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쏟아부은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열정이 가파르게 소진되는 느낌을 받을 때는 나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내 탓이 아니야’라는 쉬운 말로 넘겨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학교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항상 분주했다. 담임교사가 혼자 책임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그사이 바쁜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있던 아이는 6학년이 되었고 중학생이 되었다. 아이는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교실에 남겨져 있다. 비슷한 아이를 만날지 모르는데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피할 순 없었다. 두 번째 만남 _ 아이들은 왜 어려워할까? 필연적인 두 번째 만남이 찾아왔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격주로 모여 ‘아이들은 왜 읽기를 힘겨워할까?’부터 고민했다. 너무 당연해서 등한시했던 문제였다. 이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학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향해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라는 화살을 쏠 게 분명했다. 아이들이 왜 배움의 고통을 겪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기초학력부진의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열악한 가정환경이나 평균보다 낮은 인지능력, 누적된 학습결손 등이다.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공부시간과 양이 적은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동안은 학습결과에 따라 기초학력부진학생을 가려냈다. 하지만 진짜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찾기 위해서는 학습결과에 드러나지 않는 학습과정에서의 맥락을 살펴야 했다. 단순 학습 소홀 학생에서부터 학습장애 학생까지 배움의 고통을 겪는 학생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초학력부진학생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진단과 지원만으로는 기초학력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세 번째 만남 _ 희망적이면서 불편한 이유 현장에 있으면 많은 정책을 만난다. 만남의 깊이는 교사마다 다르다. 관련 업무를 하거나 기초학력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학습부진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문이나 가이드북 하나 툭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기초학력정책의 효과를 입증하려는 듯 연말이면 관 주도의 각종 보고 행사와 사례 발표들이 잇달아 선보인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검증된 방법이 아닌 개별 사례만을 다룰 뿐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부딪히는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원인이 다양하다. 난독증일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하나하나를 담임교사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심지어 학교에 기초학력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없거나 그마저도 매해 업무담당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정책을 창의적으로 집행할만한 전문성과 권한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예산의 많은 부분을 단순히 외부 강사를 고용하는 데 쓰이곤 한다.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안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사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빠지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초학력정책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두드림 학교, 학습도움센터, 책임지도제 등의 정책이 있지만 안전한 기초학력지원체제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학습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 안전망인 교사들을 위해 실습과 슈퍼비전을 동반한 연수를 개설하는 것이다. 연수의 목적은 기초학력부진학생의 특징과 기초학력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진단·보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단위로 슈퍼비전을 포함한 직무연수를 개설하여 지역에 있는 기초학력부진학생 지도사례를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예비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교육대학은 다양한 학습자에 대한 이론과 해결을 실습이 아닌 강의만으로 제공하였다(특수아동의 이해, 아동발달과 학습, 생활지도와 상담 등 교육과정이 있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실습은 꼭 필요하다). 예비 교사들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동행프로젝트, 한국장학재단 다문화 멘토링 등을 통해 다양한 학습자를 만나 지도한다.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슈퍼비전을 결합하여 기초학력부진학생에 대한 사례와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2단계 지원을 위해 학교당 1명 이상의 기초학력 전문교사(정규교사 중 활용)를 배치하는 것이다. 전문교사의 역할은 기초학력부진학생을 검증된 도구로 직접 진단하거나 교사들이 진단하도록 돕고, 발견된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회를 주관하며, 직접 또는 강사 관리를 통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장 교사들이 교육대학 혹은 시도별 학습클리닉센터 등에 파견되어 기초학력지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이미 경인교육대학교의 예가 있다). 이런 파견 제도를 활용하면 대학·외부 자원을 활용하여 현장 교사의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추후 현장 중심의 기초학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3단계 지원을 위해 학습클리닉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상담·심리 등의 자격증 소지자가 주로 채용되고 있어 언어치료·학습치료 분야의 역량강화도 필요하다. 보통 기초학력부진학생의 경우 3가지의 지원 즉, 학습지원·학습전략지도·심리정서지원을 필요로 한다. 학습클리닉이 지원하는 20~25회기 이내의 상담 중 심리정서지원과 학습지원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학습 측면의 지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마저도 기수혜자나 타 상담기관 수혜자는 지원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정서와 학습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 연구와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더 나은 만남을 위해 위에서 3단계의 안전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기초학력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권한이 있는 교사를 거쳐야만 한다. 교사의 관심은 대부분 정책 자체이기보다는 아이들을 돕는 실제적인 방법에 있다. 정책은 이를 더 쉽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기초학력정책은 로빈슨(Robinson)의 말처럼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가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그 장면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합의된 기초학력의 개념을 만나야 한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기초학력의 개념이 모호하다. 기초학력 부진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구성원 간의 기초학력의 개념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핵심 과제를 가려내기는 어렵다. 현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발견하지 못해 중재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음으로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증된 진단도구를 만나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진단·보정시스템이 학교 안의 학생들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관점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진단·보정시스템은 해가 지나면 누적된 정보가 초기화된다. 학급 담임과 업무 담당자가 매년 바뀌는 가운데 정교하지 않은 진단 도구로 인해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검증된 지도방법을 만나야 한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으려면 마지막 한 아이를 반응하게 하는 지도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저학년 한글교육을 예시로 들면, 찬찬한글이 있다. 모음과 자음을 입 모양과 음가로 가르쳐서 음운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도 지도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가 기초학력부진학생을 만나기 전에 전제되어야 하는 만남이다. 아이들은 빠르게 자란다.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저학년부터 시작되어 학교에 다니는 전 기간에 걸쳐 배움의 고통을 겪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기초학력부진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원이 강화된다면 각급 학교의 수고도 줄어들 것이다. 매년 더 나은 만남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정책과 지원체제가 절실하다.
“어떤 난관이 있어도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합니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폭력은 경찰이 담당해야죠. 수사권도 없는 학교에 모든 책임을 지우면 어떡합니까. 학폭법도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적용,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지난 4월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한상윤 교장(서울봉은초)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학폭법 개정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법이 중등 실정에 맞게 만들어지다 보니 초등학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며 초등 저학년은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초협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책 중심 교장회,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교장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주요 교육정책들이 현장과 괴리돼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교장회가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할 것은 따끔하게 충고하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한 회장과 일문일답.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신임회장으로서 소감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의 협의체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한초협)이 설립된 것은 1956년이다. 지난 63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경제발전을 통해 선진국에 들어서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거기에는 교원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 하지만 지금 교장선생님들의 위상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한국교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교육이 바로 서야하고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장선생님이 존중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주어진 임기동안 교원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어깨가 무겁다.”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한초협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회장 선거 때 내건 슬로건이 ‘품격있는 한초협’이다. 정부의 교육정책 중 잘한 것은 품어주고 잘못한 게 있으면 격조 있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에서 한글자씩 따왔다. 그러기 위해 정책 중심의 교장회를 만들고 교사들이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장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장들이 교육정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생각이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신뢰받는(Trust)교장회, 함께하는(Together) 교장회, 투명한(Transparent) 교장회 즉, 3T 운영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도 강화해 나가겠다.” 정책 중심 교장회를 표방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상당수는 현장 적용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것들이 많다. 방향이나 내용은 좋을지 몰라도 교육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전체 교장의 의사를 묻는 긴급설문조사 등을 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생각이다. 또 1년에 두 차례 학술포럼을 열어 한국교육이 나갈 방향성도 제시해 보려 한다. 우선 오는 7월 학교통합지원센터의 진로를 탐색해보는 포럼을 예정해 놓고 있다. 하반기에는 교장의 소진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학교장을 힘들게 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실태와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학교통합지원센터는 당초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들려온다.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준다길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현장의 요구와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학폭위를 통합지원센터로 이관한다고 하는데 어느 수준까지 할지가 명확치 않다. 궂은 일은 교사들이 다 하고 센터는 관리·감독만 하는 시스템이라면 의미가 없다. 또 호봉재획정도 교사의 자격변동만 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휴직 후 복직한 사람들 것까지 다 할 것인지 합의가 안 된 상태다. 형식논리보다 내용이 중요한데 그런 디테일이 아쉽다.” 교사들이 가르치는데 전념할 수 지원하는 교장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다. 학폭법 때문에 현장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방향은 우선 두 가지다. 하나는 초등 저학년은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1학년 학생이 장난삼아 한 행위도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폭대위를 열어야 한다. 사소한 다툼까지 폭대위를 열어 처벌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선도위원회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학폭법이 중등에 맞춰 만들어지다 보니 초등학교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학폭법 적용 범위다. 방과후에 학원이나 개인적으로 떠난 해외캠프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학교가 떠맡고 있다. 학교 울타리 밖에서 발생한 학생 간 폭력은 경찰이나 유관기관에서 맡아야 한다. 학교에 무슨 수사권이 있다고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폭력 개념에 속지주의를 적용,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만 학교가 책임지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자체해결제 즉, 학교장종결제 역시 학폭법 개정의 주요 쟁점인데. “일부에서 학교자체해결제가 도입되면 은폐나 축소를 우려하는 모양인데 학교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선도위원회 등을 통해 자체해결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게 하면 공정성 논란은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임기 중 학폭법 하나는 꼭 개정하고 싶다.” 그동안 주요 현안에 교장회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앞으로 달라지는가. “어떤 정책이든 현장 적합성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을 제일 잘 아는 교장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도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국가교육회의나 출범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에 초등교장 대표가 참여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째를 맞는다. 그간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런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정책다운 정책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다만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를 허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학교가 아니면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국민들 걱정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초학력은 교육의 핵심이다. 창의교육이니 인성교육이니 하지만 그런 교육도 기초학력이란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원인은 워낙 다양해서 딱 꼬집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학교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라면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일이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 정원을 늘려 초등 저학년에서는 1수업 2교사제와 같은 방안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부진은 초기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교권침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학부모들 민원에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많은데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옛말에 훌륭한 부모는 자신의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고 했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성장한다. 부모가 선생님을 무시하고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자식은 그 교사로부터 지식이든 지혜든 인성이든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 학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교사는 헌신적으로 희생한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선배 교원의 한사람으로서 좋은 근무여건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교장회가 얼마나 많이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자신하기 어렵지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임기 2년간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선생님들도 교사로 출발할 때 마음먹었던 것 처럼 본연의 직분에 매진해 주길 기대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헌신해 달라.”
