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말 국회는 여야 합의로 인성교육진흥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금년 7월부터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인성교육 교과목 수업시간이 법으로 정해지고, 학교는 총예산의 일정 비율을 인성교육에 반드시 써야만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인성교육을 지원할 책무가 주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연초에 열린 대한민국 교육계 신년교례회는 ‘2015년을 인성교육의 원년으로 삼자’는 분위기로 한껏 고무되었다. 인성교육을 법제화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인성교육조차 머리로 달달 외울 것인가? 인성교육을 법적으로 강제하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성이 나빠져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언제부턴가 예의나 배려, 정직, 협동, 공감, 책임, 자존과 같은 좋은 인격과 착한 품성이 실종되어 가고 있다. 버릇이 없고 남들과 더불어 살 줄 모르며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여기지도 않는 청소년들이 시나브로 우리 사회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경쟁심과 폭력성이 점점 더 난무하게 되었다. 학교교육이 입시 준비에 몰두하는 동안 인성교육이 등한시
2015-04-01 09:00요즘에는 연예(演藝)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가수, 배우, 밴드 등 대중 앞에서 공연하는 꿈을 지닌 학생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 꿈을 실천으로 옮기려고 공부를 아예 뒷전으로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아마도 K-pop의 세계적 유명세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자녀가 연예계에 진출해서 제대로 먹고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그래서 무조건 반대하면서 아이와 갈등을 빚고 대립하거나 아예 담쌓고 남처럼 지내기도 합니다. 이때 선생님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어야 할까요? 꿈과 끼를 지지해주어야 한다는 ‘행복 교육’ 새 시대에는 아무쪼록 학생 편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세상 어려운 것 모르고 환상에 사로잡힌 학생의 미래가 걱정되어 학부모 편이 돼주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지 않아 보입니다. 만약에 아이에게 연예계 쪽으로 재능이 확실히 있고 성공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면 진정한 꿈입니다. 대폭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만약에 아이에게 그 방향으로 재능이 부족하면 허황된 꿈, 즉 환몽(幻夢) 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도 지지해 주어야
2015-04-01 09:00지난해 서울 A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특수학교 학부모가 자녀가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며 교장은 물론 담당교사와 보조강사 및 공익근무자까지 11명을 상대로 10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학교 측은 1년 가까이 곤욕을 치렀다. 결국 학부모의 오해와 고의성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무혐의 처리됐지만 교사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학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소형 녹음기를 숨기고 교사 등 학교 관계자들의 말을 모두 녹취, 증거로 제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B 학교 C 교사는 지난해 학교에 휴직계를 냈다. 첫아이를 임신했던 그는 수업 중 한 학생이 느닷없이 머리채를 잡아 밀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유산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이 실수로 한 것이니 참아야 한다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학부모로부터 정식 사과도 받지 못했다. 경기도 D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E 씨의 경험은 충격적이다. 그는 수업 중 한 학생이 갑자기 동료 학생을 폭행하는 것을 보고, 이를 뜯어말리다 온몸에 멍이 드는 폭행을 당했다, 덩치가 큰 가해 학생을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E 교사는 피해학생을 온몸으로 껴안고…
2015-04-01 09:00우여곡절 끝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고질적인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예방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며,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므로 그 취지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금품 등을 받아도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방면되는 뉴스에 혀를 찼던 국민들에게 이제 대가성 없이도 공무원들이 돈 받으면 처벌된다는 것은 시원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국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언론인이 들어가고, 사립학교 교직원이 들어가고, 나중에는 사립학교 임원까지 순식간에 포함된 것에 헌법을 공부해 온 필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임원들에 관하여 한번 생각해보자. 그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아무리 사립학교 교원이 공립학교 교원과 비슷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도, 전자는 사인에 의하여 임면되고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고, 후자는 공무원으로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헌법 제7조 제1항). 이 차이는 매우 본질적인 것이다. 그리하여 전
2015-04-01 09:00너희가 남긴 것들 드넓은 세상을 향해 크고 아름다운 꿈을 꾸며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던 너희들을 차가운 바닷속에 묻어 버린 어른들은 밥을 먹어도 허기가 지고 마음속 채워지지 않는 커다란 슬픈 구멍 하나 짊어지고 그렇게 너희가 떠난 그 뒤의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단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차가웠을까? 얼마나 목 놓아 외쳤을까? 얼마나 애타며 기다렸을까? 너희가 떠난 후 어른들은 그토록 당연하던 내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내 옆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내가 행여 마음으로라도 행한 잘못을 돌아보게 되었단다. 허물 많은 이 땅의 어른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오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옷깃을 여미게 한 너희들은 영혼의 어버이였고 영혼의 스승이었음을 ------------------------------------------------------------------------------------ 2015년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일주기를 맞는다. 할 수만 있다면 2014년 4월 16일 이전으로 시간을 돌려, 헐거워지고 허술해진 이 나라 곳곳의 빈틈을 꼭꼭 메워 미처 피지도 못한 너희들의 꿈을 그리고 웃음을 다…
