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주면 어떤 변화가 있죠?”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변화가 있냐는 거죠. 다소 조급한 마음이 앞서는 물음이기는 합니다.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서적 안정감’이죠. 부모와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고, 책에 담긴 신비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은 ‘이야기를 즐기는 힘’을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방법입니다. 시공을 초월한 수많은 사람의 삶을 알게 해 줍니다. 여기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 좋아지고, 시각 주의력, 청각 주의력, 행동 억제력, 감정조절 능력, 이해력 등이 좋아진다는 얘기는 여러 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능력들은 서로 상승작용 해 선순환을 일으키며 아이들을 성장시킵니다.
청각 주의력 발달, 능숙한 독자로
그중에서 청각 주의력은 특히 중요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기까지는 기본적으로 태어난 후 6~7년의 세월이 필요하며, 일반적으로 12년(초등학교 6학년 정도) 정도까지 ‘소리 듣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읽지 못하니까 들어야 책을 즐길 수 있는 거죠. 이때까지 책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낭독하면서 자신이 읽는 소리와 다른 사람이 읽는 소리를 충분히 들어야만 능숙한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능력이 ‘청각 주의력’입니다. 책을 읽어줄수록 청각 주의력은 더욱 발달하고, 발달한 청각 주의력은 읽어주는 책을 들을 때나 스스로 책을 읽을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독서량에도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제가 책 읽어주기를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위대한 초대’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12년에 책을 쓰면서 출판사에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냐고 묻기에 ‘혹시 2006년부터 책을 읽어줬던 미동초에서 근거가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학교에 연락해서 책 읽어주기 전인 2005년부터 2011까지, 3월부터 12월까지 전교생이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한 권수를 조사하고, 매년 12월 말의 학생 수로 나누어 보니 책을 읽어준 지 4년 만에 16.7권에서 70.6권으로 약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읽어줬더니 책 대출 5배 증가
소의초에서도 똑같았습니다. 20.2권에서 4년 만에 98.2권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는 순수하게 남아있는 도서관 대출권 수만 비교한 것입니다. 읽어준 책, 교실에서 읽은 책, 집에서 자유롭게 읽는 책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초등학생의 평균 독서량이 20~30권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한 양적 증가가 있었죠.
특히 고학년의 대출 증가를 살펴보면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대출을 늘리려고 했던 것도 아닙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학교장, 외부 인사까지 참여해 책 읽어주기를 아주 열심히 했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자고 권했고, 한두 가지 독서 행사를 했을 뿐이며, 필독 도서, 권장 도서도 없으며, 당시 유행했던 독서 골든벨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없이 4년 이상 책 읽어주기를 꾸준히 했던 두 학교에서 도서관 대출이 약 5배가 늘었다는 건 저조차도 놀랐습니다. 책 읽어주기의 효과를 다시 확인한 결과였으니까요.
사람이 잘 자라려면 자양분이 필요합니다. 좋은 영양분이 몸과 마음에 쌓이도록 충분해야 합니다. 책 읽어주기와 독서가 바로 좋은 영양분입니다. 이걸 어떻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왜 하지 않고 있을까요? 몰라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알면서도 확신이 없어서, 몸으로 겪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온 가정, 온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소리가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얘들아, 함께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