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머리에서 손으로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은 두 가지로 반응한다. 하나는 무 반응이요, 다른 하나는 놀라움이다. 반응이 없는 사람은 그저 지나가고 놀라는 사람은 깨달음을 얻는다. ‘글은 손으로 쓴다’는 말도 그렇게 엇갈리는 반응을 가져오리라. 자율신경계의 활동은 대개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다. 심장의 박동, 폐의 호흡, 장기들의 연동운동, 눈 깜박임 등은 그 운동을 의식한다는 것이 오히려 몸에 이상이 있다는 증좌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일 또한 그러하다. 손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면서, 혹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서 손의 동작이나 움직임을 일일이 마음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인다. 그런 움직임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글을 쓴 종이를 들고 읽고 검토하고 교정을 한다. 한데 정작 그러한 일을 손으로 한다는 생각은 깊이 하지 않는 편이다. 손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글의 소재는 가슴으로 온다. 가슴으로 온다는 말은 감동으로, 충격으로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아침에 문득 보니 단풍이 깨어질 듯한 빛깔로 물들었다. 드디어 가을인 것이다. 공연히, 나도 모르게 ‘아!’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면 그게 감동이고 충격이다.…
2008-12-01 09:00논어에 서서히 빠져들다 80년대 중반, 국문학과 대학원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한문에 능통해야 했다. 학부 내내 외국 문학 이론을 배경 삼고 철저한 작품 분석을 통해 언어예술의 심연과 진경을 포착하려 애쓰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선배들을 통해서 입수한 대학원 입학시험의 한문 문제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으면 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A4 용지 한 장짜리 원문을 한글로 옮겨 내라는 주문이 있는가 하면, 귀거래사(歸去來辭) 같은 작품을 원문 그대로 외워 쓰라는 요구도 있었다. 바로 전해에는 적벽부(赤壁賦)를 외워 쓰라는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한자 공부를 그럭저럭 한 데다가 어렸을 때부터 온통 한자투성이였던 갖가지 책들을 읽어서 그런지 한문 공부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대학원에 가겠다고 일찍부터 결심했기에 미리 틈틈이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대학원 입학시험을 몇 개월 앞두고는 논어와 맹자를 열심히 읽고 또 읽었다. 고문진보(古文眞寶)도 공부했고 시험에 나올 만한 명문들도 외웠다. 다행히 대학원 시험에 통과했다.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하면서부터 그나마 띄엄띄엄 읽을 수 있었던 한문 해독 능력은 급속도로 사라졌다. 열심히 외웠던 명문…
2008-12-01 09:00교권은 학생의 인권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 특히, 학생을 올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유네스코의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 68조에서도 ‘교원은 전문직상의 책임 문제에 대해 불공정한 간섭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며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옛선현들은 ‘스승은 은인 중의 은인’이라며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강조하는 의미로서 ‘그림자조차 밟지 말아야 한다’이고 두 번째는 ‘그림자’를 스승의 올바르지 못한 허상(虛像)으로 여겨 스승의 나쁜 점을 배우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승이 나쁜 그림자를 드러내게 되면 제자는 그것을 밟으며 따라가기 때문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도(師道)로서 사람이 사람을 참되게 가르친다는 것은 그 어느 일보다도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오늘의 한국 사회는 스승에 대해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보호받아야 할 교권(敎權)이 침해되면서 ‘스승의 그림자’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몇 년…
2008-12-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