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미술학원 지원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시행규칙안을 발표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아교육대토론회를 연 한국유아교육학회 등 유아교육 단체들은 토론회 내내 분노하며 투쟁을 결의했다.
기조발표에 나선 이기숙 이화여대 교수(유아교육대표자연대 )는 “교육부가 드디어 유아교육 100년사에 오점을 남기는 어처구니없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유아교육계는 교육부의 방침을 철회시킬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을 결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발제에서 이 교수는 “미술학원측은 자신들의 시설에 56만명이나 되는 유아가 다니므로 무상교육비 지원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명백한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3년 만5세아는 64만여명이고 이중 보육시설에 17만여명, 유치원에 30만여명이 다니고 있어 두 시설에 다니지 않는 만5세는 16만명 정도지만 이들도 모두 미술학원에 다니는 건 아니다”며 “결국 미술학원측은 유치원과 보육시설에 다니는 중복 유아까지 합하거나 만3, 4세아까지 포함해 숫자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2002년 전국 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영유아의 경우 가구당 소득수준이 300만원에서 399만원까지 높아질수록 학원 이용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며 “저소득층 아동이 주로 학원을 이용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윤군자 서울지회장도 “오늘 이 자리에 오르니 무척 가슴이 떨린다. 그 이유는 그간 우리 사립유치원측은 정부의 학원 지원방침을 마음으로 반대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오늘 교육부의 발표를 접하며 이제는 우리도 변화된 행동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혜손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도 토론에서 “학원지원 예산으로 전국 국·공립 유치원 설립을 확대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미술학원이 유치원교육과정을 운영케 하고 장학지도를 하겠다는데 지금도 유치원 장학사가 부족해 상황에서 무슨 수로 학원까지 지도하겠느냐”며 비판했다.
이어 정 회장은 “교육부가 27일자로 이번 미술학원 지원방침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감과 여성부, 보건복지부 앞으로 관계기관 의견조사 공문을 보냈다”며 방청석을 향해 공문사본을 펼쳐 보였다. 그는 “30일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이견이 없는 걸로 알겠다며 촉박하게 문서를 보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지금 공청회가 끝나는 즉시 각 지역 유아교육 대표들은 교육감 면담을 시도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토론회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유아교육대표자연대측 인사들은 회관 안팎에서 반박논리 개발과 행동방침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이원영 중앙대 교수는 “교직단체도 물론이지만 이젠 정말 교수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됐다”며 “시도 유아교육 단체를 중심으로 당장 교육청 방문 활동과 시위 등 싸움에 나서야한다”고 위기의식을 내비쳤다. 그는 “교육부는 무상교육비 지원 대상 미술학원 기준에 ‘학급당 1인 이상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강사로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이는 유치원 확대에 필요한 예비교사들을 강사로 전락시켜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지연시키고 교사의 전문성마저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와 전국유아교육학생협의회 등은 29일 교육부의 시행규칙안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학원에서 유치원 교육을 하는 것은 위법인데도 이를 단속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아교육도 전공하지 않은 학원장이 유치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또 유치원 인가기준에 못 미치는 허술한 시설기준으로 미술학원을 유아교육위탁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유아교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질적 하향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전교조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 “교육부는 차라리 사교육지원부로 이름을 바꾸라”고 비난하고 시행규칙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지금도 5년 유예를 요구하며 반발하는 미술학원이 2년 뒤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지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농락당할 것”이라며 “선 전환 후 지원 방식으로 하든지, 아니면 사설학원에 퍼줄 돈을 유치원 급식비나 통학차량 확충, 사립 유치원교사 인건비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