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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장애는 있어도 교육기회 차별은 없다

학부모 원하면 일반학생과 똑같이 교육
뇌손상 학생위해 학교서 보디가드 고용
학생 1인당 400만원~2800만원 지원

지난 2월 초, 새학기를 맞이한 호주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을 다른 학생들과 떼어놓기 위해 보디가드를 고용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학교측은 '도발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폭력적인 행동'을 수시로 야기하는 한 학생으로 인해 다른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 다수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장한 보디가드를 학내에 상주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학생은 수업 중은 물론,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보디가드와 동행하면서 충돌이나 폭력적인 상황을 촉발할 경우 즉각적인 저지를 받게 된다고 한다. 만만치 않은 보디가드 채용비용의 대부분은 정부지원이지만 휴식과 점심시간에 해당하는 비용은 학교측에서 기꺼이 분담하고 있어, 보디가드 덕에 문제 학생과 다른 학생들 모두 평화롭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언뜻 들으면 정학이나 퇴학처분에 해당할 것 같은 '문제 학생'을 정부와 학교가 '한통속이 되어 싸고도는' 이유는 뭘까. 이 학생은 실은 장애아이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시로 저지르는 폭력행위도 실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뇌손상에 따른 장애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 학생이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과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호주는 원칙적으로 장애아와 비장애아 사이에 교육기회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 즉 장애가 있다해도 부모가 일반학교에 자녀를 보내기 원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한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 6단계로 세분화된 지원제도를 통해 일반학생과 똑같은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호주 교육부의 이같은 교육 기회 균등 방침으로 인해 호주의 초․중․고에는 갖가지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일이 전혀 낯설지 않다.

빅토리아 주 교육부는 최근 주내 공립학교의 장애학생 수가 5년 사이에 1만명 이상이 늘어났으며, 일부 카톨릭계 학교의 경우 같은 기간에 최고 58%까지 장애학생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자폐증을 가진 학생들의 일반 학교 입학율이 최근 276%로 급증하면서 같은 장애아를 가진 예비 학부모들에게 희망어린 메세지를 전했다.

한편 자폐증상과 언어 장애를 비롯, 각종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선 학교의 특별 프로그램에도 2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 지난 2000년에 비해 무려 7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 관계자 및, 장애아 보호 단체들은 실은 통계 수치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장애아들이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장애의 정도에 따라 정부로부터 개별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장애학생 지원금은 5년 전에 비해 120만달러 이상이 늘어나 일선 학교로 배당되는 보조금액은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학생 한 명당 4677~3만5000 호주달러에 달한다.

처음 언급한 뇌손상으로 인해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의 경우는 매우 독특한 케이스로, 일반 학생들과 무리없이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서 적절한 때에 자신의 행동을 통제해 줄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보디가드를 고용해 주는 것으로 이 학생을 지원했다.

장애는 흔히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며, 장애인들을 보면 도와주어야 한다는 통념에는 실상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지으려는 무의식이 작용한다. 즉 비장애인인 나와 다르게 그들은 심신의 불편을 겪고 있으니 따라서 내가 속한 그룹이나 단체, 혹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없고, 그들만의 영역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배척과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사회의 이같은 선입견에 맞서기 위해 교육현장이 솔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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