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교사가 이를 조사, 처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수사권과 사법권이 없는 담당교사가 조사 과정 중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등 업무 부담이 한계를 넘었다. 학교 내에서도 기피 0순위 업무로 꼽혔다.
이에 교총 등 교육계가 교원이 학폭 업무 및 민원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했고 지난 3월부터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제도’(조사관제)가 시행됐다.
조사관제 시행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학교 현장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총이 지난달 6~21일 전국 교원 3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관제 도입 이후 업무, 민원이 줄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최근 3년 동안 본인 또는 동료가 학폭 처리와 관련해 폭언, 아동학대 신고, 민·형사상 소송을 겪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약 60%였다는 것도 학폭 관련 사안 해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이 같은 문제는 조사관제 시행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조사관제 시행 당시 교총은 조사과정에 교사 동석 배제, 조사 일정 조율은 전담조사관 전담, 현직 교사 학폭조사관 위촉 반대 등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당초 조사관이 위촉 예정 인원(2700명)보다 부족한 1955명으로 시작되면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조사관 역할·요건·처우 등을 교육감에 위임한 것도 지적사항이었다.
처음부터 학교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잘 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보완작업이 필요하다. 교육에만 충실하며, 학폭처리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교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심하게 반영하는 노력이 수반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