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방송교육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보건선생님께 한 가지를 부탁했다.“방송실에 학생 몇 명만 앉혀 주세요.” 교육은 상호작용이 생명이라고 생각한다. 강당에서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면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강의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보이면 다시 설명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질문을 던진다. 웃음이 터지면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것이 살아 있는 수업이다. 하지만 방송교육은 다르다. 한 번에 천여 명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강사에게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교실의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지,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어느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는지 알기 어렵다. 자칫 40~50분 동안 강사 혼자 화면을 향해 말하는 일방적인 교육이 되기 쉽다.그래서 나는 방송실 안에 ‘작은 교실’을 만들기로 했다. 여섯 명의 학생이 의자를 펴고 내 앞에 앉았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오늘 선생님이 여러분을 보면서 이야기할 거예요. 여러분 얼굴은 방송에 나오지 않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는 친구들에게 들릴 수 있으니 잘 듣고 대답해 주
2026-09-15 09:48
“선생님의 색소폰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니 더 특별하고 행복합니다.” 11일 오후 2시, 수원보훈요양원 1층 강당. 50여 명의 환우들이 휠체어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는 트로트 가수 나소연(72)이 노래를 부르고, 옆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졌다. 색소폰을 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소연 가수의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 강태준(84) 전 화홍고 교장이다. 학창 시절 스승과 제자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이제는 봉사 현장에서 함께 무대에 선 것이다. 스승은 색소폰으로 제자의 노래를 받쳐주고, 제자는 노래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객석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따뜻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사랑·행복봉사단’의 일원으로 매월 한 차례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아 위문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태준 전 교장은 제자 나소연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생 때 실장과 오락부장을 맡을 만큼 성격이 활달했고, 학급 분위기를 잘 띄웠어요. 공부도 상위권이었지요.” 세월은 흘렀지만 제자의 밝고 적극적인 모습은 스승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교단을 떠난 스승과 가수로 제2의 인생…
2026-09-15 09:44
또닥, 또닥, 또닥. 마지막 남은 여름의 습기를 말려주려는 듯 초저녁 공기를 뚫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다듬이의 상쾌한 소리는 추석 옷 준비를 서두르는 소리 중 하나였다. 섬세하고 가녀린 섬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확한 강도 조절이 필요한 다듬이질은 한복 바느질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과정일 것이다. 예전, 그 많은 살림살이 일 중에서도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명절옷 다듬기에 분주했다. 장마와 무더위 때문에 무시되었던 복식의 예법을 다시 세우려는 듯, 모시나 갑사 혹은 노방을 넓게 펼쳐서 추석 옷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세탁 때마다 깃이며 고대가 각각으로 나누어져 있는 다듬이 두루마기는 되직한 쌀풀로 붙여가며 오직 손바느질로 만들어졌다. 연한 옥색으로 완성된 다듬이 옷에는 섬유가 가진 본래의 문양도 있지만, 풀을 먹이고 다듬이하는 과정에 물결과 같은 영롱한 무늬가 섬유 표면에 아로새겨져 의복에 빛을 더해 주었다. 온전히 손바느질로 빚어진 빛살과 같은 문양은,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마치 신기루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많은 가사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벌의 명품 핸드 메이드를 지어내고 흡족해하던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2026-09-14 13:41
경기수현유치원(원장 이귀열)은 11일 학부모 재능기부를 통해 유아들과 함께 「용기 있게 내 마음을 말해요」 활동을 진행했다.이번 활동은 유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불편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며, 친구의 마음도 존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학부모가 가진 재능과 경험을 유아들의 배움으로 나누며 교육활동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유아들은 기쁨, 속상함, 화남, 무서움 등 다양한 감정을 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발 딱! 몸 쭉! 눈 보고! 말 또박또박!”이라는 ‘용기 자세’를 함께 연습하며 바른 자세와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 보았다. 이어 친구 인형 역할극과 상황 퀴즈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말을 직접 연습했다. 유아들은 “나는 싫어”, “그만해 줘”, “선생님, 도와주세요”와 같은 말을 소리 내어 표현하며 나를 지키는 방법을 익혔다. 또한 내가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처럼 친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권리가 있음을 알고,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이 좋은 친구 관계의 시작임을 생각해 보았다. 활동을…
2026-09-14 13:30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을 말할 때 습관처럼 따라 붙이는 수식어들이 있다. ‘지옥 같은 입시 경쟁’, ‘한 줄 세우기식 평가’, ‘공교육의 해체’ …. 수십 년간 언론과 교육 평론가들은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날카롭게 펜 끝을 세워왔다. 그러나 비판의 칼날이 너무 예리했던 탓일까? 우리는 그 칼끝 밑에 숨겨진 한국 교육 본연의 위대한 유산마저 스스로 도려내는 우(愚)를 자행해 왔다. 외국의 교육학자들과 정치가들은 한국을 바라볼 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자원 하나 없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어떻게 한두 세대 만에 세계 최첨단 디지털 국가가 될 수 있었는가?” 그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하나, 바로 ‘교육’이다. 우리가 스스로 폄하하기 바빴던 K-교육은 실상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DNA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교육에 대한 과도한 자학(自虐, self-hatred)을 멈추고, 한국 교육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과 유산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재고(再考)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미래 사회에 맞게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획기적인 담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잠시 우리 교육에 대해 냉
