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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때리고 조롱해도 … 교육감은 인권조례 천막농성쇼

 

학생인권조례가 충남에 이어 서울에서도 폐지되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전북·광주·제주·충남·인천까지 진보교육감들의 과업처럼 제정되었던 학생인권조례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여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자 조희연 교육감은 재의를 신청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72시간 천막농성쇼’도 모자라 버스에 집무실을 설치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고 선언했다. 학부모들이 학생인권조례 문제가 심각하다고 면담을 신청하며, 60여 일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할 때도 나와보지 않았던 교육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하고 있으니 민원을 제기했던 그때의 학부모들은 시민이 아니란 말인지.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애초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다
한국의 학생인권운동은 프랑스와 독일의 68운동의 ‘학생권리운동’을 따라 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1969년에 덴마크에서 나온 <10대를 위한 빨간책>이 학생권리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서라고 하는데, 이 책은 당시 유럽에서 출판금지가 되기도 했고, 출판사 대표가 기소되기도 했었다. 민주노동당 연구위원이 이 책을 번역하여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 학생권리운동은 학교 내에서 범죄가 증가하고 학력이 저하되어 중단됐던 운동이라고 한다.


2010년 경기도가 가장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지만, 이 조례가 추진된 배경과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진짜 학생인권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청소년위원회를 구성하여 두발규제 반대 촛불집회,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청소년들의 정치참여와 권리를 확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해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종교재단 학교들이 종교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여 강제로 종교활동을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2005년에는 전교조 경기지부에서 교육감 후보에게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대한 질의를 하고, 2006년 민주노동당은 두발규제·체벌·강제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법안(「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좌파 진영의 공동 추진과제가 되었다. 이 법안을 지지하는 기자회견 자리에는 전교조·참교육학부모회·공무원노조·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과 학생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2009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이 되자, 곽노현 교수를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문위원장으로 임명하여 2010년 학생인권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였다. 이후 서울은 전교조 서울지부가 주축이 되고, 전북은 전교조 전북지부가 주축이 되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앞장섰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학교 바꾸기’ 법안 등의 배경이 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정치참여를 부추기고, 우리 아이들을 선전 선동의 도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어 그 태생부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애당초 학생인권조례는 이념의 틀을 가진 구세대 기득권 정치가 ‘학생들의 정치세력화 방편’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자 단위학교별로 존재하던 ‘학칙’은 유명무실해졌고, 교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하고, 서로 대립적인 구도로 만들었다. 이렇게 이념이 교육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학생인권조례는 비교육적이다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에는 ‘성적을 알게 하는 시험’이 학생의 권리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는 교육에서 성공할 권리를 철저히 배제하는 비교육적인 조례인 것이다. 서울의 경우 심각할 정도로 학생들의 기초학력부진 현상이 증가하여 학생들이 교육에서 성공할 권리를 철저히 배제당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적 측면에서 “학교현장에서는 방과후 부가적 학습지도를 하려 해도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학부모 동의서를 받아야 가능하며, ‘부진아’라는 낙인에 대한 우려와 학부모의 무관심으로 동의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아 지도가 어렵다는 게 교원들의 목소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학부모 사이에서 학생인권조례의 문제를 심각하게 본 것은 교권 추락에 대한 염려와 학생의 권리 보장에만 치우쳐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업 중 잠자는 아이도 휴식권 때문에 깨울 수 없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로 소지품조차 검사하지 못하는 학교에서 과연 우리 아이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깝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발전에 이바지해온 초·중·고 사립학교 중에는 많은 기독교 학교와 불교 학교가 있다. 그러나 기독교 정신, 불교 정신이 건학이념인 사립학교에서조차 학생인권조례 제16조 양심·종교의 자유 항목에 따라 예배나 법회 등 종교적 행사의 참여나 종교적 행위를 강요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필자도 기독교 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행사가 강압적으로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이 또한 학교의 문화이며 교육적 차원에서 분명히 학생들이 얻는 것이 있었다. 사립학교는 설립 취지와 건학이념이 담긴 종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조례나 법으로 제약한다면 오히려 이것은 학생의 인권을 빙자한 종교탄압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면 얼마든지 해결될 일이다. 


그 밖에도 학부모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학생인권조례 제5조 1항의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부분이다. 이러한 경우에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을 권리라고 가르치는 순간 학생들에게 허용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해서 오히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성을 선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가 조장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10년 전보다 10대와 20대에서 에이즈 환자 발생률이 급증했으며, 전체의 40%를 차지한다고 했다. 10대에서 90% 이상이 동성 간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됐다고 밝혀졌기 때문에2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학생인권조례 교육과 홍보가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결국 학부모들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서명을 받기 시작했고, 6만 4,347명의 서명부 중 4만 4,856명의 유효서명이 검증 완료되어 서울시의회에 접수된 것이다. 이후 2023년 3월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발의하여 1년간 진통을 겪다가 2024년 4월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다.

 

학생인권조례는 적법성의 문제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교육 관련 법률에서 학생의 인권을 이미 보장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성별·종교·신념·인종,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2조 제1항에서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학생의 인권보장)에서는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상위법인 법률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위법인 조례로 별도의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없다. 


「교육기본법」 제12조 제3항은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학생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는 생활지도 및 인권에 관한 조례는 최소화하고,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중심으로 학교별로 학생·교사·학부모가 상호 협의하여 학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가장 교육적이다. 서로의 인권을 인정해주고 보호해주는 것은 법으로 할 일이 아니라 서로 이해와 존중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사로부터 심한 욕설과 체벌이 문제가 된 적이 많았다. 심지어 동료 학생들 앞에서 모욕적일 만큼 심하게 구타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당연히 옳지 않다. 이러한 문제로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는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요즘엔 교사가 그렇게 학생들을 때려서도 안 되지만 때릴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아니다. 오히려 교사가 구타당하거나 학생들에게 조롱당하는 일이 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학생인권조례는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27일 한국교총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유·초·중·고 교사 3만 2,951명 중에서 83.1%에 해당하는 교사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에서 매우 동의한다는 비율은 무려 55.9%에 해당한다. 결과가 이러한데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던 전교조와 진보세력들은 교권 추락과 무관하다는 듯이 모든 책임을 학부모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동안 학교현장을 걱정하며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온 학부모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해 놓고는 적반하장격이다. 

 

교사들조차 학생인권조례에 문제가 있다고 증언하는 이 마당에 이번엔 정치권이 나서서 「학생인권법」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해 교사의 죽음 앞에서 교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던 그들이다. 역시 그들에게 진정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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