불과 20년 전만 해도 K팝이란 말은 없었다. 그냥 가요, 혹은 한국대중음악이었다. 작곡가 주영훈이 제작한 댄스그룹 이름이 ‘K팝’이었을 정도다. 그땐 아무도 가요가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고정관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깨뜨린 사람은 보아다. 이전에도 2인조 그룹 클론이 대만 등에서 한류(韓流)를 일으킨 사례가 있었지만, 보아는 새로운 성공사례를 개척했다. 통상 해외진출이란 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난 뒤 그걸 기반으로 한다는 게 통념이었다. 보아는 국내에서 데뷔(2000년)를 하긴 했지만, 일본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 2002년 무렵 보아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역수출’ 됐다. 이것은 한국에서 준비한 가수가 해외시장, 그것도 일본처럼 커다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비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비는 보아와 함께 한국 가수의 ‘기준’을 올려놓은 인물이다. 비는 ‘한국인은 격렬한 춤과 라이브를 동시에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통념을 깼다. 비 이후부터 소위 ‘아이돌’ 가수도 춤과 노래를 동시에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기준을 요구받았다. 스스로 진화해온 K팝 다음은 동방신기다. 2004년 데뷔해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이듬해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한 번 ‘신인가수’로 데뷔했다. 가수 자체의 역량이 워낙 뛰어난 데다 일본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동방신기부터는 한국 가수가 오리콘 차트 정도를 점령하는 건 더 이상 ‘사건’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이들이 선배 가수인 H.O.T가 해체하는 원인이 됐던 ‘소속사와의 분쟁’을 답습했다는 점이다. 5인조 동방신기는 2010년 무렵 두 개의 팀(동방신기, JYJ)으로 분할됐다. 이 무렵부터 ‘7년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 가수와 소속사의 계약기간이 7년으로 설정되는데, 이 7년을 넘기는 인기가수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빅뱅은 이 징크스를 깨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2011년 기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멤버 전원이 재계약했다. 빅뱅의 사례는 어떤 인기가수가 하나의 소속사와 오래 일할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재계약 이후의 빅뱅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어마어마한 팬덤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횟수의 공연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한국 대중들은 국내 기획사에서 ‘상품’으로 기획된 5인조 팀이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현시점 가장 진화된 형태의 K팝 가수는 물론 방탄소년단(BTS)이다. 뛰어난 춤과 노래, 자작곡 능력, 소속사와의 끈끈한 관계 등 지금까지의 성공사례가 모두 담겨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가수가 한국어로 부른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빌보드 1위’를 기록해도 천지가 개벽하지 않고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새롭고도 어려운 문제 K팝은 이렇게 스스로의 문제를 그때그때 고쳐가면서 천천히 진화해왔다. 문제점이 도출되면 그걸 보완한 팀이 다음으로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새롭고도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다. 최근 마약 사태로 연예계를 은퇴한 박유천(동방신기/JYJ), 성 접대 논란으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승리(빅뱅)는 모두 ‘성공한 K팝 스타’ 출신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모두가 그들처럼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흘리고 있다.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들을 부러워할 따름이었다. 박유천과 승리 사태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을 사랑해준 대중을 상대로 수많은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유천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웅변했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나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 이들의 영혼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는 아직도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큰 성공을 거둔 가수라 하더라도 그들의 인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K팝 시장 전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인성’이야말로 연예인의 새로운 자질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건 마치 대한민국의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비슷하다.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하며 그 밖의 다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도 된다는 과거의 사고방식은 21세기의 가치관과 격한 충돌을 빚고 있다. 이와 똑같은 문제가 문화산업에서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승리가 연예계를 은퇴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노래 ‘셋 셀 테니’의 가사를 보면 ‘어차피 동물이란 생각을 해’라는 구절이 있다. 이 가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묻는다. 이대로 좋은가?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대부분 사람의 생각 속에는 선비들 하면 으레 올곧은 삶의 표본으로 각인되어 있어, 선비들의 공부 자세 또한 대단히 모범적이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 같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우문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비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선비는 기본적으로 과거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비들이 어떻게 과거시험을 준비하였는가를 다시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史實)들이 비로소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 그 중 먼저 언급할 것은 임기적(臨機的) 학습이다. 이는 시험 때에 닥쳐서 학습한다는 것으로서, 평소에는 학습에 치중하지 않고 있다가 과거시험 때가 다가오면 그때 가서 급하게 공부를 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선비들이 어떻게 벼락치기 공부를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가을에 초시를 실시하고 봄에 이르러 복시를 실시하기 때문에, 유생들이 겨울 3달 동안에 기억하고 외우면 요행으로 과거에 뽑힐 수 있다고 여겨 모두 제술에 전념하고 경전 학습에 힘쓰지 않습니다. - 성종실록 18년 12월 정축 지금까지 사람을 뽑는 법은, 그해 가을에 초시를 뽑고 이듬해 봄, 회시 때 강경시험을 실시하므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올가을에 초시에 합격하면 8월부터 내년 3월 때까지 모두 8개월이니, 이때에 글 읽기에 힘을 써도 강경시험을 볼 수 있겠다”하여, 이 때문에 학습을 폐기하고 글을 읽지 않고서 놀러 다니며 이야기나 하면서 날을 보내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이런 풍조입니다. - 성종실록 19년 9월 갑자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는 대과의 경우 1차 시험인 초시는 가을에 제술시험(일종의 논술시험)을, 2차 시험인 회시(복시)는 그 이듬해 봄에 강경시험(일종의 구술시험)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흔히 당시 선비들은 초시와 회시에 대한 모든 공부를 마친 다음 과거에 응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위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먼저 초시만을 준비해서 만일 여기에 합격하게 되면, 바로 이때부터 회시 준비를 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했던 이유는 초시와 회시 사이에 8개월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8개월 내내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겨울 동안인 3개월만 학습하려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시험 과목인 사서(四書)와 삼경(三經)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응시 전에 대체로 학습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심지어 3개월 동안에 경서 공부를 마치려 했다는 것은 무모한 행태였다고 할 수 있다. 편법으로 시험을 연기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정상적 행태는 다른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당시 과거 응시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여러 가지 편법을 행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선 이와 관련된 사료를 보기로 한다. 이번에 한성시에 합격한 유생들이 병이 들었다는 증명서를 받은 자가 상당히 많은데, 그 무리가 어찌 다 참으로 병들었겠습니까? 