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영국 런던발 싱가포르행 항공기가 난기류로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을 하면서 1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5일 만에 또 카타르 여객기에서 난기류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죠. 난기류로 인한 사망사건은 30년 만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난기류에 대한 과학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Q1. 며칠 사이에 난기류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다 보니, 요즘 비행기 타기 무섭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난기류는 왜 발생하는 건가요?
실제 통계를 내보면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비행기 관련 부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는 보통 공기 흐름이 일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어요. 이렇게 공기 분자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층류’라고 하는데, 무언가가 이 흐름을 방해하면 공기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면서 공기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게 돼요. 이때 공기가 위아래로 제각각 움직이며 소용돌이가 생기는 것을 ‘난기류’라고 합니다. 그래서 난기류가 있는 지역을 지날 때 비행기가 흔들리는 거죠.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울퉁불퉁한 길에 접어들면 흔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Q2. 궂은 날씨가 아닌 마른하늘에서도 난기류가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면서요? 난기류에도 종류가 있나요?
난기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로 공기가 산을 넘어가면서 상승과 하강기류가 반복해서 생기는 ‘산악파 난류’가 있어요. 공기 분자들이 산과 같이 공기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충돌하면서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겨 만들어지는 난기류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무나 높은 건물, 산과 같이 공기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을 때, 이 장애물과 공기 분자들이 충돌하면서 불규칙한 소용돌이가 생겨 난기류가 만들어집니다.
두 번째로는, 태양열을 받아서 따뜻해진 공기가 상승해 대기의 상승과 하강운동이 활발해지는 ‘대류성 난류’입니다. 상승기류에는 보통 수직으로 긴 구름인 적란운이 생기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는 이 구름을 보고 난기류를 예측해 경로를 조정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날씨가 좋은 상황에서도 난기류가 생기는데 이를 ‘청천난류’라고 해요. 청천난류 현상은 폭풍이나 구름과 같은 시각적 단서가 없어 미리 파악하기 어렵죠. 청천난류는 지구 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제트기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요. 제트기류란 비행기가 다니는 높은 고도에서 시속 100~250km로 부는 강한 바람이에요. 주변 공기와의 속도 차이가 커서 바람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면서 난기류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문제는 이 강한 제트기류가 동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Q3. 이러한 난기류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라고 하던 데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고요?
맞습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질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증가해 지금보다 더 강한 상승기류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또 앞서 설명 드렸던 청천난류의 경우, 대기 상층에서 부는 매우 강하고 빠른 바람인 ‘제트기류’의 영향이 큰데, 지구온난화로 남북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제트기류가 강해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로 2050년에서 2080년까지 청천난류가 전 세계적으로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고, 난기류를 겪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구의 대기권은 여러 층으로 나뉘는데 가장 아래쪽 층인 대류권은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많은 공기가 모여 있는 밀도 높은 층이며, 이 층에서 구름이 존재해 태풍·비·번개 같은 다양한 날씨를 만들어 냅니다. 보통 비행기가 장거리 비행을 할 때 날씨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이러한 1층 대류권의 제일 위쪽(정확히는 1층 대류권과 2층 성층권의 경계, 즉 대류권계면)에서 비행을 하는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대류권 높이가 더 높아져서 비행기가 대류권 내에서 비행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더 자주 난기류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Q4. 마지막으로 난기류가 발생했을 때 비행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장거리 비행 시 화장실이나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좌석벨트를 꼭 메셔야 난기류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기체가 흔들릴 때 수하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 짐은 선반이나 좌석 아래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며칠 사이에 난기류 사고가 잇따르면서 비행기 타기 무섭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다행히 비행기는 엄청난 압력과 충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파손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안전수칙을 잘 따르고 유의하시길 바랍니다.