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글쓰기 글쓰기는 도구다. 글쓰기는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수공예 기술과 같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사유하기를 뜻한다. 글쓰기란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사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유가 가능하다면 글쓰기는 가능하다. 글쓰기는 언어 재능을 타고난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명료하게 사고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명료하게 쓸 수 있다. 글쓰기는 순차적이고 선형적인 과정이다. 문장은 논리적 정합성에 따라 이어진다. 글을 쓸 때는 수사적 기교 이전에 사유의 명확성과 엄밀성이 요구된다. 생각을 문장이라는 논리적 단위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통해, 한 문장 한 문장씩 써가는 작업을 통해 글쓰기 역량은 제고된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만들고, 끊임없이 사색하면서 진정한 나를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완성은 수정과 퇴고다. 수정과 퇴고는 출력한 후 지면으로 보면서 하는 것이 좋다. 색깔 볼펜으로 출력한 글에 표시하면서 수정하면 효과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수정할 수 있다. 출력한 글을 반드시 소리 내어…
2024-12-05 10:00
심리상담사들이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연령대가 낮아진다고 한탄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중학생들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요즘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섬뜩하고 아찔합니다. 도대체 아이들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최성애, (사)감정코칭협회 추계학술대회 기조강연, 2024.11.8.). 실로 아동·청소년의 마음 건강 추세가 몹시 암울합니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 인원은 2020년도 2.3만 명이었는데, 2년 만에 3.7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연합뉴스, 2023.9.7.). 청소년 자살은 2017년에 인구 10만 명당 7.7%에서 2020년에는 11.1%로 상승했습니다(통계청). 촉법소년 범죄접수가 2017년에 7,897명에서 4년 만에 12,502명으로 증가했습니다(대법원).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도 위태롭습니다. ADHD 환자 수가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무려 2.4배 증가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 수는 2018년과 2021년 사이에 2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올랐습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아이들의 몸 건강도 심각합니다. 과체중·비
2024-12-05 10:00
내 실수 경험 2024년 7월,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열린 제18차 세계비교교육학회에서 ‘연구를 위한 생성 AI: 인터넷에서 연구 수행을 위한 일반 대형언어모델의 현 수준’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 저자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네이싼 옹(Nathan Ong) 박사이고, 나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내가 담당한 분야는 ‘ChatGPT의 데이터 분석력 실험’이었다. 논문 최종 발표본을 제출하기 전에 옹 박사로부터 내가 담당한 분야를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봐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울러 최근 ChatGPT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니, 과거의 답과 현재의 답을 비교하는 부분도 포함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의 요청에 따라 2023년 10월에 수행했던 실험에서 ChatGPT가 제시했던 답을 다시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제시된 답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실수를 할 뻔했다. 내가 했던 실험에 사용한 자료는 ‘퀴즈앤’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는 사전인출(가르치기 전에 보는 시험) 결과인 엑셀파일이다. 이 파일을 ChatGPT에 탑재하고, “첨부한 엑셀파일을 바탕으로…
2024-12-05 10:00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교사는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다. 교실에서 날이 선 말투,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퇴근하면서 걱정을 학교에 놓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내일 수업 고민, 처리해야 할 업무 등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학년 마무리인 12월쯤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교무실은 벌써 내년도 학교 이동, 부서 배치, 담임 배정 등으로 술렁거린다. 가슴 한편에는 체념과 실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어차피 나는 또 인정 못 받을 거다.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고통으로 이어지겠지. 나의 처지를 배려해 줄 여건도 안 되고, 힘든 업무와 학생 지도를 피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 모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뒤처졌던 동창들이 더 잘나가고 행복한 듯싶다. 힘들다고 푸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안정된 데다 방학까지 있는 선생님이 뭐가 힘들다 그래?”라는 질책(?)만 되돌아 뿐임을 잘 아는 탓이다. 이럴수록 명예퇴직과 이직을 꿈꾸는 일도 잦아진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2024-12-05 10:00
만약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고 싶은가? 타임슬립(Time Slip: 시간여행을 하는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는 늘 흥미롭다. 만약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당신이 타임슬립으로 다시 초등학생이 된다면 안정적인 미래와 부를 위하여 학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 살고 싶은지 묻고 싶다. 이미 수십 년을 살아온 성인들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을 확률이 높은 것은 맞지만, 공부를 잘하더라도 바른 인성과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 배려하며 협력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행복한 인생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올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였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 중심 교육, 학생의 삶과 연계된 깊이 있는 학습, 질문과 탐구 중심의 학생 주도적인 수업이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우리가 삶을 통해 배웠듯이 지식과 암기 위주의 학습이 아닌 학생들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이 재정립되어 교육이 대전환…