이는 반드시 요행으로 한성시에 합격하고서 강경시험 보기를 꺼리는 자일 것입니다. …(중략)… 이런 경우는 다음 과거시험(회시)에 참가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성종실록 21년 9월 기사 당시에는 초시에 합격하면 바로 그다음 단계인 회시에 응시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3년 후에 실시하는 차기 과거시험의 회시에 응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다만 수험생 본인이 응시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시험 연기가 허용되었다. 그런데 당시 유생들은 초시(한성시)에 합격하더라도 회시에 응시하지 않고 병을 핑계로 연기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이 허위로 병을 칭탁하면서까지 시험을 미루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다음의 기록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초시에서 합격한 자가 글을 더 읽고 강경시험에 응시하려는 속셈으로 병을 핑계 대고 글을 충분히 읽은 다음에 와서 시험 보는 사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가시험에 있어서 공평하지 못한 일이니, 여러 사람이 다 알고 있는 병이 아니면 허락해서는 안 된다. - 중종실록 27년 9월 기사 그 이유는 한마디로 유생들이 초시 합격 후에 곧바로 회시에 응시하는 것보다는 회시를 연기하여 더 많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하면 그만큼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이 기록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험 연기 이유가 그들이 회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유추할 수가 있는데, 이들 중에는 앞서 초시에 합격하고 벼락치기로 회시에 응시하려 했으나 결국 그러한 계획이 실패로 끝났던 유생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의 기록 내용을 보면 당시에는 상당수 유생이 허위 증명서를 제출하고 시험 연기를 허락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허위 증명서를 제출하여 연기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명백한 범법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연기를 통해 3년이라는 시험 준비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초시 후에 곧바로 회시에 응시하는 유생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만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그렇다면 당시 선비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먼저 평상시에는 학업에 태만하다가 과거시험이 코앞에 닥쳐야 학습에 매진했던 경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임기적 학습 행태는 단순히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을 강조했던 당시의 시선에서 그러한 행태는 불성실함의 증거였기 때문에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선비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임기적 학습 행태는 다음과 같이 규범적 차원이 아닌 수험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은 나름대로 효과적인 시험 준비 방법을 추구하게 되는데, 평소에 지속적으로 학습에 매진하기보다는 시험 때가 임박해서 집중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실제 시험에서는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흔히 망각의 곡선으로 알려진 인간 기억능력의 실상 즉, 기억은 일관되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만 효과가 크고 그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평소에 꾸준히 학습에 매진한다는 것은 학습의 효율성 즉, 투입한 시간 대비 학습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험 때가 다가오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단지 학습의 성실성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당시에는 불성실한 태도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학습 전략적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편법적 시험연기 행태도 이해의 여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과거시험 공부는 끝을 알 수 없는 고행의 과정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에 걸쳐 응시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마땅히 그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당시 과거시험은 많은 응시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승부를 건다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시험 단계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 선비들은 우선 초시만을 준비하여 합격하게 되면, 시간을 갖고 다음 단계 시험인 회시를 준비하기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연기하려 하였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덧씌워진 ‘성실인’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단지 ‘수험생’이었다는 관점에서만 들여다본다면, 앞서 살펴본 모습들은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였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 중에 편법적인 행태마저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만일 오늘날의 수험생들이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그들 역시 똑같은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험이 수험생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 그들보다는 그 주범인 시험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
다 함께 놀자 그림놀이터 (참쌤스쿨 그림놀이터 지음, 에듀니티 펴냄, 240쪽, 1만7000) 현직 교사들이 실제 교실에서 실천해본 그림놀이 50가지를 소개한다. 경쟁·창의·추리·친교·협동 등 5개 사회적 역량별로 학년과 교과에 따라 해보면 좋은 놀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각 놀이마다 준비물부터 참여 인원, 소요시간, 방법과 규칙이 상세히 소개돼 있어 쉽게 보고 따라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철학하기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강만원 옮김, 김영사 펴냄, 284쪽, 1만3800원) 6살 때부터 시작하는 프랑스식 철학 교육법을 다뤘다.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행복·사랑·친구·죽음 등 삶과 연결되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이끄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명상방법과 철학교실 운영을 위한 기본 규칙, 20가지 주요 철학 개념 등을 제시한다.
초등 온작품 읽기 (로고독서교육연구소 지음 | 맘에드림 펴냄, 368쪽, 1만5500원) 두루 넓게 배우며, 자세히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며, 명백하게 분별하고, 성실히 실천하며 책을 읽어야 함을 강조한 정약용의 ‘일권오행’ 독서법을 실제 학교 수업에 적용한 교사들의 경험을 담았다. 작품 선정부터 연극 등 종합 활동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내 말 사용 설명서 (변택주 지음, 차상미 그림, 원더박스 펴냄, 216쪽, 1만3500원) 아직 소통에 서툰 십대들이 알아두면 좋을 대화습관을 열다섯 살 소녀와 도서관 할아버지의 대화로 풀었다. 제 뜻을 표현하지 못해 오해받을까 하는 안타까움, 엄한 부모님에 대한 두려움 등 십대 소년소녀라면 한 번쯤 가져봤음직한 고민을 할아버지의 다정한 말투로 해소해준다.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김보영·박상준 지음, 이지용 감수, 지상의책, 252쪽, 1만4800원) 쓸데없고 엉뚱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논쟁거리가 우리 주변에 제법 많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같은 질문이 몇 년 새 SF적 상상에서 직면한 현실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네 인물의 SF적 토론과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한껏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프를 만든 괴짜 (헬레인 베커 지음, 정주혜 옮김, 마리 에브 트랑블레 그림, 담푸스 펴냄, 44쪽, 1만800원) 그래프를 만든 사람은 누굴까? 이 책은 직관적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기억도 오래 가게 해주는 인포그래픽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윌리엄 플레이페어의 삶을 조명한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숫자를 쉽게 풀어낸 그래프조차 어려워한다.
코딱지 대장 버티 ① 지렁이편 (데이비드 로버츠 기획·그림, 앨런 맥도널드 글, 고정아 옮김, 아이들판 펴냄, 100쪽, 1만2000원) 사람들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만 용케 골라서 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개구쟁이 버티. 좋지 않은 습관의 총 집합체 같은 어린 소년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안한 모습에 어른들의 핀잔이 이어지지만, 이에 주눅 들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이 흥미롭다.
