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자신’은 ‘바르게 사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 보고 잘못된 점을 깨달아 이를 고쳐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사자성어다. ‘사기’ ‘편작·창공열전’에 나오는 것으로, 명의 태창공 순우의(淳于意)의 막내딸이 황제에게 올린 글에서 유래했다. 순우는 의술에 재주가 많았다. 그러나 어느 날 유능한 의술을 지닌 양경을 만나 지금까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의술을 버리고 양경에게 새롭게 의술을 익혀 많은 사람을 치료하였으나 사람에 따라 차별을 둬 원망을 사기도 했다. 문제 4년에는 어떤 사람에게 고발당해 ‘형죄’, 이른 봐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큰 벌에 처해졌다. 막내딸은 관청의 노비가 됐고 아버지의 ‘형죄’를 속죄해 달라고 황제에게 다음과 같이 간청했다. “소첩이 매우 비통한 것은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형죄를 받은 자는 다시 전처럼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고자 하나 그렇게 할 방법이 없으니 끝내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은 황상은 그의 마음을 측은하게 여겨 그해 안에 육형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을미년 새해가 됐지만, 늘 그랬던 대로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면 학원 주변
2015-01-15 19:06언제 어디서나 상하의 관계는 어렵고 조심스럽다. 노(魯)나라 정공(定公·BC.556-BC.480)이 임금이 신하를 부리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도리에 대해서 묻자, 공자는 “임금은 신하를 예(禮)에 맞게 부리고, 신하는 임금을 충성으로 섬겨야한다(君使臣以禮, 臣事君以忠)”고 답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임금과 신하가 각자의 입장에서 행해야 할 도리를 말한 것이라는 설과, 임금이 신하를 예로 부리면 신하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게 된다는 ‘보시설(報施說)’로 보기도 한다. 동파 소식(蘇軾·1037-1101)은 예의 중요성을 “임금이 신하를 쓰는 데 이익을 가지고 하면 그의 신하는 소인만 모인다. 어쩌다 나은 신하를 얻었다 하더라도 그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자에 불과할 뿐이다. 벼슬과 녹봉만 생각하고 모인 자는 이익이 다하면 떠나고 위력 때문에 따랐던 자는 힘이 빠지면 배반한다. 그래서 이익으로 부리는 것이 예로 부리는 것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은 여기에 “임금이 예를 갖춰 부리지 않으면 신하는 반드시 부끄럽게 여기고 부끄럽게 여기면 원망하게 되고 원망하게 되면 충성하려던 마음도 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2015-01-08 11:33덜컥 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처음 몇 년은 열심히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내 기준에 맞춰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모습을 봤다. 비로소 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욕심 부리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됐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에게 다가가야 함을 알게 된 몇 년이었다. ‘참 좋은 개그맨 선생님.’ 내가 불리고 싶은 이름이다. 좀 길지만 수업이 재미있는 선생님, 원칙을 지키면서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와, 우리 선생님은 진짜 웃겨요. 제가 약속을 안 지킬 때는 무섭지만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잘 하고 있는 것도 같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운 것을 보면 교직이 천직이긴 한가 보다. 진희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에게도 ‘진희’는 있다. 지면을 통해 펜에 옮겨 놓았을 뿐이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다만, 조금 느리게 자라고 다르게 자라는 꽃이 있을 뿐이다. 모든 꽃이 조화를 이룰 때 더 아름다운 꽃밭이 만들어질 것이다. 느림과 다름을 인정해 주면 더 행복한 학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상자 발표 날 병원에 있었다. 가슴 아픈 일과 기쁜 일이 한꺼번에 찾아온…
