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으면, 항상 이런저런 결심을 하곤 하죠. 그중 ‘건강’은 빼먹지 않는 결심 중 하나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게 모두의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저속노화의 과학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아플 틈도 없다는 대한민국 선생님들이 2025년에는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Q1. 저속노화의 핵심은 ‘혈당 관리’라고요? 혈당과 노화? 둘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거예요? 혈당은 보통 당뇨 환자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예전에는 ‘혈당은 당뇨환자분들만 세심하게 관리하면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혈당이 만병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 연구를 통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혈당 관리는 저속노화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혈당과 노화는 생각보다 아주 큰 연관이 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 들어보셨죠? 혈당 스파이크라는 개념부터 설명드리자면, 평소 우리 인간은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이 필요합니다. 보통 혈당이라고 표현합니다. 혈당에는 혈액 내 포도당들이 일정 농도, 즉 100mg/dL 정도 존재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혈액 내에 포도당 농도를 100 정도로 유지해 줘야 해요. 그런데 소위 말하는 ‘혈당 스파이크’는 무언가를 섭취했을 때, 너무 빠르게 혈액 내에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혈당 스파이크 증상, 즉 우리 몸에서 혈당이 보통 100 정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혈당이 너무 올라가서 200이 되면 우리 몸에서는 필요한 100만 남기고, 잉여분의 혈당인 100은 필요 없다고 여기고 전부 지방으로 바꿔버려요. 결국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이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살이 쉽게 잘 찌는 체질이 되어 버리는 거죠.
Q2. 잉여 혈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는군요! 이것 말고 혈당 스파이크가 우리 몸에 미치는 악영향이 또 있나요?
혈당 스파이크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면 우리 피부에서 탄력을 만들어 주는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단백질에 들러붙어 버립니다. 소위 말하는 ‘글라이코실레이션’, 즉 당화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거쳐서 분자 사이에 비정상적인 결합을 만들어 이들 단백질을 딱딱하게 만들어요. 이러한 변화로 인해 피부의 탄력이 감소하고 주름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Q3. 피부관리한다고 비싼 화장품을 바르곤 했는데, 이것보다 혈당 관리가 급선무였네요. 그리고 또 혈당스파이크가 가속노화를 불러온다고요?
네, 맞습니다. 우리 세포는 정해진 시간에 세포가 분열하거든요? 그런데 세포가 무한히 분열할 수는 없어요. 무한히 분열하면 이게 바로 암세포거든요! 세포는 60번 정도 분열하면 죽는데, 이를 ‘헤이플릭 한계’라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헤이플릭이라는 과학자 이름을 딴 용어입니다.
그럼 세포가 너무 빨리 분열하면 안 되겠죠? 평생에 걸쳐 천천히 분열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분열하면 사람이 금방 늙어버리겠죠? 그런데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면 간에서 IGF-1이라는 분자가 방출되기 시작하는데, 이 분자는 세포를 분열시키는 버튼을 계속 누릅니다. 이 버튼을 ‘엠토르’라고 하는데, 아무튼 세포는 정해진 시간이 아닌데도, 계속 누군가가 자기를 억지로 분열하게 만드는 분열버튼, 즉 엠토르를 누르니까 빠르게 분열하게 되고 결국 가속노화가 진행되는 거죠.
Q4. 생각보다 혈당 스파이크가 사람 몸에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거 같은데, 그럼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즉 혈당을 너무 가파르게 오르게 하는 음식들은 뭐가 있고, 우리가 이런 음식을 아예 안 먹을 순 없을 테니, 과학적으로 좀 몸에 덜 나쁘게 먹는 방법도 있을까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혈당스파이크 유발 음식’을 정리해 볼까요? 우선 흰쌀밥이 있고, 과자·초콜릿·라면은 물론 편의점에 파는 과일 음료 등이 있습니다. 보통 정제곡물·초가공식품을 일컫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제곡물·초가공식품은 사실 안 먹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아예 안 먹을 순 없죠. 하지만 음식 먹는 순서만 바꾸어도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빈속에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하기 때문에 안주를 많이 먹고 술 마시는 걸 추천하는 것처럼, 소화가 천천히 되는 음식을 먼저 먹고 그 뒤에 가공식품을 먹으면 훨씬 혈당이 천천히 오릅니다. 예를 들어 라면과 달걀이 있다면, 라면을 먼저 먹고 나중에 달걀을 먹으면 혈당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갑니다.
하지만 달걀을 먼저 먹으면 달걀에는 단백질이 많아서 천천히 분해됩니다. 그 후에 라면을 먹으면 라면이 천천히 분해되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즉 같은 음식 조합을 먹더라도 먹는 순서에 따라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채소나 달걀을 먼저 먹고, 그 뒤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다면 평소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했던 식습관보다는 훨씬 노화를 늦출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속 혈당 체크 그래프를 보면 점심을 먹기 전 식전 혈당이 105, 식후 혈당이 122인데, 이렇게 완만한 그래프를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전에 달걀 1~2개를 미리 먹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맛있는 가공식품을 아예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먹더라도 순서를 바꾸거나 소화가 천천히 되는 채소·달걀을 먼저 먹은 후 섭취한다면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Q5. 공복 유산소 운동이 유행이라던데, 공복 유산소 운동도 마냥 좋은 건 아니라고요?
네, 맞습니다. 오른쪽 그래프처럼 공복에 유산소 운동을 하면 혈당 스파이크(혈당수치 174)가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즉, 한 번쯤은 연속 혈당 측정기를 구매하여 자신의 혈당 패턴이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할 때 혈당 스파이크가 온다면, 운동 전에 달걀 1개 정도를 먹고 운동하면 이것도 같은 원리로 혈당 스파이크를 막아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