다도해 푸른 바다, 하얀 등대가 어우러진 조그만 섬. 포말처럼 하얀 바위가 햇살에 유난히 눈부신 곳. 뱃길을 따라 오가던 사람들은 그곳을 백야도라고 불렀다. 교실 창문을 열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여수안일초등학교 백야분교장. 오래되고 낡은 섬마을 학교가 아이들의 꿈을 담은 아름다운 벽화로 채색되면서 재탄생했다. 바다를 닮은 아이들 1932년 세워진 백야분교장. 한때는 여수시 화정면의 중심지로 바닷가 아이들의 재잘댐이 가득했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이촌현상으로 지금은 전교생이 8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분교장이다. “학교가 많이 낡았어요. 지어진 지 오래되고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다 보니 별수 없었죠.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보금자리인데 뭔가 변화를 주고 싶어 선생님들과 아이디어를 모으다 벽화를 생각해 냈습니다.” 이 학교 이경애 교장은 헐벗은 외관을 새롭게 단장하고 아이들의 예술적 소양과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벽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바다를 닮은 아이들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이 교장은 그래서 벽화 주제를 ‘등대와 바다와 배’로 정했다. 학교가 위치한 백야도는 하얀 바위와 등대로 유명한 곳. 섬 주위에 파도가 거세 등대는 어부들에게 생명의 불꽃같은 존재였다. 다도해 수많은 섬들이 있지만 여행 전문가들 사이에선 유난히 아름다운 이곳을 첫손에 꼽는다. 벽화 작업에는 분교장 전교생 8명과 4명의 교사와 강사가 참여했다. 지난 4월 15일 드디어 한 달간의 작업 과정을 거쳐 한 폭의 벽화가 완성됐다. 바람이 불때마다 파르르 떨던 외벽은 말끔히 사라지고 파란 하늘, 넘실대는 파도와 하얀 종이배, 그곳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들과 어우러진 아이들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뿐 아니다. 바닷길을 따라 오르던 교실 앞 계단은 무지개로 변신했다. 빨주노초파남보, 곱게 칠해진 무지개 계단. 일곱색깔 줄기 따라 꽃과 별이 수 놓였다. 계단을 건너면 꿈과 상상이 금방이라도 현실로 나타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 교장은 백지 상태로 비어있는 다른 쪽 외벽도 이번 학기 중 벽화로 꾸밀 계획이다. 바다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그들에게 ‘백야’에서의 삶이 참으로 아름다웠다는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해주고 싶어서다. 작은 학교 큰 교육 사실 백야분교장은 한때 폐교 위기에 몰릴 정도로 학생수가 줄었었다. 하지만 여수시와 연결된 연륙교가 생겨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여기에 규모는 작지만 내실 있는 교육이 돋보이는 알찬 학교라는 입소문이 퍼지자 학생들이 찾아왔다. 지난 2017년 부임한 이 교장은 ‘작은 학교 큰 교육’이란 슬로건으로 학교에 새바람을 불어 넣었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기회복능력을 길러주고 싶어요.” 농어촌지역 소인수 학교다 보니 아이들이 협동학습에 취약하고 자존감이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없이 순박하지만 어딘가 움츠려 있는 아이들이 안타까웠던 이 교장은 스스로 도전하고 꿈을 향해 매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다. 먼저 자기주도력을 갖추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를 위해 학예회와 같은 학교행사나 프로젝트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생각하고 계획한 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표현할 수 있게 했다. 매년 한 차례씩 갖는 시낭송 대회도 학생들이 주관하고 교사들은 에스코트 역할만 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교실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어났다.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아이들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해진 것이다. 이 교장은 아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했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여럿이 함께하는 학습 활동에선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예감 365’로 이름 붙여진 예술감성교육을 통해 사물놀이·바이올린·피아노와 같은 하모니를 중시한 예술교육에 힘을 쏟았다. 이번처럼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제작한 벽화도 협동교육의 일환이었다. 지역사회의 지원도 끌어들였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말처럼 지역사회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 지역특성을 살린 교육활동을 전개했다. 해양수산연구소의 도움으로 실시한 ‘바다생태프로그램’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역이 살려면 학교가 살아나야 한다 학생들의 학력은 어떨까? 최근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지만 백야분교장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오히려 1대1 맞춤학습이 내실 있게 운영되고 하브루타 학습, 거꾸로수업 등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학생들 간 서로 묻고 답하면서 발표력도 좋아지고, 흔히 3R로 설명되는 말하기·읽기·쓰기 중심의 학력도 쑥쑥 올라갔다. 이 교장은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말처럼 지역이 살려면 학교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귀촌과 귀어가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인기지만, 그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이다.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믿고 맡길만한 학교가 있어야 하는 데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 교장은 그래서 농어촌 지역일수록 학교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역설했다. 학교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믿을 만 하다는 신뢰가 주어지면 젊은 층이 몰려 인구 감소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양질의 소프트웨어와 함께 교육시설과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백야분교장의 경우 학생수가 적다 보니 체육관 등 다양한 교육시설이 부족하다. 체험학습과 같은 놀면서 배움을 즐길만한 공간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는 학교장으로서 미안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의 통학 불편을 덜어줄 ‘에듀버스’와 같은 지원 시스템도 하루속히 시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1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이곳은 행복한 요람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교사들이 있고 그들은 그림자놀이 하듯 졸졸 따르는 아이들이 있어서다. 방과후 텅빈 교정에 5월의 남풍이 살며시 불었다. 햇살을 받은 잔물결이 인어의 비늘처럼 사르르 일렁였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항은 가해학생 조치로 제1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부터 제9호 퇴학까지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31일까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임의적으로 가해학생 조치를 결정하였다. 이에 가해학생 조치가 학교마다 고무줄이라는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제19조는 ‘세부적인 기준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부가 조치 기준을 고시하지 않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다. 이에 2016.9.1. 교육부는「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고시」(이하 ‘세부기준 고시’라고 함)를 제정하였다. 다음에서 세부기준 고시의 내용과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살펴보자. 기본 판단 요소 세부기준 고시에 따르면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의 조치를 결정할 때 먼저 다섯 가지 기본 판단 요소(학교폭력의 심각성, 학교폭력의 지속성, 학교폭력의 고의성,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화해정도)의 정도를 심의하여 판정점수를 산정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위원들에게 점수표를 주고 각자 요소에 점수를 기입하게 한 뒤 이를 산술 평균하여 각 요소의 최종 점수를 산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치위원회는 판단 요소를 개별적으로 심의를 하여 기본 판단 요소의 점수를 결정해야 한다. 판단 요소의 특정 부분에서 위원들의 의견이 나뉠 때는 투표로 점수를 산정할 수 있으나, 단순히 위원들이 생각하는 점수를 적게 하여 기계적으로 최종 점수를 산정하는 것은 올바른 심의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자치위원회가 기본 판단 요소의 다섯 가지 요소의 경중을 나눠 점수를 산정하여 합산하고, 각 점수에 부합하는 가해학생 조치를 다음 표에 따라 잠정적으로 결정한다. 기본 판단 요소의 점수 합계가 10점이라면 6호 출석정지로, 5점이라면 3호 학교에서의 봉사가 될 것이다. ‘잠정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단순히 기본 판단 요소에서 산정된 점수로 가해학생 조치가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나중에 다시 경감할 수 있는 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가적 판단 요소 기본 판단 요소에서 점수를 산정하여 잠정적으로 가해학생 조치를 결정한 후 부가적 판단 요소인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을 심의하여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으며 피해학생이 장애학생에 해당하면 조치를 가중할 수 있다.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을 심의하여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때는 출석위원 과반수가 동의하여야 한다.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때 반드시 1단계만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가중 또는 경감할 수 있다. 