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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지리학회가 내놓은 '국토개발원 연구의 오류' 해설 자료

1.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산맥과 분수계를 혼동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분수계에 관한 연구일 뿐 산맥에 관한 연구가 아니다.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산경표는 19세기 초 신경준에 의해 우리나라의 산줄기를 분수계의 연결에 따라 족보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반운동에 의해 만들어진 산맥과는 전혀 다르다. 분수계는 유역분지를 구분하는 산능선을 따라 선으로 표현되지만, 산맥은 여러 개의 산줄기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폭을 가진 연맥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산맥이 하천에 의해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자연지리학 나아가 지형학적 상식에 위배된다. 하천쟁탈, 두부침식, 선행하천, 하도절단 등에 의한 산맥의 절단은 산자분수령의 개념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수계에 해당되는 백두대간이 전북 남원의 운봉분지에서는 구룡폭포에 의해 끊어져 평지를 달리고 있다. 현재 로키산맥, 안데스산맥, 히말라야산맥, 우랄산맥, 톈산산맥 등의 세계적인 산맥 역시 하천에 의해 끊어져 있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그것을 ‘산맥’이라 부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와 같이 분수계에 근거하여 산맥을 구분하지 않는다.

산맥은 일정한 방향과 규모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지반운동과 함께 정의될 때만 그 가치를 지닌다. 국토연구원의 발표한 산맥체계는 단지 분수계를 표현하고자 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산맥체계를 정립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의 산맥은 한반도만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고, 중국, 연해주, 시베리아에 이르는 동북아시아의 장기간에 걸친 지반구조운동에 따른 광범위한 산맥체계의 일부이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분수계에 관한 연구일 뿐 산맥에 관한 연구가 아니다. 굳이 의의를 부여하자면, 산경표나 대동여지도보다 ‘더 복잡한 방법으로’ ‘더 정확하게’ 분수계를 표시하고자 하였다는 점일 뿐이다. 나아가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산줄기와 흡사하다는 점을 새로 제시한 산맥체계의 정당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산경표나 대동여지도의 산줄기 인식방법과 수치고도모형을 중심으로 물이 갈라지는 분수계를 파악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개념에 입각한 것이다. 이것이 일치한다는 것은 김정호 또는 신경준이 해박한 지리지식과 답사를 통해 확인한 연구방법이 후대의 학자에 의해 ‘복잡한 계산’ 방식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이지, 역으로 이분들이 맞으니 국토연구원의 연구방법에 효용성이나 정확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산맥에 대한 정의, 선정기준, 분류방법에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산맥에 대한 정의에서는 ‘지형의 형성과정과 지질학적인 특성’이 산맥을 설명하는 요인은 되지만, 분류의 요인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맥은 궁극적으로 지형 형성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형형성 작용을 분류의 기준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형학자들이 지형형성 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무시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산맥을 설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는 산맥 구분의 근거로 ‘산의 규모’와 ‘산지의 연속성’이라는 두 가지요소를 들고 있다. 그리고 전자지형도 분석에서 사용되는 구체적인 분류 기준자는 산의 규모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상대고도, 산지의 연속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능선의 분포와 산봉우리의 연속결합면을 각각 사용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산의 규모와 산지의 연속성이라는 개념이 매우 정성적이고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 두 가지 기준을 산맥 구분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동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둘째, 전자지형도상에서 나타난 세 개의 지수, 즉 지역별 상대고도, 산능선의 분포, 그리고 산봉우리의 결합선은 정성적인 구분 근거를 대신하는 분류자(classifier)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변수들이 어떠한 조합을 통해 산맥과 비산맥을 구분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궁극적으로 세 개의 분류자에 의해 구분된 산맥이란 유역분수계 중에서 일정한 고도(국토연구원의 규정에 의하면 규모)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정확한 구분 근거를 제공하지 않아 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최종 산맥도의 산맥분포를 보면 결국 분수계를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결과가 분수계를 표시하고 있음에도 산경표와 다른 이유는 산경표에는 나름의 하천규모에 관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연구원은 산맥을 4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에서 제기한 산맥의 구분 근거는 ‘산의 규모’와 ‘산지의 연속성’이다. 이 기준을 산맥분류의 근거로 사용한 이상, 이 근거가 추출된 산맥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즉, 길이와 규모가 각각 어느 정도인지를 미리 정하고 산맥을 분류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산경표의 대간, 정간의 개념, 그리고 권혁재의 1차, 2차 산맥의 개념은 나름대로 분수계나 성인이라는 논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국토연구원의 분류법에 대해서는 논리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3. 근대지리학 도입 이래 산맥체계는 계속 수정․보완되고 있다.
일본인 고토분지로에 의해 산맥체계가 최초로 제안되었고, 그것이 현재의 산맥체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고토분지로는 자신이 제한된 시간과 인력으로 한반도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고, 자신의 연구에 지속적인 수정․개선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그도 땅속의 지질학적인 연속성만 관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은 그의 논문에서 주장하고 있고 대부분 현지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무수히 많은 고개들을 올라 산맥의 연속성을 확인하였다. 물론 제국주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원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질만을 관찰하지 않고 한반도를 동서 또는 남북으로 횡단선과 종단선을 그려서 산맥을 연구하였다.

고토분지로 이래 산맥체계는 지리학자들에 의해 계속 수정되어 왔으며, 최근에도 새로운 산맥체계가 제시되었다. 결론적으로 산맥체계는 분수계와는 다르며, 방향과 연결성이 문제되었던 갈비뼈 방향의 산맥들을 제외시키고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보다 단순한 구조의 산맥체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 지리교과서의 산맥체계는 소축척 지도에 나타내는 모형일 뿐이며,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분수계를 산맥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산맥은 대개 1: 1,000,000 이하의 소축척지도에 표현되는 것으로, 지형고도자료나 위성영상자료에 의한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산맥은 분수계와 달리 시작과 끝을 어느 나라에서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산맥이란 적어도 대륙 규모에서 이루어진 지반운동과 관련된 기복 차이를 표현하고, 지반운동의 역사와 지체구조를 나타내고 교육하기 위한 하나의 모형이기 때문이다.

지리학은 분수계와 관련된 지표현상만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 중의 하나가 서해안과 동해안의 경관이다. 단조로운 해안선과 복잡한 해안선, 사빈과 갯벌, 급경사의 산지와 완만한 구릉성 산지, 이 모두는 한반도의 융기 현상과 함께 구조선의 방향, 암석분포, 하천의 특성을 연계시켜 설명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대관령의 고위평탄면, 남한산성의 평정봉, 동강의 협곡, 청주․대구․광주 등지의 분지지형, 내린천의 감입사행, 영월의 청령포의 구하도, 영춘의 하안단구, 정동진의 해안단구, 이러한 지형들 역시 한반도의 융기와 관련된 지형이다. 이들 지형의 형성과정에 대한 설명에서 분수계, 산경표, 백두대간, 대동여지도는 큰 역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지리학과 지리교육에서는 산맥과 분수계를 구분해서 가르치는 것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분수계를 산맥이라 가르치고 있지 않다.

현행 고등학교 지리교과서에서는 근대적인 산맥체계와 산경표 및 대동여지도의 분수계 개념이 제시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지리교과서에 그러한 개념이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주장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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