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이 생전 다녔던 학교로 알려진 전남 화순 능주초 내에 기념시설이 설치되고, 그의 업적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개설된 사실이 밝혀졌다. 정율성은 6·25전쟁 때 북한군과 중공군으로 활동하며 ‘중국인민해방군진행곡’을 작곡한 인물이다. 어린 학생에게 편향된 사상을 주입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서재숙 능주초 교장을 증인으로 불러 경위를 요구했다. 그는 “능주초 건물 벽면에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교내에 동상, 기념공원, 기념 교실을 만들어놨다”며 “능주초 올해 교육계획서에는 정율성 재능 이어받기 프로그램, 전 학년 생애 업적 살펴보기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서 교장은 “올해 3월 능주초에 부임한 뒤 알았다. 정율성 교육 프로그램은 전년도에 검토해 올 2월 반영됐다”며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 8월 정율성 관련 이슈를 인지하게 됐고, 일단 시설물은 화순군에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행정절차에 따라 철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정율성이든 누구든 이런 시설을 설치하고 교육한다면 어린아이들이 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인식하지 않겠나”라면서 “폐기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실제 확인 결과 능주초에는 학교 건물 바깥의 벽면에 정율성 얼굴로 가득 채운 대형벽화가 그려졌고, 후문 앞에는 흉상 등의 기념물이 설치됐다. 정율성이 학교에 다니던 당시를 재현한 교실도 따로 마련됐다.
이에 전남 화순군은 능주초의 시설물 철거를 논의 중이긴 하나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화순군 측은 “학교 측이 자신들의 시설에 대해 철거를 요청한 만큼 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국가보훈부가 철거 권고를 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긴 하나,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이날 광주시와 화순군 등에 정율성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설치된 기념시설의 철거를 권고했다.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 명령을 즉각 발동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