기본 판단 요소는 정량적인 심의를 하여 잠정적으로 조치를 결정하고 부가적 판단 요소 중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 단계에서 정성적인 심의를 하여 자치위원회에게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을 고려하여 조치를 가중하거나 경감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세부기준 고시의 구체적 판단지표 1) 학교폭력의 심각성 학교폭력의 심각성의 판단지표는 ①가해행위의 죄질(폭행보다는 상해가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으며, 일반적인 학교폭력보다 성폭력이 죄질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②학교폭력을 행사한 방법(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였는지, 집단으로 폭력을 행사하였는지), ③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의 정도, ④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연령(상급생이 하급생에게 폭력을 행사했거나, 하급생이 상급생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면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같은 신체적 폭력이라도 초등학교 저학년 간에 발생한 폭력은 고학년에 비해서는 심각성의 정도를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이다. 2) 학교폭력의 지속성 학교폭력의 지속성은 가해학생이 학교폭력을 행사한 기간과 횟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지표는 명확하나 가해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의 지속성에서 ‘없음,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즉, 어디까지가 지속성이 낮은 것이고 높은 것인지는 매우 불명확하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학교폭력 유형에 따른 특성상 상해는 대부분 1회성 행동으로도 학교폭력 신고가 되어 자치위원회가 개최되는데 반해, 따돌림은 정의에 지속성과 반복성이 내포되어 있어서 지속적인 행위가 누적되어야 자치위원회가 개최되므로 학교폭력의 유형에 따라 지속성은 다른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 지속성의 판단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소 가해학생이 다른 학교폭력을 자주 행사하여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다거나, 자치위원회가 개최되어 조치를 받은 적은 없으나 교사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실이 있으면 지속성의 판단범위에 포함하여 지속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불명확하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학교폭력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범위는 자치위원회가 개최된 안건 즉, 문제가 된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행사한 학교폭력 행위 그 자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심의 안건으로 회부된 학교폭력 이전에 다른 학교폭력을 행사하여 조치를 받았다거나, 교사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실은 기본 판단 요소인 학교폭력의 지속성에서는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가해학생이 이전에 학교폭력을 행사하여 가해학생 조치를 받은 사실은 부가적 판단 요소인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에서 고려의 대상으로 삼아 조치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학교폭력의 고의성 학교폭력의 고의성 판단 지표는 ①우발적 행위인지 계획적인 행위인지, ② 피해학생이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③교사의 지도가 있었는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4)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 가해학생의 반성 정도는 ①사안조사를 할 때 가해학생이 잘못을 인정하는지 여부, ②책임을 피해학생이나 다른 가해학생에게 전가하는지, ③사건 이후에 자치위원회가 열리기까지의 학교생활 태도 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5) 화해 정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에 서로 원만하게 화해가 되었다면 화해 정도 점수를 0점으로 줄 수 있을 것이다. 원만하게 화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가해학생 측이 전혀 화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화해의 정도는 4점을 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해학생 측은 화해를 위해 진지하고 충분한 노력을 하였는데 피해학생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였거나, 화해를 전혀 받아주지 않고 거부하였다면 가해학생의 노력을 고려하여 1~3점의 점수를 줄 수 있다. 6)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 부가적 판단 요소인 해당 조치로 인한 가해학생의 선도가능성은 ①이 사건 이전에 가해학생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지, ②가해학생의 학교생활 태도, ③가해학생이 장애학생인지 여부, ④자치위원회가 개최되는 시기 등을 고려하여 조치를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 판단 요소에서 13점의 점수가 나왔다면 학급교체를 하여야 하는데 자치위원회를 개최한 시기가 학년말이라면 학급교체는 불필요하고 오히려 학교의 부담만을 가중할 뿐이다. 이때 선도 가능성에서 학년말을 고려하여 출석정지나 특별교육이수로 조치를 감경할 수 있는 것이다. 7) 법원 판결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2017년 집단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하여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 별로 세부기준 고시에 따라 심의하여 조치를 결정하지 않고 가담 정도에 따라 그룹별로 나누어 조치 내용을 결정한 경우 가해학생 처분이 고시에 따른 기준과 방법을 준수하여 적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해학생 조치를 취소하였다. 따라서 자치위원회가 가해학생 조치를 결정할 때 과거처럼 임의적으로 조치를 결정하면 안 되고 세부기준 고시에 따라 심의를 하고 이를 회의록에 기재하여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비슷한 학교폭력이라도 학교에 따라서 서로 다른 조치가 나올 수 있다. 단순히 다른 학교에 비하여 조치가 과하다는 이유로 그 조치가 위법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자치위원회의 결정에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자치위원회가 세부기준 고시를 준수하여 심의하였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해당 조치를 결정하였는지가 회의록에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회의록을 열람한 후 해당 조치를 수긍할 수 있으며, 설령 학부모가 수긍하지 못하여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법원이 자치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해 볼까 한다.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 ‘목적사업 일괄안내제’, ‘학교기타운영비 교부 계획 조기 통보’이다.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 우선 ‘공모사업 학교자율운영제’는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사업을 기존 교육청이 주관하고 선정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교육청에서는 예산만 지원하고, 학교에서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사업의 수와 주제, 예산 집행 계획 등의 방법을 자율 결정하는 방식이다. 예산은 많지 않다. 초·중학교는 1,400만 원, 고등학교는 500만 원이다. 영역별 사업과제 예시 자료도 함께 제공한다. 학교에서는 아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예산을 자율 편성하면 된다. 학교자율 교육활동 영역은 학교의 여건과 미래 교육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역량중심, 학생참여중심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사업을 말한다. 교원공동체 역량강화 영역은 학생과 교사의 성장을 위한 교사들의 자발적·협력적·지속적인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을 말한다. 학생 및 학부모공동체 역량강화 영역은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한 학생회 운영비, 학부모 학교 교육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학부모회 운영비 등을 말한다. 예산편성은 교육운영비, 일반수용비, 여비 등 사업 성격에 맞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인건비, 시설비, 자산취득비성 경비는 편성하면 안 된다. 교원학습공동체와 학생자치 및 학부모공동체 영역은 예산액의 50% 이내에서 업무추진비 편성도 가능하다. 목적사업 일괄안내제 다음은 ‘목적사업 일괄안내제’이다.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가는 목적사업비는 교육청 자체 예산인 교육비특별회계, 교육부 특별교부금, 시·도 전입금, 국고지원금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서울의 경우 2019년도에 약 312개 사업에 1조 2000억 원 정도 된다. 기존에는 목적사업비를 사업부서의 판단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학교로 내려보냈다. 학교에서는 다음연도 본예산 편성 때 어떤 사업이 목적사업비로 내려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적사업비로 내려오는 예산을 본예산에 중복해 편성하는 경우도 있다. 학기 초에 편성하는 학교교육계획과도 연계가 되지 않고 따로 노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전년도 12월에 다음연도 목적사업비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학교에 일괄 안내해 준다. 전체형·지정형·기타형·공모형이다. 전체형은 심의나 신청 없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다. 지정형은 대상학교가 이미 지정된 사업이다. 기타형은 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별도 시기에 선정하는 사업이다. 공모형은 신청하는 학교에 한해 심의 후 선정하는 사업이다. 공모형은 12월에 공모하고, 특수한 경우 4월에 한 번 더 공모한다. 공모방법은 사업 부서별로 운영하던 공모를 한 부서에서 일괄 수합·목록화하여 안내한다. 학교에서는 일괄 안내 목록을 보고 관심사업을 업무관리시스템 게시판을 통해 신청한다. 교육청에서는 학교 간 편중 방지를 위해 조정위원회 운영 등의 방법을 통해 대상 학교를 최종 선정한 후 학교에 일괄 알려준다. 12월에 다음연도에 교부할 목적사업비를 학교에 미리 알려주면 학교에서는 본예산 편성 때 중복되지 않게 편성하고, 학교교육계획서에도 반영하여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도와준다. ‘학교기타운영비 교부 계획 조기 통보’ 마지막으로 ‘학교기타운영비 교부 계획 조기 통보’이다. 학교기타운영비는 특정한 사업 수요가 있는 학교에 지원하는 경비이다. 서울시교육청에는 30개 사업이 있다. 이 중 1월에 지원 대상학교와 금액을 알 수 있는 사업은 17개이다. 3월에 얼마의 예산을 교부해 주겠다는 계획을 미리 1월에 통보해 준다. 학교 본예산을 1월에 편성하기 때문에 시기를 맞춘 것이다. 예전에는 각 사업부서별로 학교 본예산 편성 이후에 교부해 주기 때문에 본예산에 편성할 수 없었다. 3월 이후에 예산이 교부되면 추경에 반영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학기초인데 말이다.
