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be back!”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이다. 기계인간들의 반란을 그린 공상과학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역을 맡은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반복적으로 이 대사를 구사한다. 시리즈 2편에서는 기계인간인 터미네이터가 인류를 구원할 인류 저항군의 미래 지도자인 존 코너를 세상 지배를 위해 반란을 일으킨 기계인간들로부터 목숨을 지켜준다.
기계인간으로서 터미네이터는 강력한 파워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인공지능으로 무장하여 빠른 판단과 신속한 행동으로 존 코너의 목숨을 지키는 임무를 완수해 낸다. 이야기 초반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말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여 행동이 서툴기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의 미묘한 감정까지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터미네이터는 기계인간이 더 이상 인간사회에서 악용되지 않도록 스스로 영구히 사라지기 위해서 용광로로 들어갈 때, 존 코너와 그의 어머니인 사라와 ‘눈물’의 교감을 나누는 모습에서 기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감동을 준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사이버 인간
이 영화 1편이 등장한 시기는 초보 수준의 인터넷이 상용화되기도 전인 1984년도이다. 당시 영화로 그려낸 인공지능의 상상력들은 도저히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만 같았는데, 식당의 서비스로봇, 가정의 청소로봇 등을 보면 점차 사이버 인간이 우리 생활에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Davos Forum)에서 처음으로 이슈화되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로봇기술·드론·자율주행 자동차 등 전 세계 질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였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40여 년 전에 읊은 대사 “I will be back”이 디지털 산업혁명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시대는 실생활의 영역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의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발 빠르게 디지털교육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하여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그간 우리 교육은 교사 한 명이 한 교실 안에 있는 십여 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 각 개인은 저마다 학업성취수준과 속도, 장단점이 다른 차이를 갖고 있는데 교육시스템은 산업시대에나 유용한 철 지난 집단의 평균 수준에 맞춘 전달식 수업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에 비례하여 공교육의 약화는 오늘날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의 등장은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은 저마다 AI 튜터(말할 줄 아는 똑똑한 로봇) 1명을 두고 필요한 학습 도움을 언제 어디서든 받을 수 있게 된다.
학생은 교실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던 기초적인 교과지식이나 개념을 AI 튜터를 통해서 더 잘 배울 수 있고, 교사는 학생의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활동이나 학생의 사회·정서적인 문제를 집중 지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소위 HT-HT(High Touch-High Tech) 교육혁명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이 발현되는 교육의 혁명적 변화
HT-HT 교육혁명은 디지털교과서를 핵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진단결과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학습을 지원하도록 설계된다. 디지털교과서에 내장된 AI 보조교사는 학생의 단원별 성취수준 진단뿐만 아니라 학습태도까지 누적 관리하며, 교사와 학부모에게 학생의 학습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잠재력과 가능성이 발현되는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앞당기게 된다.
디지털교과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도입 시기에 맞춰서 디지털 환경으로 구현하기 쉬운 수학·영어·정보교과를 2025학년도에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2028학년도까지 단계적·연차적으로 국어·과학·사회교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서책 발행사와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들어가 있고, 정부에서도 필요한 절차와 규정들을 새롭게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 민간 차원의 디지털교과서가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사례가 있지만, 국가 수준에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교육혁신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수평적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에서도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할 교사·학생·학부모 그리고 개발사와의 소통을 위해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것을 보았다.
올 8월에는 교육부에서 디지털교과서 개발의 지침인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교사·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AI 디지털교과서 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사용자의 요구를 도출하여 가이드라인에 반영하였다고 한다. 개발사에도 가이드라인 발표에 앞서 시안을 공개하고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자리를 마련하여, 최종 발표 시에는 개발사의 의견을 반영해 개발 기간이 확대되었고, 개발 절차도 보다 명료하게 제시되었다.
세계 최초의 국가 수준 디지털교과서 개발
교육부에서는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서도 디지털교과서 개발사와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참여하는 T/F팀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정부와 개발사가 한 팀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세계 최초의 국가 수준 AI 디지털교과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기존 출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통합지원센터도 설치한다고 하니 개발사 입장에서도 가장 큰 부담 하나를 덜어내고, 양질의 교과서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아래서 개발사들이 각자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하여 ‘500만 학생을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를 개발하는 건강한 교과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함께 디지털 교육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 역량뿐만 아니라 디지털환경에서 플립러닝·프로젝트수업 등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끌어내는 수업혁신과 함께 학생들의 사회·정서적인 문제를 도와주는 교사의 하이터치 역량이 필요하게 된다.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2025년은 우리나라 디지털 교육혁명의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수준의 교사연수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대규모의 교원연수를 추진하고 있고, 특히 2025년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영어·수학·정보 등 세 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은 2024년까지 100%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붕괴된 교권도 우리 선생님들이 디지털 수업혁신을 통해서 다시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가 ‘기계인간’이 되었을 때 감동을 줬듯, 우리 교실에서도 디지털교과서가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만나 감동을 주길 바란다. 살아 있는 교실을 꿈꾸며 “I will b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