2026-09-14 13:29강원도의 한 교육지청에서 연락이 왔다. 오전에는 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오후에는 교육청으로 이동해 관리자 연수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때 나는 40대였다. 에너지와 열정으로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교육계가 기억하는 나와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마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그 열정 자체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이제는 학교 현장 밖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나누고 있을 뿐이다. 그 시절 강원도로 가는 길은 지금처럼 편하지 않았다. 하루 전에 출발하거나 밤차를 타야 했다. 마침 밤 12시 반에 출발해 원주에 새벽 5시쯤 도착하는 야간열차가 있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준비하려면 일주일 전부터 움직여야 했다. 특히 흡연예방교육을 위해 콩나물을 직접 키웠다. 생수병에 담배를 다섯 개비, 일곱 개비씩 풀어 넣고 조건을 달리해 콩나물을 키웠다. 담배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콩나물의 성장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담배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한 교육자료였다. PPT만 들고 가는 강의가 아니었다. 담배, 모형담배, 살아 움직이는 금붕어, 타르실험용 빈생수병을 비롯해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2026-09-14 13:27저녁마다 숙제를 두고 같은 실랑이를 반복하는 집이 있다.아이는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소파에 눕고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부모가 숙제를 하라고 말하면 “조금만 있다가요”라고 대답한다. 처음에는 정말 잠깐 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삼십 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몇 번 더 말하면 아이도 짜증을 낸다.“알아서 한다니까요.”그러다 밤이 늦어서야 책상에 앉는다. 몇 문제 풀다가 막히면 부모를 부르고, 시간이 부족해지면 부모도 마음이 급해진다. 설명만 해주려고 앉았다가 어느새 남은 숙제까지 함께 보고, 다음 날 준비물이 있는지 가방까지 확인하게 된다.이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면 부모는 답답하다. 해야 할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매번 미루는지, 왜 몇 번씩 말해야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이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고 나면 피곤하고, 집에 와서까지 바로 책상에 앉는 것이 싫다. 잠깐 쉬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기도 한다.그 마음을 모르기는 어렵다. 그런데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데에는 피곤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아이가 늦게 시작해도 결국 숙제는 끝난다. 막히는 문제가 나오면 부모가 와
2026-09-14 13:21
경북 금성초가음분교(교장 류은주)는 3일아름소리 복지센터에서 가음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가음분교 학생 3명을 대상으로 ‘마을 어르신과 함께하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 활동을 실시하였다. 이번 체험은 학생들이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전통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보며 우리 고유의 식문화와 전통의 가치를 배우고, 세대 간 소통과 나눔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고추장 만들기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였다. 먼저 고추장에 들어갈 조청을 직접 따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고춧가루를 넣고 재료가 잘 섞이도록 정성껏 저어 보며 고추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웠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전통 장 만들기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높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특히,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설명을 들으며 재료의 역할과 고추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어르신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들은 학생들에게 고추장을 만들 때의 경험과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학생들은 귀 기울여 들으며 세대 간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고추장을 완성한 뒤에는 학생들이
2026-09-11 16:58
충남홍주고(교장 김병진)가 학교의 공간과 교육적 자원을 지역사회와 나누며,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열린 학교’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홍주고는 10일교내 FLEX GYM(체육관)에서 홍주천년문학관과 함께 ‘송욱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 축전’을 개최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관과 학교가 MOU를 맺고 지역의 소중한 문학적 자산을 학생과 주민이 함께 향유하는 자리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필 학교법인 신암학원 경영총괄국장, 장광현 홍성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비롯해 지역 기관 단체장 및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와 홍주고 학생 및 교직원, 지역 주민 등 약 300명이 함께했다. 송욱 시인의 삶과 문학 세계를 담은 기념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시 낭송과 작품 감상, 문화예술 공연, 인문학 특강이 이어졌으며, 시화전과 문학 작품 전시도 마련돼 문학적 자산을 세대가 함께 나누고 그 가치를 이어가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행사는 지역의 문화·인적 자원을 학생들의 배움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학교의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한다는 점에서 홍주고가 지향해 온 지역 연계 교육의 의미를 잘 보여줬다. 홍주고는 그동안 학교의 시설과 교육 자원…
2026-09-11 16:55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가 공개된 이후 교육계의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생의 보고서와 발표문, 독후감과 논술문을 AI가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고, 교사와 대학은 과연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스스로 생각했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이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정답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았는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16년 동안 최종적으로 대학입시로학생을 평가해 왔다. 그 정점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찾고 정리하며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가? 하루에 한 등급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는 운명을 언제까지 부과할 것인가? 필자는 전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수능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입시에 종속시킨 것으로 점수를 더 얻기 위하여 공교육 현장을
2026-09-10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