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업무 중 외래어나 외국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굳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지 않아도 우리말로 소통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기감정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처럼 ‘컨트롤하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컨트롤’, ‘컨트롤하다’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어서 사전에도 외래어로 등재돼 있다. ‘제어(하다), 통제(하다), 조절(하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데 굳이 외래어인 ‘컨트롤’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컨트롤하다’는 순우리말로 ‘다루다’, ‘다스리다’이다. (1)컨트롤(control)→제어, 통제, 조절, 다루기, 다스리기 (2)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심리 제어, 심리 통제, 심리 조절 (3)컨트롤 타워(control tower)→통제탑 “이번 주까지는 일정을 컨펌해야 합니다”처럼 ‘컨펌하다’라는 말도 자주 쓴다. ‘확정하다’로 바꿔 쓰면 된다. 또 “부장님께 컨펌을 받아야 한다”처럼 ‘컨펌을 받다’ 형태로도 자주 쓴다. 이때는 ‘확인받다’ 정도로 바꿔 쓰면 된다. (4)컨펌(confirm)→확정하다, 확인하다 (5)컨펌받다→확인받다 또 일이 순조롭지 않아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일정이
2015-08-12 14:27‘수주대토(守株待兎)’란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생각 없이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밭을 일구는 농부가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뛰어나오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가 이것을 보고 ‘옳거니 이리도 쉽게 토끼를 잡을 수 있구나’하곤 그 후부터 일도 하지 않고,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토끼가 뛰어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밭은 황폐해져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결국 소문이 퍼져 농부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비자(韓非子)는 이 이야기로 언제까지나 낡은 습관에 묶여 세상(世上)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꼬았다. 또 입시철이 다가온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변하는데도 우리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커다란 벽에 가로 놓여있다. 바로 대입 시험 제도와 관련한 풍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벌만능주의와 치열한 경쟁의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조금씩 입시제도가 바뀌고, 더욱 복잡해졌다.
2015-08-12 09:49며칠 전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다가가 두 손을 잡고 선생님 수업준비 열심히 했고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할거 거든, 그러니 잘 들어줬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한 학생이 묻는다. “그래도 떠들면요?” “그러면 또 다가가 꼭 껴안고 또 한 번 똑같이 말하겠다.” “그 다음은요? 키스? 그럼 그 다음엔 빠구리?” 할 말을 잃었다. 이정도까지인가? 이 학생들 데리고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작년 일이 떠올랐다. 첫 동아리 시간에 여학생 다섯 명이 늦게 들어왔다. 보통은 늦게 들어오면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자리에 앉는데 그 학생들은 달랐다. 계속 하던 얘기를 하면서 교실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앉으라고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급기야 큰 소리를 냈다. “앉아!” 그러자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 소리를 듣고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충격에 다른 수업시간에도 완전히 손을 놓아버렸다. 교실은 죽은 교실이 돼버렸다. 뒤늦게 바로잡으려 해봤지만 이미 속수무책, 전혀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교사의 생명은 수업인데 수업을 못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패배감, 절망감, 자괴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서 반전을…
2015-07-30 15:42얼마 전 방학을 앞두고 1·2학년 교내 학교폭력예방 합창대회가 있었다. 모두 자기 학급이 우승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하나 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승을 위해 학급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피켓을 들고 학교폭력을 감시하는 경찰관이 되신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 학교에서 학교폭력은 멀리 추방되는 듯 했다. 대회가 끝나고 학년과 남녀를 구분해 각각 시상했다. 우승반이 발표되자 좋아하는 4개 반과 아쉬워하는 13개 반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다음날 수업을 하려는데, 스스럼없이 심사를 맡았던 선생님을 원망하고, 실수한 급우를 은근히 비방하는 말까지 들려왔다. 전날 합창대회가 본래의 교육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됐는지 새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춘추시대 공자는 제나라에서 순임금의 소(韶) 음악을 배울 적에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잊어버릴((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정도로 매우 열중했다. 그리고 “순임금의 음악이 이 같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한 경지에 이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라 했다. 옛적 성왕(聖王)들은 이처럼 ‘공성작악(功成作樂)’해 자신의 음악으로 세상을 교화했는데, 이 글에서 우리
2015-07-30 15:08일상 대화에서도 외래어나 외국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데도 뭔가 느낌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굳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설’이라고 한다. 전설과 같은 인물을 가리킬 때 ‘전설적 인물’이라고 한다. 또는 그 사람 자체를 가리켜서도 ‘전설’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전설’이라는 말 대신 ‘레전드’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 선수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다”처럼 말이다. 여기서 ‘레전드’는 ‘전설’과 다르지 않다. (1)레전드(legend)→전설 대화중에는 가끔 ‘가오 잡다’란 말이 들린다. ‘가오(かお)’는 원래 ‘얼굴’이나 ‘체면’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가오 잡다’는 대체로 ‘허세를 부리다’, ‘폼 잡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가오 차리지 말고 맘껏 드세요”나 “가오가 선다”고 할 때는 ‘체면’의 뜻이다. (2)가오(かお)→얼굴, 체면 (3)가오 잡다→허세를 부리다, 폼 잡다 (4)가오가 서다→체면이 서다 ‘가오 잡다’나 ‘폼 잡다’와 비슷한 뜻의 말이 ‘후카시 잡다’이다. 여기서 ‘후카시(ふかし)’는 일본말이다. ‘실제로는 별 볼일 없으면서도 남에게 대단하거나 멋
