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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자녀 약물중독 예방하려면 끊임없이 대화하세요"

“부모의 관심이 효과 가장 크다” 정부 지속적 교육 강조
10년간 마약과의 전쟁…접촉학생 비율 절반가까이 감소

일전에 종교단체 모임을 통해 호주에서 청소년 사역을 오랜 동안 해온 교역자 한 분을 만났다. 어느 날 그 분은 맡아 가르치는 교회의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한 후 어디에 가면 마약을 살 수 있는 지 아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학생들의 팔이 올라가더라고 했다.

마약을 해 본 경험과는 별개로 마약을 구하는 방법에 관해서 10대 청소년 누구라도 알고 있다는 것에 그 분은 적잖이 놀랐다고 했다. 더군다나 크리스천 청소년들임에도 일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 정도로 호주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은 언제든지 손만 뻗치면 접촉이 가능한 유혹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술과 담배 만큼이나 음성적 불법 마약 거래가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너 요즘 마약하냐?"

학교 성적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다른 친구들을 사귀면서 용돈을 헤프게 쓴다거나 할 때 호주 부모들은 자식에게 이렇게 묻기도 한다. 몹시 충격적이거나 아니면 얼토당토않은 소리같지만, 호주의 10대 들에게 마약은 가정불화를 겪거나 학교에 제대로 적응 못하는 이른바 낙인찍힌 문제아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살 수 있어서, 호기심에서, 단순한 반항심에서, 일시적 영웅심에서, 심심하고 무료해서, 심지어 또래들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서 등등 갖가지 이유를 가지고 청소년들의 마약에 대한 유혹은 일상으로 널려있다.

지난 1997년 이래, 국내 판매를 목적으로 제조되거나 수입된 불법 마약 거래량은 적발된 것만 무려 14톤에 이르며, 정부는 끝도 없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10년 동안 14억 달러 달러를 쏟아부었다.

인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값싸게 들여오는 것과 국내의 음습한 곳에서 제조되는 것 등 마약 공급처는 다양하며, 호주 정부가 마약과 치루는 전쟁 노선도 세가지의 기본구도를 갖추고 있다. 마약 제조와 거래선을 차단하는 것이 그 한가지이며, 마약에 대한 욕구와 수요를 억제시키기 위한 교육 노선이 두 번째, 마지막 노력은 이미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의 재활 치료에 집중된다.

정부가 이처럼 거리거리, 골목골목의 말단을 거쳐 각 가정의 자녀들에게 불법 약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낸 안간힘의 결과, 마약에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학생비율이 지난 1996년의 36%에 비해 2005년에는 20% 선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성과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공익광고를 제작하여 시청율이 높은 황금 시간대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마약의 폐해를 알리는 '끔찍한' 내용의 영상물을 내보내고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달에는 각 가정마다 자녀들의 약물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홍보 책자, ‘자녀들과 마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세요(talking with your kids about drugs)’를 배포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15~17세 청소년들의 93%가 부모들과 마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며, 실지로 격의없는 대화를 했던 학생들의 92%가 부모의 관심과 조언을 통해 마약에 대한 유혹과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각 가정에 전달한 홍보물의 요지도 '마약 문제를 놓고 자녀들과 자꾸만 대화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약물에 노출된 경험이 있건 없건, 마약 문제에 대해 지금 당장 관심이 있건 없건, 자연스럽게 기회를 만들어서 거기에 관해 되도록 자주 대화를 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제안은 호주의 10대들은 어차피 한번은 약물을 접하게 될 것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그 때를 대비하라는 의도인 것이다.

평소 자녀들과 약물 중독에 대해 옳바른 정보와 바른 견해를 서로 주고 받으면서 '준비'를 할 경우, 일이 터졌을 때 엉뚱한 곳에서 흘러든 그릇된 정보를 초기에 막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호주에서는 마약에 관한 한 '설마 내아이가!'하는 성역은 없다. 청소년 시절 어차피 한번은 겪고 지나야 하는 '통과 의례'나 '성장통'에 비유한다면 너무 지나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해서 중독으로 빠져드느냐, 한때의 경험으로 넘길 수 있느냐이다. 만약 '한 때'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생사의 갈림길로 접어드는 수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주 정부와 부모들이 연합군이 되어 치루는 마약과의 전쟁은 지난한 장기전의 양상을 띠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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