2015-04-01 09:00얼마 전 통번역학과 출신 대학 동기와 만나 영어 학습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그는 “점수를 받기 위해 이 공식 저 공식 외우다 보니 이게 영어인지 수학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한국말로 할 때 계산하면서 말하지는 않는데, (영어는) 공식을 외워서 계산하게 하니까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런 공식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는 영자신문기자로서 외국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영어 기사를 쓰는데 한 번도 장애요소가 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교과서에 밑줄을 치고, 소위 말하는 ‘공식’을 외우던 그 시간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점수 따기 훈련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양질의 인풋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다수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간과된다. 영어수업의 큰 목적은 시험에서 최대한 많은 점수를 따내는 것으로 변질된 지 오래이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영어 사교육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과감히 도입된 EBS 수능 연계 정책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암기식 학습법을 고착화시켰다. 고3들의 상당수는 수능 연계 EBS 교재를 1년 내내 공부하고, ‘
2015-04-01 09:00과학교육의 목표는 소수의 전문가인 과학자나 기술자 양성이 아니다. 운동선수가 되든, 가수가 되든, 평범한 회사원이 되든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과학적 소양(scientific literance)’을 지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적 소양은 과학 내용을 읽고 쓸 줄 아는 정도의 ‘과학의 문해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과학진흥협회은 ‘프로젝트 2061’에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의 특징으로 첫째 과학·수학·기술이 한계를 지니고 있는 상호 연관된 인간의 활동임을 인식하고, 둘째 과학의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며, 셋째 자연 세계에 친숙하고 자연계의 다양성과 향상성을 모두 인식하고, 넷째 과학적 지식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개인과 사회를 위하여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수행할 수 있느냐’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과학적 소양’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과학 기술 문명의 미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초·중·고 과학교육은 ‘모든 이를 위한 과학(science for All)’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현장에서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현
2015-04-01 09:00사진 _ 한국교총 제공 한국교총이 오는 5월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을 앞두고 미국 교육부와 양대 교원단체를 방문, 국제 교육교류 협력 기반 조성 및 유대 강화를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현재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세계교원단체(EI)의 혁신을 위해 미국 교원단체에 공조를 제안,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의미를 전했다. 국내 교원단체장이 미국 교육부 및 교원단체들을 연쇄 방문한 것은 57년 만에 처음 있는 일. 안 회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버지니아주 콜번 런 초등학교, 마샬 고등학교, 조지메이슨 대학교 등을 찾아 미국 교육의 흐름과 고민도 파악했다. 지난 설 연휴 기간 5박 6일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온 안회장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방미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제 교총은 교육부, 교원노조와 경쟁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높이고 교육한류 확산에 공헌할 필요가 있다”며 “교원 전문직주의 회복을 위해 교총이 국제 교육외교 무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영란법 대상에 사립교원이 포함된 것에 대해 외국에서는 이해를 못할 것”이라며 “부패를 척
2015-04-01 09:00따뜻해진 날씨에 운동장에 부쩍 학생들이 늘었다. 계단에서 운동장까지, 축구공으로 거리낌 없이 장난치는 남학생들의 생기 있는 모습에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교외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교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아이들의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4월은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추위에 하지 못했던 체육활동과 더불어 체험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신백현중학교도 올해 첫 체험학습을 앞두고 있다. 세월호의 아픔, 전화위복의 계기 돼야 벌써 1년이 지났다. 단 한명의 학생도 돌려보내지 않고 삼켜버렸던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꽁꽁 얼었던 땅은 질척함을 남긴 채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사건 이후 많은 학교들이 계획했던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전면 백지화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신백현중은 학교마다 몸을 사리고 무조건 피하려고만 했던 체험학습을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 제일 먼저 재개했다. “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원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소진형 교장은 다양한 교육경험을 무조건 제재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체험학습 과정을 준비 단계부터 새롭게 바꿨다.…
2015-04-01 09:00소문만 무성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이 시동이 걸린 것은 작년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계획’ 발표에서 “공무원연금ㆍ군인연금ㆍ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 재계산을 실시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공무원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공무원집단)보다는 당에서 주도적으로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전문위 활동과는 별개로 지난 4월 보험회사연구소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연금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피해를 보아야 할 이해당사자(공무원노조)는 배제하고 장래 이익을 볼 이해당사자(보험회사)와 손을 잡는 꼴이다. 연금학회 주장은 부담금은 43%인상, 수령액 34%삭감, 퇴직자에게도 3%의 ‘재정안정화기여금’납부, 연금개시연령 연장(60세→65세), 연간 수령액 인상폭은 물가상승률보다 작게(실질가치 하락), 퇴직금은 현실화하고 민간의 퇴직연금 도입, 재직기간 상한 연장(33년→40년), 신규자는 국민연금수준으로 등이다. 연금학회는 이 사건 이후 발표를 주도했던 학회장 및 주요 임원들의 사퇴, 일부 회원들의 탈퇴 등으로 집권여당 새누리당 대신에 홍역을 치렀다. 새누리
2015-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