2015-07-30 14:32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졸헌송(拙軒頌)’에 ‘찾으려던 공교함 찾지 못하고/얻어낸 졸렬함 어디서 왔는가./사기 동이 깨트리고 한번 물으니/광자(狂者), 이로 인해 눈을 떴다네./기교를 부리다 망치는 것은/뱀을 그리면서 다리를 그리는 격이니….[覓巧了不可, 得拙從何來, 打破沙盆一問, 狂者因此眼開, 弄巧成拙, 爲蛇畫足….]’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 별집 권19, 성행부(性行部)’에 실려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성어 ‘농교성졸(弄巧成拙)’은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뜻하는 말로, 이 글 속에 나오듯이 '화사첨족(畵蛇添足)‘과도 의미가 통한다. 이는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다하다가 도리어 졸렬한 결과를 보게 된다’는 뜻의 사자성어 ‘욕교반졸(欲巧反拙)’의 근원이 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이 ‘욕교반졸’의 출전을 ‘논어’로 적어놓은 책들이 많으나 잘못된 것이다. 요즘 교육계의 화두가 된 인성평가 논란을 보면서 떠오른 성어가 바로 ‘농교성졸’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굳이 법까지 만들 필요가
2015-07-23 19:48수상 소식을 듣고, 대한 감사의 마음을 누구에게 돌릴까 생각했다. 먼저 제자들이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학생들이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사회에 나가는 관문인 고교생활. 그 생활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는 담임의 역할. 때로는 나의 모난 점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었다. 때로는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스승의 날 칠판에 뭔가를 가득 채워놓고 기다려주는 아이들을 보고 힘을 얻기도 했다. 사실, 나를 거쳐 간 학생들이 모두 ‘기적’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더욱 교사다웠다면 그들의 미래가 더 밝아졌을 것이라는 후회 아닌 후회가 드는 이유다. 3학년 때에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더 해줄 것이 없을까 해서 새벽 교회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인생에 끼어들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가갈 방법 또한 묘연했다. 결국, 뒤돌아보면 아이들은 제각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다. 아내와 나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기적이’ 얘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그렇
2015-07-23 18:45‘쾌쾌한 냄새, 지저분한 매트,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 담뱃재 냄새….’ 우리 반 학생 기적(가명)이의 집 원룸의 모습이었다. 도저히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상태였다. 지금도 뇌리에 선명한 끔찍한 모습을 다시 그리자니 마음이 좋지 않지만, 우리 기적이의 ‘기적’ 같은 삶을 그리고자 할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1년 3월. 새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들의 입학식 날이었다.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아 쌀쌀했지만 학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등교했음에 틀림없다. 우리 반에 배정된 아이들 중에는 복학생이 2명 있었고 옆 반에도 2명이나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인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한 아이들이었다. 처음부터 기적이가 내 눈에 띈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맡았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눈은 컸고 아주 귀여웠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아이 같기도 했다. 이 아이에게 엄청난 시련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학교가 그렇지만 학년 초 담임교사는 학급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파악하고 학비지원을 받아야 할 아이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일이 바쁘다. 가뜩이나 수업시수가 많아 힘든데 그런 일들로 더욱 바빠져
2015-07-23 18:44십 여 년 전에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교사에게 주어진 과업 가운데 가장 중심에 둬야할 가치를 찾고 싶다는 뜻에서 나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였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교육의 본질, 즉 수업을 통해 기쁨과 감동, 보람을 얻는 것이라고. 이 단순한 진리 앞에 수업은 늘 애물단지나 다름없었다. 실망이 절망으로 바뀔 무렵, 절박한 심정으로 수업의 무게 중심을 아이들에게 옮겨보기로 했다. 일명 ‘거꾸로 수업’이었다. 졸거나 딴짓 하는 아이가 급격히 줄고 스스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수업의 밀도는 높아졌고 한 시간 수업이 짧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수업이라면 그 수업은 일단 절반쯤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준비할 것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모둠학습이 가능한 활동지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상황에 맞게 프리젠테이션이나 동영상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준비가 아이들에게 녹아들어가 수업의 역동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가르치는 보람이 깨를 볶는다. 역시 교사는 수업으로 사는가 보다. 그런 자신감을 밑천삼아 이젠 사교육으로 넘어간 논술마저 찾아오리라 다짐
2015-07-20 11:41“거기 조는 녀석, 일어나봐!” 녀석은 듣고도 못들은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건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옆에 앉은 친구, 흔들어볼래!” 이렇게 수업시간만 되면 꿈나라를 헤매는 녀석들과의 실랑이도 이젠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차라리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동료 선생님들도 날이 갈수록 수업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간다. 교단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수업만큼은 자신 있었고 그래서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 조그만 디딤돌이라도 돼보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탄력을 잃은 고무줄처럼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이젠 자괴감마저 든다. 물론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진 교육상황도 작용하겠지만 그보다는 선배 교사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나이든 교사의 한계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은 엉뚱한 순리론에 기대보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수업 무기력증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변화가 필요했다. 수업을 통해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아이들도 절대 행복할 수 없기에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도 바뀔 수 없다는
2015-07-20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