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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제불황에 사립학교는 너무 부담"

공립 입학 5년간 60% 증가
학생들 썰물처럼 빠져나가 사립은 재정위기
공립학교도 과밀학급에 교사 부족으로 '비명'

연학비가 2만 호주달러를 육박하는 사립학교 자녀들의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한 학부모들의 파산 신청이 예년에 비해 25%나 증가한 것을 비롯, 경제적 압박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새학기에 맞춰서 공립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주내 8개 공립 고교의 입학 인원이 2003년과 2008년 사이 60% 이상 증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로 인해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경우 사립학교의 절반정도가 정원 미달 사태로 치달으면서 심각한 운영난에 봉착하고 있다. 이곳 440개 사립학교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지난 2002년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점차 가속화하는 추세인데, 한 학교에서 지금까지 250명이 넘게 전학을 가는 바람에 550만 불 이상의 재정 손실을 겪은 사례도 있다. 학생 숫자가 줄어들면서 설상가상으로 학교 규모에 비례하여 할당되는 정부 지원금마저 같은 비율로 줄면서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게 된 것이다.

얼마전만해도 공립학교 기피 현상이 있을 정도로 사립학교 선호도가 높아 학생들의 등록금에다 풍부한 정부지원금이 합쳐져 풍요로운 재정을 구가하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돈 걱정 없는 사학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학교 건물을 확장하는데 무리하게 돈을 써 온 결과, 현재와 같은 비상시기에 대비할 여력이 없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학교측은 장학금을 확대하고 등록금 납부 기한을 연체료없이 연장시켜주거나, 학비를 깍아주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사실상 뾰족한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사립학교와는 대조적으로 ‘오는 사람’을 막을 수 없는 공립학교도 비상사태에 놓이기는 마찬가지. 갑자기 늘어난 학생들을 한꺼번에 모두 수용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공립학교들은 밀려드는 학생들의 무조건 등록에 앞서 부족한 교사부터 확충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시드니의 한 공립 고등학교는 지난 3년간 학생들의 수가 거의 두 배가 증가한데다가 올해 입학여부가 확정된 학생 숫자가 만만치 않아 당분간 과밀학급을 운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근의 또 다른 고등학교도 비슷한 사정으로 5년 전 1600명이던 학생이 현재 1900명을 넘어섰다. 이 학교는 수업을 담당할 교사만 부족한 게 아니라 갑자기 늘어난 신입생들의 신상과 서류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직 일손조차 딸리는 형편이다. 경제적 이유로 자녀들을 공립학교로 전학시켜야 부모들은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가능하면 수준 높은 지역학군과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일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이른바 명문 고등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거나 거주지 주소를 허위로 기재하는 사례가 발각되고 있는 것.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한 중국계 학부모가 특목고의 일종인 시험제 고등학교 선발 고사를 앞두고 자신의 아들을 특별히 잘 봐달라며 담임교사에게 뇌물을 건네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급격한 공립학교 팽창의 원인은 반드시 사립학교 학생들의 대거 유입 때문만은 아니다. 불경기의 여파로 구직이 힘들어지면서 중학교 과정을 끝으로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호주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기술 습득이나 견습생으로 취업하는 조건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가 적지 않지만, 불어 닥친 불경기로 예상과는 달리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자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학생 신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 숫자를 재흡수 하는 과정에서 공립학교 측은 사립학교 학생들의 유입보다 10학년 과정(중학교 졸업반)에서 학교를 떠났던 학생들이 다시 고등학교 과정으로 복귀하기 위해 다니던 학교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학교의 포화상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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