2014-12-31 16:54“선생님, 어디 계신데요? 시골 내려와서 뭐 좀 가져가시오.” “아니에요. 아버님,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물질적인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 “그거 놔둘 곳도 없어서 옮겨야 한디 그럼 어쩌라구요. 내가 만든거라 싫소? 난 모르겄응께, 오늘 공설운동장 앞 김 사장님 찾아서 받아가시오.” 작년 2월 방학.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진희(가명)아빠가 대뜸 뭐 좀 만들어놨으니 가져가라신다. 막무가내로 화를 내는 목소리에 행여나 오해하실까 진희 얼굴도 볼 겸 공설운동장으로 출발했다. 찻길의 나무들은 다 헐벗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지만 히터의 열기 때문인지 그 모습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을 달려 그 곳에 도착했다. 문득, 1년 전 그 날이 생각난다. “선생님, 진희 아직도 학교 안 왔어요.” 2013년 3월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됐을 무렵, 창가에서 주차장을 향해 목을 빼고 있던 같은 반 친구 윤서가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달려와 이야기를 시작한다. “윤서야, 아직 학교 올 시간이 아니잖아. 독서하고 있어야지. 위험하니까 주차장에 나와 있으면 안돼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눈은 시계를 향하고 있었다. 아침에 전화로 깨웠으니, 지금쯤이면 학교에 와야 하는
2014-12-31 16:48‘본립도생(本立道生)’은 기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한국교육신문이 선정한 ‘2014년 올해의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본립도생이 올 한해 교육계 표어처럼 붙었으면서도 오히려 가장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말은 ‘논어’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말이다. 그 원문은 ‘君子는 務本이니 本立而道生하나니 孝弟也者는 其爲仁之本與인저’로,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할 것이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저절로 나오게 된다. 효도와 공경이라는 것은 아마도 인을 행하는 근본인 듯하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근본은 효도와 공경이고, 도는 인도(仁道-仁義禮智)로 중용에서 말하는 군신(君臣)·부자(父子)·부부(夫婦)·곤제(昆弟)·붕우(朋友)를 뜻한다. 본립도생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재해석 해보면 이는 순종(順從)의 덕인 효도와 공경을 잘해야 인도(仁道)가 저절로 발현(發現)된다는 뜻으로 가정의 사랑인 자기의 어버이를 친하게 하고, 형을 공경한 이후에 이를 점차 넓혀 다른 사람, 그리고 만물에까지 미쳐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교육적 차원에서 부연해 보면 군신관계에서는 국가 지도자와 그 사회 구성원과의 역할적 차원의 조화라고 할 수 있으며, 부자관계는 가족 구
2014-12-24 19:22지하철을 타러 내려 갈 때 계단이 길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간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나이 드신 분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동 거리가 먼 경우에는 무빙워크가 설치된 역도 있다. 행인을 수인 구경하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웹진 형식의 뉴스레터를 열어 보기도 하다가 전동차가 도착하면 스크린도어가 열린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전철을 타서는 환승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여기에 쓰인 밑줄 친 말들을 쉬운 말로 바꿀 수는 없을까? ‘에스컬레이터’는 사람이나 화물이 자동적으로 위아래 층으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만든 계단 모양의 장치이므로 ‘자동계단’으로 쓰면 된다. ‘엘리베이터’는 동력을 사용해 사람이나 화물을 아래위로 나르는 장치이므로 ‘승강기’로 쓰면 된다. 영어 ‘elevator’는 위로 올라간다는 일방향의 뜻인데 우리말의 승강기(昇降機)는 오르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쌍방향의 뜻을 갖고 있어 대조적이다. ‘무빙워크’는 평지나 약간 비탈진 곳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사람이 이동할 수 있게끔 자동으로 움직이는 길 모양의 기계 장치이므로 ‘자동길’로 바꿔 쓰면 된다. ‘행인’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므로 ‘길 가는 사람’이나 ‘지나는 사람’으로…
2014-12-24 17:06올해 하반기 전 국민의 관심을 모은 화제는 단연 공무원연금법 개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선거공약이기도 한 이 문제는 연초부터 구체적 추진이 시사되고 최근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개혁안의 향방에 대한 애드벌룬이 띄워지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공무원 당사자들이야 이해득실에 매어 있으니 응당 그랬겠지만, 국민들 또한 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에 큰 재앙이 온다니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10월 말 드디어 정부·여당에서 추진한 개혁안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원칙에 입각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고, 연금 수령시기도 점차 65세로 늦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계속된 언론과 여당 인사들의 호들갑에 이를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적연금의 기능조차 상실된, 너무도 불합리한 개정안에 공무원과 교원 모두는 경악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불안정한 미래를 예감한 공무원과 교원들의 명예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연금법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말이 ‘교왕과직(矯枉過直)’이다. 굽은 것을 바로잡으려다 지나치게 곧게 한다는 뜻으로, 잘못을 고치려다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말이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