퇴직을 앞두고 퇴직공무원 포상 추천 제한 사유, 재직기간에 따른 훈격의 차이 등에 대한 문의가 옵니다. 이 같은 기준 등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의 정부포상 업무지침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퇴직 공무원 포상 직급·계급에 따라 훈격이 결정되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교육공무원, 사립학교 교원은 재직기간에 따라 다음과 같이 훈격이 다릅니다. 재직기간 합산 및 산정 재직기간은 교원으로 근무한 기간뿐만 아니라 병역 의무복무기간,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을 합산해 산정합니다. 이때 사립학교 교원 경력은 임용에 관한 사항이 관할청에 보고된 교원 또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의 교원으로 재직한 기간(교원으로 퇴직하는 경우에 한함)을 말합니다. 그러나 무급조교, 시간강사 등 임시직 경력은 제외됩니다. 직위해제 기간은 제외하되, 직위해제를 받은 교원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징계하지 않기로 의결하거나 징계가 무효 또는 취소로 확정된 경우, 직위해제 처분의 사유가 된 형사사건이 무죄로 확정된 경우 등에 있어서는 직위해제 기간을 재직기간에 산입하게 됩니다. 휴직기간은 공무상질병휴직, 병역휴직, 법률상 의무수행을 위한 휴직, 노조전임휴직, 국제기구 등 고용휴직, 국외유학휴직(휴직기간의 1/2, 최대 1년), 육아휴직(자녀 1명당 1년 이내, 단 둘째 자녀부터는 휴직 전 기간) 등의 경우에는 재직기간에 산입합니다. 그러나 연수휴직, 가사휴직, 동반휴직 등 공무상 휴직이 아닌 기간은 제외합니다. 재직기간은 12월은 1년으로, 30일은 1월로 각각 계산합니다. 최종 합산하여 일수가 15일 이상일 경우에는 1월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재직기간을 합산한 결과 32년 11월 15일이 될 경우 33년을 재직한 것으로 봅니다. 재직기간은 역(曆)에 의한 방법으로 계산하며 임용일은 포함하고 퇴직일은 제외합니다. 포상 추천 제한 1) 수사 중이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자 2) 형사 처분 가) 공무원 재직기간 중 벌금 이상의 형사 처분을 받은 자. 다만 재직 중 1회에 한해 100만원 미만의 벌금을 받은 자 중 공적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경미한 잘못으로 인해 벌금형을 받았고 퇴직포상을 받을 만한 특별한 공적인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추천가능. 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제4조제2항에 따라 감경이 제한되는 비위 또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형사처분 받은 자는 형벌의 종류와 횟수에 관계없이 추천 제외(선고유예 포함)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4조제2항 1.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제1항(횡령·배임·절도·사기·유용 등)에 따른 징계 사유의 시효가 5년인 비위 2.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3.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성매매 4.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제2호에 따른 성희롱 5. 「도로교통법」제44조제1항에 따른 음주운전 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음주측정에 대한 불응 6. 「공직자윤리법」제8조의2제1항 또는 제22조에 따른 등록의무자에 대한 재산등록 및 주식의 매각ㆍ신탁과 관련한 의무 위반 3) 징계의 진행 또는 처분 가) 징계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관계행정기관의 징계처분 요구 중인 자 나) 재직 중 징계 또는 불문경고 처분을 받은 자. 다만 불문경고가 사면 또는 말소된 경우, 견책이 사면됐고 공정심사위원회에서 해당 처분이 적극적인 업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인 것으로 인정된 자는 추천 가능. 불문경고와 견책을 합쳐 3회 이상 처분은 받은 자는 추천 제외. 4) 퇴직 포상을 이미 받은 자로서 공무원으로 복직한 자 5) 상훈법 제8조(서훈 공적인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등)에 따라 정부포상이 취소된 적이 있는 자 6) 고액·상습 체납 등으로 명단이 공개 중인 자 7) 사회적 물의 등 유발
함께하는 KDB(Know-Do-Be) 수업 모형 1학년의 ‘안전한 생활’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앎의 실천’을 중시하는 안전교육 목표에 근거하여 1·5학년 복식학급의 수업설계 및 교육과정 재구성 전략으로 드레이크(Drake)의 KDB 모형을 채택하였다. K(Know)·D(Do)·B(Be)는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앎)·하여야 할 것(함)·되어야 할 것(됨)을 의미하며, 김소연(2011)은 교육의 적절성과 책무성을 모두 고려한 교육과정 설계방안으로 KDB 모형을 제시한 바 있다. 함께하는 KDB(Know-Do-Be) 활동을 위한 교실환경 조성 교실 환경판 및 수납 시설, 교실 밖 복도를 안전 관련 게시물, 혹은 학생 작품의 전시·감상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또한 교실 뒤에 부드러운 매트와 놀이판을 깔고 학년 구분을 없애, 딱딱한 책상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사고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년 분리·학년 통합, 개인·짝·모둠·전체 활동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그에 적합한 책상 배치를 적절히 활용하였다. 1학년과 5학년이 함께 기르는 안전한 생활 역량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KDB 활동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안전한 생활역량을 크게 3가지로 범주화하였다. 특히 각각의 역량을 ‘K(알기)·D(하기)·B(되기)’활동과 접목시켜 수업모형과 수업목표의 일관성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이를 다시 1학년과 5학년으로 세분화하여 학년성에 맞는 수업활동 목표를 설정했다. 1학년의 경우 ‘안전한 생활’ 교과가 별도로 편성되어 있어 활동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나, 5학년의 경우 교과활동 내에서 안전교육이 이뤄지는 까닭에 더욱 체계적인 목표 설정과 수업구성이 필요했다.[PART VIEW] 먼저 지식정보처리역량은 K(알기) 활동으로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1학년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안전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 5학년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안전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 자기관리역량은 D(하기) 활동으로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1학년은 위험상황에서의 행동 수칙을 지켜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 5학년은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알고 이에 대처하는 행동 수칙을 지켜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역량은 B(되기) 활동으로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1학년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 5학년은 자신과 그 주변의 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타인을 배려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역량들을 기르기 위한 여러 가지 안전교육사례 가운데 이번 호에서는 재난 안전의 영역에 해당하는 화재와 지진 관련 안전교육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업사례① _ 화재 안전교육 사례 초등학교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 ‘안전하게 몸을 대피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했다. 특히 5학년의 경우 지난 4월 4일에 발생한 강원도 대형 산불과 그 진화 장면을 동영상으로 시청하면서 불의 위험을 인지하고, 관련 조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회과 수업을 진행하였다. 1학년의 경우 화재 대피 동작을 익숙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이를 세부 동작으로 나누어 정확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안전한 생활과 수업을 구성하였다. ● K(알기) 수업활동 1학년의 경우 안전한 생활 교과시간에 동물들이 살고 있는 산에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피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들은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면서 대피 방법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5학년은 사회시간에 1단원 국토와 우리 생활과 통합하여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강원도 산불’에 대해 조사하고, 피해 상황 등을 보고서로 만들어 보는 활동을 통해 화재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그 예방 방법과 안전 수칙을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 1학년 ① 토순이네 집에 불이 났어요 이야기 듣기 ② 들은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기 : ‘한국소방안전원(http://www.kfsa.or.kr)’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소방 포스터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③ 불이 났을 때 피하는 방법 시연하기 : 어린 학생들은 화재 발생 시에 쉽게 당황하고 무서워하므로, 반복적인 시연을 통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 5학년 ① 조사할 내용 정하기 : 산불의 정의, 발생 시기, 원인, 피해, 예방 방법, 안전수칙 등 조사할 내용을 친구들과 협의하여 정한다. ② 조사방법 정하기 : 주제의 특성상 인터넷 검색을 주로 활용하여 조사하되, 개인별 태블릿 PC를 활용한 자료 수집과 디지털 교과서의 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③ 조사 및 정리하기 : 개별적으로 수집한 인터넷상의 ‘사진·그림·그래프’ 등의 자료는 선생님 이메일로 바로 보내 출력한 다음 보고서에 직접 붙여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④ 조사 보고서 작성하기 : 화재의 예방 방법과 안전 수칙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하여 보고서를 자유롭게 작성한다. ⑤ 발표하기 :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때 1학년 학생들도 함께 5학년의 발표를 들을 수 있도록 하여 화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 ● D(하기) 수업활동 D(하기) 수업활동은 1학년과 5학년 학생이 함께 실제 화재 발생 상황을 가정하고, 대피하는 방법을 체험(실습)했다. ① “불이야!” 