2024-12-05 10:00
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볼러 지음, 고현석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68쪽, 1만 9,800원) 수학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이 수학문제를 접하면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처럼 공포 중추가 활성화한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은 뇌 일부를 무력화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인드셋과 메타인지 이론을 활용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오늘도 너를 응원해 (홍영주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64쪽, 1만 8,500원) 교직생활을 통해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체득한 중견교사가 동료와 아이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깨달은 것은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려주어야만 서로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 진심 가득한 응원 사이사이로, 교직생활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문해력이 자라는 수업 (안녕어린이책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92쪽, 1만 9,500원) 문해력 수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책 읽기부터 퀴즈, 인터뷰, 그래픽 조직자, 클로바더빙 등 디지털 미
2024-12-05 10:00
올해 재밌었던 수업들이 있다. 같은 주제, 다른 교과, 다른 결과물이 나온 도서관 협력수업이다. 도서관 협력수업이란, 사서교사가 교과교사와 수업 준비부터 진행, 나아가서는 평가까지 함께 협력하여 진행하는 수업이다. 나는 주로 준비부터 진행까지 협력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창체 진로독서수업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서교사 단독수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서관 수업이 협력수업이다. 협력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활용교육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교사에게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사서교사의 역할 및 필요성을 제대로 각인시켜 줄 수 있어 어떤 면에서는 단독수업보다 보람이 크다(실제로 학교도서관 홍보나 활성화에도 협력수업이 더 도움이 됐다). 올해는 ‘미디어 비평하기’를 주제로 두 교과와 협력수업을 하게 됐다. 1학기에는 3학년 사회문화교과에서, 2학기에는 1학년 국어교과에서 실시했다. 수행평가 이름은 같지만 교과도 다르고 활용하는 정보원도 다르기에 결과물도 다르다. 미디어 정보의 홍수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 시기에 두 가지 방법의 미디어 비평하기 수업을 소개한다. 3학년 사회문화, 미디어 비평하기 사회문화교사는 도서
2024-12-05 10:00
2024년도 벌써 달력 한 장만 남은 12월이다. 한 해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때로는 탄식과 때로는 절망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세밑으로 다가간다. 2024년의 마지막 달에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릴까? 가족 코미디 영화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당시로 관객을 데려가는 영화까지 기대작들로 가득하다.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러서 볼 영화부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까지! 아귀 김윤석 배우부터 이승기, 데미 무어, 주원, 곽도원, 김성령, 송강호, 현빈, 이동욱까지…. 12월 극장가는 이 배우들이 책임진다는데! 부부 또는 연인의 데이트용으로도, 자녀 또는 학생과 함께 보고 토론할 거리로도 충분한 ‘12월 놓쳐서는 안 될 개봉영화 Top 5’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대가족(감독 양우석) _ ‘타짜’ 아귀가 38년 만둣집 사장이 됐다! SNS가 없던 시절부터 줄이 끊이지 않던 노포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무옥’(김윤석)은 38년을 운영해 온 가게의 대가 끊길까 노심초사다. 대를 이을 줄 알았던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갑자…
2024-12-05 10:00
지난 호에서는 질문 만들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개인별·모둠별로 만드는 작업을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초·핵심·심화질문과 성찰질문을 서로 풀어보고 공유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의 삶에 녹아들면서 성장시키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기초-핵심, 심화질문 풀어 공유하기 기초질문과 핵심질문을 공책(학습지)에 적어 모둠토의로 질문을 푼다. 심화질문은 학생들이 만들기도 어렵고 풀기도 어려우므로 다시 질문을 만들어 풀기를 한다. 공유하는 방법은 둘 가고 둘 남기, 월드카페·갤러리워크·패들렛 등의 도구를 활용할 수 있으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는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와 순서를 정해 발표로 공유하기 등 두 가지를 먼저 적용할 수 있다. ● 4절지에 적어 게시하고 발표로 공유하기 모둠별로 4절지에 답을 작성한 뒤 게시판에 붙인 다음 순서를 정해 모둠의 한 학생이 발표한다. 전체 발표가 끝나면 발표한 내용에 대해 학생 또는 교사가 수정·보완할 내용을 말한다. 수정·보완 내용을 들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공책에 쓴 답을 수정·보완한다. 심화질문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본 뒤, 미흡할 경우 교사
2024-12-05 10:00
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가 2016~2020년 발표한 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이 소설집은 2021년 ‘백수린 문학의 한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단편 여름의 빌라는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작가의 단편 폴링 인 폴을 읽고 “물건 되겠다 싶데”라고 높이 평가한 일화가 유명하다.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며 회상하는 형식이다. 주인공 주아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독일에서 한스와 베레나라는 중년 부부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남편 지호가 독일 유학을 가면서 5년 정도 더 교류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를 보는 한·독 부부의 시각차 남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아 부부는 삶이 엉망이 됐다. 남편은 교수 임용 심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 부부는 강사료가 적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의를 맡아야 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변두리로 이사를 거듭했다. 아이를 낳아 키울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임신과 출산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학문적 열정은 식어갈…
2024-12-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