2014-12-19 14:16생활인권부장교사이자 6학년 부장교사로, 또 6학년 담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요즘 같이 어려운 교육적 현실 속에서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불쌍하다고 생각하리라 감히 짐작해본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은 슈퍼맨이 아니다. 슈퍼맨이 될 수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교우관계에 대해서만큼은 짝퉁 슈퍼맨이라도 돼야 한다.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 등 빈틈없는 시간이지만 행복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 우선시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학기 초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외된 아이일 수도 있고 에너지가 넘쳐 다른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아이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먼저 선생님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선생님이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신뢰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자신의 진심만은 믿어주기를 바란다. 수기의 주인공인 아이가 친구와 함께 스승의 날 즈음 찾아왔다. 같이 온 친구 또한 제자였다. 둘은 성격이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서로를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두 아이 모두 가정환경이 어려웠지만 한 친구는 외향적인 모습으로, 다른 친구는 내성적인 모습으로 나와…
2014-12-18 18:163년 전 새 학기 첫날, 5학년 담임으로 아이들과 정겨운 인사를 나눌 때의 추억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다들 어색해서인지 조용히 자리를 찾아 앉는 가운데 유독 활발하고 씩씩한 여자 아이가 눈에 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소리와 덩치만으로는 영락없는 남자아이였다. 성격이 활발하고 붙임성도 좋아 ‘참 바르게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를 썩 잘하진 못했지만 수업시간마다 손을 높이 들고 무언가를 말하려 애쓰는 모습도 대견했다. 어느덧 한주가 지나고 아이들과 이제 막 적응을 하려는 찰나 사서선생님이 느닷없이 방문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선생님 반에 소연(가명)이라는 아이 있죠?” “예, 우리 반 맞습니다.” 사서 선생님은 조금 흥분한 듯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가 도서관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서랍 안에 있던 지갑을 훔쳐 십 만원가까이 되는 돈을 다 써버렸더라고요. 일단 타이르긴 했는데, 선생님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쉽게 믿기질 않아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 아이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사서선생님 지갑을 몰래 훔쳐 돈을 여기저기 쓰고 다니다 다른 반 친구에게 들킨 상황이다. 만난 지…
2014-12-18 18:1442년의 장구한 세월을 오직 외곬으로 교단에서 보내고 퇴직한 지 3년이 지나간다. 요사이 눈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까마득한 그 옛날 그리웠던 시절이 하나 둘 눈망울에 어른거린다. 선생님 손을 한 번이라도 더 잡아 보려고 쉬는 시간이면 우르르 내 곁으로 몰려와 흙 묻은 손으로 바짓가랑이 붙잡고 미안해 멋쩍게 웃던 아이들에서부터,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손주 녀석 선생님이 집에 와서 영광이라시며 한사코 뜨뜻한 아랫목을 내 주시던 그런 시절에는 오직 사람을 길러 낸다는 자긍심 하나로 천직이라 여겨왔었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에 맞게 해방 후 6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를 이토록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그 원동력이 교육의 힘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토록 중차대한 교육의 힘은 당장 그 성과가 눈앞에 나타지 않는다는 소인적인 생각으로 인해 자꾸만 밀리고 도외시 되더니, 이젠 아주 교육이, 학교가, 그리고 선생님이 깊은 나락의 텅으로 빠져들고 있는 건 왜, 그리고 누구의 잘못인가. 득어망전(得魚忘筌)! 고기를 다 잡고 나면 고기 잡을 때 가장 유용한 도구였던 통발을 잊어버린다는 말인데, 어떤
2014-12-11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