소리치면서 화재 알리기 ② 비상구 또는 계단으로 대피하기 :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항상 비상구의 위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③ 연기를 피하며 낮은 자세로 벽으로 이동하기 : 입과 코를 막고 대피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실시한다. ④ 119 신고하기 : 1학년은 ‘집 주소’를 익히는 활동을 중심으로, 5학년은 신고 상황을 실습하되 장난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활동을 구성한다. ● B(되기) 수업활동 1학년은 우리 학교의 소화기 위치를 파악하고, 간단한 소화기 사용법을 체험하여 꼬마 소방관이 되어보는 활동을 했다. 5학년은 우리 학교의 소화기와 소화전 위치를 파악하고 사용방법을 익혀 일일 소방관의 역할을 체험했다. 특히 경북소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119 소방 체험교육을 신청하여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1·5학년 모두 학교에서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족과 함께 각 가정의 화재 안전 점검표를 작성하고, 학급 밴드를 통해 공유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수업사례② _ 지진 안전교육 사례 1학년 안전한 생활, 5학년 미술과 통합으로 ‘지진’이라는 주제 단어 하나를 제시했을 때 떠오르는 생각과 ‘지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나타내 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재난에 해당하는 ‘지진’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점검하고,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을 살펴보았다. 동일한 주제에 대한 1·5학년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 K(알기) 수업활동 ▶ 1학년 지진이 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장소별로 나누어 알아보았다. ① 학교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 질서 있게 교실 빠져나가기, 머리를 보호한 상태로 학교 밖으로 나가기, 건물에서 떨어져 운동장으로 대피하기의 4단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카드를 활용하여 알아본다. ② 집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 :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 다음, 흔들림이 멈추면 문밖으로 나가는 대피 방법을 알 수 있도록 한다. ▶ 5학년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① 지진 관련 뉴스 영상 시청하기 : 2010년 아이티 대지진, 2013년 동일본 대지진, 2016년 경주 지진과 관련된 뉴스 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지진이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 있는 매우 파괴적인 자연 재난임을 이해한다. ② 지진이 일어나는 원인 알아보기 : 지구 내부의 힘으로 땅 속의 암반이 갈라지면서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임을 간단한 스티로폼 실험으로 알아본다. ● D(하기) 1학년과 5학년 모두 실제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하고, 대피하는 방법을 체험(실습) 해보았다. ① 어디로? ‘물건이 떨어지지 않는, 쓰러질 위험이 없는, 이동하지 않는 장소’ : 학교와 가정에서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찾아보고, 실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지도한다. 반대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지 말아야 할 곳은 어디인지 생각해 보고, 그 까닭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았다. ② 어떻게? ‘밀지 않기, 뛰지 않기, 말하지 않기’ : 지진 대피 과정에서 밀거나, 뛰거나 말하게 되는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이야기 해 본다. 그리고 반복적인 훈련과 실제 상황을 가정한 체험을 통해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한다. ● B(되기) ▶ 1학년 지진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발표하고, 지진 대피 행동 약속에 참여했다. 지진 대피 행동 약속은 안전한 생활 교수학습 자료(전자 저작물) 양식을 활용하였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안전교육에 유용한 자료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다. ▶ 5학년 사회과 1단원 국토와 우리 생활과 통합하여 우리나라 내진 설계 기준의 변화를 살펴보고,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내진설계 건물 모형을 지어보는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의 글을 작품으로 모아둘 수 없을까? 국어 교사로 처음 수업을 할 때부터 갖고 있던 질문이다. 학생들의 국어공책에는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국어공부를 하며 다양한 수업경험을 하는데 그냥 분리수거함으로 들어가는 공책만 남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학창시절, 자신의 문학적 활동물을 묶어 작품집을 만든다.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는 믿음에 기초해 거의 20년 가까이 국어시간에 학생들에게 개인문집을 만들게 하고 있다. 국어시간에는 학생 수만큼의 문집이 교과서와 함께 한다. 문집 제목은 ‘읽고 쓰는 즐거움’이다. 이 제목은 문집을 하면서 항상 품고 있는 소망과 믿음의 표현이다. 3월 첫 국어시간에는 언제나 새로 만난 학생들과 함께 문집을 만든다. 첫 시간의 어색함은 열심히 문집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거의 20년 가까이 문집으로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활동들을 계속 추가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교과서 수업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활동과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6월호에서 소개할 ‘문집 활동 ①’은 시·소설과 같은 문학 분야 활동을, 7월호에서 소개할 ‘문집 활동 ②’에서는 비문학과 자유활동·독립활동 등을 다루고자 한다. 문집으로 수업하기① _ 문집 제작 과정 ● 준비물 : A4 크기의 두꺼운 색지(머메이드지) 1장, A4 복사용지 7~10장, 끈, 펀치, 라벨지 ● 문집 제작 방법 ① A4 크기의 색지는 반으로 잘라 표지로 사용한다. ② 7~9장의 복사용지를 반으로 접어 속지로 사용한다. ③ 다섯 개의 구멍을 낸 후, 옛날 책 만드는 방법으로 끈을 묶어 완성한다. ④ 라벨지에 제목을 인쇄해 붙인다. ⑤ 쪽 번호 매기기(교과서 진도와 함께 문집 활동의 진도를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함께 번호를 매기는 일이 중요하다. 28~40쪽 분량의 문집 제작.)[PART VIEW] 문집으로 수업하기② _ 문집 활동 내용① ● 문집 열기(‘나’와 ‘너’의 만남) 문집의 첫 활동은 자신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문집 ‘읽고 쓰는 즐거움’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나 어릴 적에’ ‘나 어릴 적에’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려 수필 형식으로 쓰는 활동이다. 첫 글이기도 하고 어릴 적 기억이 생각나지 않아 시작이 힘들기는 하지만, 한 번 내용을 정하고 나면 그동안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고 담아 두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동생이 태어나 충격을 받은 일부터 시작해 의외로 학생들이 어릴 적 받은 마음의 상처에 대한 글이 많아 나중에 부모님이 읽어 보시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너가 궁금해’ ‘너가 궁금해’는 학기 초라 아직 많이 서먹한 친구들의 모습을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재밌게 표현하는 활동으로 다섯 줄 정도의 짧은 글쓰기이다. 2학기 문집에는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로 활동을 바꿀 수 있다. ● 시 문집 활동은 교과서 내용 학습 전후로 이루어진다. 학습 전에 문집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내용을 체험해 이해력을 높일 수 있으며, 학습을 모두 마친 후에 이를 적용한 활동을 통해 학습한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 전에 시 창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자의 존재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일기를 시로’ ‘일기를 시로’는 가장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인 일기를 먼저 쓴 후 이를 1인칭 시점의 시로 바꾸는 활동이다. 이 활동을 통해 화자에 따라 시의 분위기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친구 시 감상’ ‘친구 시 감상’은 일기를 시로 바꿔 쓴 친구의 시를 감상한 후 친구의 문집에 감상평을 써주는 활동이다. 또래 친구의 감성이 들어 있는 시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며 시에 대한 해석과 감상이 교사의 것보다 훨씬 적절하게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생각에 공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활동이다. ‘교과서 시 감상’ 이런 감상 경험을 바탕으로 ‘교과서 시 감상’을 하면 자연스럽게 시의 화자나 표현법에 대한 이해가 깊이 있게 이뤄진다. 국어 교사가 칠판에 시 감상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면 좋을 주요 어휘들을 제시해주면 해당 단원의 학습 목표에 맞는 감상평 쓰기 활동이 될 수 있다. ‘자유시를 정형시로’ ‘자유시를 정형시로’는 우선 우리 반의 일상을 자유시로 표현한 다음 이를 정형시인 시조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형식적인 제약 때문에 학생들은 자유시보다 시조를 더 힘들어한다. 그러나 형식적 제약은 반대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돋보이게 하여 자유시보다 더 높은 표현 효과를 보여준다. ‘도자기에 새긴 마음’ ‘도자기에 새긴 마음’은 문집에 있는 자작시를 도자기 모양으로 오린 종이에 표현하는 활동으로 7월호의 ‘문집 활동②’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 소설 소설은 학생들의 숨어 있는 창작 욕구를 표출해내기에 매우 적합한 장르이다. 소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독후 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직접 좋아하는 분야의 소설을 창작할 수도 있다. 만화로 소설 요약하기 우선 소설 단원에서 빠트리지 않고 하는 활동이 ‘만화로 소설 요약하기’이다. 교사의 판단에 따라 수동적으로 소설의 흐름을 나누기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감상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10여 장면의 만화로 요약하는 활동으로 깊이 있는 소설 읽기 및 감상에 적합하다. 학생들이 요약해 놓은 만화만으로도 소설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건의 전개에 대해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소설 수업에 참여하게 되는 활동이다. 