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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박남기의 교단춘추] 마시멜로 테스트 다시 보기 :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과 한계

 

마시멜로 테스트 다시 보기
지난달 연재에서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로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을 들었다. 교사들의 자제력 절대 수준이 아주 높다면 자제력 상실로 인한 분노 폭발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 절대 수준을 높이기 위한 훈련의 가능성과 한계는 무엇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시멜로 테스트는 스탠퍼드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가 1968년에서 1974년 사이에 스탠퍼드 빙 유아원에 다녔던 550여 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Mischel, 2015:30). 이 실험에서는 유아원생들을 책상 앞에 앉힌 뒤, 마시멜로 하나를 책상 위에 두고서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 2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관찰하였다. 한 개의 마시멜로로 당장의 욕구를 채우는 대신 두 개의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능력, 즉 자제력을 언제 어떻게 발휘하는지 관찰했으며, 계속 조건을 바꿔가며 무엇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Mischel, 2015:15).


참여자 표본을 추적해 10년 간격으로 다양한 척도로 그들을 평가한 결과 ‘네다섯 살 나이의 그 아이들이 얼마나 더 오래 기다렸느냐에 따라서 청소년기의 사회적 관계 형성에 차이를 보였고, 나아가 대입 시험성적도 달랐다. 그들이 스물일곱 살에서 서른두 살이 됐을 때는 더 오래 기다렸던 아이들이 더 낮은 체질량지수와 더 나은 자아존중감을 보여줬고,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구했으며, 좌절과 스트레스에 더 잘 대처했다. 또한 중년에 이르러서는 중독 및 비만과 관련 있는 뇌 영역에서 명확히 다른 스캔 영상이 나타났다’(Mischel, 2015:10). 


미셸이 발표한 논문의 원래 제목은 <유예되었지만 더욱 가치 있는 보상을 위한, 즉각적인 만족에 대한 유아원생들의 자주적 유예에 관한 연구 및 그 이론적 틀>이다. 그런데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뉴욕타임스에 ‘마시멜로와 공공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이 논문을 소개한 후, 언론에서 ‘마시멜로 테스트’라는 별칭을 붙여주면서 이 연구는 ‘마시멜로 테스트’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Mischel, 2015: 24). 실제로 이 실험은 종종 마시멜로가 아닌 쿠키나 기타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른 것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 연구가 언론에 소개된 이후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이 마시멜로 앞에서 보여준 자제력이 그 아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그러면서 자제력이라는 것이 타고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관련 연구를 해온 월터 미셸은 사람들의 이런 인식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마시멜로 테스트: 자제력이 성공의 엔진>(Mischel, 2015)을 통해 개인의 자제력 수준은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자제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뇌의 가소성과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
현대 과학의 주된 교훈은 우리 뇌 구조가 DNA에 의해 이미 불변으로 확립되어 있다기보다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많은 유연성과 가변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1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인간의 두뇌가 경험에 의해 변화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뇌가 가소성(plastic)과 순응성(malleable)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뇌의 특징은 꽤 현대에 와서야 발견되었다. 우리의 뇌는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를 (한계 내에서)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 왔다. 뇌의 가소성 덕에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한 훈련과 교육이 가능하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뇌도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다. 

 

“우리는 장차 무엇이 될지를 결정하는 고정적인 자질 보따리를 둘러메고 엄마 배 속을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사회적 환경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우리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기대와 목표, 가치는 물론이고 자극과 경험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형성하게 돕는다. 스스로 구축해 나가는 인생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Morf and Mischel, 2012. Mischel, 2015: 325-326에서 재인용). 

 

미셸(Mischel, 2015:324-326)은 인간 노력을 통한 개인 특질 변화 가능성을 더 믿는다. 만일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면 뇌의 가변성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제력에 관한 연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라는 존재를 바꿀 수 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느낌과 행위 그리고 될 수 있는 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자제력 훈련의 한계
자제력을 비롯한 개인의 특질은 불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 뇌의 가소성은 정의에 나타난 것처럼 ‘한계’가 있다. ‘우리의 삶이 DNA 제비뽑기가 아니라 스스로 공들여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무엇’(Mischel, 2015:325)일 수 있지만, 한계가 있고 개인차가 있다. 미셸도 타고난 자제력 수준의 차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Mischel, 2015:17). 자제력을 기를 수는 있겠지만,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자제력이 길러지는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 


타고난 자제력의 차이는 출발점만 다른 것이 아니라 자제력 훈련 효과에도 차이를 나타낸다. 물론 자제력 훈련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보다는 믿는 사람의 자제력 훈련 성과가 당연히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자제력 훈련 효과를 과신하는 사람들이 유의할 것이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변화를 바탕으로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노력이 부족하거나 신념이 미약한 탓이라고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박남기(2018)가 <실력의 배신>에서 밝히듯이 개인이 갖추고 있는 실력마저도 타고난 머리와 집념, 좋은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 등 대부분 선천적인 운과 후천적인 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노력과 훈련을 통해 자제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개인차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자제력 발휘 노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개인의 특성과 의지만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도 있다. 뉴욕대학교와 UC 어바인대학 연구팀은 유사한 마시멜로 테스트와 연구를 실시하고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상을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타고난 ‘인내심’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더 관계가 깊다는 것을 밝혔다.

 

일단 부모나 1차 보호자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교육 수준을 감안하고 나면, 만 4세의 충동적인 아동과 의지가 강한 아동 사이에 나타났던 성취의 차이가 만 15세가 되면 대체로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 4세 때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만 15세가 되면 부유한 전문직 가족 출신의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배경을 가진 또래보다 일반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Critchlow, 2019:58-59). 


그들에 따르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오늘 냉장고에 음식이 있다고 해서, 내일도 있으라는 보장이 없음을 알고 있다. 눈앞의 마시멜로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실하지도 않은 두 번째 마시멜로를 위해 자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반면 부유한 집의 아이들은 경험상 집의 냉장고는 늘 채워져 있었고, 설령 두 번째 마시멜로를 놓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에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성인이 된 후의 성공 여부는 자제력보다는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3 두 번째 결론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자제력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이 사회·경제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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