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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기미가요 제창 강요…교육현장 갈등



오사카 교원 43명 3년새 ‘거부’ 이유 징계
학생은 무관심…역사적 의미 모른 채 불러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모든 학생과 교직원들은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이 의무화됐다. 특히 하시모토 오사카시장이 가장 강력하게 기미가요 부르기를 강요하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기미가요를 따라 부르지 않는 교직원이 있자 오사카시교육위원회에서는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가 확인해 부르지 않는 교직원의 명단을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식이 진행되고 기미가요곡이 방송으로 흘러나오면 교장, 교감은 교직원들의 입을 보며 따라 부르는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교장의 지시를 끝까지 거부하고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는 교직원을 교육위원회가 징계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학교현장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 기미가요 부르기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학생들을 축하하고 축하받을 행사에서 서로를 감시하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최근 한 언론사가 기미가요를 둘러싸고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실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취재했다.

9월 중순 시내 공립고 2개교에서 하교 중인 학생들 114명에게 질문을 한 결과 기미가요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학생은 82.5%였다. 가사의 의미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8.6%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의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학생들이 훨씬 많은 것.

가사 내용에는 일왕을 찬미하는 내용이 있다고 기자가 설명하자 한 학생은 “우리는 전쟁에 대해 부모님, 선생님,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배웠지만 지금의 초등생에게 전쟁이나 국가(國歌)에 대해서 말해도 이해하기 힘들어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친구와 좋은 관계가 계속 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해 가사에 대한 해석이 각양각색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어 학교행사에서 일부 교직원이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이유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21.9%만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조례와 직무명령을 근거로 강제로 부르게 하려는 시교육위와 처분을 거부하는 교직원에 대해서도 약 80%가 왜 그런 대립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기미가요는 전쟁 전의 군국주의의 상징이었다는 것을 기자가 설명하자 한 고교생은 “역사 등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국가(國歌)를 존중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으며 또 다른 고교생은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으로 사회가 나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학생들도 “우리들을 위한 행사에서 교직원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의 대답을 해 부르지 않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부르도록 지도하지 않는다면 선생님도 부르지 않을 수 있고 가사의 의미를 알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나도 부르고 싶지 않다”고 하는 등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교직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학생도 일부 있었다.

문제는 기미가요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적다는 결과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무관심도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부르게 하는 것을 강요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기미가요 제창이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과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등 일각의 주장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기미가요는 2차 대전 전에는 천왕의 업적을 나타내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기미’는 일반적으로 ‘당신’을 의미하고 친한 사람의 장수를 기원하는 노래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었지만 전쟁 중에는 학교에서 일장기를 걸고 기미가요를 강제로 부르게 해 학생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전쟁 후에도 학생들에게 기미가요를 강제로 부르게 해 천왕을 찬양하고 전쟁을 미화시키는데 이용됐다.

현재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에 반대하는 교직원들의 주장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양심을 지키고 싶다”는 것과 “종교적인 문제, 타 민족에 대한 이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일본에서는 1999년 국기(國旗)·국가(國歌)에 관한 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에서 정부는 ‘기미’는 천왕을 상징한다고 밝혔으나 국가에서 이 노래를 강요하거나 의무화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이에 따르지 않는 교직원을 징계처분하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부에서는 2011년 공립학교의 입학식, 졸업식에서 일어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기미가요를 부르는 것을 의무화시켰다. 지금까지 이 의무에 따르지 않아 징계처분을 받은 교직원은 43명이나 된다.

기미가요 관련 학생인식에 대한 현장취재에 참가한 한 기자는 “기미가요를 국가(國歌)로 부르게 된 역사를 우리들의 세대들에게 가르치고 있지 않다”며 “이 문제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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