창작 소설 쓰기 ‘창작 소설 쓰기’는 학생들이 소설의 구성 요소와 시점, 플롯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이다. 학생들은 소설을 쓰기 전에 ‘소설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소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물, 사건, 배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직접 소설을 쓰면서 서술자의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에 따른 제약, 이야기의 전개 방식 등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소설의 종류를 학생들과 함께 정하면 더 능동적인 소설 쓰기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역사 교과서를 참고해 역사소설을 쓸 수 있게 안내하면 좋다. 20년 후 ‘20년 후’는 소설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는 활동이다. 등장인물들의 삶을 그들의 성격에 맞게 상상해보기 위해 20년이라는 시간적 거리를 두었다. 소설의 흐름과 학생들의 상상력이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는데, 글을 쓰면서 학생들도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성장한다. 연극 포스터 ‘연극 포스터’ 그리기는 소설을 영화나 연극으로 공연할 때 학생들이 그 소설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포스터로 표현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실제로 소설을 라디오 대본이나 연극 대본으로 각색하여 공연하기도 한다. 소설 속으로 ‘소설 속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소설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친구나 이웃으로 등장해 관찰자 시점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을 전해주기도 하고, 소설의 결말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소설 속으로 들어간 학생이 원래의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학생들의 진실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 변론서 ‘등장인물 변론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변론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활동으로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별주부전’의 별주부와 토끼가 염라대왕 앞에서 서로 자신이 왜 천당에 가야 하는지 주장하는 모습을 통해 각 인물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화책 제작 ‘동화책 제작’의 경우, 문집에 계획서를 세우고 실제 제작은 융합 수업 형태로 독립해서 모둠별로 실시한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 과목과 함께 진행하기에 적합하다. 일본어와 융합으로 제작한 동화책 제작 활동을 소개하면, 우선 일본어시간에 일본의 전래동화에 대해 알아본 후, 국어시간에 모둠별로 자신들이 정한 일본 전래동화를 한국을 배경으로 다시 각색하여 입체 동화책으로 제작하였다. 나라는 달라도 전래동화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어 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이야기를 각색할 수 있었다. 모둠별로 각자 자신이 맡은 쪽의 이야기와 그림을 완성한 후 하나로 묶었다. 팝업북으로 만들기 위해 동화책 제작은 서류봉투를 활용하였다. 완성된 책은 수행평가에 그치지 않고 현장 체험학습 때 학교 근처의 유치원을 방문해 학생들이 직접 구연하는 활동에 활용하였다. ● 문집으로 수행평가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활동들이 축적되어 수행평가로 연결되어야 한다. 처음 평가계획을 세울 때부터 교과서를 꼼꼼하게 분석해 수행평가와 수업이 분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두 가지 특별한 활동으로 수행평가 점수가 정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에게는 되도록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다양한 평가 방법이 적용되어야 다양한 학생들의 재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지필고사와는 다른 이러한 수행평가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문집이라고 생각한다. 문집 활동과 수행평가의 구체적인 예는 ‘문집 활동 ②’에서 제시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인기 있는 책의 위치는 귀신같이 알고 있다. 하지만 담임교사가 제시하는 교과 관련 주제의 도서는 어떻게 찾는지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자료에 접근하기 위해서 ‘도서검색대에 숙제 이름 그대로 검색하기’, ‘사서교사에게 찾아달라고 하기’ 정도의 방법을 택한다. 생각해보니 책에 대한 흥미와 올바른 독서습관 형성을 위한 여러 독서 프로그램은 진행해 왔으나,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양질의 정보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는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의문점이 생기게 되었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한 수업에 그치지 않고, 궁금한 점에 대한 사고를 확장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도록 하는 자기주도적학습의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하였다. 초등학교 도서관 활용 수업 전개 필자는 학생들이 정보의 보고인 학교 도서관을 최대한 활용하여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아이젠버그의 Big 6 skills 모형을 활용한 도서관 이용 교육 및 정보 활용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다(표 1 참조). ● 1차시 1차시에는 학생들에게 도서관의 책이 어떤 분류법에 의해 정리되어 있고, 우리가 원하는 주제가 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한국 십진분류법의 열 가지 큰 주제를 안내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선정하더라도 자신이 선정한 주제가 어느 주제 분류에 속하는지 알아야 원활한 정보 활용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교사는 한국 십진분류법의 열 가지 대분류를 설명하고 각 대분류에 어떤 주제의 책들이 있는지 힌트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힌트를 얻고 나면 서가에 가서 대분류별 키워드들을 찾아낸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국 십진분류법을 보다 쉽게 익히게 되었다.[PART VIEW] 덧붙여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정보 자원(단행본·정기간행물·영상자료·전자자료·참고자료 등)들에 관해 설명하였다. 도서관에는 책(단행본)만 있다고 생각하던 아이들도 도서관에 여러 종류의 정보 자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 2차시 2차시에는 교과 관련 학습 주제를 스스로 선정해보는 활동이 주가 되었다. 1차시에서 배운 한국 십진분류법에 따라 학생 본인이 선정한 학습 주제의 책이 어느 대분류에 속하는지 스스로 찾도록 하였다. 또한 2차시부터는 본격적으로 아이젠버그의 Big 6 skills를 활용한 정보 활용 교육을 진행하였다(표 2 참조). 가장 먼저 학생들이 모둠별로 조사 주제를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사 주제는 특정 교과와 연계하여 선정할 수도 있으나, 1차시에서 한국 십진분류법을 다뤘기 때문에 이번 수업에서는 모둠별로 각각의 대분류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조사 주제를 정해보도록 하였다. 모둠별 활동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하나의 조사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작성하고, 중복된 질문을 삭제하며 모둠의 대표 질문들을 수합하였다. 다음으로는 앞서 설명한 다양한 정보 자원의 종류에 따라 정보 탐색 전략을 세웠다. 모둠에서 정한 주제에 대해 단행본·인터넷·정기간행물·영상자료 등 어떤 종류의 정보 자원에 접근하였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 전략을 세우도록 하였다. 그리고 각 모둠은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보다 더 쉽게 하기 위해 주제별 패스파인더를 작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의 다양한 정보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 3차시 3차시에서는 앞서 학생들이 스스로 선정한 학습 주제와 관련하여 실제로 정보원에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발췌하는 활동 즉, Big 6 skills 모형 중 4단계 ‘정보 활용하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앞서 모둠별로 작성한 주제별 패스파인더를 활용하여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냈고, 각 모둠에서는 자신들이 가져온 도서관 자료 안에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발췌하였다. Big 6 skills 모형 중 1단계 ‘과제 정의’에서 수합한 모둠의 대표 질문들은 4단계 ‘정보 활용하기’ 단계에서 다양한 정보원들을 조사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 4차시 4차시에서는 자료에서 발췌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모둠별 학습 주제 보고서를 만들고, 이에 대한 자기평가를 진행했다. Big 6 skills 모형으로는 5단계 ‘정보 종합하기’에 해당한다. 이미 4단계 ‘정보 활용하기’ 단계에서 정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모둠별 주제 보고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모둠별 주제 보고서의 내용은 학생들이 주제에 관해 궁금해하던 대표 질문에 대한 답들과 다양한 통계 및 사진 자료들로 이뤄졌다. 또한 교사가 제작한 자기평가표를 통해 자신들의 정보 활용 과정을 평가하였다. 평가 내용은 (1) 다양한 정보원에 접근하였는가? (2) 내가 찾은 정보는 신뢰할 만한가? (3) 내가 찾은 정보는 주제에 적절한가? 등으로 학생들이 이에 대해 1~5점의 점수를 스스로 평가하여 매기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정보 탐색 활동을 평가함으로써 각 정보 활용 단계에서 자신의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파악하게 된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 학교도서관에서 도서관 이용 교육, 독서교육뿐만 아니라 정보 활용 교육을 함께 진행하면서 우리의 학교 도서관이 학생들의 창의력·문제해결능력·정보활용능력 등을 발전하도록 돕는 교육활동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에 책뿐만이 아닌 다양한 정보원들을 구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이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정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때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