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수원지방법원은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 학대 혐의로 경기 모 초교 특수교사에 대해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학생이 장애 학생이라는 특수성을 인정해 학부모의 몰래 녹음을 증거로 채택하고, 교사의 일부 발언을 정서 학대로 인정했다. 비록 선고유예 판결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판결이 교육계 안팎에 거센 논란과 비판이 이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지난 1월 11일 대법원이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내용은 아동학대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라는 판례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둘째, 특수교사의 현실과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교육적 목적은 물론 전국 56만 교원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판결을 접한 전국 특수교원들은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과정에서 좀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예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만 몰래 녹음하고 발췌해 아동학대로 처벌한다면 어떤 교사가 자유로울 것이며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한 “장애 학생들과 밀착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폭언‧폭행까지 감내하며 해당 학생과 여타 학생들의 교육, 안전 도모, 생활지도를 위해 열정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번 판결로 교육활동은 크게 위축될 게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몰래 녹음 증거 채택으로 혼란만 가중
학교를 불신·감시에 빠지게 해선 안 돼
교직 전반적으로도 불법 몰래 녹음이 인정된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공간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몰래 녹음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몰래 녹음이 이뤄지고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받고 교육 현장이 황폐해질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의 판결이 무용지물이 됐다. 또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이후 힘들게 만들었던 교권 5법의 의미도 퇴색됐다.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명시한 현행 교육부 고시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만약 예외를 인정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또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어린 학생의 연령과 학년은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세워야 한다는 것인지, 그 기준에 대한 합의가 가능한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을 고려할 때 두고두고 현장의 화근이 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일의 근본 원인은 아동복지법상의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 학대 조항 때문이다. 정서 학대를 이유로 신고가 이뤄지고 유사 사건임에도 조사·수사 기관과 재판마다 그 결과가 제각각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정서 학대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폐해를 막는 지름길이다. 더불어 교실 내 아동학대 여부는 몰래 녹음이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 참여와 합리적 민원 절차, 교육청의 사안 조사 등 교육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녹취자료 오남용 증가는 교육을 황폐화할 것이다. 전국 교원 모두는 1심의 잘못을 바로잡는 현명한 2심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